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74

874화 혈연! (1)

마법사는 전신의 마력회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모든 마법적 준비를 갖춘다. 그 흐름에 인위적인 뒤틀림은 불필요했다.
마력이 마력회로를 타고 흐르는 것은, 피가 핏줄을 타고 흐르는 것과 같으므로.

개인마다 다른 신체에는 각자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곧 최적의 방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력의 흐름을 억지로 조작해 특수한 마법적 작용을 일으키고자 하는 시도는 여러 번 있어 왔다.

물론 마도의 독창성을 빌려도 사람마다 타고난 순환을 바꾸긴 어려웠고, 위험성도 상당했기에 해당 연구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다만 극히 드물게 성과를 낸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성공작을 보유한 국가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아르나크 제국.

워 메이지는 기와 마력을 동시 운용해 접근전에 약한 마법사의 단점을 상쇄함으로써 전투 마법사의 개념을 마법계에 확립했다.

굳이 명명하자면 충돌 간섭 운용법.

이는 마력회로의 기능을 비트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전반에 녹아든 기를 통해 마력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제어법이었다.

서로 다른 두 힘이 맞닿으며 생기는 불안정성을 극복한 극소수의 워 메이지는 기예와 마법을 다루는 단계에 도달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現) 워 로드는 절기까지도 구사할 수 있으며, 마도를 통해 기와 마력을 결합하는 독보적인 경지를 이룩했다.

다른 하나는, 아케나드 마도국.

초대 마도왕이 창안한 기술은 순수한 마력의 흐름을 통제하여, 마력의 힘 자체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세상의 어떤 마법사도 마도사도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오직 특별한 핏줄에게만 허용된 고유의 마력 운용법.

<아케인>

그것을 터득하는 것은 마도왕 혈통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조부님의 추측이 사실이었어.’

반젤리스와 베르덴 사이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한 직후 메드레일의 심장, 마력회로, 마력이 크게 동요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당장 이해했다.

체내에 순간적으로 마력을 주입하고 폭발시키는 <아케인: 임팩트>의 충돌 파동이 그녀의 마력회로에 새겨진 <아케인>을 자극했다.

‘그런데…….’

혈통이 같다는 건, 뿌리가 같다는 것.

그러니 원천의 마도로 운용된 <아케인>의 흐름을 따라서 마력의 길이 유도되는 건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현된 <아케인>의 기술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니까.
혈통의 자격이 있을지언정 초대 마도왕의 마력 운용법을 익히지 않은 이상은 <아케인>을 응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메드레일은 할 말을 잃은 얼굴로 대련을 다시 바라보았다.

소리는 차단되어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두 초월자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훤히 보였다.

조부님은 아주 경악했고.
베르덴 님은 몹시 당황했다.

누가 봐도 서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반응이었다. 이 기현상은 그녀에게 하나의 의문으로 귀결되었다.

아케나드 마도국 왕실이 보유한 선대 마도왕들의 가르침과 경험 없이도 <아케인>을 습득하는 게 진정 가능한가?

* * *

붕 뜬 공기가 빠르게 잦아든다.

흘러내리는 푸른 모래.

반젤리스는 갑작스러운 마력의 울림을 분석하며 입을 열었다. 당혹감과 평정심이 엇갈리는 눈빛이 정면을 응시했다.

“베르덴.”
“…….”
“어디서 <아케인>을 배웠지?”

어떤 확신이 담겨 있는 듯한 단호한 말투였으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지 망설임이 아른거리는 그런 물음이었다.

베르덴에게 여러 선택지가 열렸다.

하지만 느긋하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대답을 미루면 미룰수록 반젤리스의 의심은 점차 믿음으로 변할 테니까.

선택해야 한다.
바로, 지금.

“이 흐름은…… 내 마력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베르덴은 손을 쥐었다 펴며 역으로 반젤리스를 추궁했다. 진실은 밝힐 수 없다. 초대 마도왕이 남긴 분신인 관리자와 얽힌 사연을 푸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관리자를 논하자면 골렘 연구 시설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알파와 베타의 기원도 빼놓을 수 없다.

‘자칫하면 최초의 마탑과 운명까지도 나아갈지도 모른다.’

상대는 8위계 초월자다.

한번 빌미를 주는 순간 댐이 무너진 듯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터.
훗날이라면 모를까 그로부터 발생하게 될 여러 변수를, 베르덴은 지금 당장 감당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물론.

본의 아니게 비밀이 일부 발각된 이상 내어줄 건 내어줘야 한다.
미끼를 던져야 한다.
당초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마도국 왕실의 강한 의문과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개연성이라는 먹이를 말이다.

그때, 반젤리스가 말했다.

“기존과 다른 마력의 흐름을 형성하는 것은, 마치 강줄기를 틀어 버리는 것과 같다. 새로운 물길을 파낸 뒤에야 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이치지. 그리고 길을 파고 뚫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저항이 따르며, 물이 충분히 흐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

그런데.

