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14

1014화 신들이 몰락한 시대 (2)

태고의 모험, 제0장: 신들이 몰락한 시대.

세상이 형성된 이래, 온 대륙을 지배하던 악신(惡神)들이 패배했다. 소멸할 수 없는 악신들의 잔해는 침묵의 사막에 묻혔다.

그 몰락과 함께 많은 신앙이 역사에서 소거됐다.

신의 시대가 몰락한 전쟁, 대분기.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악신들의 이름은 거시적인 역사에서도 자취를 감췄고, 그들에게 맞섰던 소수의 선신(善神)만이 믿음으로 존속했다.

그러나 과연 무엇을 선이라 하고, 무엇을 악이라 부를 수 있는가.

선악의 기준은 모호하다.

선과 악의 개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미세한 계기로 서로의 자리가 바뀔 수 있다. 참으로 선하다고 여겨진 선한 신조차 이 세상의 시선에 따라서 악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결국 우매한 존재들은 본질에 이르지 못한 채, 표층에 비친 허상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근원을 헤아릴 지성이 없이, 현상에 드러난 파편을 진실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아, 고상한 신들이여, 억울해하지 마라.

진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것은 그대들도 매한가지다.
전지(全知)하지도 않고 전능(全能)하지도 않은데 어찌 무지(無知)가 신과 필멸자를 가르랴?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태고의 시대.
운명이 다가오는 시대.
평화의 끝이 다가오는 시대.
인류가 황금기를 맞이한 시대.

바로 그 배경에 배신당한 용병의 껍질을 뒤집어쓴 악마의 신이 떨어졌다.

* * *

난잡한 야영지였다.

뒤통수나 등에 화살이 꽂힌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고, 가죽 갑옷째로 검이 관통당한 시신들은 동굴의 입구 한편에 쌓여 있다.

“화살 조심히 뽑아! 다 돈이다, 잉!”
“부러졌는데용?”
“이런 씹병신 새끼!”
“흣, 흣, 흣.”

살점에 단단히 박힌 화살을 회수하는 인간들도, 죽은 시체를 범하는 인간들도, 타인의 피로 범벅이 된 채로 고기를 뜯는 인간들도, 생명을 빼앗긴 인간들도 전부 다 용병이었다.
이 다양한 행동이 그들이 서로 다른 용병대임을 암시했다.

“쯧, 저것들까지 고용하다니.”

다 꺼진 모닥불 옆에 앉은 마클라사 용병대장이 시신을 말 그대로 성적으로 탐하는 나크렝 용병대를 보며 인상을 구긴다.

“근방의 이름난 용병대를 다 불러 모은 걸 보면 소문이 사실이기는 한가 봅니다, 대장. ‘샛별의 신앙자’의 흔적을 찾았다는…….”

태양의 신.
달의 신.
샛별의 신.
여명의 신.
황혼의 신.

대부분의 인류는 빛을 상징한 다섯 신 중 하나를 신앙한다. 용병들은 대개 여명의 신을 믿는다. 목숨을 내거는 위험한 직업이라 여명에 담긴 희망을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약 6년 전 종교 전쟁이 발발했다.

발단은 샛별의 종교가 고대 악신들의 신물을 얻었다는 풍문이었다.
마클라사 용병대장도 자세히는 모르나, 네 개의 종교에서 조사한 결과 그 소문을 사실이라고 판명한 모양이었다.

‘엄청나게 아득히 먼 옛날에 악신이란 존재들이 있었다고 듣긴 했는데…… 네 개 종교가 인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할 정도니.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대죄일 터.’

샛별의 신앙을 내세운 국가와 도시와 사람들을 아우른 해당 지역은 전쟁터로 변모했고, 단 1년 만에 샛별의 종교는 몰락했다.
다만 아직 잔여 세력이 존재해 수배는 계속되고 있다. 1급 수배범인 ‘새벽녘의 기사’가 새벽의 잔당을 이끈다고 한다.

마클라사 용병대장이 헛기침했다.

“글쎄, 저번처럼 잘못된 정보일지도 모른다. 죄다 다른 놈이 선수를 칠까 봐 진위를 파악하지 않고 손부터 쓰려고 하니. 그러니까 에츠체 마을 같은 꼴이 나지.”
“에츠체 마을. 광기가 엄청나긴 했죠.”

새벽녘의 기사는 아주 아름답다고 한다. 성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라고 믿는 놈들이 많았다.

샛별의 신앙자들은 무엇에도 보호받지 못해서 그들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더라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아니한다.

온갖 짓을 다 해도 되는 미인? 게다가 현상금도 어마어마하다.
어떤 사내가 마다하겠는가?

찾아라!

