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86

1086화 전선 확대 (1)

베르덴이 눈을 감고 있다.

아칸드가 시타델과 함께 사라졌을 당시에 공간의 변화를 느꼈다. 하나, 그것은 일반적인 마법에 의한 공간 좌표의 이동과 아주 흡사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다.

‘크세리온 제국에서 사용하는 <전이>는 공간 방호 체계에 감지되거나 가로막혀도 반젤리스가 안정시킨 공간 좌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델하룬에 가해진 제국의 공습을 인지하고 마도국에 연락했다. 결과,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세계 연합에서 실행한 장거리 <전이>를 제외하고 공간 좌표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사문은 특유의 공간 파장을 발산해 대륙의 공간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 파장을 이용한 공간 이동의 갈래일 가능성이 높겠어. 하지만 그것도 공간 자체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면 <전이> 사고를 필히 감수해야 할 텐데…….’

반젤리스가 공간 이동을 다시 가능케 하지 않았으면 크세리온 제국도 이 전쟁에서 공간 이동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베르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기이할 정도로 균형적이군.’

세계 연합이 무기를 들면, 크세리온 제국도 무기를 든다. 세계 연합이 검을 내려놓으면 크세리온 제국도 검을 내려놓는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아칸드가 지닌 여섯 번째 사도의 권능과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도는 ‘당신’의 산물.
신, 그것도 진정한 신의 권능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베르덴은 고집스럽게 분석하려 들지 않았다.

지금은 현재와 현실에 몰두할 때다.

…….

고요하다.

바람조차 멎었다.

하이랜디아의 어느 고산지대에서 베르덴은 투창 자세를 취한 채 멈춰 있었다. 그의 감각은 중앙 대륙이 아닌 동쪽으로 향해 있었다.

델하룬 토벌군단과의 통신은 불가능한 상황.

베르덴은 외부의 도움 없이 명확한 기회를 포착해 제때 개입해야 한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바다 너머 동대륙의 상황을 알 방법은 없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식별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정황, 추측, 판단, 직감.

수왕과 다크워튼 마탑주는 막강하다.
아칸드가 최측근들을 데리고 직접 행차했어도 마울러, 수왕, 다크워튼 마탑주를 단시간 내에 참살할 수는 없다.
아칸드는 후퇴를 염두에 두었다.
델하룬 토벌군단의 주둔지에 사문이 있다.

‘아칸드의 목적은 사문에 있으며, 놈들은 사문에서 모종의 일을 벌인 뒤 후퇴한다.’

사문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베르덴도 아직은 알지 못한다. 그래도 아칸드가 몸소 출진했으니,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점은 확실했다.

후우우우우웅.

쉐오른 장로의 공간적 감각.

쉐오른 장로는 아주 멀리서도 베르덴이 뚫은 공간 좌표의 흐름을 인지했다. 그가 구축한 공간의 정수를, 베르덴은 경험했고, 또 배웠다.

물론 쉐오른 장로의 수준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오만은 없다.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믿을 뿐이다.

가능성이란 그런 것이다.

마도 <무한>

베르덴은 [인테리스] 자체에 ‘흑염’을 불어넣고서는 모든 마법적 역량을 공간 계통에 쏟아부었다.
그가 스태프를 좀 더 강하게 잡으며 그것의 전신인 동쪽의 서광, [오리엔트]로부터 이어져 온 특수 기능을 활성화했다.

마력을 특정 원소 속성으로 국한시키기 위해.

<원소화>

[오리엔트]에 이어서 [인테리스]의 머리 부분까지도 장식하고 있는 원형의 크리스탈.
보헤미른 마탑 보물고에서 탈취한 원소의 숨결과 마력 크리스탈을…… 그하룬의 제자, 외수 라이너스가 조합해 만든 오브(Orb)의 마법.

선택할 속성은 공간.

베르덴은 일시적으로 공간의 지배자가 되었다.

쩌적…… 쩌저적…….

베르덴의 마력회로에서 규칙적으로 공간의 파문이 발생했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던 대지가 고무줄처럼 툭 끊어져 어긋났다.

