2부 177화.
도현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
그건 역시 기사왕에게 받은 그의 비기가 담긴 정수였다.
원래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는 도현이었지만, 지금은 워낙 다 맛있는 것투성이라 그냥 가장 궁금한 걸 먼저 고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확인한 기사왕의 정수는…….
[루슬레인의 맹세(Oath of Rouslaine) – 엑스세라툼]
[등급 : ??]
[설명 : 고대 인류 기사들의 왕이었던 위대한 기사왕, 루슬레인.
그가 걸어온 길이자,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신념을 담은 맹세로, 그의 모든 정수가 담겨있다.]
[위대한 기사왕의 의지 : 강력한 의지를 발현하여 디버프를 무시한다. (한 단계 높은 격의 디버프까지 적용된다.)
[???]
……
[현재 대부분의 능력이 봉인되어 있다.]
[자격을 증명하거나, 이에 관련된 무언가를 접하면 개방된다.]
“……오.”
……뭐랄까.
좋기는 한데 거창한 이름에 비해 생각보다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게 무려 그 기사왕이 걸어온 모든 것이 담긴 정수 아닌가. 여태 얻어온 오왕들의 가호가 하나같이 엄청났기에, 분명 이번 것 또한……
아니, 솔직히 기사왕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역대급 보상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도현으로선, 다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좀 아쉽다 이거지, 진심으로 실망한 건 아니었다.
‘한 단계 높은 격의 디버프까지 무시한다라…….’
여기서 말하는 디버프는 ‘영웅’ 특성의 ‘정신오염 면역’과는 달랐다.
정신오염 면역은 말 그대로 정신이상 계열의 디버프 효과를 무시하는 것.
패시브 특성의 능력이라는 걸 생각하면 가히 엄청난 효능을 자랑하는 특성이었지만, 영웅 특성에도 한계가 있었다.
바로 디버프의 종류엔 ‘정신오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갓오세의 디버프는 대부분이 정신계열로 판단돼서 어지간한 건 다 씹기는 하지만…… 작정하고 디버프 쪽으로 판 흑마법사 같은 놈들한텐 안 통할 게 많아서 위험하지.’
실제로 침입자 세력의 이인자에게 많은 하이 랭커들이 호되게 당하지 않았던가.
심지어는 하이 랭커 중에서도 최상위에 군림하는 여제 녀석까지 디버프에 걸려 놈의 편에 섰던 걸 생각하면…….
‘최상위권의 디버퍼들의 디버프엔 어지간한 하이 랭커들도 꼼짝없이 당한다는 뜻이지.’
그런 면에선 이 옵션은 든든하다 못해, 가시 사기적인 능력이 틀림없었다.
최소한 이런 황당한 방향의 억까는 당하지 않게 될 테니까.
하물며 동등한 급의 디버프도 아니고, 한 단계 높은 격의 디버프까지도 무시한다.
물론 두 단계 이상 격이 높은 놈이라면 어쩔 수 없겠다만…… 사실 그 정도 격의 차이면 어차피 이길 가능성이 적은 게임 아닐까?
무엇보다 엑스세라툼의 효과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자격을 증명하거나, 관련된 무언가를 접하면 개방된다라……. 몇 개나 개방되는 거지?’
만약 하나뿐이었으면, 처음 찰리에게 피와 맹약의 목걸이를 받았을 때처럼 한 가지 항목만이 가려져 있었을 터.
엑스세라툼의 설명 문구를 보았을 때 이건 최소 2개다.
보통 첫 번째로 해방되는 능력이 가장 무난한 걸 생각하면, 이후 개방될 능력들은 최소 ‘위대한 기사왕의 의지’ 이상이라는 뜻.
-자격을 증명한 그대에게 건네는 나의 선물이다. 한창 활동할 때조차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았던 내 비기가 담긴 정수지.
루슬레인의 말을 생각하면, 앞으로 개방될 능력들 하나하나가 모두 기사왕의 비기들일 터.
그러니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대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은 그 안에 담겨있다. 그대가 나아가야 할 길까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었고.
여러모로 역대급 보상임은 확실했으니 실망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이건 이 정도면 될 거 같고…….’
아주 만족스럽게 확인을 마친 도현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의 검갈색 눈동자가 두 번째로 향한 것은…….
[카시야르의 의지를 잇는 자]
다름 아닌, 타이틀이었다.
솔직히 기사왕의 정수만큼이나 궁금했던 게 이 타이틀이었다.
카시야르의 계승자는 처음 직업을 얻었을 때 얻은 칭호.
그 후로 1년 동안 아무런 변화도 없었기에 조건부 성장형 타이틀인 것조차 잊고 지냈었다.
그런 도현으로서 이번 옵션 해방은 가히 기념비적인 일.
‘천변도 그 양반의 유물이었던 걸 생각하면 범상치 않을 거야.’
신들과의 전쟁에서 고대 오왕보다도 큰 활약을 보이며 투신이라고 불린 게 카시야르이니 말이다.
꿀꺽.
그렇게 기대감 반, 호기심 반으로 떨리는 손을 뻗어 타이틀을 열자, 이전과는 부쩍 달라진 타이틀이 도현을 반겨주었다.
-등급 : 전설
-설명 : 투신(鬪神) 카시야르의 의지를 잇는 계승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그의 의지를 잇는 자는 운명의 조각을 수집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운명의 조각을 모으십시오.
-효과 :
-카시야르의 계승 낙인이 생겨나며, 관련된 이들이 알아볼 수 있다.
-운명의 조각을 모을 때마다 능력이 개방된다.
-다섯 개의 조각을 모아 두 번째 능력이 개방된 상태입니다.
