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24

2부 191화.

“누구야!”

“먼지 때문에 잘 안 보여!”

“아니, 결계가 저렇게 쳐져 있는데 저 정도 손상이 가능한 거였어?”

각종 폭탄이 터진 전장을 보는 듯한 광경에 구경하던 이들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결과가 궁금해 죽겠는데, 먼지바람 때문에 보이는 게 없으니 답답한 것이다.

하나 그것도 잠시.

차츰 먼지가 걷히기 시작하더니 옅게나마 실루엣이 드러났다.

“어?”

“누가 서 있는데?”

“여제인가?”

“여제 님이라기엔 키가 조금 큰 거 같은데…… 길마 님 아냐?”

한데 실루엣이 무척 희미해서일까. 정체를 파악하기가 모호했다.

여제는 160cm가 간신히 되는 작은 키.

반면 카이저는 182cm 정도의 큰 키임에도 분별하기가 까다로울 정도로 아직 먼지가 자욱했던 것이다.

하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대련이 시작된 이상, 결계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었으니까.

‘아, 궁금해 죽겠네. 오빠가 이긴 거야?’

‘카이저 형님…….’

‘우리 킹갓제너럴카이저 님이 당연히 이겼겠지?’

‘당연하지, 짜샤. 불패의 신화 모름?’

‘근데 상대가 여젠데? 그 피지컬 괴물.’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고 하던가.

제아무리 여제에게 반한 현아라 하더라도 내심 제 혈육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건 길드원이 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결국 참다못한 방패최고가, 유일하게 차분히 지켜보고 있는 검성에게 물었다.

“검성 님은 누가 이긴 거 같아요?”

“……흠. 이번만큼은 잘 모르겠군.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아 보여서.”

“후후, 저희의 신께서 이기시지 않았겠습니까.”

-물론일세.

“글쎄. 마지막에 제대로 패링하지 못하더군.”

“예?”

“꾸꾸…… 여제가 답지 않게 가불기로 심리전을 걸었다. 패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공격으로 유도하고, 그 짧은 빈틈에 가장 강한 공격을 내질렀는데 아무도 보지 못한 건가?”

“…….”

태연한 검성의 말에 그들은 모두 벙찐 표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있었다.

‘……저게 다 보인 거야?’

‘마지막에 뭔가 파바박 하긴 했는데 저런 공방이 오고 갔던 거야? 수준 미쳤네 진짜.’

‘와, 이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그건가?’

‘역시 여제의 라이벌…….’

‘카이저 형님이 검성 님도 이길 수 있으려나?’

카이저와 여제처럼.

자신들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소위 정점에 이른 유저라고 부르는 실력자가.

“……그렇다는 건 저희 신께서 지셨다는 건가요?”

딱딱한 얼굴이 된 광신도의 질문에 검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잘 모르겠군. 공격당하는 순간, 카이저에게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빛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굉음과 함께 펼쳐진 게 지금의 광경이었다.

결론은 그녀도 모른다는 소리.

결국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극한의 인내심을 테스트할 필요는 없었다.

“보인다!”

“어디, 어디!”

짧지만 체감상 영겁처럼 느껴졌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실루엣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그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대화를 중단하고 대련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이는…….

“……여제?”

여제, 그녀였다.

“아…….”

“카이저 형님…….”

“오ㅃ…… 아니, 카이저 님이 진 거야?”

“말도 안 돼.”

사실 객관적으론 알고 있다.

카이저가 아무리 활약을 많이 해 왔어도, 정말 정상에 오른 이들과 비교하면 다소 밀릴 거라는 걸.

갓오세를 플레이한 기간부터가 압도적으로 차이 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카이저라면 혹시 모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안고 있었는데 이런 결과라니…….

‘진짜 오빠가 진 거야? 아니, 길드 가입 첫날부터 길마가 지면 어쩌자는 거야!’

그중에서도 특히 기분이 이상했던 현아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던 그때였다.

스으, 휘청-

“어어?”

바람 앞에 살랑이는 갈대처럼 미묘하게 흔들거리던 여제가, 돌연 스위치가 꺼진 인형처럼 픽 쓰러지는 게 아닌가.

한데 그녀의 몸이 바닥에 닿기 직전.

텁.

이전보다 많이 걷힌 먼지바람 사이로, 누군가 쓰러지던 그녀를 잡으며 일어났다.

도현이었다.

“뭐야, 카이저 님 안 쓰러졌는데?”

