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01

901화 마도 축제 (3)

마도 축제도 경쟁이다.

어떤 기상천외한 마법으로 집단을 홍보하느냐도 중요하나, 얼마나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지도 능력의 일환이다.
그늘진 골목에서 축제를 만끽하고 싶은 마법사는 어디에도 없다.

가르간트의 광장들은 전반, 중반, 후반에 사용될 주요 무대를 제외하고 10대 마탑을 비롯한 세력들이 차지했다.

하루에 최대 4시간, 또 축제 기간인 9일 중 최대 3일까지밖에 광장을 빌릴 수 없지만 그들은 아낌없이 거액을 내놓았다.
큰 비용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마탑의 방식이므로.

당연하게도 개개인은 감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조금이나마 좋은 장소를 얻기 위해 그들만의 경쟁에 힘썼다.

그렇게 마법적 세력이 가르간트에 지불한 비용의 일부는 생활 필수비 항목이란 이름으로 이그나시아의 간식값으로 쓰였다.

어쨌든.

사실상 단일 도시로 이루어진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이 축제를 즐겼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노점 주인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화려한 볼거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축제 ‘첫날’의 열기는 아카데미에서도 느껴졌다.

“아카데미 부지까지 들어온 건 처음인데, 내부 풍경만 봐도 왜 최고의 교육 시설이라고 여겨지는지 잘 알겠더군.”

베르덴이 창가에서 시선을 뗐다.

“그나저나 안 본 사이 소심해진 것 같은데. 여기 교수가 괴롭히나?”
“아, 아뇨! 설마요!!”
“농담이다.”

베르덴과 마주 앉은 이리스가 손을 한시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며 우물쭈물했다.
4년 만의 재회인 만큼 성숙해졌고 어딘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특유의 하늘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여전했다.

“내가 대놓고 아는 척한 게 부담스러웠나. 하긴 관심이 커질 테니 앞으로 아카데미 생활에 지장이 있긴 하겠지.”
“부담스럽지 않아요!!”

이리스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가 흠칫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냥…… 그냥 제가 뵐 낯이 없어서 그래요.”
“왜. 뒷머리가 지저분하게 헝클어져서? 아니면 모험가를 포기하고 아카데미 조교가 돼서?”

……!

이리스가 당장 머리를 정돈했다. 데일 교수님을 따라 계단을 빨리 내려가는 동안 머리카락이 심하게 휘날린 모양이었다.

“모험가는 왜 그만뒀지?”
“……궁금하세요? 정말로?”
“네 꿈이라며.”

아카데미 장학생이었던 이리스가 졸업 후 출세를 포기하고 모험가로 진로를 결정한 건 순수하게 꿈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드넓은 세상을 여행하는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기억하고 계셨구나.’

이리스의 관점에서 베르덴은 정말로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적어도 그 근간만큼은 리비안트 공국에서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부끄럽다.

누군가가 세상의 정상에 올라서는 동안 이리스가 한 거라고는 갈 곳이 없어 아카데미로 돌아온 것밖에 없었기에…….

이리스는 고개를 비스듬히 숙인 채 차의 온기를 빌려 목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평소 화기애애했던 파티가 해산하는 건 대부분의 모험가가 겪는 일이니까요.”

파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마르테스에서의 사건 이후였다. 기괴한 고블린을 토벌하고, 말이 많은 검사에게 살해당하기 직전 베르덴이 구해 주었던 그때 말이다.

신입 모험가에게 죽음은 막연한 무언가였다.

모험가가 목숨을 걸고 토벌에 임하는 직업이라고 해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 보지도 않은 애송이들에게 무슨 각오가 있을까?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근거 없는 낙관이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사람에게 살해당할 뻔했고, 대지 마법에 적중당한 사람의 머리가 아예 터지는 걸 보았다.

여러모로 충격이 클 수밖에.

비르온 영지에서의 갱도 언데드 토벌은 심란한 마음을 더욱더 혼란하게 했다.
베르덴이 아니었다면 언데드에게 둘러싸여 죽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죽고 나서 언데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리스 파티보다 월등히 강한 베르덴과 갈리아크가 통곡의 기사라는 언데드에게 중상을 입는 것까지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리스야 예전부터 모험가를 꿈으로 삼은 만큼 각오가 돼 있어 극복하려 애썼지만, 애석하게도 다른 파티원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통곡의 기사 토벌 후 1년, 이리스 파티는 해산했다.

“로크와 미르나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마일드는 조금 쉬고 싶다고 떠났어요. 나중에 들어 보니 상회에 들어갔대요. 저는…… 모험가로 남으려고 해 봤는데 잘 안됐네요, 그게. 아하하…….”

동 등급에서 은 등급 모험가로 승급은 했으나, 전처럼 마음과 행동이 맞는 동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임시로 들어간 파티에서 조금 위험하다고 그녀를 미끼로 삼아 도망간 모험가들을 겪으니 질려 버렸다고 할까.