“네 마력에서는 어떠한 저항도 보이지 않더군. 이미 마력회로에 길이 새겨진 것처럼 내가 유도한 흐름에 급작스럽게 공명했다. 이게 가능한 경우의 수는 단 하나뿐이지.”

반젤리스의 마력이 위협적으로 아주 무겁게 가라앉았다.

“앞서 <아케인>을 체득했다. 심지어 숙련도까지 예사롭지 않은 수준으로. 그러니 다시 한번 묻겠다, 베르덴.”
“…….”
“누가 너에게 <아케인>을 가르쳤나?”

존재감으로 이루어진 압박감이 베르덴의 어깨를 짓눌렀다.

하나 ‘당신’의 표층의지를 맞닥뜨렸고, 관리자의 기억에서 초대 마도왕 본인을 인식했으며, 세계수와 대화를 나눈 데다가 잿빛의 용을 마주하기까지 한 베르덴에겐 어떤 족쇄도 되지 않았다.

후웅!

베르덴이 스태프를 가볍게 회전시키고는 심신을 가다듬었다. 스태프의 머리가 바닥에 거의 닿을 때쯤 풍압이 일었다.

“어째서 초대 마도왕의 마력 운용법이 내게서 발현되었지는 모른다.”
“발뺌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
“다만 짐작 가는 게 없지는 않지.”

반젤리스가 멈칫했다.

“그게 무슨 뜻인가.”
“나를 초대 마도왕의 혈통이라고 오해한 계기가 하나 더 있을 텐데.”

베르덴이 빈손으로 자신의 가슴 정중앙을 짚어 [아인베르]를 가리켰다. 그것은 마도국과의 아주 깊은 연결점 중 하나였다.
베르덴의 로브와 반젤리스의 로브는 초월종의 생체 조직으로 구성되었으므로.

말인즉슨.

베르덴이 초대 마도왕과 관련이 있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꿀꺽.

반젤리스는 끝내 바라던 신비를 찾은 마법사처럼 목울대를 꿀렁거렸다. 청금색 위로 녹색 빛이 감도는 눈동자에 짙은 광기가 서렸다.

“나는 들을 준비가 됐다, 베르덴.”
“의외로 인내심이 없군. 우연한 검증 한 번으로 충분한 건가?”

베르덴이 스태프를 들어 올려 정확히 반젤리스를 겨냥했다.
검붉은 번개가 주변을 물들였다.

“아직 대련 중이다, 반젤리스.”

<전이>

콰과과과광!

뒤에서 쇄도한 현뢰가 두터운 다중 마력 장막을 강타했다. 일격에 8겹 중 5겹이 파훼됐다. 눈동자만 기울여 베르덴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반젤리스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 확인이란, 본디 여러 번 거듭하는 것이지.”

<환류(還流)>

마침내 반젤리스의 마도에서 비롯된 고유 마법이 발동됐다. 직후 한 방향으로 흐르던 주변 일대의 마력 흐름이 순식간에 반전했다.

어마어마한 압력이 베르덴이 반사적으로 두른 공간 역장을 파손했다. 또한 흐름에 깃든 <아케인>이 다시금 베르덴의 마력을 끌어당겼다.

<아케인──회(回)>

검붉은 폭풍이 휘몰아치며 역행하는 마력을 집어삼켰다. 이번에 반젤리스는 당황하지 않고 그 광경을 유심히 관찰했다.

“검붉은색으로 변질된 마력이 <아케인>의 길을 구현한다……. 이런 식으로 마도의 고유한 파괴력과 성질이 극대화될 줄이야. 새로운 <아케인>의 활용을 보는 듯하군. 정말로, 역시 세상은 경이로운 것들로 가득하구나.”

마력 전개.

“내 원천의 마도가 아닌 다른 마도로도 그 경지에 닿은 자가 있다니.”

초월의 벽을 넘어선 그의 마력이 베르덴을 향해 굽이쳤다.

……!

반젤리스가 공간 이동 없이도 베르덴과의 거리를 찰나에 두 발자국까지 좁혔다. 아드리안처럼 속도가 빠른 것이 아니었다.

그저 돌연 출현했다.

베르덴이 사고를 극대화했다.

‘원천의 마도. 근원으로 향하는 흐름. 반젤리스의 마도는 초대 마도왕에 비해 불완전하되, 그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개념인가.’

겉으로는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초대 마도왕의 것을 제외하면, 베르덴이 본 마도 중에서 가장 난해하고 강력한 마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마도의 개방만으로 대자연의 마력을 흡수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말이다.

반젤리스가 팔을 뻗는다.

정면.

베르덴은 물러나는 대신 스태프를 거두며 마주 팔을 뻗었다.
다시금 두 초월자의 마력 흐름이 공명했다.

