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38

1038화 아르카디옴의 끝 (6)

베르덴은 두 개의 마도를 개척했다.

파멸의 마도는 역천으로 운명을 거스른 자의식의 결과이며…….

무한의 마도는 마법사로서 바라 온 순수한 자아의 발로다.
인체 실험의 부작용으로 시한부가 된 삶. 죽음의 기로에서 그는 육체를 재구성할 때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끝없는 가능성을 소망했다.

그렇게 관리자와의 마법전에서 들어섰던 마도의 심연에서 그 무엇도 선택하지 않은 베르덴은 무한(無限)을 손에 넣었다.

심상만으로 마력을 변화해 마법을 발현하는 연산 체계의 탈피.

마법적 이해력으로 낯선 마법을 해석하여 곧바로 구현하고, 마력과 원소를 뜻대로 조작하고, 기본 준비 단계 없이 수많은 마법진의 작성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는…….
더 나아가 마도 영역을 침범해 일부를 모방하는 힘이 무한이 품은 가능성이다.

초대 마도왕의 <아케인>, 레그리트의 <원소 융합>, 쉐오른 장로의 <공간 지배>, 그레이브의 <전이> 연속 파장, 유니아의 마도 위성체 등이 바로 그 예시다.

심지어…….

무한의 개념은 결정적으로 타인의 마도를 온전히 발현할 수 있다.
마도는 곧 마도사의 길이자 깨달음으로 실체화된 고유한 정체성이니, 베르덴이 타인의 인생을 완벽히 이해하는 순간 모방을 넘어 그 마도를 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히트 웨스로엘의 모든 기억을 강제로 전이받아 <망화>를 깨우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미 <무한 - 망화(亡火)>와 같이 성공한 사례가 있어도 마도의 완전 재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고등 통찰력을 가졌어도 순간마다 변화하는 생각 및 감정의 근원 자체를 마음 깊이 헤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타인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기에 타인이다.

마도사의 일생을 살아 보지 않는 이상 깨달음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말인즉슨 베르덴은 타인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마도 재현의 필요 불가결한 조건인 것이다.

머릿속으로 구축한 모든 종류의 마법적 술식을 현현시켜 마법진의 작성 과정을 생략하는, 발로크 베시아스의 마도 <경전(鏡全)>.

시초이자 근원인 원소를 다루는 초대 마도왕의 마도 <근원(根源)>.

그 외 수많은 마도 등…….

다히트처럼 기억을 전부 받지 않는 이상 그들의 마도를 개방할 수 없다.
특히나 스승님은 초대 마도왕의 일부 기억만을 지니고 있기에, 모든 기억을 받는다고 해도 근원의 마도의 개척이 불가하다.

‘드라벤의 마도.’

베르덴은 앉은 채로 드라벤이 선뜻 건네는 책을 응시했다. 호스트는 베르덴을 포함한 존재의 인생이 담긴 책들을 갖고 있다.
이 책 안에는 분명히 드라벤 르마르크의 일생이 모조리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드라벤을 이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세하게.

“죽어도 초월자는 초월자군. 마도까지 넘겨 버릴 정도로 광기 어린 집착이 약해지기는커녕 더 강해진 걸 보면.”

베르덴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그런데 내가 왜 네 이상까지 짊어져야 하지?”

베르덴과 드라벤은 실질적으로 교차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마법부터가 그렇다.

베르덴은 흑마법을 배우거나 사용한 적이 없고, 이제 와서 배울 생각조차 없는데 드라벤은 흑마법계 초월자다.

행보는 또 어떤가.

둘 다 피로 물든 길을 걷기는 했지만, 드라벤의 발아래엔 무고한 자들의 수많은 비명과 시체가 묻혀 있다. 드라벤이 죽인 사람의 숫자는 베르덴이 범접할 수 없는 규모다.

드라벤은 자신만의 이상을 위해서 기꺼이 타인의 존엄을 짓밟아 왔다.
죽은 자와 산 자의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한다고 해도, 베르덴은 드라벤에게 최소한의 호의조차 베풀 이유가 없었다.

“알고 있다. 아칸드에게 충성을 바친 내가, 다름 아닌 네게 이상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쯤은. 내 제안을 거절해도 내게서 얼마든지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쯤은.”

드라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을 위한 길이 아니라, 너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베르덴이 설명해 보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드라벤은 다시 베르덴과 마주 앉았다.

“초월자 전쟁에서 세계 연합군에 맞선 크세리온 제국의 전력은 언데드가 대부분이었다. 크세리온의 영광…… 나를 비롯한 흑마도사들로 이루어진 황제의 호위 기사단의 결과물이었지.”