왕족, 귀족, 부호(富豪)를 비롯해 너 나 할 것 없이 새벽녘의 기사가 숨어 있다는 에츠체 마을을 습격했다.

결과적으로 소문은 거짓이었다.

다만 에츠체 마을에는 미색이 꽤 훌륭한 여인이 있었고, 머저리들은 그 마을 처녀를 새벽녘의 기사로 오해했다.

남자 소꿉친구의 목이 코앞에서 잘리고, 갑자기 멸망해 버린 고향 한가운데에서 잔혹한 폭행을 당한 여인…….
그녀는 곧이어 새벽녘의 기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화풀이로 노예로 팔려 갔고 이후에 벽에 머리를 박아 자살했다고 한다.

그것이 에츠체 마을의 참극이었다.

“대장, 근데 그 여자 솔직히 어땠습니까?”
“시체하고는 비교가 안 되겠지.”
“하하하하하핫!”

마클라사 용병대장이 자신의 아랫도리를 툭툭 두드렸다. 용병대를 창설하기 전에 그도 귀족에게 용병으로 고용되어 에츠체 마을에서 제법 칼을 좀 휘둘렀었다.

“아무튼…… 우리를 고용한 변경백은 자기가 고용 못 한 용병대들을 죄다 죽일 정도로 미친놈이니까, 다들 말조심해라. 샛별은 뻥긋하지도 말고 시키는 것만 잘해. 몫은 제대로 챙겨 주는 분이니.”
“예, 대장.”
“그런데 시체 확인하러 간 놈들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걸까요?”
“귀찮은 일 시켰다고 뒷담이나 하고 있겠, 아, 기사가 왔군. 일어서라.”

잘 먹인 군마에 탄 기사가 두 명의 시종을 데리고 동굴로 다가온다. 딴짓하던 용병대들이 당장 모여 끼리끼리 도열했다.

‘브로흐나트 변경백의 왼팔. 단두(斷頭)의 기사, 안시르.’
‘허리춤에 찬 저것이 그 마법검인가.’
‘과연 눈빛만으로 사람 여럿 죽이고도 남겠어, 그래.’

용병대장들이 긴장했다.

기사 안시르는 물론이거니와 시종들의 분위기도 장난이 아니었다.

안시르가 위쪽 눈매가 직선인 것이 특징인 눈으로 용병들을 내려다봤다.

“전부, 정리했나?”
“보다시피 전부 정리했습니다!”

샛별의 신앙자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 일대의 권력자들이 움직인다. 그들에게 있어 용병이란 쓸 만한 사냥꾼.
용병대들을 많이 휘하에 두어야 돌아가는 판을 주도할 수 있다.

그래서 브로흐나트 변경백은 제어가 가능한 만큼 용병대들과 계약한 다음 그 외의 용병대들은 모조리 없애기로 했다.
아무도 고용하지 못하도록.
고액의 대규모 임무를 미끼로 삼아 끌어들이고는 내부에 심어 둔 용병들로 뒤를 쳐서 처리하는 식으로 말이다.

가질 수 없으면 쓸 수 없게 부수는 것.

경쟁의 기본이다.

“전부, 정리했다고.”

안시르가 동굴을 응시했다.

“그럼, 저기서 엿듣는 자는 뭐지?”

……!

삼십 명이 넘는 용병들이 깜짝 놀라며 재깍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규칙적인 발소리와 함께 그늘에서 배신당한 용병이 등장했다.

[기사 포함 36명.]

[용병이 말했던 것보다 5명 더 많습니다.]

베르덴은 용병 갑옷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시대보다 기술적으로 한참 뒤떨어진 검을 늘어뜨렸다.

“시간이 부족하니 투항할 거면 지금 해라.”

베르덴이 손목을 비틀었다.
햇빛에 머금은 날이 검광을 빛냈다.

“다음은 없다.”

* * *

한 명이 무장한 열 명을 이길 수 있는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렵다.

웬만큼 검을 잘 다뤄도 몸에 칼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농민이 휘두른 농기구도 위험할진대 용병의 검과 화살은 말할 것도 없다.

단신으로 수십 명을 베거나, 마법으로 전쟁에서 우뚝 서는 소위 ‘영웅’들이 아니라면 다수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만용이다.

촤아아아악!

시체 성애자인 나크렝 용병대장은 목에서 피를 뿜으며 낯선 영웅을 보았다.

‘기를 깨우친 자가 한 명도 없군.’

베르덴은 대열도 없이 돌진하는 23명의 용병을 참살했다. 마법을 쓰지 않았음에도 그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힘이 제한되었을지언정 기운으로 강화하지 않은 전사의 움직임은 베르덴의 눈에 너무 느렸다.

경악한 용병들이 얼어붙었다.

