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56

1056화 정상 회의: 수립 (4)

메이아는 당혹스러웠다.

긴급 정상 회의에서는 딱히 개입할 만한 안건도 없고, 끼어들 생각도, 이유도 없어서 계속 관망하려던 차였는데 갑자기 군단장이라니?

‘역시나 레프라기움 마탑의 힘을 이용하고 싶은 걸까? 그런 거면 섭리자에게 토벌군단장을 일임하면 될 텐데. 왜 나지?’

베르덴이 세계 연합장에 오를 경우 레프라기움 마탑을 전면으로 내세울 거라고는 진즉부터 예측하고 있었다.

당장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메이아를 지휘자로 지목한 것.

예상하지 못한 중책이 주어지니 혼란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녀는 찰나 여러 가설을 세워 가장 합리적인 추론을 도출했다.

‘하, 내 전력까지 파악해 두겠다?’

아르카디옴에서 저항의 씨앗, 사도의 대적자 등 명칭이 유출됐다. 그리고 테아렐을 통해 섭리자의 힘 일부 또한 베르덴에게 알려졌다.
크게 상관은 없다.
베르덴은 레프라기움 마탑의 관계자를 제외한 씨앗들의 정체를 알지 못하니까.

아르카디옴에서 호스트가 가진 드라벤의 영혼이 네 번째 사도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것만으로 성과는 충분했다.

이제 베르덴은 본인이 선택한 대로 저항자 대신 크세리온 제국에 맞설 것이고, 혈투 끝에 길이 뚫린 그 순간 ‘옛 왕의 대적자’가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흠, 어떻게 할까.’

베르덴의 임명을 수락해도 당연히 나쁠 건 전혀 없다. 애초에 이번 전쟁에 한해서는 베르덴을 조력할 예정이었으니까.
그녀의 힘을 세상에 보여 주어도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고분고분 받아들이자니 뭔가 탐탁지 않았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파괴한 데다가 세계 회의에서 운명적 필연을 언급해 각 존재에게 남아 있는 운명의 실을 거의 끊어 버린 것.
그 탓에 수백 년 동안 계산한 인과와 레프라기움 마탑이 운명전을 대비한 계획 연구까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베르덴에게 끌려다닌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마법사로서 약간의 반항심.

메이아는 소심한 보복으로 그를 조금 골려 주고 싶었다.

“좋게 봐주신 건 감사하지만, 먼저 제가 군단장에 적합하다는 근거를 모두가 납득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 어떤 점을 보고 선택한 거죠?”

찬양해라!

메이아는 공식석상에서 베르덴의 입이 그녀의 장점을 나열하는 광경을 기대했다.
레프라기움 마탑 이인자를 전선에 세우고 싶다면 응당 그리해야 하리라.

“싫으면 됐다. 그러면─”
“알았어요. 할게요.”

베르덴이 가차 없이 결정을 번복하려고 하자 메이아가 당장 수락했다.
그녀가 속마음으로 턱에 힘을 줬다.

‘영악한 남자.’

저거, 저거 곧바로 말을 끊지 않았으면 진심으로 임명을 철회하려고 했다. 얼마나 자존심이 센지 굽힐 줄을 몰랐다.
받아 줄 법도 하건만.
도대체 저런 사내가 뭐가 좋은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베르덴이 이내 못마땅하다는 시선으로 메이아를 내려다봤다.

“메이아, 네가 초월자로 군림한 지가 언젠데 내가 증명까지 해 줘야 하나?”
“……?”
“참석자들은 참고해라. 직책이 주어지면 가부(可否)만 결정하도록. 여기서 스스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 못 할 사람은 없을 테니.”

나잇값 해라.
괜히 그러지 말고.

베르덴은 심리전으로 메이아의 의도를 단번에 꿰뚫어 봤고 즉각 질타했다. 서약자 – 유리온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쁜 남자……!!’

메이아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가까스로 다스리며 감정을 추슬렀다. 문득 옆을 보니 섭리자 – 데우스가 근엄하게 무게를 잡고 있었다.
오직 그녀만이 데우스가 은폐한 감정의 편린을 알아챘다.

‘웃어?’

메이아가 정색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르덴이 말을 이어 갔다.

“다음은 하이랜디아 국왕, 서약자, 유리온 하이로스.”
“오, 나야?”
“동대륙 남부 군단장.”

유리온이 자부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꼈다.

“기꺼이 받아들이지. 타락이 문제라면 나 이상의 적임자는 없으니까.”

정신적으로 무너져 배신을 선택하면 타락하여 언데드가 된다? 옆 사람이 언제 언데드로 돌변할지 몰라서 불안하다?

숭고한 서약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부탁하지.”
“오냐.”

유리온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베르덴이 시선을 바로 했다.

