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35

2부 202화.

파천귀 카엘리보루스.

태초의 도깨비이자 최초로 신에게 대적했던 도깨비.

그로 인한 여파인지, 다른 이유인지 그 후 모든 도깨비가 멸종하게 되어 이젠 유일한 도깨비로 남은 존재.

그마저도 봉인된 채로 존재할 뿐이지만…….

‘이건 달리 말하면 신마저 죽이는 대신 봉인을 택할 만큼 강하다는 뜻이지.’

만약 레이드 보스로 나왔다면 라그 베헤모스 이상의 규모로 나오지 않았을까?

쿠우- 쿠울-

지금은 그저 정신없이 잠만 자고 있는 신생아일 뿐이었다.

-리자리자! 리자!

-응? 쟤랑 인사하고 싶다고? 그러게. 엄청 안 깨긴 하네. 어떻게 저 난리인데도 잠을 잘 수 있는 거야?

-리자리자…….

-원래 신생아는 잠이 많은 법이네. 긴 세월 봉인 당했던 것도 있으니 더욱 그러하지 않겠나.

-근데 찰리 괜찮아? 쟤도 어떻게 보면 심연이긴 하잖아.

-도깨비이기도 하지. 주군의 가디언이기도 하고. 이 미천한 검이 혐오하던 종자들과는 엄연히 다른 별개의 종족이라 보고 있네. 자네도 심연과 기운이 다르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신기해. 분명 반은 심연인데, 이상하게 기운의 냄새가 전혀 심연 같지가 않아.

-리자리자!

-그거면 충분하네.

그것도 엘리자가 비슷한 크기에 동질감을 느끼며 반가움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작은 신생아.

애교를 부리는 자신이나 지하드와는 다른.

정말 자신과 친구가 될 대상을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솜뭉치만 한 크기의 잠만 자는 도깨비라.’

누가 이걸 파천귀라 볼까.

‘그냥 인형으로 보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도 제법 귀엽게 생긴.

작게 솟은 뿔이나 자면서도 손에 꼭 쥐고 있는 작은 방망이는 분명 도깨비의 그것이다.

하나 신생아 특유의 큰 머리로 인한 2.5등신 몸.

꼼지락거리는 짤뚱한 팔다리.

뽀얀 피부와 꼬불거리는 베이비펌의 초록 머리는 그저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아기나 요정에 가까웠다.

이게 그 철쇄천겁의 시험 때 본 그 거대하고 위엄 넘치던 도깨비?

‘인지 부조화 오네.’

카엘리보루스가 이렇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 하루 전.

-파천의 과업을 종결한 자여. 그 다음에 도전하겠는가?

불쾌함을 자극하려는 듯 쩍쩍 갈라지던 전과 달리, 한없이 진중해진 카엘리보루스의 목소리가 울리고.

[돌발 퀘스트 ‘파천귀(破天鬼), 카엘리보루스’가 발생합니다.]

[파천귀(破天鬼), 카엘리보루스가 개인적인 바람을 들어주기를 원합니다.)

[철쇄천겁(鐵鎖千劫)’과는 하등 관련이 없으며 오직 파천귀(破天鬼), 카엘리보루스의 한입니다.]

[퀘스트를 수락할 시 그가 가지고 있는 한(恨)이 형상화됩니다. 시험을 통과할 시 특수 보상이 지급됩니다.)

[정체불명의 알이 격하게 반응합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할 시 정체불명의 알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경쾌한 알림이 울림과 동시에,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던 정체불명의 알이 격하게 반응한 순간.

“무조건 고. 못 먹어도 고.”

도현은 곧장 시험을 수락했다.

베헤모스 이후로 일말의 반응조차 없던 정체불명의 알이다.

그런 알이 단순히 반응하는 것도 아니고, 격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까지 울렸는데 여기서 포기한다?

본대륙에서부터 지금까지 배일에 둘러싸여 있던 알에 든 게 무엇인지, 비로소 알 기회가 왔는데?

