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0화 영혼 – 1
영혼.
몸에 깃든 마음과 생명의 근원이라고 일컬어지는 무형의 실체.
학문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이 영혼을 탐구하려는 시도는 많았다. 세상을 물들인 색깔만큼이나 영혼에 대한 설명 또한 다양했다.
루아스교에서는 오직 인간의 영혼만을 명시하며 생명의 죄업, 지옥과 천국 등으로 죽음 이후의 세상을 설명해 영혼의 개념을 강화했다.
마법계에서는 벌레를 포함한 모든 존재에 영혼이 있다는 의견과 지성체에만 영혼이 생성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을 대변하는 개념으로 영혼을 제시해 육체의 죽음과 함께 사멸하는 것으로 보기도 했고, 영혼은 환생한다는 윤회적 흐름이 실존한다고 보기도 했다.
아예 영혼의 개념을 부정하는 학자도 결코 적지 않았다.
이처럼 영혼은 불분명하기에 서로 다른 논리에, 저마다의 근거가 붙어 있다. 다만 가장 유력한 것은 루아스교의 교리였다.
세계 종교의 수많은 신앙자가 인간과 영혼 간의 관계를 믿기 때문이다.
이자벨라는 영혼에 대해 깊게 공부한 적 없지만 대략적인 지식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몸은 껍데기고, 영혼은 알맹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대체 특수 개체하고 영혼에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이자벨라는 의문을 품으면서 다시금 선조가 쓴 수기에 집중했다. 베타는 묵묵히 이자벨라와 함께 독서를 이어 나갔다.
───물질계 마법을 전공한 마법사가 갑자기 영혼이라니? 그런 건 정신계 마법사나 찾아볼 법한 것이 아닌가?
───어째서 형은 갑작스럽게 영혼을 공부하게 된 걸까. 나는 허공에 질문을 던지며 천천히 눈동자를 굴렸다. 이제 보니 책뿐만이 아니었다. 형의 연구실엔 두 가지가 전부였다. 영혼, 그리고 끝없는 부정의 세 가지 산물의 연구 기록.
───괴물의 소재와 영혼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형은 끝없는 부정과 싸우면서 무엇을 봤던 걸까. 나는 한참 형의 연구실을 돌아보고 모든 흔적을 지운 뒤 바깥으로 나왔다. 호기심을 해소하려 했지만 오히려 호기심만 더욱 깊어졌다.
───형은 아무 말도 없었다. 역시 걸리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한동안 형은 자리를 비우지 않을 테니 나중에 다시 가 보기로 했다.
…….
───마침내 형이 데이로스 가문의 정식 가주가 되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박수를 쳤다. 앞으로 데이로스 가문에는 영광만 있겠지.
끝없는 부정과 관련 없는 내용이 이어졌다.
선조가 남긴 책은 회고록이었다.
선조의 입장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일들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그 속의 시간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의 간격을 두었다.
이자벨라가 찾고 있는 주제는 32장 정도 뒤에서 다시 이어졌다.
───기쁜 소식이다. 형이 마도국 명문가들만이 참석하는 사교회의 초대장을 받았다. 이제 데이로스 가문이 어엿한 명문이라는 게 실감 났다. 나는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여겨 가문에 남았다.
───이른 아침에 형이 떠나는 걸 확인했다. 밤이 깊었다. 나는 꽤 오랜만에 다시 형의 연구실에 들어갔다.
───내 끝은 이 순간을 기점으로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선조의 필체가 살짝 흔들렸다.
───연구실은 어두웠다. 당연하게도 인기척은 없었다. 다만 아주 기이할 정도로 공기가 스산했고, 또 소름이 끼쳤다. 그래도 호기심을 앞세워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아무도 없어야 할 연구실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그 누군가는 가문 연구실에 보관돼 있어야 할 [복제하는 눈], [증식하는 핵], [되살아나는 피]를 하염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몰래 지팡이를 꺼내 들고 구석에 숨어서 불청객의 인물을 살폈다. 힘이 빠졌다. 그 누군가는 바로 형이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상했다.
───연구실에 있는 형은, 내가 아는 형처럼 한쪽 다리가 없었지만 형과 다르게 왼팔 하나가 아예 없었다. 애초에 사교회에 참석한 형이 가문에 있을 리 만무했다. 가문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가보들이 여기 있을 리도 없었다.