드라벤은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아칸드 휘하의 언데드 군단에는 배신도, 반항도 존재하지 않았다. 불사의 군대. 지성이 깊은 개체가 아닌 이상에야 언데드에겐 두려움의 감정도 없으니, 그것보다 이상적인 군(軍)은 없었지. 아칸드의 패퇴로 우리는 한순간에 무너졌지만, 이제 죽음마저 극복한 놈의 제국은 완벽에 가까워졌다.”

벽난로가 일렁인다.

“그러나, 허점은 있다.”
“허점?”
“아칸드는 예전부터 그러했듯이 자신의 지배력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

드라벤은 오랫동안 아칸드의 최측근이었고, 충실한 종복이었다.

베르덴과 아드리안의 신하 관계보다 충성심은 더 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드리안이 베르덴의 검으로서 자신만의 이상을 완성했다면, 드라벤에게 있어 아칸드는 자기 이상을 실현시켜 줄 대리인이었기에.

그러므로 ‘당신’의 관계자가 아니라면, 적어도 크세리온 제국 내에선 드라벤보다 아칸드를 자세하게 아는 인물은 없었다.

“……마도사가 자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마도다. 고유한 마도가 곧 신분증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지.

그리고.

“크세리온 제국 전력엔 언데드만 있는 게 아니다. 수백 년간 내가 이끌어 온 주검의 영광이 존재한다. 게다가 아칸드의 권능으로 그동안 사망한 하인들이 전부 부활했을 터.”

드라벤은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책 표지를 강하게 짚었다.

“무려 800년 동안 존속해 온 주검의 영광의 현재 전력은 역사상 최대다. 아홉 개 사문(死門)에서 나온 언데드 사령관들이 아칸드의 오른손이라면, 주검의 영광은 왼손인 셈이지.”
“…….”
“그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충성의 목적에 있다. 언데드는 그저 절대적으로 복종할 뿐이지만, 주검의 영광은 오직 불멸의 세상을 바라기에 아칸드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베르덴의 눈매가 미세하게 변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드라벤이 이런 말을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칸드가 전 세계를 불태워도 불멸의 세상은 오지 않는다. 아까 말했듯 아칸드가 원하는 이상향은, 잔인하리만치 주검의 영광이 추구한 이념과 정반대에 위치해 있으니까.”

드라벤은 이를 드러냈다.

“이런 아칸드의 진실을, 주검의 영광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드라벤은 무턱대고 베르덴에게 마도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호스트의 지식으로 존재 의의를 거의 상실하여 정신이 붕괴할 무렵, 그의 광기는 이상으로 나아가는 다른 길을 찾았다.

“베르덴, 너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암월의 마도를 습득했고, 이는 정통성의 증명이 되어 블랙 아워의 3대 지배자로서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소사이어티와 블랙 아워가 큰 마찰 없이 조화를 이루게 된 이유는 순전히 네게 자격이 있기 때문이었지.”
“설마 주검의 왕이 되라는 뜻이…….”
“주검의 영광은 아칸드의 부활을 위해서 창립한 조직이지만, 하인들은 아칸드가 아니라 나를 따라서 불멸의 세상을 꿈꿨다. 주검의 영광은 창설 이후로 단 한 번도 머리가 바뀐 적이 없지만, 그렇기에 정통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지.”

드라벤과 루네시카를 제외한 하인들은 아칸드를 본 적이 없다. 그 힘에 전율하고 경외할지언정 아주 낯설 것이다.
언제나 그들을 지휘했던 드라벤과 루네시카가 있으면 모를까, 드라벤은 죽었고, 루네시카는 포로로 잡혀 있다.

주검의 영광의 궁극적인 목적은 옛 왕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중심은 아니다.

첫 번째 하인과 두 번째 하인이 사라진 주검의 영광은 불안정하다.
하물며 막강한 크세리온 제국의 사령관들과 권력을 나눠야 하니, 부활한 하인들은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만약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아칸드가 주검의 영광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겠지. 그러니 그럴 시간을 주지 않으면 그뿐.”

쿵!

드라벤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나의 마도를 재현해 정통성을 증명하고, 주검의 영광의 수장으로 등극하라. 그리고, 무지한 하인들을 ‘계몽’시켜라.”

베르덴은 최초의 마탑을 창립한 키론다르…… 텔로르 크렌드로스를 떠올렸다.
자신을 계몽자라고 여기면서도 그는 오랫동안 우월한 존재의 계몽을 바랐다. 계도를 받아 진정으로 잘못을 깨닫고 싶었기에.

