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85

1085화 강수(強手) (5)

생명이 위협받는 기분이 든다.
낯설다.
지금까지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직면한 적은 없었기에.

아───황홀하다.

사냥감은 전부 다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건가?
수왕은 난생처음으로 사냥감을 질투했다.

‘옛 왕은 대책 없이 출진하지 않았다. 막을 수 없는 도주로를 확보했을 터. 그러니 군단의 피해를 줄이는 선에서 만족해야 옳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연합의 사정.’

수왕 안티아스의 눈에 핏발이 섰다.

‘도저히 참을 수 없군.’

수인에게도 기술이 있다. 인간 무투가처럼 기운을 통해 기예를 발현하는 것과는 다르다. 수인의 기술은 야성을 행동으로 투사하는, 본능의 표현.

인간의 기예와 절기는 저마다의 개성이 있어 혈연 등 육체의 특별한 연이 없으면 원본 그대로의 전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에 수인의 기술은 계승할 수 있다. 마치 어미가 새끼에게 사냥법을 가르치듯이. 그리고, 안티아스는 역대 수왕들이 끝없이 계승해 온 기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켰으니.

광포화狂暴化

이성은 안개처럼 흐릿해지고.
본성이 짙은 그림자가 되어 드리웠다.

우드드득, 우드드드드득.

살육전에서 처음으로 비기(祕技) 중 하나를 발현한 안티아스의 신체가 불거졌다. 안 그래도 압도적이었던 체격이 3할가량 더 비대해졌다.
그건 검은 야수가 동대륙 남부 타락자들을 상대로 꺼냈던 것과 본질은 같았으나, 그 변화는 감히 비교할 것이 못 되었다.

근력이 폭증했다.

안티아스의 광기 어린 힘을 견디지 못하고 지각이 흔들렸다. 체온이 끓어오른다. 그로 인해 주변 대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죽는지 안 죽는지 시험해 보라고?”

안티아스가 양팔을 벌렸다.

“오냐.”

지면을 박찬 순간 폭발적인 반발력을 이기지 못한 대지가 비명을 지르며 분쇄됐다.
공허한 흙바닥은 분말처럼 흩어졌고, 거미줄처럼 뻗어 나간 균열은 주변 일대를 집어삼키며 삽시간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냈다.

뒤늦게 굉음이 고막을 때렸을 때───안티아스가 머물던 자리에 파도가 치고 있었다. 거친 흙과 바위로 이뤄진 대지의 해일이었다.

용검이 머리에 닿기도 전에 안티아스의 발차기가 들이닥쳤다.

쩌엉──!

아칸드가 날아간 궤적을 따라서 지각이 날카롭게 솟구쳤다. 주둔지에서 보이지 않는 거리까지 날아가 암벽에 그대로 충돌.
사방으로 퍼진 압력이 그 황폐한 환경을 휘어잡아 아칸드를 뒤덮었다.

그 위로 안티아스가 쇄도했다.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크레이터가 생기며 묻혀있던 아칸드가 드러났다. 안티아스가 광포한 이빨을 보이며 용검을 짓눌렀다.

“용골을 대량으로 갈아 넣은 고대 드워프의 걸작품. 성가시긴 하더구나.”

완강한 악력에 아칸드의 검이 크레이터 바깥으로 날아갔다.
직후 안티아스가 팔을 내리찍었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노리는 것은 아칸드만이 아니었다. 아칸드의 공간 전체에 폭력이 가해졌다. 생명력 자체를 상징한다고 해도 좋을 괴물이, 대륙에 죽음을 선사하는 괴물에게 미친 듯이 공세를 퍼부었다.

마치 언젠가 찾아올 죽음에 대항하는 생명의 본질 같았다.

안티아스가 머리 위로 양손을 모았다.

콰아아아아아앙!

큼지막한 주먹이 떨어지자 둘을 에워싼 땅이 위로 분출했다. 그들은 어느새 인위적으로 형성된 구덩이에 놓여 있었다.
하늘이 작게 보일 정도로 깊은 구덩이였다.

안티아스가 히죽거렸다.

“막았군.”

아칸드의 건틀릿이 안티아스의 팔뚝을 단단히 잡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공격을 비웃듯이 맞거나 가볍게 피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었으니.

아칸드가 말했다.

“자부해도 좋다.”