───정신계 마법? 환영인가? 이형종? 형의 모습을 불완전하게 모방한 괴물?
───나는 가문의 일원으로서 영지의 침입자를 처단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력회로를 활성화하려고 하자, 그 형이 [복제하는 눈]을 들어 자신의 눈두덩이 위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형이 천천히 내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미 생체 기능을 상실한 [복제하는 눈]이 끔뻑거린다. 형은 그것을 제 눈이라는 양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입술을 달싹였다. 음성은 전달되지 않았지만 그 입모양은 이러했다.
───보았느냐?
───나는 생전 느껴 본 적 없는 공포심에 몸이 굳어 버렸다. 영혼까지 떨리는 듯했다. 우습게도 나는 곧장 전의를 상실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것이 나를 뒤쫓아오는 소리는 다행히도 들려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형이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도 형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는 듯 자신의 연구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알아보니 실제로 가보들이 가문 금고를 나온 적은 없었다고 한다.
───헛것이었나??
───그래서 묻지 않고 침묵했다. 나는 이해를 벗어난 현상을 탐구하지 않고 외면했다. 왠지 모르게 건드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애석하게도 그것이 나의 천성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날의 기억을 점차 잊기로 했다.
내용이 다시 바뀌었다.
이자벨라가 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며 책장을 계속 넘기자, 베타가 팔을 뻗어 책의 특정 페이지를 정확히 짚어 주었다.
책의 거의 끝부분이었다.
그녀는 베타의 머리를 쓸어 주고는 녀석과 함께 일지의 끝에 집중했다.
───……형이 가주직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세대는 새롭게 바뀌었다. 거울을 보니 나도 주름이 제법 많이 늘었다. 늙어 보니까 오래 앉아서 글을 쓰는 것도 영 쉽지 않다. 형은 자신의 사명을 다했다는 것처럼 내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며 가문의 어른으로서 주변을 정리했다. 나도 그렇게 했다.
───마법사의 황혼기에 이르러서 그런가. 나는 만사에 초연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일종의 용기였다.
───어느 날 형과 함께 저택 안뜰을 느긋하게 산책하다가 연구실에서 경험한 기이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수십 년이 지났기에 그때 느꼈던 감정은 희석되어 추억이 되었다. 나는 오랜 과거를 꺼내는 데 있어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형은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형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채로 입술을 달싹였다. 이번에는 형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보았노라.
───공포가 되살아났다. 형은 한껏 웃어 보이곤 나를 지나쳤다. 얼어붙은 내 머릿속에서 여러 의문이 솟아났다. 그때 본 형과 가보는 무엇이었나? 입술을 깨물었다. 어차피 다 늙어 버린 마당이다. 이제 와서 두려운 게 있을 성싶으냐. 나는 날이 밝자마자 형을 다시 찾았다.
───형이 죽어 있었다. 침대에서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두 눈동자가 묘하게 붉었지만 그 외 이상한 점은 없었다. 루아스 교국의 고위 성직자가 살펴보길 자연사라고 한다. 데이로스 가문에서 성대하게 형의 장례를 치렀다.
───나는 형이 묻히는 것을 바라보며, 형의 방에서 발견한 유언장을 손에 쥐었다. 예전에 형이 미리 써 놓은 것이었다. 그 안에는 ‘가보를 끊임없이 연구하라’라는 글귀가 전부였다.
───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형은 대체 무엇을 연구했던 걸까? 내가 겁이 많아서 영영 해답을 찾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으면 형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루아스교의 교리가 옳다면 영혼이 있고, 죽음 너머의 세상이 실존할 터였다. 만약 내가 형과 같은 곳으로 간다면…… 형은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평생 가장 두려워했던 죽음, 그 이후가 나는 궁금해졌다.
마침표가 강하게 찍혔다.
그 뒤에 추신이 있었다.
───오직 나밖에 모르는 비밀이 담긴 회고록을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태울 생각도 없다. 누군가는 결국에 찾아내겠지. 만약 그 사람이 나의 후손이라면 형의 유지를 기억하라.
───가보를 연구하라.
