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28

2부 195화.

그런 두 사람의 묘한 기류를 느낀 걸까.

홍해처럼 가득했던 인파가 천천히 양옆으로 갈라졌다.

시야가 점점 더 편해지더니 어느 순간, 멸살과 그 일행들 외의 유저는 보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그러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해 다가왔다.

거리가 제법 있었기에 발소리는 연이어 울렸는데, 그게 오히려 더 긴장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꿀꺽.

주변에서 침 삼키는 소리가 연신 들려올 정도.

그리고 그 덕분이라 해야 할까.

거리가 가까워지며 도현은 멸살 외에 그 일행들까지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일행이 꽤 많다 생각했는데 정작 다가오는 인물은 두 사람이었다.

이젠 익숙하게 느껴지는 재수 없게 잘생긴 얼굴의 멸살.

‘저 여자가 집행 길드의 부길마인가.’

그러자 그 옆에서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를 내며 걸음을 맞추는 늘씬한 여인.

높게 올린 포니테일과 안경이 잘 어울리는 똑똑한 이미지.

판타지 세계에 정장이 있으면 이러하지 않을까 싶게 느껴지는 복장이 누가 봐도 비서처럼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외모만큼이나 무뚝뚝하고 냉철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닌가? 뭔가 묘하게 어깨 쪽을 보는 듯한…….

-리자리…….

그 순간 긴장해서 중얼거리듯 말하는 엘리자의 목소리에 도현이 순간 멈칫했다.

설마 지금 엘리자를 보고 있는 건가?

혹시나 싶어 엘리자를 손에 담아 반대쪽 어깨로 옮기자, 시선이 따라온다.

……확실하다.

저 여자, 엘리자를 보고 있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눈으로.

그간 귀여워 죽겠다는 듯 따스한 눈빛만 봐 왔던 엘리자에겐 그 눈길이 충격이었던 걸까.

-리자리자…… 리자…….

물먹은 솜처럼 잔뜩 풀이 죽어버렸다.

-아냐, 엘리자. 너 보는 거 아니야. 너를 저렇게 띠꺼운 눈으로 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리자…… 리자?

-그럼, 정말이지.

옆에서 작게 소곤거리며 그런 엘리자를 위로하는 지하드.

늘 느끼는데 자신한텐 매번 딴지만 거는 웬수 같은 녀석이 엘리자한테는 참 따스하기 그지없다.

순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자 중후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저는 언제나 주군이 최고입니다, 주군.

“……사양할게.”

-…….

왠지 상처받은 얼굴이 된 찰리를 뒤로하고 걷자니 곧 발소리가 멈추었다.

어느덧 저들과 지척 거리까지 가까워진 것이다.

코앞에서까지 엘리자만 빤히 보고 있는 비서 같은 여자를 무시하고, 멸살과 눈을 마주하기도 잠시.

“왔군.”

“그래, 왔다.”

녀석답게 짧디짧은 인사에, 마찬가지로 짧게 답하니 그가 피식 웃는다.

잘생긴 얼굴로 웃으니 재수 없다.

“웃지 마, 정 들어.”

“들 정이 있나?”

“그럼. 함께 싸운 전우인데.”

“서로에게 검을 겨눌 사이이기도 하지.”

“그건 맞지.”

그 뒤로 대화가 잠시 끊겼다.

주변에서 들으면 이게 무슨 대화인가 싶겠지만, 사실 이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자신이 놈과 친한 사이도 아니고, 서로 반길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굳이 말을 나눌 필요는 없었다.

‘눈빛 봐라.’

고요하지만 깊게 타오르는 녀석의 눈이 말하고 있었으니까.

당장 검을 뽑고 싶다고.

아니나 다를까, 놈이 곧 입술을 뗐다.

“꽤 오랜 시간이었다.”

“뭐가.”

“네가 복귀했다는 소리를 듣고 기다린 시간이.”

“기다린 보람이 있겠어? 1년 만에 네 목 딸 만큼 성장해줘서.”

피식, 웃은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 응원하도록 하지.”

“고상한 척 떠드는 거 봐라. 눈은 한 판 뜨고 싶어 죽겠다고 말하고 있구만. 이미지 신경 쓰는 건가?”

“……그런가.”

정곡을 찌르자 녀석이 잠시 입을 다물더니, 이내 천천히 말을 덧붙인다.