“아니, 쓰러졌는데 일어난 거 아닌가?”

“그럼 여제 님은? 여제 님도 쓰러지려 하는 걸 길마 님이 붙잡으신 건데?”

“아아…… 신이시여. 믿고 있었나이다.”

“호오…….”

그에 안도와 흥미진진함이 반반 섞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하나 그건 곧 의문으로 바뀌었다.

패배해 쓰러진 줄 알았던 도현이 만신창이긴 하나 똑바로 서 있고, 승리한 줄 알았던 여제가 그런 그에게 부축을 받고 있다.

누가 이겼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졌다고 하기도 오묘한 상황.

그렇다고 둘 중 하나의 HP가 전부 소진된 것도 아니었다.

“……뭐야? 그럼 누가 이긴 거야?”

“그러…… 게?”

“검성 님 혹시…….”

혹시나 하는 눈으로 검성을 바라보지만, 그녀 또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좀 전에 말했듯이,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직 두 사람.

대련을 한 장본인인 도현과 여제만이 결과를 알고 있을 뿐.

“놔라. 안 쓰러졌으니까.”

“뭐래. 안 잡았으면 얼굴부터 박았겠구만.”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이 더는 싸우지 않고 티격거리고 있는 걸 보면…….

‘무승부인가?’

그리 추측할 따름이었다.

* * *

대련이 끝나고.

아나가 파손된 결계에 에너지를 보충하는 사이, 길드원들을 잠시 뒤로 물린 도현이 한숨 돌리고 있을 때였다.

“새끼, 언제 이렇게 강해졌냐.”

불쑥 다가온 꾸꾸가 옆에 털썩 앉으며 말을 걸었다.

손등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져 돌아보니, 시원한 병 하나를 건네고 있었다.

자연스레 받아 마신 도현이 눈썹을 찡그렸다.

‘뭐야, 맥주가 아니잖아?’

워낙 맥주병처럼 생기기도 했고, 대련 후니 술이겠거니 했는데 평범한 음료수 병이었다.

“종류 별로 뭐가 많길래 하나 가져오려 했는데, 아재가 기다리래. 자기 빼고 마시지 말라고.”

“아.”

하긴 지금도 ‘자기 빼고 길드에 다 모여 있냐’, ‘왜 자기 빼고 집들이하냐’며 투덜거리는 귓속말이 가득하다.

여기서 아재 빼고 술잔치까지 벌였다간 아주 단단히 삐질 거다.

……아닌가? 이미 삐진 거 같기도 하고.

“뭐, 아재 삐지는 게 하루 이틀인가.”

“그건 그래.”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긴 두 사람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어깨 밑까지 내려오는 긴 은백발에 새하얀 피부.

전체적으로 온통 백옥 같아서 청초한 이미지여야 하건만, 날카로운 눈매와 붉은 눈동자가 오히려 날 선 분위기를 풍긴다.

뱀파이어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이 얼굴도 이제 적응하긴 했나 보네.’

상당히 뛰어난 외모에 특유의 치명적인 분위기까지.

여러모로 평범한 인상은 아니라 처음엔 ‘저 얼굴이 그 꾸꾸라고?’라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이상했는데 이젠 인지 부조화가 오지 않는다.

저 얼굴로도 시한폭탄으로 느껴져 불안함이 먼저 들게 하는 걸 보면 저 녀석이 대단한 건가?

“뭘 봐? 눈깔 마음에 안 든다?”

“왜, 나도 빌런 눈깔이냐?”

“아니. 넌 재수 없는 엄친아 눈깔. 다른 의미로 파 버리고 싶어.”

그건 처음 듣는데.

말문이 막힌 도현이 헛웃음을 내뱉고 있자니, 그녀가 본론으로 말을 돌렸다.

“에휴. 여기선 내가 계속 더 셀 줄 알았는데 결국 따라잡혔네. 새끼, 좀 천천히 따라오지 뭐 급하다고 그렇게 빨리 따라왔냐?”

투정보단 푸념에 가까운 그녀의 말에 도현이 피식 웃었다.

그렇다.

흐지부지 끝나 무승부라고 알고 있는 길드원들의 생각과 달리, 이번 대련의 승자는 도현이었다.

“뭐래. 제대로 이긴 건 아니잖아. 네가 스스로 자멸한 거에 가깝지.”

“그건 진 거 아니냐? 진 건 진 거야.”

……결과적으론 말이다.