아크와 리버레아스, 레프라기움 마탑의 권역처럼 차원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한 대륙이 속한 3차원은 하나의 영역.

시간과 하나가 되어 집중하라.
직감이 인도하리라.

──!

초월자의 신경이 반응했다.

베르덴이 눈을 떴다.

“에르세티아.”

───무구한 광명으로.

통신 장치에서 신성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서대륙 성소 아벤카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루아스의 창이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뻗어나갔다.

마법계 초월자로서는 물리적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으나, 베르덴은 그저 초월자에 국한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신의 감각이 찰나를 수없이 쪼갰다.

서대륙에서 발사되어 중앙 대륙을 지나는 빛살을 벽안이 붙잡았다. 루아스의 신성력을 느끼자마자 그가 디딤 발에 온힘을 실었다.

산의 봉우리가 파쇄되며───베르덴이 전력으로 [인테리스]를 내던졌다.

공간 충격파에 가라앉는 지상.
뒤늦게 폭발하는 굉음.

질서의 종말이 [그란테르]의 궤적을 뒤쫓았다.

* * *

델하룬의 그라세림 숲이 곳곳에 과거 흔적만 남은 바위 지대로 뒤틀렸다.

‘죽음을 극복했다고 자찬할 만하군.’

격전에 이은 격전에 안티아스가 우물거리더니 붉은 피를 뱉었다.
부러진 이빨이 바위에 꽂혔다.

‘죽일 방법이 없다. 당장은.’

순수한 맨손 육탄전이라면 가능성은 좀 있겠으나, [마그라스] 탓에 안티아스의 무지막지한 저항력이 무력화되어 틈을 파고들기 어려웠다.

자칫하면 즉사.
불리하다.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이것이 무기의 필요성인가? 육체 자체가 가장 강한 무기인 터라 도구를 사용한 사냥을 해 본 적 없는 그는 경험에 의한 깨달음에 유쾌해졌다.

안티아스는 부상과는 별개로 체력이 넘쳐 지치지 않았다. 아칸드는 체력이란 게 없다는 듯 마찬가지로 지친 기색이 없었다.

‘사냥은 지속할 수 있으나…….’

콰드득.

지반이 파헤쳐져 드러난 암반에 안티아스의 손톱이 파고들었다. 드래곤의 비늘 같은 걸로 뒤덮인 거대한 꼬리가 횡을 그리며 자욱하게 낀 흙먼지를 사방으로 흩어 버렸다.

아칸드가 다가온다.

안티아스는 실패가 자명한 사냥에 비장의 수단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그렇게 서로의 거리가 다시금 좁혀지려던 순간이었다.

“때가 됐군.”

아칸드의 음성이 귓가를 스치자마자 토벌군단의 주둔지가 있는 남쪽에 이변이 일었다.

안티아스의 고개가 옆으로 향했다.

아직 뭔가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현상을 위한 전조처럼.

“계획의 골자가 뭐지?”
“전선 확대.”

아칸드가 용검을 황폐한 땅에 꽂고는 근처 바위에 걸터앉았다.

“세계 연합은 내 예상보다 빠르게 조직되었다. 그 대응도 신속했지. 두 개의 사문이 채 개방되기도 전에 점거되었으니.”
“프로하스와 델하룬 말이군.”

안티아스도 대충 바닥에 앉았다.

“그게 심히 거슬렸다는 건가.”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

아칸드가 마치 세상 자체를 가리키는 것처럼 길게 한 팔을 펼쳤다.

“세계 연합에 포위당한 사문은 기존 전략적 가치를 상실했다. 그러니 존치하여 계속 자원을 소모시키느니 전용(轉用)하는 게 합리적이지. 희생된 사문의 잔재는 대륙 전역에 투하될 것이다.”
“투하?”
“공습이라고 표현해도 좋겠지.”

크세리온 제국의 제2사령관인 라크디온이 주도해 사문의 근원체에 간섭하여 수많은 공간 좌표를 직접 새겨 넣었다.
계획대로 근원체가 자폭한 순간 사문 내의 세계는 붕괴할 것이고, 그 파편들은 각각 정해진 공간 좌표로 향할 것이다.