“티가 났나.”

그리고 그 순간.

-으윽!

-리, 리자!

-으음, 과연…… 엄청난 기운이군.

놈의 기세가 바뀌며 주변 공기가 서늘해졌다.

“저, 저게 멸살…….”

“으으, 숨쉬기 힘들어.”

“소름 끼쳐. 이게 나랑 같은 유저라고?”

“괴물이잖아. 저건……!”

그에 숨죽이고 구경하던 유저들에게서 버거워하는 침음이 튀어나왔다.

확실히 초월한 랭커들이 작정하고 기운을 표출하면 이런 살기와 같은 감각이 전해지곤 했는데, 이건 그중에서도 처음 느껴보는 종류였다.

‘꾸꾸가 기운을 폭발적으로 사방에 퍼트리는 느낌이라면…….’

이건 한없이 차갑고 무겁다.

주변 공기의 바람 하나하나가 검을 겨누듯 경고를 보내오고, 목이 서늘해지며 체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느낌.

점점 소리가 멀어지는 게 심해 너머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앞에 둔 것만 같다.

이질적이면서도 소름이 끼치는 기세.

‘이건 뭐, 드래곤 피어도 아니고 정신력이 약하면 온갖 디버프 다 걸리겠네. 기세 발현 스킬 같은 게 있나.’

뭐가 됐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녀석이 애써 주변을 의식하며 쓰던 가면을 집어 던지고 진심을 표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선빵은 네가 쳤다?”

“?”

놈의 눈동자에 깃든 미약한 의문을 무시하며 도현이 기세를 발현했다.

[천왕진기(天王震氣)를 시전합니다.]

[기사왕, ‘루슬레인 발레몽’의 기 운용법을 활용한 천왕진기의 기세를 발현합니다.]

—!

“……!”

무려 고대 오왕 중 하나이자, 모든 기사들의 정점이라 불리었던 남자에게 전수받은 기세를.

이 정도이리라곤 예상 못 했는지 녀석의 눈에서 놀람이 느껴진다.

하나 그것도 잠시.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반짝이는 놈의 눈에선 반가움과 충족감마저 전해진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며 기세를 더욱 강하게 펼치는 놈에게 맞춰 도현도 기세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현했다.

“크헉!”

“모, 몸이 안 움직여.”

“으억!”

“고, 공기가 무거워.”

주변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두 사람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을 뿐.

덕분에 주변 유저들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이게 대체…….’

‘멸살은 그렇다 쳐도 카이저가 저 정도였다고?’

‘칠강쯤 되는 NPC들이 감정이 격해지면 숨쉬기도 힘들다고 듣긴 했는데…… 그게 진짜였어?’

‘저게 대륙 퀘스트 1, 2위……. 수준이 다르잖아!’

‘……혼란에 걸렸다고? 지금 구경하다가 상태 이상 걸린 거야? 이런 미친, 뭔 레이드 보스도 아니고.’

‘으으, 이 기 싸움은 언제 끝나는 거야? 구경하다가 죽겠네 진짜.’

겨우 수 초.

어림잡아도 5초가 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겐 영겁처럼 느껴져 진지하게 탈주를 고심하게 만들 즈음.

한 여성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마스터. 사람이 많습니다.”

“…….”

무거운 공기에도 세련됨이 전혀 퇴색되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

그에 멸살이 기세를 풀었고, 도현도 기세 발현을 멈추었다.

“후아.”

“후우.”

“와…….”

동시에 사방에서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마치 오랜 시간 잠수하다 수면 위로 올라온 듯 가쁜 숨소리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시선을 서로에게 유지하는 멸살과 도현.

이번에는 눈싸움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 전, 멸살의 입꼬리가 작지만 분명한 호선을 그렸다.

“나머진 다음에 하도록 하지.”

“그럼 기대하겠다, 카이저.”

그러곤 홱 뒤돌아 떠나는 멸살과 비서.

그것만으로 팽팽하게 당겨지던 실이 끊어진 듯, 위태롭던 주변 분위기가 환기되었다.

다만 한 사람.

도현은 여전히 멀어져가는 둘의 뒷모습을 빤히 보고 있었다.

전보다 더욱 선명해진 눈빛으로.

그리고 그 눈빛이 향한 다음 행선지는 길드전 참가 신청 모집소.