그녀의 말대로 이기긴 했으나, 도현은 솔직히 승리했다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아, 졌다.

새로이 해방된 그녀의 능력.

여제의 심장의 3단계 해방 능력이 터진 순간, 정확히 무슨 능력인진 몰라도 피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바로 직전 패링과 신의 눈물의 무적 효과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급한 대로 역천기의 3초식 천을 사용하려 해 봐도, 이미 주먹이 닿기 직전이라 늦었다.

그녀의 전투 방식이 초근접전이다 보니,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늦는 것이다.

하지만…….

-잉?

-?

이상하게도 아무런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먹이 닿기 직전, 그녀가 멈춘 것이다.

마치 강제적인 무언가에 의해 정지된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여제의 심장을 불안전하게 해방하여 심장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신체 활동이 일시적으로 정지됩니다.]

[면역 효과로 무효할 수 없는 부작용입니다.]

-아, X.

그렇게 도현의 검이 먼저 떨어졌으나, 자세가 불안정했던지라 충격파에 휩쓸려 쓰러졌고.

그 후는 모두가 본대로였다.

그야말로 어부지리로 승리를 따낸 셈.

“이긴 건 이긴 거지, 말이 많아. 전장에서 모가지 따인 놈이 ‘아, 이건 원래 내가 이긴 거였어’라고 할 수 있겠냐.”

억울할 법한데도 녀석은 순순히 수긍하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영 찝찝한 건 별수 없었다.

녀석과 갓오세에서의 첫 대련인데 기왕이면 확실하게 이기고 싶었건만.

-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동료분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주군.

-리자리자.

-음음. 그렇긴 하지.

“……뭐, 그건 맞지.”

지하드와 엘리자, 찰리까지 끼어들어 하는 말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우연히 옆에 시선이 닿은 도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보다 쟨 또 뭐 하냐? 갑자기 왜 폭포에서 명상하고 있어?”

“아, 쟤?”

그곳에 있는 건 다름 아닌, 검성이었다.

모두 왁자지껄 떠드는 와중에 홀로 폭포수 밑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갑자기 영감을 얻었다고 저기로 가던데? 한 2시간은 저러고 있을 듯?”

“……하여튼 쟤도 정상은 아니야.”

“그렇긴 해.”

-……우와, 비정상이 비정상보고 뭐라 한다.

“뭐, 인마?”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오늘도 매를 버는 지하드가 냅다 모르쇠 하며 도망친다.

뭐라 하기도 전에 도망부터 치는 거 보면 위기감지 능력은 높아지면 높아졌지, 줄어들진 않은 것 같은데.

어째 갈수록 매 버는 짓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녀석이었다.

[아스트 : 인마, 언제 끝나?]

[아스트 : ?]

[아스트 : 니네 지금 설마 끝났는데 말 안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아스트 : 답장 없는 거 보니 맞네, 맞아.]

[아스트 : 아오, 노인 공경도 없는 것들. 딱 기다려라, 곧 간다.]

재촉하는 아재에게 적당히 답해 준 도현이 피식 웃었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다소 아쉬운 대련이긴 하지만…… 소득은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긴 했구나.’

대련하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이제 더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 편법을 부리거나 노림수를 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런 거 없이도 동등한 전투력이었으니까.

이젠 정말로 정상급 플레이어의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드디어…….’

물론 녀석이 지금 여러 디버프를 받은 상태이기에 그런 거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코앞까지 따라잡은 건 사실.

디버프까지 가했으니 몇 번이나 정타를 먹였어야 맞지만, 그럼에도 이토록 팽팽한 싸움이 된 건…….

순전히 녀석의 ‘피지컬’ 때문이었다.

‘원래부터 눈에 뵈는 게 없는 녀석이라서 그런가, 시야를 좁게 만드니까 더 날카로워졌었지.’

과장이 아니라 근처에서 숨죽이고 서 있기만 해도 정확히 급소를 노리고 공격해 온다.

저게 정녕 사람의 감각이 맞나 싶다. 짐승이지.

하나 그리 불평하는 도현의 입가에는 연신 미소가 걸려 있었다.

스으-

아직도 여운이 남은 듯, 검집을 잡고 있는 손이 옅게 떨렸다.

‘정말 오래도 걸렸네.’

늘 함께 대련을 하던 그 시절의 동료들과 자신.

이 개 같은 똥겜 접어야지, 접어야지 하면서도 접지 못했던 그 시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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