동시에 엇갈리는 수인과 인간의 손아귀.

크레이터가 붕괴했다.

바깥으로 나온 안티아스의 하울링에 먹구름이 낀 하늘이 요동쳤다. 본능이 더 짙어지며 신체 능력이 더 강해진다.
있는 대로 짓눌러 터뜨릴 듯 반쯤 구부린 손가락이 쏘아졌다.

쩍───콰드드드드득!

아칸드가 땅을 긁으며 밀려나다가 뒤로 몇 걸음 비틀렸다. 그러자마자 달려들어 안티아스의 복부에 권격을 꽂았다.
가죽 너머 근육과 장기가 잠시 늘어나 안티아스의 등이 일순 튀어나왔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서로 일진일퇴를 반복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방씩 주고받았다. 신체를 때렸다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종족의 한계를 극복하고, 또다시 그 한계를 넘어선 강자들은 델하룬의 일부를 초토화하여 새로 만들어질 지도에 흔적을 남겼다.

안티아스가 자기보다 얇은 팔목을 붙잡아 지상을 부수었다. 아칸드는 그 상태에서 허릿심만으로 거구를 메다꽂았다.

쿠구구구구구……!

지면이 가라앉으며 생겨난 절벽 아래로 두 사람이 떨어진다.

쾅! 쾅! 쾅! 쾅! 쾅! 쾅!

안티아스는 갑옷을, 아칸드는 가죽을 붙잡아 다른 한 손을 연이어 내질렀다. 가공할 폭력이 전혀 멈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식한 육탄전이었다. 이윽고 동물들이 이미 도망쳐 버린 절벽 아래의 ‘그라세림 숲’에 도달한 그때 짐승의 안광이 번뜩였다.

포살捕殺

직선으로 곧게 세운 손톱이 불식간에 아칸드의 갑옷 정중앙을 찍었다.
일점에 집중된 힘에 뒤이어 터진 파공음.

쩌적…….

옛 왕의 갑옷에 금이 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틈에서 미세한 출혈이 발생했다. 치명상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저항을 뚫어 냈다는 점이 중요했다.

‘죽일 수 있다.’

흐르는 피는 언젠가 멎는 법.

안티아스가 수인족의 속담을 떠올리며 확신을 가진 순간이었다. 불길한 기운이 소용돌이치더니 안티아스 주변을 압박했다.

크세리온 제국 권각술.

아칸드는 다양한 기예를 구사할 수 있으며, 또한 절기를 발현할 수 있고, 일반적인 무투계 초월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초월기를 펼칠 수 있다.

기예의 숫자는 15개.
절기의 숫자도 15개.

아칸드의 모든 절기는 승화되어 궁극에 이른 모든 기예다.

절기: 제1형투 – 크세르Xser

“……?!”

안티아스가 본능적으로 교차시킨 팔 위로 권기가 굽이쳤다. 쩌어어억! 시야가 일그러지며, 그가 연신 숲과 부딪혀 튕겨졌다.
가까스로 제동을 걸었으나 목젖을 때린 이물감에 바닥을 짚었다.

푸화아아악……!

‘기예를 압도하는 파괴력. 절기인가.’

숨결에 토혈이 좀 섞였지만 문제없다. 재생력은 안티아스의 무기 중 하나. 오히려 좀 더 즐길 수 있게 됐으니 희열감이 돌았다.

물론, 위험은 위험.

탁.

아칸드가 용검을 회수했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선 거대한 칼날. 안티아스는 전조가 드러나기도 전에 옆으로 몸을 던졌다.

두근.

죽음의 사도의 심장이 태동했다.

절기: 제1형단 – 글라로스.

안티아스는 책을 읽는 게 취미다. 종족과 무관하게 온갖 역사서를 탐독했다. 하나, 저렇게 거대한 검기의 기록은 일절 없었다.

─────────!

광대한 폭으로 치솟은 무광의 검세가 대자연을 두 동강 냈다. 그라세림 숲이 단절됐다. 직선상의 산맥이 모조리 반으로 쪼개졌다.
검로를 따라 구름층이 갈라졌고, 땅은 무저갱처럼 깊게 패어 들어갔다.

“초월기 같은 절기군.”

뒤늦게 안티아스의 어깨에서 검흔이 생기며 피가 튀었다.

‘못 피했나.’

