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8화 전환점 (4)
델하룬에서 기생의 대악마와 세계 연합장이 비공식 동맹을 맺었다.
그 대가로 이페아카른은 베르덴의 세 가지 질문에 이미 답했고, 자신의 영역에 한정해 마경 토벌군단을 조력하기로 약조했다.
모든 악마는 계약을 중시한다는 대명제에 걸맞게, 과연 이페아카른은 나름대로 성의를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세계 연합이 아직 그의 권역에 진입하지 않았는데 선뜻 토벌 진행에 거치적거리는 괴생물들을 상당 부분 정리해 둔 것.
언데드 군단을 사문 안에 몰아넣은 것.
이페아카른의 섬세하고도 배려 넘치는 전략이자 계략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사르칸드라가 이변을 눈치채고 난입한 것은, 세계 연합을 돕다가 생긴 불가항력적인 ‘실수’였다.
인간 사회의 법률에서는 이런 걸 미필적 고의라고 하던가.
[죽음이 조여들면 심연 또한 길이 되리…….]
마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진녹색의 촉수들이 연신 꿈틀거렸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대륙 전체로 뻗어나간 숙주들을 비추고 있었다.
사문──‘영혼의 통로’가 닫히면서 마경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져 버린 토벌대의 일부를 이미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두려움이 촉수 너머로 느껴졌다.
마경의 악명이 그들을 한껏 위축시켰으며, 혼자서 사지에 던져진 외로움이 불굴과도 같은 용기를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이 인간치고는 높은 경지에 올랐음에도 혼자가 된 것만으로도 한낱 피식자나 다름없어진 추한 모습을 보아라.
개인은 어떤 식으로든 다른 개인에게 의존함으로써 완성에 가까워진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위한 기생충이다.
구원을 바라는 자에게 악마와 신, 또한 빛과 어둠의 구별은 의미를 상실한다. 신의 조언은 멀지만, 악마의 손은 가깝다.
[이로써 ‘빛’에도 숙주를 심을 수 있게 되었도다.]
흡족한 웃음도 잠시, 음침하고도 거대한 동공이 휙 기울었다.
[반면에 포획은 실패했나.]
마경으로 숨어든 녹시아스의 수하는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대악마끼리는 권능이 직접적으로 통하지 않는 탓이었다.
말인즉슨 녹시아스가 무려 권능을 빌려준 최측근을 정탐꾼으로 보냈다는 뜻.
숙주들을 보내며 해당 영역을 봉쇄했으나, 그자를 포획하기 직전에 적룡이 힘으로 권능을 뚫고 들어가는 바람에 일이 틀어졌다.
[사르칸드라가 조금만 더 늦게 움직였으면 좋았을 것을.]
애초에 사르칸드라와 합의하고 저지른 짓이 아니라 확률에 의거한 경우의 수이기에 직접 조율할 수 없는 요소였다.
어쩔 수 없는 것은 괜히 뒤돌아보지 말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
이페아카른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미련을 갖지 않는 존재였다.
[운명의 부산물로 함께 태어난 형제가 서로 돕지는 못할지언정 견제하는 현실이라. 이보다 더 참담한 우애는 또 없으리.]
이페아카른은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생각을 거듭했다.
녹시아스의 최측근을 사로잡아서 일방적인 거래로 써먹을 수 없게 되었다.
찾아온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렇다면 이 상황 자체를 이용할 수밖에.
녹시아스에게 ‘레이라’를 발각당했지만 그것만으로 궁극적인 목적까지 간파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해가 들어오면 곤란하다.
이페아카른은 운명도, 저항도 아닌 세 번째 선택의 기반이자 배경이 될 마의 땅을 아직 완전히 촉수 속에 넣지 못했다.
[반역자와 대악마…….]
베르덴은 리버레아스에 방문한 적이 있다.
베르덴은 녹시아스와 우호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베르덴과 이페아카른은 결맹했다.
고로.
이페아카른 세력과 녹시아스 세력, 그리고 에온은 동맹이다.
[이편이 좋겠도다.]
잃을 게 많은 상황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는 도리어 자멸을 부른다.
손을 잡은 이상 품까지는 끌어들이리.
* * *
1대 전설: 아니무스.
2대 전설: 히안테.
3대 전설: 그링 아르카넘.