<아케인: 천류(遷流)>

<아케인──궤(潰)>

서로의 손바닥이 약 한 뼘 거리를 사이에 둔 채 더 나아가지 못한다. 원천의 마력과 파멸의 마력이 연신 충돌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센트럼의 연무장 전체가 흔들린다.

무려 5세기가 넘도록 굳건했던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희열과 기대, 호승심.

베르덴은 8위계 마법계 초월자를 상대하는 것이 처음이며, 반젤리스는 다른 초월자와 합을 나누는 것이 십수 년 만이다.

“…….”

안전한 가장자리에서 숨죽인 채 대련을 지켜보는 양측 인물들에게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강한 떨림이 전해졌다.
아드리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적절한 때를 기다렸다.

파지지지지직!!

베르덴이 마력을 더 강하게 실어 보냈다. 파멸의 개념이 상대방의 마력을 지워 버리며 고유한 흐름을 깨기 직전까지 몰아세웠다.
그 순간──심장 부근에서 알 수 없는 충격파가 터졌다.

울컥……!

베르덴의 목 안쪽에서 뜨거운 게 솟구쳤다. 굳게 다문 입술 틈새로 피가 흘렀다. 그의 벽안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대립하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끝에 그 원류를 파괴하는 기술이지. 각성에 적응한 초월자를 불시에 제압할 목적으로 고안했으나…… 쉽지 않군.”

쩌적.

반젤리스의 손바닥 피부가 일부분 떨어져 나가며 분홍빛 살점이 드러났다.

“이렇게나 위험한 마도는 처음이다.”

7위계 상위 초월자와의 정면 대결에서 8위계인 반젤리스의 신체가 손상되었다. 비록 미세한 흠집에 불과했으나, 그것만으로도 반젤리스는 깊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괴랄한 마력. 마도 개념을 통달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수준이라니.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전무후무한 초월자가 되겠어. 어쩌면 시조께 비견되는, 어쩌면 그 이상의…….’

초대 마도왕의 위상에 도달하는 것은 반젤리스의 오랜 숙원이었다. 한데 그 열망을 다른 사람이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
질투, 시기, 원망, 증오.
다른 마법사와 달리 반젤리스는 그런 감정 따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어찌 남을 탓한단 말인가?
본인이 부족한 것을.

진정 마법사라면 자격을 갖춘 자를 위해 반석이 되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어른이자 선도자로서 올바른 배려니까.

이는 반젤리스가 백 년을 넘게 살면서 깨우친 작은 삶의 이치 중 하나였다.

“격상의 존재를 상대하고 있는데도 전력을 내지 않는군. 초월적 존재를 다섯이나 죽인 힘을 보여 줄 생각은 없는가.”
“전력을 내지 않는 건 피차 마찬가지일 텐데.”
“먼저 패를 밝혀라?”

마력이 번쩍이는 와중 반젤리스가 손바닥을 내민 그 상태에서 스태프를 다잡았다. 베르덴도 그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것도 좋겠지.”

두 사람이 쥔 스태프 머리 부분에 막대한 마력이 집중되었다. 그렇게 손바닥을 거둠과 동시에 서로를 향해서 스태프를 내질렀다.

<아케인: 영류(靈流)>

<아케인──명(明)>

지근거리에서 쏘아진 마력의 광선.

저 빛과 빛이 이내 격돌하게 되면 무슨 후폭풍이 발생할지 가늠키 어려웠다. 연무장의 보호막이 과연 견뎌 줄 수 있을까.

예상보다 과열된 기류에 메드레일이 개입하려고 했으나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때였다.

신월新月

자색 초승달이 두 사람 사이를 정밀하게 가르며 날아들었다. 그들은 진즉 낌새를 느끼고 살짝 머리를 뒤로 뺀 상태였다.

……터엉.

깔끔하게 절단된 스태프의 머리 두 개가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 안에 모여든 마력이 곧 허공으로 흩어졌다.

아드리안이 광검을 납도했다.

“시간이 됐습니다, 주군.”

천장을 올려다보니, 베르덴과 반젤리스의 소모된 마력을 계측하던 두 개의 모래시계 속 푸른 모래가 하나도 남김없이 흘러내려 있었다.

[무승부]

알파가 판정을 내렸다.

둘 다 후반에서 마력 소모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금방 대련이 끝난 것이다. 기존 규칙을 무시하고 다시 진행하자니 이미 흐름은 끊겨 버렸다.
시선이 교차하고.
원천의 마도와 파멸의 마도가 닫히며 마력 또한 갈무리되었다.

스윽.

베르덴이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았다.

“후우.”

반젤리스가 깊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제 뭐라고 해야 할까. 정적 속에서 그는 한참 말을 골랐다.
이윽고 반젤리스가 아주 근엄한 얼굴로 베르덴을 응시했다.

“일단 아버지, 삼촌, 조부, 숙부, 백부, 형 등등.”
“…….”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거라.”

그렇다.

베르덴은 이제 시작이었다.

‘근데 형은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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