3위계에 도달한 뒤 금 등급 모험가 시험을 보지 않고 등을 돌렸다.

이리스는 그제야 이상적인 모험가 생활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그녀가 바라던 모험엔 고독함은 없었다.

우연히 목숨을 구해지고.
열심히 가르침을 받고.
동료를 위해 기꺼이 나선다.

이리스의 모험은 베르덴과 잠시 함께했던 때에 비로소 빛났다.
정말로 그림 같은 모험이었는데.

“다 선배님 같지는 않더라고요.”

이리스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베르덴이 물었다.

“조교 생활은 어떻지?”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아요. 데일 교수님이 편의를 봐주시기도 하고요. 이대로 경력을 잘 쌓아서 교수직에 도전해 볼까 해요.”
“교육에 뜻이 있었나.”
“그건 아니지만, 적성에 적당히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거하고, 할 수 있는 거하고 엄연히 다른 거잖아요? 이리스 교수. 어때요, 아예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죠?”

이리스가 쑥스러운 듯 볼을 긁적였다.

베르덴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교수 말고도 다른 길은 있다.”
“네?”
“테오도르의 소환 마법이 발표되면 마법계에서 대대적으로 심층적인 연구가 진행될 거다. 당연히 그 연구를 주도하는 건 소환 마법의 유일한 투자자인 에온이고. 본래 없던 마법 계열이니 연구 및 개량에는 이에 특화된 인력이 필요하다. 가령 테오도르의 연구를 보조하는 마법사라든가.”
“네??”
“모험가 생활만이 모험은 아니지.”

그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안 그런가?”

이리스의 눈이 확 커졌다. 베르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만큼 그녀는 어리석지도, 눈치 없지도 않았다.

“저, 전 이제 3위계 하위인데요?”
“나이에 비해 평균 이상이지.”
“아무리 인맥이라고 해도…….”
“걱정하지 마라. 에온은 기본적으로 능력주의다.”

힘이 없으면, 능력이 없으면, 성과가 없으면 위로 올라설 수 없다. 에온 내에서 계위를 나누는 기준은 간단명료했다.

비교적 안정된 교수의 길이냐.
정진하지 않으면 평생 말단으로 전전할 수 있는 불안정한 길이냐.

이리스는 양손 손끝을 맞댄 채 꼼지락거렸다.

“저기, 그러면 앞으로도 서,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이미 그러고 있잖아.”

베르덴이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도 황급히 일어섰다.

“아, 가시게요?”
“용건은 다 봤으니까.”

우연히 글러트니로 인해서 연이 닿은, 보헤미른 마탑을 탈출한 베르덴에게 부여 마법을 가르쳐 준 이리스의 얼굴도 봤고.
베르덴의 아카데미 방문으로 소환 마법에 대한 주목도도 끌어올려졌다.

오늘 공식 일정은 여기까지.

“그리고 약속이 있어서.”

베르덴이 말을 몇 마디 덧붙였다.

“발표 기대하마. 그리고 다음에 유니아와 카인을 만나면 선배로 대접해 주도록.”
“……!”

이리스는 세계 회의 개최 전에 상점에서 만났던 천재 쌍둥이를 떠올렸다. 선배님을 선배라고 부르던 에온의 위상들.

“네, 선배님!”

이리스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모험은 이제 시작일지도 몰랐다.

* * *

아카데미의 교실. 그리고 복도.

누군가에게는 생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이다. 아카데미 학생들은 여기서 대부분 십 대를 보낸다.

“으음. 여기저기 손보기는 했지만, 구조 자체는 전과 다르지 않네.”

이자벨라가 뒷짐 지고 창문 너머로 텅 빈 교실을 살폈다. 즐거운 듯, 아련한 듯, 짜증이 난 듯. 그녀의 눈빛에서 다채로운 감정이 엿보였다.

“졸업 후에는 알더니스 교수님하고 종종 편지만 주고받았지 찾아오진 않았는데. 이렇게 이 복도를 다시 걸을 줄은 몰랐어.”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제니아도 아카데미에 입학할 예정이었는데.”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다.”

방주의 정보망을 이용한다면 전보다 단서를 찾을 확률은 높아질 터였다. 이미 아크에서 아세트로에게 부탁해 놓았다.

“내가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역시 가주밖에 없다니까. 아, 저기! 내가 처음 입학했을 때 앉은 자리야.”

이자벨라가 가장 낮은 학년의 교실 문을 옆으로 밀었다. 문은 잠겨 있었으나 침식의 마도로 간단하게 해제했다.
교탁과 책상을 손끝으로 차례대로 쓸며, 첫 번째 줄 맨 뒷자리에 앉은 그녀가 자릿수를 세다가 책상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 앉아 볼래?”
“그래.”

베르덴은 군말 없이 이자벨라가 지목한 자리에 앉았다. 마지막 네 번째 줄, 복도 창가 바로 아래에 있는 여덟 번째 자리였다.