4대 전설: 루기나 혼.
5대 전설: 마그라스.
6대 전설: 판델라.
세월이 흘러, 현대에서는 잊힌 오랜 전설들 중에서 판델라────투열석(透熱石)은 모든 존재를 매혹할 정도로 가장 아름다운 결정이다.
목격한 순간 거부하기 어렵고.
거머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다.
투열석은 그 관심에 대한 보답이라는 듯이 의지를 반영하여 소유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스스로를 빚었다.
어느 누가 이상을 마다할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는 매력을 접하고, 막 사망한 생명체의 몸 또한 열망에 빠져서 세포 단위로 죽음을 거부하고 원초적이고 비합리적인 생존을 갈구했다.
변화는 변이로 이어져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뒤틀린 생명체를 낳았다.
투열석은 욕망의 결정체.
투열석으로부터 탄생한 마경은 욕망이 형상화된 구렁텅이이며, 그 안의 괴생물들은 각기 다른 욕망의 개념에서 태어난 화신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포식’을.
누군가는 ‘생명’을.
…….
살아남는다는 대자연의 일념이자 섭리 아래에서, 오직 극소수의 존재들만이 파생을 넘어 각각 욕망의 개념 중 하나를 본질로 삼았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세르파니아, 브라오닉, 자일론이 순차적으로 깨어났다.
이자벨라가 예상한 대로 그들은 정신을 다잡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 프리발트와 달리 큰 후유증을 겪지 않았다.
기억 상실도 없어 지나간 시간의 흐름을 되짚어 줄 필요도 없었기에, 어떤 경위로 이 절벽 동굴까지 오게 되었는지만 간단히 설명했다.
“저희를 지켜 주셨군요. 은혜를 입었어요.”
“하마터면 기절한 사이 먹힐 뻔했군. 고맙네.”
“목숨을 빚졌습니다.”
추기경과 최고 외교관에 이어서 라리안 마탑주까지 정중히 감사를 전했다. 그 태도엔 이자벨라의 경지와 사회적 지위도 한몫했다.
에온의 두 번째 위상이자 베르덴의 왼팔은 대륙의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자벨라는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당연한 일인걸요. 동료잖아요?”
“…….”
프리발트는 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감사를 받을 만한 입장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이자벨라다.
미세한 틈으로 동굴의 입구 너머를 지켜보고 있던 프리발트가 물었다.
“이대로 이 선을 따라갈 건가?”
“다른 방도가 없으면 그래야죠. 저희가 움직일 수 있는 단서는 그뿐이니까요. 물론 그전에 목적을 보다 분명히 해야겠지만요.”
이자벨라가 새끼손가락을 펴 새하얀 실이 다시금 드러나게 했다.
“생존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당장 여기가 어디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해요. 확률적으로는 마경일 가능성이 높지만, 사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면 마해로 들어왔을지도 모르죠.”
마경 사문은 마해의 경계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고 알고 있다. 바깥이 아니라 안쪽으로 전이됐으면 마경 중심 영역에 떨어졌을 수도 있다.
“마해(魔海)…….”
이름하여 마경의 바다.
무모한 지식인이 적룡 사르칸드라의 꼬리 비늘을 찾아낸 지역. 사르칸드라는 다른 방향으로 떠났다고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퀘론이 그러지 않았던가?
토끼, 지네, 군집체 등 마경에는 군주체처럼 여러 왕이 군림하고 있다고.
브라오닉은 자신의 마도가 과연 어디까지 통할지 궁금했다.
전격 속성은 생물에 한정해 최대 위력을 자랑했고, 그는 전격 계열 마도사 중에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경지를 이룩했다.
자일론이 말했다.
“생존자를 찾아도 탈출은 별개입니다. 마경의 환경 변화를 이해한 안내자들이 없었다면 저희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퀘론, 마의 공포, 아세트로 님. 그 셋 중 한 명을 찾지 않는 이상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행자께서는 생존자 11명 이상이 모이면 알아서 탈출하라고 하셨으니, 그 인원을 충족하면 나갈 길이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가령 이 실이 대륙으로 가는 방향을 가리킨다든가.”
“그러면 11명을 모으든가, 안내자를 찾든가. 둘 중 하나겠군요.”
가능하면 최대한 생존자를 모을 생각이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마법사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버릇처럼 염두에 두었다.