‘말도 안 되지.’

그건 게이머의 자세가 아니었다.

문제가 있다면 주어진 시간이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데, 악과 깡으로 해결할 심산이었다.

그렇게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시작된 시험의 내용은…….

[파천귀 카엘리보루스가 당신의 한계를 보고 싶어 합니다.]

[파천귀의 혼을 온전히 받아들여 보십시오.]

[파천귀의 혼에는 그가 겪었던 크고 작은 일화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직접 겪어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십시오.]

[최소 클리어 시간 : 100일]

[아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기성 돌발 퀘스트입니다.]

“……X됐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100일이라니?

당장 내일 길드전이 열리는 판에 100일이 웬 말인가.

너무 큰 벽을 마주하면 의욕이 사라지는 것처럼, 너무 말도 안 되는 소요 시간을 보니 흥이 팍 식었다.

‘에휴, 내 팔자가 그럼 그렇지.’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길드전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랭킹에 들면 얻는 보상도 크지만, 이번 길드전에서 거둔 성적에 따라 길드의 미래가 바뀐다고 봐도 무방하다.

형식적인 마스터이긴 하나, 나름 길드 마스터인데 제 손으로 망칠 수는 없었다.

이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도망쳤단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

멸살이 무서워 꼬리를 만 것처럼 취급받고 싶진 않았다.

‘에휴, 아깝긴 해도 뭐 어쩔 수 없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꼭 오늘이 아니어도 언젠간 알이 부화할 날이 오지 않겠는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퀘스트를 거절하려던 때였다.

띠링!

“음?”

손을 뻗는 찰나 갑작스레 알림이 울렸다.

[정체불명의 알이 파천귀의 혼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며 군침을 흘립니다.]

[정체불명의 알이 파천귀의 혼에 가까이 가길 원합니다.]

“……음?”

예상치 못한 알림에 멍한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홀린 듯 인벤토리를 열어 정체불명의 알을 꺼내 카엘리보루스에게 다가간 것이다.

-? 그건 무엇이……!?

그에 카엘리보루스가 의아함을 표하는 것도 잠시.

[정체불명의 알이 포식을 시작합니다.]

카엘리보루스의 몸 안에 잠재되어있던 푸른 구슬이 가슴 중앙을 투영하며 빠져나오더니, 마치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알에 흡수되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크윽! 커억!?

고통스러운지 침음하는 것도 잠시.

이윽고 푸른 구슬이 정체불명의 알에게 모두 흡수된 순간.

푸슈우!

카엘리보루스의 거대한 육체가 바람 빠진 풍선마냥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마치 시공간에 휩쓸린 무언가처럼 보이기도 하고, 가게 앞 꺽다리 풍선에 구멍이 뚫려 난리를 치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 풍선의 크기가 수십 미터가 넘는다면 이해가 될까.

어딘가 기괴한 연출에 도현이 순간 벙쪄서 바라보길 잠시, 이윽고 카엘리보루스가 알에게 모두 빨려 들어가더니.

파앗!

[정체불명의 알이 포만감을 모두 채웠습니다.]

[현재 포만감 : (100 / 100)]

[조건을 달성하여 정체불명의 알이 부화합니다.]

[파천귀 카엘리보루스가 기존의 육신을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합니다.]

[파천귀를 옭아매던 봉인이 사라집니다.]

쩌적, 알이 깨지며 우주를 담은 듯 어두우면서도 눈부신 신비로운 빛이 뿜어졌고.

뿅!

타조알을 깨고 첫 세상을 맞이한 아기 새처럼.

고개를 치켜든 카엘리보루스가 동그란 눈을 끔뻑이다, 돌연 경악하며 소리쳤다.

-……이, 이게 무엇이냐!? 내가 왜 이딴 허접한 몸뚱이에…… 아니, 내 혼이 왜 이런 색을? 이게 대체 무슨…….

처음 지하드가 가디언이 되었을 때가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일까.