“마지막으로 흑해, 테아렐.”
“응.”
“펜드렌호 군단장.”
“알았어.”

펜드렌호에서 사문에 접근하려면 수전(水戰)을 피할 수 없다.
이텔 왕국보다 면적이 넓은 호수이니 비행정과 함선은 필요 불가결하며, 그런 것이 없어도 수중에서 가장 큰 전력을 발휘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테아렐이 지휘자로 제격이었다.

“이 셋이 사문 공략의 선봉이다. 하나의 의제가 길어졌으니, 전략과 전술, 그리고 군단 편제와 남은 군단장 선정은 세 번째 소의제에서 논의하는 걸로 하지.”

콩! 콩! 콩!

알파가 기다렸다는 듯 [마테리아스]의 모서리를 두드렸다.
맑은 금속의 울림이 퍼졌다.

[첫 번째 소의제. 종료.]

휴식은 없다.

“두 번째 소의제는 그림멜 그롬파르와 루네시카 안테르노아의 처분이다.”

* * *

“현재 그림멜은 아케나드 마도국이, 루네시카는 아르나크 제국이 신병을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루아스 교국의 요청을 받아 공개적으로 이단 심문을 행했지. 하나, 알다시피 그들의 입에서는 어떤 정보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레온하르트가 성율성단장으로서 면목 없다는 듯 조금 머리를 숙였다.

“제가 미력했습니다.”
“애초에 심문이 통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니 개의치 마라. 물론 심문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사실이지만.”

베르덴이 [마테리아스] 주변을 느긋하게 거닐어 주목도를 높였다.

“이렇게 된 이상 둘은 연합에 있어 애물단지나 다름이 없다. 처형하자니 아깝고, 내버려 두자니 또 아깝지. 그런데 그림멜은 그렇다 쳐도, 루네시카는 크세리온 제국의 최측근인데 옛 왕은 이에 관해서 우리에게 따로 접촉한 적이 없다. 왜일까.”

라리안 마탑주 – 자일론 마인이 한 손을 들어 나름대로 대답했다.

“국제 사회가 섣불리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포로의 가치가 가치이다 보니…….”
“상식적으로 그렇겠지. 괜히 약점을 보이고 싶지 않을 걸 수도 있고,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에 한한 추측에 불과하다. 옛 왕을 마주하지 않으면 그 생각을 헤아리기 어렵지.”

베르덴은 [마테리아스]의 틀을 짚었다.

“그러니 직접 반응을 시험해 볼 수밖에.”
“예?”
“그림멜과 루네시카의 신병은 초월자 연합에서 인도받고 싶은데, 괜찮겠나?”

7대 마도왕 – 반젤리스와 제라클 황제는 별다른 말 없이 승인했다. 어차피 그림멜은 베르덴이 붙잡은 거고, 루네시카를 확보하는 데도 그가 지대한 공헌을 했으니까.
무엇보다 세계 연합의 수장이니 서로의 교집합은 충분하다.

“언제든 가져가라.”
“상관없네.”
“음……!”

주검의 영광의 두 번째 하인인 루네시카를 직접 찢어 죽이고 싶었던 루아스교…… 성녀가 특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루네시카는 교국에서 처형해야 하는데.
습관처럼 발작할 듯이 움찔거리자 알파가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또]

“네?”

[또 말대꾸?]

에르세티아가 멍하니 있다가 베르덴과 시선을 마주쳤다.
공적에서 뒤처졌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했다. 루네시카를 생포하는 데 있어 교국은 큰 기여를 하지 못했으니 요구할 자격도 없다.

“뭐가 불만인가?”
“아, 아뇨.”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해라.”
“불만, 없어요.”
“먼저 행동하지 말고.”
“네…….”

에르세티아는 빛의 교리와 신인으로서의 사명을 대의명분으로 삼아 매사에 당당하다. 하지만 이렇게 정당성에서 밀리는 경우에는 변변찮은 반항도 하지 못했다.
사실 이런 적이 처음이라서 더 그랬다.

에르세티아가 싫어하는 사람 중 두 손가락 안에 드는 라인델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려 자연스럽게 입가를 가렸다.

베르덴이 말했다.

“루네시카 안테르노아는 미끼로 사용할 거다.”
“미끼라면……?”
“처형 날짜를 공표한다. 옛 왕이 전령을 보낸다는 날짜보다 하루 앞에.”

아칸드는 사룡과 함께 사라지기 전에 ‘21일 뒤에 전령을 보내겠다’라고 언질을 주었다. 이제 고작 며칠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루네시카가 중요하면 전령을 앞당겨 보내겠지.”

베르덴은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피며 데우스에게 눈길을 두었다. 그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대하는 사람은 거수하라.”
“…….”
“당장 대륙 전역에 날짜를 공표하려고 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수하라.”
“…….”
“없군.”