쿠구구구구구…….
때마침 지진이 발생했다.
익숙한 흔들림.
마경에 진입하고 세 번이나 경험한 터라 더 이상은 당황스럽지 않았다.
“호흡이 시작됐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곳이 마경인지 마해인지 알 수 있겠군.”
검성 프리발트를 따라서 모두가 작은 틈새로 밖을 관찰했다.
어두운 숲이 흔들리며 환경의 구조가 실시간으로 뒤바뀌고 있다.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마치 이 땅이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산맥이 가라앉고 다른 장소에 본래 없었던 산맥이 솟아올랐다.
퀘론은 이를 ‘마경이 호흡한다’라고 표현했다.
이자벨라 일행이 있는 절벽도 움직이긴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경험에 의거해 절벽 같은 구조물은 변화에 휩쓸릴 가능성이 낮다고 퀘론이 말했었다. 이자벨라가 괜히 절벽 중간에 동굴을 파내어 임시 은신처로 삼은 것이 아니었다.
호흡은 수십 분 뒤에야 멎었다.
새로운 지형이 완성됐다.
그들이 지나온 숲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누가 봐도 들어가면 안 된다고 느껴지는 어두운 늪지대가 여러 눈동자에 반사됐다.
자선의 세르파니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확실히…… 호흡이 길었네요.”
“이로써 마해임이 증명됐네.”
“빌어먹을.”
호흡이 짧게 느껴지면 마경.
호흡이 길게 느껴지면 마해.
퀘론의 구분법에 따르면, 이자벨라 일행은 지금 이 순간 대륙에서 가장 위험하며 거의 밝혀진 것이 없는 땅에 있었다.
프리발트가 물었다.
“탐색은 어떻게 할 거지?”
프리발트를 포함한 네 명의 시선이 당연하다는 듯 한 사람에게 쏠렸다.
자일론은 눈을 껌뻑였지만 곧 이해했다.
객관적으로 종합 서열 8위인 라리안 마탑의 주인인 만큼 그는 이 중에서 무리를 이끄는 데 가장 익숙하고, 또 우수했다.
하물며 부여 계통의 마도사이기도 한 터라 통솔에 특히 능했다.
“그럼…….”
전위는 프리발트.
중앙은 세르파니아와 자일론.
후위는 브라오닉과 이자벨라.
“이렇게 지체 없이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시간 끌어도 마경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콰드드드득.
이자벨라가 입구를 침식해 허물어뜨렸다.
‘교수님은 무사하실까.’
이자벨라는 알더니스의 안전을 걱정했지만 최악은 상정하지 않았다.
반드시 살아 있을 테니까.
그러니 찾을 것이다.
침침한 늪지대의 공기가 악취인지 향기인지 모를 냄새를 풍기며 입을 벌렸다. 네 명의 극점은 기꺼이 그 안으로 발을 디뎠다.
…….
절벽 꼭대기에서 토실토실한 흑토끼가 이자벨라를 응시했다.
바람이 불었다.
토끼의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뒤에 와요, 뒤!”
“큽!”
알더니스가 여자를 등에 업고 마도 <여벽(如𩘆)>을 전력으로 개방했다. 마도의 폭풍이 적습을 봉인하고,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
여자는 시그릴 라비니아 아퀸이었다.
젠티르 마탑주이자 ‘서릿발’로 불리는 실력자가 왜 에온의 여덟 번째 위상에게 업혀 있는가 하면, 지금 마력 운용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폐쇄된 사문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영혼에 타격을 입은 여파였다.
후욱───콰과과과가가가각!
거대한 낫이 수평으로 쇄도하더니 바로 머리 위를 지나쳤다.
사물이 모조리 잘려 나갔다.
[기게게겍.]
일곱 개의 다리로 고속 이동하며 아홉 개의 눈으로 전방위를 노려보는, 낫처럼 휘어진 집게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체고 3m의 거대 게.
도대체 게가 왜 숲에 있단 말인가.
아예 마법을 무효화하는 것인지 5위계 마법은 닿는 순간 사라졌다. 시험해 볼 건 많지만 시그릴을 업고서 간단히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심지어 소란에 이끌린 것인지 괴물들이 곳곳에서 몰려오기까지 했다.