[첫 번째 효과 : 모든 능력치 + 7]
[두 번째 효과 : 특수한 조건을 만족한 상태일 때 발동되며, 그의 의지를 이은 것에 비례하여 특수한 힘을 발현할 수 있다. (현재 조건을 만족한 능력 : 투신(鬪神))
‘대박.’
척 봐도 범상치 않은 효과다.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킬 하나가 더 생긴 거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걸리는 게 있다면 투신(鬪神)이 개화 중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건데……
뇌룡강림 중일 때만 적용되는 뇌룡 부여와 뇌전 이동 등, 이러한 조건부 발동은 이미 익숙한 도현이었기에 상관없었다.
오히려 빨리 사용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들 뿐.
‘투신 개방 안 했으면 빛 좋은 개살구 될 뻔했네.’
능력이 개방되어봤자, 정작 사용을 못 하면 말짱 도루묵이니 말이다.
‘그의 의지를 이은 것에 비례한 특수한 힘이라…… 그럼 지금 난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거지? 이 특수한 힘도 카시야르와 관련된 건가?’
너무도 부족한 정보에 도현이 나름대로 추측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띠링-
‘음?’
갑작스레 울린 경쾌한 알림.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한 줄기 메시지창을 읽은 도현의 동공이 당황으로 흔들렸다.
하나 당혹감 안에 함께 깃든 감정은 분명한 기대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틀 ‘카시야르의 계승자’의 두 번째 능력을 확인하였습니다.]
[자격을 증명하여 ‘루슬레인의 맹세(Oath of Rouslaine) – 엑스세라툼’의 능력 일부가 개방됩니다.]
[‘천왕진기(天王震氣)’가 개방되었습니다.]
‘와씨, 이게 이렇게 된다고?’
한참 후에나 얻을 거라 생각했던 기사왕의 두 번째 비기를, 거의 꽁으로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게 된 능력은 가히 기대 이상이었다.
[천왕진기(天王震氣)]
[등급 : 전설(성장)]
[설명 : 그 기세가 가히 하늘에 닿았다 하여 붙은 이름.
고대 기사들이 꿈에 그리던 영역이자, 위대한 기사왕 루슬레인이 주로 사용하던 기의 운용법이다.]
[효과 : 기사왕, 루슬레인 발레몽의 기 운용법을 활용하여 기세를 발현한다.]
‘미친…… 성장형 전설 스킬이라고?’
그야말로 보상의 연속.
끊임없이 이어지는 보상의 향연에 도현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이번에 가장 많은 활약을 한 도현이지만, 여제나 멸살에 비해 순수 체급이 많이 밀리는 걸 여실없이 느끼던 차였다.
‘성장형이면 전설+까지도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잖아. 미쳤다…….’
그런 와중에 이런 스펙업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물론 얼마나 강해졌을지는 실전에서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당장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 콧구멍! 주인 지금 뭐 좋은 거 나왔다.
-리자!? 리자리자!
-그치, 엘리자. 엘리자도 이젠 보이는구나, 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리자!
그 순간 저들끼리 떠들던 지하드가 무심결에 도현을 보곤, 버럭 소리쳤다.
그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는데 다들 의아한 얼굴이었다.
엄청난 광경들의 연속에 반쯤 멍해진 채로 감탄하고 있는 와중, 대뜸 콧구멍이 어떻니 떠들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콧…… 구멍 말인가요?”
그중에서도 아리드나의 반응이 가장 얼떨떨했다.
여왕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오던 그녀로서는 이 발언을 어떻게 반응해줘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앨로윈은 아닌 모양이었다.
“확실히…… 심히 벌렁거리고 있군요.”
-오, 단번에 알아보는 거야?
“예사롭지 않게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평소보다 2배는 커진 것도 한몫하고요.”
-이열, 안목이 제법인데?
세상 진지한 얼굴로 과연,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걸 보면.
-크, 크흠…….
-응? 찰리? 반응이 왜 그래? 혹시 지금 주인이 부끄러운 거야?
-아, 아닐세. 그럴 리가 없잖은가.
-리자리자?
-정말이네.
-표정은 그게 아닌데? 하긴, 우리 주인이 요즘 멋진 모습만 보여서 그렇지,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주인이긴 해.
-…….
도현을 힐끔거리며 입술을 달싹이던 찰리가 이내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그 주군바라기 찰리마저도 이번만큼은 차마 부정하진 못하는 눈치.
의기양양해진 지하드의 얼굴이 세상 얄밉다.
평소라면 꿀밤 한 대 거하게 날려주었겠으나, 도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봐야 했다.
‘자, 이 기세를 몰아서 아껴두던 마지막 보상을 확인해볼까.’
이 기세를 몰아 어제부터 쭉 궁금해했던 것인 대륙 퀘스트의 기여도 1위 클리어 보상을 확인할 심산이었으니까.
[대륙 퀘스트 ‘대재앙의 서곡(序曲)’을 기여도 1위로 완수하여 특수 보상이 주어졌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내어 타이틀 ‘믿을 수 없는 수치’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 5 상승합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대륙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타이틀 ‘엘라니스의 구원자’를 획득합니다.]
[기여도 1위를 달성하여 전설급 타이틀 ‘엘라니스의 위대한 영웅’을 획득합니다.]
[클리어 보상은 기여도에 비례하여 주어집니다.]
[당신의 대륙 퀘스트 기여도 점수는 56,134점으로 압도적인 1위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례적인 기여도 점수로 인하여 보상이 강화됩니다.]
[기여도 1위 보상이 강화되어 특수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이 정해졌습니다. 확인해주십시오.]
[보상으로…….]
…….
‘……뭐?’
그렇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냉큼 보상을 확인한 도현의 눈이 부릅 뜨였다.
‘이런 것도 떠?’
예상과 많이 다른 보상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