───어쩌면 형이 볼 수 있는 세상을 너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그러지 못해 다른 방법으로 길을 찾으려고 한다.
───죽음은 나에게 답해 줄까.
───이제 머지않았다.
서적의 중간부터 시작된 선조의 회고록은 거기서 끝났다. 한 사람이 머릿속에 들어갔다 온 느낌이 들어 이자벨라는 여운에 잠겼다.
베타가 책 한 권을 더 건넸다.
[끝없는 부정에 관련된 연구 기록입니다.]
“새로운 정보는 있어?”
[없습니다. 이자벨라가 알고 있는 것보다 오히려 정보가 부족합니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데이로스 가문이 마도국에서 사라진 지 200년이 지났고, 그동안 데이로스 가문의 후손들은 가보들을 계속 연구해 왔으니까.
선조들이 남긴 것들을 토대로 말이다.
“그럼 읽지 말고…… 우리 하나만 실험해 볼까?”
[어떤 실험입니까?]
“나한테 세 개의 가보가 전부 있잖아. 뭐, 온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걸로 뭐라도 해 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고.”
이자벨라가 힘차게 일어서서 [끝없는 만상]을 소환했다.
발로크의 스태프는 [복제하는 눈]과 [증식하는 핵]을 소재로 썼고, 이자벨라의 육신은 [되살아나는 피]와 융합되어 있다.
마도 <침식>
이자벨라가 개척한 길은 끝없는 부정의 혈액으로 인해 변질된 길. 선조라고 할지라도 그녀보다 가보를 잘 다루지는 못할 터였다.
베타가 말린다고 해도 이자벨라는 들을 생각이 없는 표정이었다.
‘영혼…….’
인지하기는커녕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걸 침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자벨라는 모든 힘을 최대한 눈에 집중시키로 했다.
회고록에는 선조의 눈이 붉은 채 명이 다했다고 적혀 있었으므로.
후웅. 후우웅.
[끝없는 만상]의 붉은 수정을 중심으로 세 개의 고리가 회전한다.
특유의 마력이 요동쳤다.
투둑.
이마와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졌다. 눈이 점차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눈만 아플 뿐 무언가가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계속했다.
알파와 베타가 그러했듯 이자벨라 또한 베르덴의 정신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어차피 다쳐도 재생할 수 있기도 했다.
웬만큼 무리를 해도 문제는 없다.
그렇게 실핏줄이 터져 흰자 전체가 빨갛게 물들 때쯤이었다.
‘어……?’
등이 뜨겁다.
이자벨라의 등에는 베르덴이 직접 새겨 준 역천의 마법진이 존재한다. 슬쩍 시선을 돌리니 로브 안에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역천이 반응합니다. 이자벨라, 실험을 멈출 것을 권고합니다.]
“아니.”
베타가 만류했으나 이자벨라는 다시 정면을 보며 안력을 높였다. 왼쪽 눈에 형안이 떠올랐다. 스태프의 고리들이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조금만 더.”
역천이 반응한 직후 [끝없는 만상]과 이자벨라의 육신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전신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이 엄습했다.
뭔가 온다.
“조금만……!”
이윽고 그녀조차 버티지 못할 때쯤 시야가 크게 뒤틀렸다.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넷에서 여덟로.
여덟에서 열여섯으로.
…….
사물과 사물의 새하얀 잔상이 흔들거리며 서로 겹쳐 보였다.
뇌를 짓이기는 두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벨라는 한시도 눈을 감지 않은 채 기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을 확인하려고 이를 깨물었다.
───!
시야 한가운데에 새하얀 선이 그어졌다.
마치 경계선처럼.
이자벨라는 곧 피눈물을 흘리며 경계 바깥으로 형안의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머릿속에 깃든 것은 단편적인 정보뿐이었다.
경계 너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른다.
퍼억!
이자벨라의 두 눈이 폭발했다. 머리가 젖혀지며 책장에 세게 부딪쳤다. 손에서 떨어져 나간 스태프가 바닥을 굴렀다.
베타가 서둘러 마력을 빛을 조사했다.
[안구가 완전히 파열됐습니다. 베르덴 폐하를 부르겠습니다. 출혈이 심각합니다.]
“자…… 잠깐만……!”