“이대로는 오래 견디지 못합니다. 마력회로는 언제 회복되는 겁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버텨 보세요!”
“그러니까 여력이 없…….”
우지끈! 우지끈!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우측에서 나무가 점차 꺾이더니 거대한 이형의 존재가 들이닥쳤다. 몸통과 두 다리만 존재하고, 팔과 머리는 없는 이형종이었다.
놈의 복부가 갈라졌다.
그 안에서 69개의 촉수가 뻗어 나오며 알더니스와 시그릴의 눈, 코, 입, 귀를 노렸다. 신체의 가장 약한 부분을 노리는 것이다.
알더니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폭풍의 구체가 진격을 저지했다. 하나 왼쪽에서도 다른 괴물이 오고 있다. 거대 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게 낫을 내질렀다.
지상은 난장판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는 없었다.
시그릴을 찾기 전에 해 봤다가 죽을 뻔했다.
지형지물에 보호받지 못하는 허공은 공격에 너무나 취약했다.
한계가 임박하고 있다.
“시그릴!!!”
“……됐어요!”
시그릴이 서릿빛 안광을 번뜩였다.
마도 <유설(琉雪)>
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지며 얼음 결정이 손끝에서 피어났다. 그녀가 손가락을 폈다 주먹을 쥐었다. 반경 30미터 이내의 모든 적이 동결했다.
“급하게 표면만 얼린 거라 오래 못 버텨요.”
“제가 보완하겠습니다.”
시그릴도 <비행>이 가능해지자 몸이 자유로워진 알더니스가 마도를 집중시켰다. 그가 자랑하는 봉인이 폭풍을 타고 얼음 동상을 둘러쌌다.
토벌할 필요는 없다.
그럴 생각으로 임하면 끝이 없을 테니까.
이 틈에 벗어난다.
두 사람은 직접 말을 주고받지 않았음에도 생각이 일치했다. 그렇게 추격해 오는 괴물들의 괴성을 뒤로하고 도주에 전념했다.
그리고, 어느 동굴에 도착했다.
안쪽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밖에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당장 입구부터 봉인한 둘이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크흠.”
시그릴이 작게 헛기침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겸손은 됐어요.”
진심으로 알더니스가 아니었으면 시그릴은 저항도 못 하고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목숨 빚은 대륙으로 돌아가면 갚을 생각이었다.
“일단 탐색부터 하는 게 어떻습니까.”
“예, 그러죠. 동굴에 저런 괴물들이 있으면 편히 쉴 수도 없으니까요.”
적들이 끊임없이 오지 않는 이 제한된 공간이라면 토벌에 문제는 없으리라.
시그릴은 당당하게 지팡이를 들고 앞장 섰다.
괴물들을 먼저 자극할 위험이 있어 <마력 감지>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동굴은 수십 만에 탐색을 끝낼 수 있을 정도로 깊이가 얕았다.
하지만, 발견한 것이 하나도 없지는 않았다.
“이, 이건.”
그들을 악마를 찾았다.
아니…… 정확히는 반인반마라고나 할까. 좌측은 악랄한 악마의 모습이었는데, 우측은 영락없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시그릴은 이런 종류의 존재를 여러 서적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악마 계약자……!”
정신을 잃을 정도의 중상을 입은 상태였는데 아직 숨이 붙어 있다. 이럴 때 처리해야 안전하다. 그녀가 지팡이를 겨누었다.
그 순간 알더니스가 몸으로 막았다.
“악마 계약자들은 인간으로 분류하면 안 됩니다. 그러니 당장 나오세요.”
“잠시…….”
알더니스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겁도 없이 악마 계약자에게 성큼성큼 접근했다. 심지어는 그 옆에 한쪽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알더니스, 나오세요.”
“케이먼 베르몬트 님?”
알더니스가 이름을 불렀다.
동시에 악마 계약자가 반응했다.
시그릴도 눈을 크게 떴다.
“케이먼 베르몬트라면, 분명 블랙 아워를 창립한 8인 중…….”
천천히 눈을 그가 알더니스를 멍하니 응시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알, 더니스.”
* * *
같은 시각, 마해의 늪지대.
“……저거, 설마 그 토끼인가?”
“참극 토끼?”
이자벨라 일행은 거대한 뱀의 시체 위에 앉아 있는 흑토끼와 맞닥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