“갑옷은 하틸 용병대의 그것인데…… 분명히 저런 놈은 없었다. 저렇게 잘생긴 놈은 없었다고!”
“외부인이라는 거냐?”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지? 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마클라사 용병대장이 주춤하다가 슬쩍 안시르를 보았다. 도와 달라는 눈빛. 안시르와 시종들이 말에서 내렸다.

“실체를 희석하라, 아이젠폴.”

안시르가 기를 운용하며 대상을 지정해 존재력을 차츰 약화하는 고대의 마검, 아인젠폴(Eisenfall)을 뽑아 들었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기(氣)…… 그리고 마법검!”
“과연 브로흐나트 변경백의 기사!”

용병대장들이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는 것처럼 환호한다. 베르덴의 존재감이 맥동하더니 전반적인 기력이 빠르게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 고대 아티팩트?’

베르덴이 즉각 대응했다.

<화염구>

“가서, 베어─”

3위계 마법의 샛노란 불덩이가 허공을 태우면서 쇄도했다. 기온 변화를 감지한 말들이 당장 옆으로 날뛰었다.

“무영창……?!”

안시르가 눈을 부릅뜨고는 아이젠폴을 들어 올려 화염구를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쏟아지는 화염이 남은 용병들과 시종들을 숯으로 불태웠다. 연기가 서서히 걷힌다. 폭발 지점에 쓰러진 안시르는 입을 벌린 탓에 기도 안쪽까지 화상을 입어 이따금 움찔거렸다.

‘옛날 시대인데도 영창이 필요 없는 위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편하군. 이 세상이 게임 무대라는 비현실감도 강하게 들고.’

영창 마법이 주류인 세상에서, 개발까지 한참 남은 위계 마법을 시전하는 기분은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오묘했다.

“꺽…… 커억…….”
“고대 아티팩트를 가졌으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기사라니. 기예도 쓰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약함.]

[불균형적입니다.]

베르덴이 열이 식지 않은 땅을 밟고 안시르에게 접근했다. 파란색 보석으로 손잡이가 장식된, 뜨겁게 달궈진 아이젠폴을 주워 들었다.

‘용병대장의 반응을 보아 기운을 깨우친 존재가 상당히 귀해 보인다. 그리고 가진 무구와 신분에 비해 미숙한 기의 운용. 기가 흔하지 않다…… 기가 흔하지 않다…… 기가 흔하지 않다…… 말인즉슨 기의 개념이 확립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베르덴 일행은 무대의 배경 특징을 이해했다.

“아서 타렌폴드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군림했던 세상이군. 이 시대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운명전이 발발하기 이전에 기의 개념을 구축해서 종의 강함을 끌어올리고 인류의 황금기를 연 것은 두 번째 사도, 아서.

인간으로서 저항자가 되어 운명전에 참전했으니, 수명을 생각해 보면 놈이 활동했던 시기와, 대분기와 운명전 사이에 있는 게임의 시대 배경이 일치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푹!

베르덴은 고통에 겨워 하는 안시르의 미간을 찔러 죽음을 선사했다.
그의 눈에 측은함이 스쳤다.

‘영혼은 진짜지만 육체는 거짓이다. 마치 게임의 장기짝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호스트는 ‘당신’에게 사도로서 어떤 힘을 받은 거지?’

8위계에 도달하고 신격을 자각해 영혼을 인지할 수 있는 베르덴은 안시르를 포함해 그들의 영혼들이 어딘가로 떠나는 것을 느꼈다.

[애셔 폐하.]

알파가 검을 가리켰다.

[고대 아티팩트. 이제 폐하의 검?]

“음, 그런 모양이다. 주어진 과업이 끝나면 바깥 세상으로 가져갈 수 있겠지. 존재 자체를 실시간으로 약화하는 강력한 무기인 것 같으니 정공법에 특화된 라테온이나 카인에게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완전. 이득.]

“보상이 후한 만큼 과업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할 거다.”

고작 3위계 화염 마법을 쓴 걸로도 마력회로에 약간의 부담이 느껴진다. 움직이지 못할 것을 각오해 전력을 발휘한다 해도 5위계 수준의 마도를 잠시나마 개방할 수 있을 터.
본래의 경지처럼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은 절대로 무리다.

‘결국 아르카디옴의 게임인 만큼 개인 무력보단 이곳에서 지식을 쌓아 과업을 달성하는 것이 순리라는 건가.’

뭐든 상관없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고.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

요컨대 머리와 몸이 모두 뛰어나면 덜 고생한다. 베르덴은 극도로 제한된 무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심산이었다.

베타가 말했다.

[정황상 게임 무대에 있는 모든 물건이 호스트의 창고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회가 되면 한몫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정의로운 도둑.]