그렇다.

그곳은 신입생 크로든 올렌티아가 배정받았던 자리였다.
아카데미의 낙제생이었고, 보헤미른 마탑주의 첫 번째 제자였으며, 이자벨라의 가족을 죽였다가, 끝내 이자벨라의 손아귀에 머리가 뜯겨 죽어 버린 증오스러운 남자 말이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 보였다.

역겨운 크로든의 형태는 흐릿해지고 베르덴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아직도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복수심이 차츰 잦아들었다.
그녀는 베르덴으로, 크로든 올렌티아라는 존재를 덮어씌워 보았다.

“아, 진짜.”

이자벨라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주하고 같이 입학해야 했는데.”

이자벨라는 절대 돌이킬 수 없는 학창 시절을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함께 아카데미에 다녔다면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으리라.

이에 베르덴이 현실적인 시각으로 답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내게 그런 과거가 없더라도 어렵지 않을까. 아카데미에 동시 입학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뭐?”
“아니다.”

이자벨라는 잠시 베르덴을 째려봤다가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가주…… 마침내 모든 게 끝나면 우리의 삶도 평화로워지겠지?”
“그렇겠지.”

베르덴이 서쪽에 시선을 두었다.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언젠가는.”

주검의 영광이 무슨 계획을 구상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건 현재 미지의 섬을 탐사하는 아드리안이 알아낼 것이다.

옛 왕의 부활을 막는다.
그게 최고이자 최선의 결말이다.

베르덴은 마도 축제를 지켜보면서 아드리안의 연락을 기다렸다. 모조리 처단한다. 혹 미지의 섬에 하인들이 나타난다면, 섬 자체를 하인들의 무덤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크흠! 크허험!”

복도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애초에 기척으로 인지하고 있었기에 놀랄 것도 없었다. 베르덴과 이자벨라는 진짜 학생이라도 된 양 태연히 시선을 보냈다.

아카데미 교장, 일마리온이 교육계의 정점으로서 충고했다.

“교내에서 불순 이성 교제는 삼가십시오, 신성.”

* * *

쿵. 쿵. 쿵.

가르간트의 대로가 묵직한 진동에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마법사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향했다.

아티슨 마탑의 마법사가 입을 벌렸다.

“저 골렘들은…….”

쿵. 쿵. 쿵.

에온의 골렘 부대가 행진이라도 하듯 가르간트를 가로질렀다.
경비 골렘 (구속형), 식별 골렘, 방어 골렘. 주인 없는 땅에서 공개된 예의 방어형 골렘들 외에도 다른 형태가 눈에 띄었다.

경비 골렘 (섬멸형).
경비 골렘 (자폭형).
전위 골렘.
마법 골렘.
거대 골렘.
미스릴 거대 골렘.
…….

위압적인 외관과 강한 무력 탓에 치안의 성격에 맞지 않아 줄곧 골렘 연구 시설에 보관되어 있던 공격 특화 골렘들이었다.

쿵. 쿵. 쿵.

사람들의 경악스러운 반응을 받으며 골렘 부대가 광장으로 향했다. 체고가 십수 미터에 이르고 체격이 무시무시한 미스릴 거대 골렘 위에는 그들의 지휘관이 있었다.

“이야! 사람들이 죄다 우러러보는 것 좀 봐! 완전 우리가 주인공인데?”
“음.”

대마력을 밤낮없이 익힌 끝에 자신감이 충만해진 유니아가 씨익 웃었다. 카인은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입가가 꿈틀거리는 것까진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주요 기술 발표까지 6일이 남았는데 알파가 개발한 기존 골렘들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했습니다. 대단합니다.]

베타가 순수하게 찬사를 보냈다.

알파는 또 어디에서 보고 배운 대로 짧은 양팔을 옆구리에 올리고, 마치 가슴을 내밀듯이 직사각형의 프레임을 기울였다.

[엣헴.]

이렇듯 사람들에게 마도 축제의 하루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도 축제의 초반부.
모든 이가 느끼는 즐거움만큼이나 시곗바늘이 빠르게 움직였다.

* * *

한편, 히아레마르 내해.

미지의 섬 지하를 제각기 탐사하기 시작한 지 수십 시간이 지났다.

그곳은 ‘미궁’이었다.

그동안 알아낸 것이 적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하나였다. 동물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은 지상과 다르다는 것.

지하에 뭔가가 존재한다.

사사사사사사사삭.
끄드득, 끄드드득.

갑작스럽게 불쾌하고 끔찍한 기척이 전방에서 느껴졌다. 루아스 교국이 파견한 탐사대장, 정의의 그레고르반이 소리쳤다.

“빛의 신자들이여! 태세를 갖추어라!”

추기경이 커다란 양 주먹을 부딪치며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괴물이다.”

무수한 벌레들이 미궁에서 쏟아져 나왔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