세계 지도에 기록된 도시들의 머리 위로.

“도시에 내리는 죽음.”

아칸드가 검지로 위를 가리켰다.

“세계 연합이라 해도 전 대륙의 도시에 방공망을 구축할 수 없으니. 비로소 대륙 전체가 위대한 전쟁의 일부가 된다.”
“호오. 그런데 사문 하나가 폐쇄된 순간, 크세리온 제국은 총 전력의 1할 이상을 영구적으로 잃어버리게 될 텐데?”
“자명한 이치지.”

아칸드가 단언했다.

“희생 없는 전쟁은 없다, 안티아스.”
“…….”

안티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문의 한계
자원의 한계.

아칸드는 스스로 제국의 사정을 밝혔지만 온전히 신뢰할 수 없는 정보였다. 제라클 황제는 아칸드를 정치가라고 확신했다.

그때, 기이한 전율이 선명해졌다.

토벌군단의 주둔지, 바로 그 상공에 거대한 타원이 현현했다.
안티아스의 시력이 수평선 너머로 점처럼 보이는 균열을 식별했다. 그 안쪽에 라인델이 묘사한 사문의 풍경이 일렁이고 있었다.

“대륙을 무대로 한 수싸움.”

그리고.

“누가 이길지 궁금하구만.”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먼 서쪽에서 샛노란 빛이 들이닥쳤다. 성창의 폭격. 아칸드가 예상했던 대로의 대응이었다.

문제는 성창 바로 뒤에 있는 이물(異物).

절기: 제7형단 – 레기오스.

아칸드가 순식간에 용검을 붙들고 성창과 사문의 경계 사이를 향해 내질렀다.
직선으로 뻗은 검광은 빛이 지나간 자리를 노리고 있었으나, 예의 스태프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상태.

절기의 흐름이 극미하게 왜곡되어 허공을 찢었다.

두 개의 신물이 사문으로 진입했다.

* * *

인위적인 사문의 붕괴가 임박했다.
성창만 막아 낸다면.

[병신이.]

가레스가 악마처럼 쪼갰다.

[엄한 새끼한테 처맞아 봐야 알지.]

가레스의 비웃음에 불쾌함을 느낀 라크디온은 그를 주시하며 검을 세웠다. 그와 동시에 사문의 언데드 중 2할이 제물로 바쳐지더니, 라크디온에게 온갖 사기가 집중되었다.

[육사도의 뜻대로.]

찰나에 사라진 라크디온이 역원뿔의 수정을 밟고 도약했다. 학살을 형상화한 문양이 새겨진 검신에서 특유의 냉기가 흘러넘쳤다.
사문의 기능으로 언데드를 희생하여 얻은 권능을 검에 귀속시켰다.

죽음을 밝히는 생명의 빛.
여섯 번째 사도를 따르기에 더욱 불쾌한 광채.

4대 신물과 묵시록.

델하룬의 사문으로 넘어온 성창 [그란테르]의 끝에 서린 광휘가 악(惡)을 위협한다. 빛의 교리는 언데드를 정화의 대상으로, 악마를 절대악으로 규정했다.
신의 준엄한 의지를 숭배하는 성녀의 일격이 사문 중심을 강타했다.

[──────!!]

라크디온을 상징하는 정복의 검이 성창을 정면으로 막아 세웠다.
빛조차 얼리는 묵시록의 냉기.
신성한 소요(騷擾)와 부정한 정적이 맞물려 사문의 세계가 격동했다.

가레스가 주춤하며 신음했다.

[큽……!]

대악마의 힘을 꺼낸 그에게 루아스교의 신성력은 상극이다.
언데드보다 훨씬!
성녀의 권능은 더욱이 그렇다.

교착 상태는 순간이었다.

성창의 열기는 종말의 냉기를 녹여냈고,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죽음의 한기는 그 찬란한 빛줄기마저 동결시킬 듯 매섭게 저항했다.
그러나 성창의 주인은 서대륙에 있으니 정화력은 한정되었다. 대립 자체가 성립된 이상 성창은 묵시의 검을 넘어설 수 없다.