이게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건가.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했으면 머리부터 가랑이까지 절단됐으리라.

“고대의 초월자들이 그리 강했나? 네놈이 봉인될 정도로.”
“나는 죽음을 극복해 사도로서 완결되었다. 종족의 유한함에 구속되던 시절과는 다르지. 비로소, 나는 성장을 마쳤다.”

아칸드가 [마그라스]를 어깨에 얹었다.

“그 위력에 경의를 표하마. 너는 경험이 일천하나 강하다.”
“그런 평가는 처음이다. 신선한데.”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에 안티아스가 진심으로 낮게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런 살육전은 그의 생에 처음이었으니.

그때, 안티아스가 정색하며 물었다.

“가레스는 왜 안 죽였지? 모종의 수단으로 목숨이 끈질기긴 하다만, 놈이 그 힘을 꺼내기도 전에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가레스 시릴리아드에 붙은 힘은 네 인식의 범주를 상회할 만큼 집요하다. 육체를 토막낸다고 해서 쉽게 죽지 않는다.”

아칸드의 갑옷이 절그럭거리며 울렸다.

“이미 너는 그 정체를 짐작하고 있는 듯하지만.”
“글쎄. 어떨까.”

안티아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서, 대답은?”
“전쟁을 모독하는 자는 죽일 가치가 없다.”
“가치…….”

아칸드의 신념 깃든 대답에 안티아스의 눈이 길게 늘어졌다. 그러다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런가. 네 목적은 승리만이 아니야.”
“이제 전쟁의 초입이다. 승리를 논하기에는 턱없이 이른 시기지.”

아칸드가 양손으로 용검을 잡았다. 섬뜩한 투구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안티아스는 그가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즐겨라, 안티아스.”
“크크크큭.”

안티아스가 상체를 낮추고는 수왕으로서 새로운 태세를 취했다.

“전쟁광이 따로 없군.”

* * *

천지가 불규칙적으로 떨린다.

아득히 먼 거리에서…….

그런데 그 위기감은 울대에 닿은 칼날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대, 대체 무슨 전투가 벌어지고 있길래.’

주둔지의 북쪽에서 옛 왕과 수왕이 충돌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여파가 상상을 벗어났다. 수백 년 전에 소국의 영토를 절반 가까이 붕괴시킨 최악의 대지진의 전조가 이런 걸까.
필시 북쪽의 전장에는 일개 범인이 감당할 수 없을 광경이 펼쳐져 있으리라.

그리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아아아아아아아……!
끼기기기기긱……!!

라인델과 사르카논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대립을 지속했다. 초월자와 언데드의 마법이 만든 경계선은 산 자가 존재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 기괴한 영역으로 변이했다.

“머리가, 머리가아아…….”
“끄, 아악.”
“큽……!! 최상위 기적으로도 간신히 의식을 지키는 게 다, 입니까……!”

토벌군단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기적을 유지하는 영환의 대주교가 피를 흘렸다. 코와 눈, 그리고 귀에서 출혈이 지속됐다.

세계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세상이 생명체처럼 살아 있는 거라면 지금 죽어 가고 있다. 드넓은 천하에 비해 한없이 작은 두 개체에 의해 기나긴 명이 끊기고 있다.
고통받는 것은 토벌군단만이 아니었다. 반대편에 있는 언데드들도 하나둘씩 몸부림치다가 재가 되어 고요히 흩어졌다.

영환의 대주교가 피가 섞인 침을 삼켰다.

‘이것이…… 다크워튼 마탑주님의 경지.’

마탑주의 로브에 다크워튼 마탑의 상징이 새겨진 라인델의 등. 마른 체격 탓에 크지 않았으나 설명하기 어려운 웅장함을 띠고 있었다.

영환의 대주교는 유일신을 신앙함에도…… 불경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만약 죽음의 신이 존재한다면 라인델 넥스레온보다 어울리는 존재는 없을 것 같다고.

그때였다.

쿵.

라인델이 스태프로 지면을 짚었다. 그가 사르카논 어깨 너머로 잠시 시선을 던지고는 스태프로 다시금 바닥을 찍으며 한 걸음 나아갔다.
완벽한 균형을 강제로 깨뜨린 터라 상대의 사기가 육신을 침범했다.

쿵.

사르카논은 묵직한 반발력에 주춤하다가 그 또한 마주 전진했다.