“그리고.”

드라벤은 비로소 계책을 이야기했다.

“크세리온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분열시켜라.”

* * *

내부 분열.

주검의 영광으로 아칸드의 뒤를 친다. 아칸드는 지배력을 자신하기에 절대로 배신을 상정할 수 없을 것이다.

드라벤은 이렇게 주장했다.

‘반역이라…….’

베르덴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상대가 사도인지라 이런 전략은 깊게 고려한 적이 없었다. 주검의 영광은 유구하고 뜻이 명확한 세력인 터라, 아칸드를 배신할 거라는 상상까지는 하지 못한 탓이다.

애초에 배신을 종용하려면 여러 방식의 설득이 필요한데. 누가 배신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니, 내분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었다.

“안팎으로 제국을 깎아 낸 다음 너희가 가진 모든 힘을 모아 아칸드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을 죽이는 것. 단언컨대 대륙의 희생을 최대한 줄이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다.”

드라벤이 재차 책을 내밀었다.

“이것이 내 마도의 가치다.”
“몇 가지 묻지.”

베르덴이 고민하며 제 허벅지를 두드리던 손끝을 거두었다.

“진실만으로 주검의 영광이 정말로 아칸드에게 반기를 들 거라고 확신하나? 네 마도를 재현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나를 따른다고?”
“물론 너 혼자로는 설득이 어렵겠지. 그 열쇠를 쥔 것은 루네시카다. 크세리온의 영광의 부단장이자 두 번째 하인, 루네시카 안테르노아.”

드라벤은 확신했다.

“루네시카에게 명운의 마도를 보여 주고 진실과 함께 나의 전언을 속삭여라. 그렇게 하면 루네시카는 널 수장으로 받을 거다.”
“근거는.”
“루네시카니까.”

드라벤은 아무래도 루네시카를 지극히 신뢰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오랜 세월 뜻을 같이했으니 그런 믿음 정도는 있으리라.

‘그럼…… 일단 루네시카를 살려야겠군.’

루네시카는 죽었다가 부활했으나 파멸의 마력에 영혼이 침식당해, 점차 죽어 가고 있다. 정상 회의에서 보겠지만, 제국에서 전한 바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베르덴은 내심 판단을 내렸다.

“주검의 영광의 반란으로, 결국 크세리온 제국을 무너뜨렸다고 가정하지. 어떻게 포장해도 하인들은 지성체의 존엄성을 훼손한 역사가 있다. 또한 에온의 계명에 예외는 없다.”
“뜻대로 집행해라.”

드라벤이 즉답했다.

“하인들이 선택을 내릴 테니까. 마법을 포기할지, 죽음을 받아들일지. 그것이야말로 운명이 없는 세상의 이치일 테니.”
“…….”

베르덴은 말없이 드라벤을 바라봤다가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검의 영광과 에온의 계명, 이것은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니었다.

이윽고 베르덴이 입을 열었다.

“전부 가져가라고 했지. 네가 남긴 모든 걸.”
“그래.”
“네 이상을 짊어진다고 해도, 나는 선택의 때가 오면 내 이상을 우선할 거다.”
“상관없다. 오히려 바라는 바다.”

드라벤이 보란 듯이 단언했다.

“네가 추구하는 이상향에, 내가 바라는 세상이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드라벤은 불멸의 세상을 원했다. 죽음이 없는 세상을 구축하려고 했다. 지금 그는 옛 왕이 아니라 베르덴에게서 그 세계를 보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드라벤은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이제 알게 되리라.

후웅.

베르덴이 알파와 베타의 프레임을 소환해 마력을 불어넣었다.

[알파. 기상.]

[베타, 기상했습니다.]

베르덴을 먼저 반긴 녀석들이 거의 동시에 몸을 뒤로 돌렸다. 외눈이 반짝거렸다. 알파가 작은 손으로 드라벤을 가리켰다.

[첫 번째 하인. 아르카디옴의 끝?]

“그래, 무사히 아르카디옴의 끝에 도달했지.”

베르덴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파와 베타에게 말해 주었다. 드라벤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도 말이다.

베르덴이 책을 들었다.

베르덴은 첫 번째 책장을 넘기기 전 드라벤에게 물었다. 이야기에는 중심이 중요하다. 주제가 뭔지 알아야 이해는 더 깊어지므로.

“네 이상이 뭐지?”
“……영혼.”

드라벤은 마치 신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나는, 모든 영혼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랐다.”

생명을 폐하는 마도, <명운>.

드라벤이 깨달음을 얻게 된 역사가 베르덴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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