작은 발로 알껍데기를 차며 밖으로 나와 난리를 치는 카엘리보루스를 도현은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배려 같은 게 아니었다.

‘이게 뭔…….’

그저 당혹스러운 건 도현도 매한가지였을 뿐.

그렇게 3분쯤 지났을까.

-카아아아! 이럴 수는 없다! 이 몸이. 이 위대한 도깨비라 불린 파천귀가 왜 이런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냔 말이…… 하암.

아기 특유의 얇은 하이톤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카엘리보루스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초점이 흐린 눈동자가 끔뻑거린다.

-흐, 흠냐…… 갑자기 왜 이리 잠이…… 음냐. 쿠울-

그게 끝이었다.

한바탕 난리를 피던 놈이,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듯 허공에 몸을 눕힌 채 잠에 들어버린 것이다.

“……이게 뭔 일이여.”

졸지에 파천귀를 얻은 도현은 그저 황망하게 중얼거릴 따름이었다.

* * *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도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하나 시간이 약이라고.

다음날이 되니 저 쪼그마해진 카엘리보루스도 나름 적응이 되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하루종일 잠만 자느라 능력을 테스트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

약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명색이 신이랑 한 판 하던 놈인데 약하면 그게 버그지.’

아무리 크기가 엘리자만큼 작아지고, 레벨이 1이 되며 능력치와 스킬들이 봉인 당했다곤 하나 기본값이라는 게 있지 않나.

쿠울- 쿨-

-우와 진짜 잘 자긴 한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안 깰 수가 있나?

-이 정도면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네.

-그건 아닌 거 같아. 기운이 너무 멀쩡해.

-음. 숨소리가 규칙적이긴 하군.

-리자리자.

문제는 도통 깰 생각을 안 한다는 것.

처음부터 보여주긴 싫어서 멸살을 만날 땐 소매 안에 숨겨놔서 그렇다 쳐도, 지금은 툭툭 손가락으로 찔러보아도 미동도 없다.

‘볼 말랑한 것 봐라. 이 정도면 작아진 게 아니라 그냥 어려진 거 아냐?’

쿡, 쿡.

몇 번 찔러보던 도현이 이내 손을 거두곤 신경을 껐다.

이 정도면 외부에서 깨울 수가 없는 거 같은데, 때 되면 알아서 일어나지 않겠는가.

-리자리…….

유난히 아쉬워하는 엘리자를 쓰다듬고 있자니,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음?’

원래도 컸던 함성이 두 배는 더 커져 있기에, 뭔가 하고 화면을 본 도현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도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길드전이 시작됩니다.]

[전투 길드의 길드전은 대장전과 대항전으로 나뉘며 둘 중 하나가 랜덤으로 정해집니다.]

[대장전은 랜덤으로 정해진 두 길드에서 세 명을 뽑아, 상대 팀의 모든 인원이 패배할 때까지 겨루는 경기입니다.]

[중복 출전이 가능하나 생명력이나 마나, 상태 이상, 체력 등의 회복이 불가합니다.]

[또한, 기권하거나 시간 내에 불참 시 패배 처리됩니다.]

[대항전은 랜덤으로 정해진 다섯 팀이 하나의 거점을 두고 싸우며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경기입니다.]

[참가 플레이어는 길드별로 최대 여섯입니다.]

[경기 항목을 정하는 중입니다.]

[10초 후 항목이 정해집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레이디 앤 젠틀맨. 곧 대망의 첫 길드전의 경기가 정해집니다!! 다들 함께 카운트를 세어볼까요!

길드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으니까.

-5!

-4!!

마치 제야의 종을 앞에 둔 듯.

저 멀리서 수많은 목소리가 한마음으로 카운트다운을 세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 그 소리에 맞춰 마치 북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가슴을 때린다.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슬슬 심장 소리와 헷갈릴 때쯤.

-2!!!

-1!!!!

일순 북소리가 멎으며, 그 자리를 경쾌한 알림이 메꾸었고.

“시작됐다.”

“어.”

드디어 길드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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