쿵. 쿵. 쿵. 쿵. 쿵쿵쿵쿵쿵.

라인델과 사르카논의 보폭이 점차 커져 갔다. 둘 사이에 있는 죽음의 밀도가 극도로 높아졌다. 이윽고 거리는 지척까지 좁혀졌다.

“나의 인지를 속이다니. 재주가 좋군.”

[그분께서 친림하신 순간 결정된 운명이다.]

“초월자는 정해진 걸 싫어하는 편이라.”

라인델이 손짓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고유 마력이 물결치더니 어느새 광선으로 변모하여 사르카논을 집어삼켰다. 어두운 빛살이 직선상의 끝에 도달해 광범위한 폭발로 이어졌다.
마도의 영향에 닿은 생명들이 색을 잃으며 편안한 안식을 맞이했다.

“델하룬의 사문이 열렸다. 자취를 감춘 언데드가 그 너머로 갔다는군.”
“……!!!”

영환의 대주교가 눈을 부릅뜨며 언데드가 가로막은 사문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봉인되어 있어야 할 균열 사이로 어둠이 보였다.

어떻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생각조차 못 했던 걸까.

단순한 방심은 절대로 아니었다.

마법전을 벌이다가 가레스의 의념을 받은 라인델이 말했다.

“전원, 길을 열게.”

비명이 깃든 검보랏빛 안개가 토벌군단을 향해서 밀려든다. 사르카논의 마법. 라인델이 마도의 장막을 구현해 이를 전면 차단하고는, 즉시 하늘로 날아올라 8위계의 마력을 발산했다.

오싹한 굉음이 주둔지를 덮쳤다.

“루아스, 시여.”

라인델과 사르카논의 마법적인 충돌로 잠시 고개를 숙인 영환의 대주교가 석장을 내세우며 사문으로 몸소 돌진했다.

라인델과 사르카논의 대립으로 죽어 가던 경계선은, 그들이 다른 곳으로 향하자 자연스럽게 다시 산 자의 것이 되었다.

“무구한 광명으로!”
“……! 무구한 광명으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성기사단이 전열을 갖추고 진격했다. 파아아앗! 눈부신 신성력이 언데드 군단의 짙은 사기에 대적했다.

미라셀이 병사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소리쳤다.

“사문을 확보하세요!”
“사문을…… 아! 이해했네!”

젠티르 마탑의 장로를 비롯하여 마탑의 강자들이 지휘하자, 3위계 이상의 마법사들이 집결해 언데드의 후방을 겨누었다.

“폭격 개시!!”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콰과과과광!

현대가 자랑하는 화력이 질 낮은 언데드를 단숨에 몰살했다. 투확! 그나마 견디는 놈은 국가급 전력들이 명확히 저격했다.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토벌군단 전체가 함성을 지르며 길을 뚫었다.

[버러지들이…….]

“아아아아악!”

위험도가 미스릴 등급 이상의 언데드들, 지성을 가진 언데드들이 지면에서 불쑥 솟아나 군단에 피해를 주었지만 그뿐이다.

미라셀이 가장 앞에서 질주했다.

난전 속에서 검을 휘두르며 회피를 반복하며 사문에 접근했다. 그러자 주변의 언데드가 전부 쓰러지더니 최상위 언데드들이 현현했다.

‘하위 언데드를 바쳐서 상위 언데드로 진화. 이게 이 사문의 기능.’

사문에는 저마다의 고유 영향력이 있다.

목이 서늘했다.

미라셀이 허리를 최대한 젖히며 미끄러져 칼날을 피하고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녀도 강자이긴 하나 이렇게 포위되면 답이 없다. 그렇다. 미라셀은 미끼를 자처하고 있었다.

사문까지, 단 서른 걸음.

미라셀은 거대한 방패를 든 낯선 언데드에게 막혀 뒤로 튕겨 졌다. 몸의 탄력으로 굴렀다. 대낫이 그녀의 머리가 있던 곳에 꽂혔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강!

백소드로 사방을 에워싼 언데드들의 공세를 막고 있다가 한계가 왔다. 기예와 절기를 사용할 틈이 전혀 없었기에.

카앙!

백소드가 날아갔다.

보기보다 똑똑해 보이는 언데드들은 산 자의 공포를 만끽할 준비가 되었다. 기괴한 웃음소리가 미라셀의 고막을 유린했다.