라크디온의 기괴한 입가가 비틀렸다.

[빛의 주구 따위─]

상정 밖의 충격은 직후에 가해졌다.

잿빛의 스태프가 날아와 성창과 라크디온의 공간을 느닷없이 분쇄했다. 그 충격파에 라크디온이 지상으로 강하게 추락했다.

콰아아아앙!

힘의 균형이 난잡하게 깨지며 성창 폭격의 위력이 상쇄됐다. 거대한 빛의 창날은 제 역할을 다했다는 듯 빛의 입자로 화하여 사라졌다.

고오오오…….

침묵이 무거웠다.

델하룬의 사문 한가운데에 낯익은 스태프가 보란 듯이 박혔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가레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베르덴의……?]

화륵.

질서의 종말 [인테리스]에서 칠흑의 화염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베르덴이 투창하기 직전 심어놓은 망화가 고개를 내민 것이다.

소멸의 개념.
베르덴이 곧 소멸이다.

어두운 불길이 인체의 형상을 빚었다. 이내 망화가 물러가자 베르덴이 출현했다. 초장거리 <전이>가 아닌 망화를 매개로 한, 다히트 웨스로엘이 사용한 실체의 이동이었다.

<원소화>를 해제했다.

모래 사막에 깊게 꽂힌 [인테리스]를 회수한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델하룬 사문의 세계…… 그렇군. 대륙과의 경계가 허물어진 영향인가.’

베르덴은 여제가 도주한 동대륙 남부의 사문으로 들어갔다가 출입을 거부당했다. 사문의 세계가 그를 배척했다.
그런 이유로 베르덴은 사문 토벌군단의 지휘관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문 진입에 성공했다.

사문의 세계가 고유성을 상실하고 대륙의 3차원에 편입되었기에. 상공에 고정된, 저 거대한 타원 너머로 보이는 대륙의 풍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일단 공간 좌표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 선에서 동대륙으로 넘어오는 데 성공했으니, 이론은 증명됐다. 전술의 폭이 훨씬 넓어졌군.’

성창 [그란테르]의 폭격은 공간 이동이 아닌 속도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베르덴은 성창의 흐름에 스태프의 공간을 접합시켰다.
그 결과 [인테리스]는 성창의 권능을 따라 <전이> 없이 대륙을 넘어왔다.

‘그나저나.’

베르덴이 [인테리스]를 회전시켰다. 그대로 허리를 돌리며 망화의 창날을 형성, 본능이 가리키는 위험이 지척에 도달했다.

쩌엉!

[운명 파괴자.]

라크디온이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눈구멍으로 베르덴을 노려봤다. 스태프와 칼날 사이에서 냉기와 소멸이 맞부딪쳤다.

[네놈이 어떻게.]

베르덴이 대답 없이 검을 제쳤다.

마도 창술.

망화의 마도를 기반으로 한 공세가 삽시간에 주변 공간을 불태웠다. 모든 방위에서 오는 공격에 대응한 라크디온이 극도로 경계하며 밀려나다가 푸른 마안과 마주쳤다.

8위계급 출력의 순수한 중력파가 작렬했다.

사막 지형의 한편이 붕괴됐다.

라크디온이 날아간 숲 지형에서 폭음과 함께 흙과 먼지가 솟구쳤다. 베르덴이 그 방향으로 손가락을 툭 떨구었다.

<유성>

태양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마력의 구체, 첫 번째 별이 낙하했으니.

콰과과과과과과과과───────!

그 열과 압력에서 파생된 폭풍이 사문 세계를 넓게 휩쓸었다.

잿빛 머리카락이 가라앉을 무렵이었다.

“그나저나.”

베르덴이 시선을 옮겼다.

“이페아카른의 계약자였나?”

[아.]

전혀 생각지도 못한 베르덴의 등장.

가레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기생의 대악마의 권능을 발산하는 그의 거대한 육체가 훤히 보였다.

[아, 시발.]

걸렸다.

가레스가 식은땀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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