[전투 길드 ‘카신교’가 확인되었습니다.]

[제1회 공식 전투 길드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어.”

[전투 길드 ‘카신교’가 길드전에 참가합니다.]

[도합 3,414개의 길드가 제1회 길드전에 참가했습니다.]

[길드전 신청 모집 종료 시점으로부터 72시간 후 예선전이 시작됩니다.]

[참가 길드 명단]

-집행

-바벨론

-아크

-미카즈키

-혈살

……

-피닉스

모든 10대 길드의 이름이 나란히 등재된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압감을 주는 명단.

그 위에 새로이 이름을 올린 카신교를 보며 도현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소위 말하는 썩소였으나,

‘그래. 이 정도면 오래 끌었지.’

그 눈은 맹수처럼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젠 결판 내보자고. 누가 더 센지.’

* * *

한편 도현이 길드전 참가를 무사히 마치고 모집소를 벗어났을 때.

멸살은 마을의 구석진 곳을 걷고 있었다.

인파를 피해서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라크시아에 돌아온 ‘두 번째 이유’라 할 수 있는 목적지를 향해 걷다 보니 인파가 없어졌을 뿐.

저벅.

사라진 건 단연 유저만이 아니었다.

이곳을 아는 이는 극소수이니만큼 NPC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일행 또한 충실한 비서이자 집행 길드의 부마스터인 그녀밖에 없었으니까.

주변의 자잘한 소음조차 없는 침묵 속, 발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을 때.

“……어땠나. 그를 직접 본 소감은.”

멸살이 입을 열었다.

다소 많은 게 생략된 물음.

하나 찰떡같이 알아들은 비서는 곧장 답을 건넸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런가.”

“예.”

그리 말하는 비서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표정엔 진심이 담겨있었다.

근래 보아온 어떤 유저보다도 짙고 강렬한 기세.

필히 스킬일 터였다. 그것도 최소 전설급 이상의.

하나 그 기세보다도 더 인상 깊었던 건 카이저라는 인물 그 자체였다.

사람 자체가 빛난다는 게 그런 뜻일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 작은 생명체도 인상 깊었고.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마스터께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왜 마스터가 그리 기다려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실력의 차이가 이토록 분명한데……. 오히려 실망할까 걱정입니다.”

그에 멸살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카이저는 아직 성장 중이다.

물론 자신도 성장 중이지만 아무래도 절대적인 시간 차이라는 게 있었다.

좀 전의 기 싸움을 통해 전해진 감각으론 지금 당장은 자신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런 걸 귀신같이 잘 파악하는 그녀이니만큼 자신보다 더 크게 느꼈겠지.

‘마스터가 지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도 이토록 기대하시니 조금 기대했는데…… 역시 수준이 달라.’

그 누구와 비교해도 위에 서 있는 게 멸살이란 남자다.

그 깐깐한 피밸토 갤러리 유저들 사이에서도 정점으로 거론되는 게 그였다.

그런 그의 재능은 비서가 본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아니, 재능이라 말하기도 애매했다.

자신이 볼 때 이미 멸살은 완성형 그 자체였으니까.

놀라운 건 그리 느끼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끊임없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괴물.

“글쎄.”

하나 멸살은 긍정하지 않았다.

“넌 카이저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군.”

“……예?”

“그 남자는 불리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지독한 불운을 지녔던 뎀로크 때에도 불리한 조건 속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으며, 후발주자인 지금도 모든 무대의 주연으로 빛이 나고 있으니.

상대보다 약하고 불리한 건 그에게 있어 지극히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며, 능히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

“전혀 식지 않고 향상심으로 빛나는 눈이더군. 아직 남은 수가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대륙 퀘스트 보상도 받은 지금, 더는 남은 수가 있을 리가…… 아.”

아니, 딱 하나 있었다.

“……졸업 보상?”

“그래.”

이번 졸업 퀘스트 1위를 차지하게 된 그.

아마 멸살이 받았던 것 그 이상의 보상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시각.

그들과 마찬가지로 한적한 곳.

[철쇄천겁(鐵鎖千劫)과 계약을 맺으시겠습니까?]

[주의! 철쇄천겁(鐵鎖千劫)의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시 겁화의 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말 도전하시겠습니까?]

그곳에서 도현은 씨익 웃으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층 더 거듭날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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