“지금.”

미라셀이 작게 중얼거리고는 머리를 감싸고 그대로 바싹 엎드렸다.
등짝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저 멀리에서 날아온 가레스가 온몸으로 보기 좋게 모인 최상위 언데드들을 쳐부쉈다. 초월자 그 자체가 공성 무기였다.
언데드의 방심.
단 일격으로, 당장 사문을 가로막은 것들이 모조리 토벌됐다.

“다녀오십시오, 대왕.”

임무를 마친 미라셀이 땅에 떨어진 백소드를 쥐고 언데드 군단의 뒤를 쳤다.

“…….”

가레스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거침없이 사문으로 진입했다.

* * *

델하룬 사문 내부의 풍경은 긴급 정상 회의에서 라인델이 묘사한 그대로였다.

사막, 숲, 황야 등이 복잡하게 뒤섞인 지형.
대지에서 불규칙하게 솟아난 거대한 유리 파편 같은 기둥들.
작은 백작령에 필적하는 규모.

그 중심에 자리한 역원뿔의 수정───사문의 근원체.

‘저깄… 군.’

크세리온 제국의 제2사령관인 라크디온은 사문의 근원체 앞에 있었다. 마법사 차림을 한 여러 언데드가 그 앞에서 근원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사문은 영역이 한정되어 있어 적진을 직접적으로 잠식하기 어렵다. 세계로서의 한계지. 그러면 사문의 세계를 부수어 대륙에 흩뿌리면 어떨까.]

가레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너희가 직접 사문을 부순다고?”

[이 공간이 무너지면 이 사문 내의 모든 언데드가 대륙 전역에 흩어진다. 정확히, 너희가 지키고자 하는 도시들 위에. 작업은 진즉 끝났다.]

라크디온이 가레스를 내려다봤다.

[이미 늦었다, 노예.]

세계 연합이 포위하고 있는 사문은 다른 사문처럼 활용하기 어렵다. 그러니 희생한다. 사문을 제국에서 폐쇄하며 사문의 모든 언데드를 파병한다.
그렇게 막대한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대륙 규모의 난전을 벌인다.

이것이 아칸드의 계획이었다.

“사문이 틀어막힌 게 성가셨나 보군…… 그나저나 노예라고?”

가레스가 점차 가속했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시발아, 그래.”

악마의 생명력이 맥동했다.

[노예가 뭔지 제대로 보여 주지.]

<대악마화>

가레스의 전신을 뒤덮은 어둠. 그의 모습은 거대한 악마 그 자체가 되었다.
날카로운 이빨.
선명한 역안.
지방 한 점 없는 근육질의 인간형 악마가 사문의 세상을 짓밟았다. 그의 존재감은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저항에서 태어난 악마에게 맞서 셀 수 없이 많은 언데드가 포효한다.

그 전선에 거구의 언데드가 있었다.

크세리온 제국의 제7사령관.

후욱!

대도시의 성문처럼 커다란 철퇴가 끔찍한 악취를 풍기며 세게 날아든다. 그를 스치듯 피해 낸 가레스가 진각을 밟았으니.

뻐어어어어억!

제7사령관이 권격에 맞아 포탄처럼 좌측으로 나가떨어졌다. 기세만으로 작은 언데드들을 가루로 만든 가레스가 힘껏 도약했다.

라크디온이 움직였다.

기묘한 대기가 격하게 흔들렸다.

공중에서 일격을 나눈 가레스와 라크디온이 사막의 모래 위에 섰다.

[찢어, 발겨 주마.]

[과연 노예답게 기억력이 좋지 않군. 다시 한번 말해 주마.]

라크디온이 하늘을 가리켰다.

[이미 늦었다.]

쩌저저적.

사문의 근원체에 금이 갔다.

동시에 역원뿔의 수정으로부터 솟구친 빛이 상공에 닿자 균열이 형성되었다. 거대한 타원, 그 너머에 대륙의 풍경이 비쳤다.

[너희 생각대로 될 것 같냐? 세상이 쉽지?]

[성녀의 성창은 예측했다.]

[병신이.]

가레스가 조소했다.

[엄한 새끼한테 처맞아 봐야 알지.]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공간의 변화가 생기자마자 예상대로 광활하고 기분 나쁜 빛이 드리웠다.

성창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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