베르덴의 결정은 곧 세계의 총의가 되었다.

“아드리안, 이자벨라.”
“예, 주군.”
“루네시카의 처형을 세상에 포고하라. 루네시카 본인에게도 전하도록.”
“가주의 뜻대로.”

아드리안과 이자벨라가 통신 장치로 위상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고 루네시카를 크세리온 제국이 살려 보내려면, 그렇게 드라벤이 구상한 내부 분열을 일으키려면 이 방법뿐이다.

살리려면 처형해야 한다.

* * *

루네시카는 노르드발트의 삼엄한 지하 감옥으로 이송되어 감금되어 있었다. 저항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숱한 죄수를 얼려 죽인 북부의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하…… 얼어, 붙기까지 할, 줄이야…….’

난생처음으로 포로로 잡혀 온갖 경험을 한다며, 루네시카는 자조했다.
그렇게 의식이 끊겼다가 다시 깨어나길 반복하는 도중 누군가가 눈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보랏빛이 감도는 은발의 여자였다.

“영혼이 무너지면 그냥 죽는다는데. 방치하면 진짜 죽겠는걸.”
“누, 구…….”
“에온의 다섯 번째 위상, 유니아.”

유니아는 1위계 불꽃으로 서리가 낀 루네시카의 머리카락을 살살 녹였다. 따스한 온기에 굳은 입이 점점 풀렸다.

“당신의 처형 날짜가 정해졌어. 옛 왕이 전령을 보내기 하루 앞으로.”
“같잖, 긴. 폐하께서, 그딴 걸로 흔, 들리지…… 않…….”
“충성심은 됐고, 선배, 베르덴 선배가 당신한테 이렇게 전해 달래.”

유니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루네시카의 귓가에 아주 작게 속삭였다. 오직 루네시카만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먼저 해방의 언덕에서 기다리겠다.”
“……어.”

루네시카가 경직됐다.

“어?”

해방의 언덕.

드라벤 드마르크와 루네시카 안테르노아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밀어(密語). 드라벤이 죽어서, 이제는 루네시카만이 간직하는 단어.

“어, 어떻, 어떻게…….”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선배는 알고.”
“어떻, 게……!!!!”

루네시카가 혹한의 추위에 굳어 버린 팔로 연신 허우적거렸다. 그녀의 손을 슬쩍 뒤로 피하며 일어선 유니아가 반쯤 몸을 돌렸다.

“기다리면 선배가 찾아올 거야.”
“어떻, 게…… 베르, 덴이……!”
“그때까지 생각 잘 정리해 놓으래.”

철컹.

유니아가 감옥을 나섰다.

루네시카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쫓으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닿지 못했다. 감옥은 닫혔고,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은 체념이 아니라 강렬한 의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베르덴이 어떻게 해방의 언덕을 알고 있지?’

루네시카의 동공이 흔들리며 떨어진다.

‘대체, 어떻게?’

유니아가 있던 자리에 순수한 마력이 깃든 매직 아이템이 놓여 있었다. 파악! 루네시카는 당장 그걸 낚아채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베르덴의 마력…….’

영혼 깊이 스며든 검붉은 마력이 조금 사그라든 것 같다. 증오가 넘쳐 흘렀지만, 그럼에도 이걸 놓을 수는 없었다.

반드시 영혼을 지켜야 했다.

베르덴을 만나기 전까지 절대로 죽을 수 없다.

살아야 할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 * *

세계 연합에서 결정된 루네시카의 처형 소식은 금세 대륙에 퍼졌다. 에온이 작정하고 공간 이동으로 알린 터라 주요 도시는 초월자의 처형 이야기로 이미 들썩이고 있었다.

“순순히 전령을 기다릴 생각은 없다는 건가.”

옛 왕 – 아칸드가 드넓은 초원의 언덕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용검이 꽂혀 있다. 그는 이 청명한 풍경을 즐겼다.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다.”

아칸드가 손짓했다.

주검의 영광의 옛 초월자───나크텔이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하명하십시오, 폐하.”
“베르덴과 면식 있는 마법사를 전령으로 삼아 보내라.”
“당장 추리겠습니다.”

죽음의 제왕은 스스로 죽음은 없다고 천명했듯이 어떠한 살생도 저지르지 않고 생기가 넘치는 세상을 만끽했다.
그야말로 모순이었으나, 누구도 아칸드에게 의문을 갖지 않았다.

이윽고 전령이 발탁됐다.

‘……저요?’

몇 년 전, 옛 왕의 신체를 확보하려고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암약하다가 4위계 베르덴에게 살해당한 5위계 흑마도사, 백골의 비올라.
옛 왕의 힘으로 부활한 그녀는 이제 자신을 죽인 사내를 제 발로 찾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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