이자벨라가 베타의 프레임을 붙잡고는 상체를 곧장 일으켰다. 그녀가 잠시 이마를 부여잡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재생된 안구가 다시 세상을 비추었다.
베타가 그녀의 눈앞에 팔을 흔들었다.
[괜찮습니까?]
통증은 사라졌다.
시야도 아주 멀쩡했다.
“괜찮아.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설명을 요구합니다.]
“나도 갑자기 무슨 상황이지는 모르겠는데…… 이 느낌. 들은 적 있어. 너도 알 거야.”
직전 감돌았던 기묘한 기류.
그 개념에 대해 들은 것은, 마법계 총회의가 끝난 뒤 대전당에서 베르덴과 다크워튼 마탑주가 대화를 나눈 이후였다.
바닥에 고인 작은 피웅덩이에 이자벨라와 베타의 모습이 반사됐다.
“금기.”
이자벨라 데이로스가 또 다른 금기의 경계에 저촉했다.
아마 영혼과 관련된…….
* * *
다음 날.
베르덴과 반젤리스는 마도 축제의 세부 일정을 마저 협의하고 공식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약속했던 대로 비공식적으로 동대륙의 에스티리아 왕국으로 이동했다.
동부 늪지대.
빛이 들지 않는 동굴과 더불어 왕국의 2대 금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지만, 그들에게는 산책로나 다름없었다.
베르덴과 반젤리스처럼 원소계 마법이 특기라면 특정 지역 하나를 지워 버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여기가 시조의…….”
한때 베르덴이 초대 마도왕의 무덤이라고 알고 있었던 건축물을, 반젤리스가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케나드 마도국의 건축 기술, 그 원형으로 지어졌군. 틀림없다. 이 유적은 시조께서 남기신 것이 분명해.”
“어째서 시조께서는 연고도 없는 동대륙에 이런 건물을 남기신 걸까요?”
“글쎄다. 시조께서도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으셨을지도 모르지. 혹 여기서 삶의 황혼을 지나셨을 수도.”
“유산…… 어쩌면 무덤일지도 모르겠어요.”
메드레일은 눈을 빛내며 지하 유적 이곳저곳을 둘러보았고, 반젤리스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이 순간에 집중했다.
이제야 제대로 보였다.
반젤리스가 이곳에 온 건 초대 마도왕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초대 마도왕의 흔적을 보고 기뻐할 메드레일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여차하면 센트럼을 탈출할 계획을 준비했는데, 무색하게 됐군.’
반젤리스와 메드레일은 간단한 질문만 했을 뿐 이것저것 캐묻지도 않았다. 그들은 미지에 발을 디딘 마법사처럼 유적 탐사를 즐겼다.
베르덴 일행은 저 조부와 손녀와 적당히 거리를 둔 채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베르덴이 멈춰 섰다.
“알파, 베타. 주변을 조사해라.”
[확인.]
외눈에서 뻗어 나온 푸른빛이 주변 일대를 스쳐 지나갔다.
[스캔 완료. 아무것도 없습니다.]
[스캔 완료했습니다.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주군,”
베르덴이 바닥과 벽면, 그리고 천장에 차례대로 눈길을 두었다.
그가 턱을 쓸었다.
“누군가가 들어왔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자벨라가 물었다.
“여기에 침입자가……? 가주가 작성한 마법진은 멀쩡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베르덴의 관찰력으로도, 인공 골렘의 스캔으로도 침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이 기분이 거슬렸다.
대체 뭘까.
베르덴은 고집스럽게 어딘가에 있을 낯선 흔적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반젤리스와 메드레일이 떠날 때까지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어쨌든.
아케나드 마도국 첫 방문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베르덴이 상정했던 최악의 상황은 다행히 고개를 쳐들지 않았다.
대신 이자벨라가 찾아낸 금기가 베르덴이 쌓아 온 의문에 무게를 더했다.
그렇게 마도국에서의 짧은 일정은 종료되었다.
* * *
아침 햇빛이 창가를 따스히 물들인다.
초대 네크로맨서가 손가락뼈로 그림자 악마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두개골이 훤히 드러났다.
[벌써 오늘인가.]
죄인들이 주인 없는 땅에 도착했다.
마도 축제까지 D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