호스트를 적으로 인식하는 알파와 베타는 많은 전리품을 노리자고 속삭인다. 이런 태도는 또 어디서 보고 배운 걸까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베르덴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 여유가 되면.”

철컥.

아이젠폴을 허리춤에 찬 베르덴이 안시르의 말에 탑승했다. 털이 불길에 그을리기는 했지만 폭발에도 멀리 도망치지 않은 것을 보면 상당히 훈련된 군마가 틀림없었다.

‘오, 안장 가방에 금화와 은화가 꽤 있군. 동화도 아예 없지는 않고.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죽은 용병들의 짐까지 털 필요는 없겠어.’

베르덴은 느슨하게 고삐를 쥐고 안시르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의 군마는 귀소본능으로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서 안내하리라.

본래라면 저들 중 한 명을 생포해서 정보를 캐야 마땅하나, 이미 대화를 엿듣는 것만으로도 베르덴은 자신의 과업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베르덴이 품을 뒤적거렸다.

알파와 베타와 함께 돌돌 말린 양피지를 펼쳐서 내용을 살폈다.
이는 게임 참석자에게 주어지는 기록서였다.

두 번째 게임: 태고의 모험.

참가자: 네 번째 주빈 – 애셔.

<지식의 과업: ‘새벽의 별빛’을 획득하라>

[ 습득 지식 ]

•샛별의 신앙이 몰락했다.
•태고의 모험의 배경은 제2 사도가 인간 시절에 군림한 시대다.

[ 습득 아이템 ]

•장비: 침강의 처형 – 아이젠폴 (Eisenfall)

네 번째 주빈으로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때마다 기록은 갱신된다.

‘새벽의 별빛을 손에 넣어라.’

말인즉슨 현재 추적당하는 새벽녘의 기사를 찾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쫓는 자들부터 찾는 게 순서겠지.

[목표는 브로흐나트 변경백입니다.]

[모험의 시작.]

베르덴, 알파, 베타는 침묵의 사막을 일주했듯 영지의 주인을 찾아 고대의 도시로 여행을 나섰다.

* * *

태고의 모험, 제1장: 여정.

배신당한 용병의 껍질을 뒤집어쓴 악마의 신이 지식의 과업을 이해했다.

태고의 시대에 빛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신앙 중 하나가 붕락했다.
새벽의 별빛은 전락하고 추락하여 버려졌다.

악마의 신이 악마가 탄생하지 않았던 옛 시대를 거니노니.

새벽녘이 악마의 신을 기다리는가, 악마의 신이 새벽녘을 찾아가는가.

인과는 불명하나, 조우는 필연이다.

여정의 끝에서 샛별을 손에 넣은 악마의 신은 또 하나의 진실에 가까워지리.

* * *

두그둑, 두그둑, 덜컹.

베르덴과 똑같은 게임 무대로 떨어진 마기온…… 섭리자, 데우스 위덴은 마법사의 모습으로 마차에 타고 있었다. 마법 선생. 그것이 모험극에서 그가 부여받은 상황과 신분이었다.

귀족 가문에서 찾아온 인물이 맞은편에 앉아 즐겁게 떠들었다. 데우스는 적당히 맞장구치는 시늉만 하며 마차 밖의 하늘을 바라봤다.

‘태고의 모험.’

두 번째 게임 주제를 선정할 때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는 호스트의 말은 아마 진실일 것이나, 어쨌든 이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운명에도.
저항자에게도.
무력이 제한되는 이상 블러디아도 데우스도 죽을 가능성이 생겼다. 호스트가 재현한 이 시대의 평균적인 힘은 약하지만 정점은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지식의 과업이다.’

귀빈들을 포함하여 과업이 무작위로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지식인이 대부분이나, 그것은 사실 절반만 진실이다.

과업은 언제나 해당 지식인이 갖지 못한 지식을 목표로 부여한다. 지식의 정도가 사소하든 중대하든 간에 새롭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물론 베르덴에게 크게 중요치 않은 과업 따위가 내려질 수도 있지만, 그 반대라면.’

데우스가 내심 침음했다.

‘이 시대는…… 베르덴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베르덴이 혹시라도 호스트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보물 중 하나인 태고의 산물을 취할 수도 있고, 더 큰 진실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후자가 특히 관건이다.

데우스처럼 태초의 마법사의 영향력에 소속되지 않은 베르덴이 너무 많은 진실을 얻은 채로 아르카디옴을 벗어나는 순간.
그 자체로 다수의 금기를 한꺼번에 위반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자칫하면 ‘당신’이 깨어난다.’

서둘러 베르덴을 막아야 한다.

과도한 지식은 독이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