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7화 전선 확대 (2)
가레스는 근육질 거구의 권투사답게 아주 무식해 보이나, 그런 겉모습과는 달리 이성적이다. 눈썰미가 좋고, 계산적이기까지 하다.
사문에 들어오자마자 <대악마화>를 발동한 것도 라크디온의 노예 발언에 격분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짐승 놈은 미친 고대 황제를, 칙칙한 마탑주 놈은 로브 뒤집어쓴 언데드를, 토벌군단은 언데드의 벽을 상대하고 있다.
그런 형국인지라 가레스의 뒤를 이어 당장 사문에 진입할 전력이 없었을뿐더러 대륙과 사문은, 경계선 역할을 하는 균열을 직접 넘지 않는 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외부, 즉 루아스교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공간.
최소 조건은 갖춰졌다.
하물며 옛 왕은 가레스의 배후를 정확히 알고 있는 데다가 크세리온 제국의 시체 새끼들이 아주 기세등등 좆 같게 굴고 있으니, 지금 이 순간까지 내력을 숨겨 둘 이유가 뭐가 있겠나?
아무도 안 보는 사이 조금이라도 이 판을 흔드는 게 가레스 개인에게도, 세계 연합에도 이득이다.
그런데……초장거리 <전이>를 하지 않고 옛 왕을 견제하겠다는 연합장이, 정상 회의에서 자기는 사문에 진입할 수 없다고 밝힌 베르덴이 지금 떡하니 사문에 등장했다.
아니, 등장했다기보다는 출현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까.
어쨌든.
“이페아카른의 계약자였나?”
[아.]
가레스는 당황스럽다.
[아, 시발.]
변명할 틈조차 없었다. 이제 와서 없던 일로 무마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여기서 베르덴을 죽이면 잠깐의 고비는 넘기겠지만 어떤 후폭풍이 들이닥칠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혼란 속에서 베르덴을 살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폴테인 평야를 초토화한 초위 마법.
베르덴의 최고 전력은 대악마화한 가레스의 고점을 명백히 상회한다. 어떤 수를 써도 저 놈을 단시간내에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페아카른, 이 시발아. 베르덴이 사문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 맞을 거라며. 그래서 베르덴의 난입은 배제하고 지른 건데.’
이페아카른에게 욕설을 퍼붓던 가레스가 멈칫했다.
‘그런데……어떻게 내가 이페아카른의 계약자라고 확신한 거지? 설마, 기생의 대악마의 난해한 존재감을 간파했다고? 루아스교의 신인들이 아닌 이상 초월자의 통찰력만으로는 무리일 텐데.’
문득 정상 회의에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베르덴에게 면박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기묘한 압박감이 뇌리를 스쳤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위압감 말이다.
콱, 날카롭게 벼려진 악마의 손가락들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뭐든. 좆 된 건 변함없다.’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며 가레스는 어떻게 난관을 타파해야 할지 모색했지만, 당연히 마땅한 답이 나올 턱이 없었다.
내면에서 식은땀이 쏟아졌다.
어떻게 해야 베르덴의 입을 막을 수 있을지 전혀 생각이 닿지 않았다.
6위계 부여 마법 계통의 석화 광선에 맞은 것처럼 경직된 가레스, 그 모습에 베르덴의 사고 논리 회로가 찰나에 가속했다.
‘수왕에게 항상성이 파괴되어 무저갱에 떨어지고도 살아남은 이유가 이거였군. 대악마급의 재생력이라면 심장이 찢어지든 신경이 얼마나 훼손되든 간에 충분히 회복하고도 남지.’
아드리안은 동대륙 남부에서 가레스를 꺾었지만, 놈이 전력을 모조리 끌어내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었는데.
가레스의 배후에 다른 무엇도 아닌 3대 대악마 중 하나가 있었다.
저항의 개념에서 탄생한 초월자.
운명에 저항하는 대악마.
‘레이라에 이어 가레스. 기생의 대악마의 영향력을 받는 존재가 이 둘이 다는 아니겠지. 운명의 추종자나 저항의 씨앗이 그러하듯이 악마도 대륙 곳곳에 일종의 수족을 두고 있는 셈이군.’
베르덴은 단언컨대 악마의 편이다. 하지만 대악마들 전부는 베르덴의 편이 아니다.
군단의 대악마는 죽었고, 어둠의 대악마는 사실상 베르덴의 곁에 설 가능성이 높지만, 기생의 대악마는 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이페아카른.’
가르간트의 세계 회의에서 진실 서약을 했을 당시 레프라기움 마탑주는 이페아카른이 마경에 은거하고 있다고 암시했다.
세계수의 관리자 중 하나인 세렌디아가 한 질문에 의해 밝혀진 정보였다.
‘모든 악마가 나를 숭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모든 인간이 루아스 여신을 숭배하지 않는 것처럼.’
신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성체에게 신의 존재는 걸림돌에 불과하다.
베르덴은 속으로 물었다.
‘녹시아스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악마들이 의지할 수 있는 신을 바랐다. 그렇다면…… 이페아카른, 너는 어떻지? 너도 녹시아스처럼 신을 찾고 있나? 아니면, 이미 신을 대체한 건가?’
군단장 하드라스를 포함해 녹시아스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접했다.
그와 비교해 이페아카른의 속내는 미지가 만연한 심해와 같았다. 깊이 잠기지 않는 한 무엇도 알아낼 수 없는 심연(深淵).
호스트는 기생의 대악마를 ‘사유(思惟)하지 않는 존재’라며 경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베르덴은 먼저 그를 완강히 배척할 생각은 없었다. 신이니까. 모든 버려진 자의 신으로서 기꺼이 손을 내밀리라.
그걸 잡을지 뿌리칠지 결정하는 것은 이페아카른의 몫이다.
베르덴이 말했다.
“악마에 대한 건 함구하겠다. 나중에 이페아카른과 함께 이야기하지.”
[……뭐?]
“현재에 집중해라, 가레스.”
베르덴은 잠깐 놀랍다는 반응만 보였을 뿐,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대악마의 계약자라는 걸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 그 생각 이상으로 태연한 태도에 가레스는 되레 당혹감만 커졌다.
베르덴이 공간의 흐름을 읽었다.
‘옛 왕의 목적은, 저 사문의 근원체.’
역원뿔의 수정을 둘러싼 언데드 마법사들에게서 다양한 공간 파장이 감지된다.
가레스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여유는 없다. 또한, 옛 왕의 계획이 무엇이든 그 실체를 인지한 이상 베르덴의 대응은 정해져 있다.
찰나가 끝나간다.
“호위를 맡도록.”
마안의 즉발성에 밀린 라크디온이 발밑의 모래에서 솟구쳤다. 한기가 스쳤다. 베르덴이 기동하는 경로를 냉기의 칼날이 선점했다.
그러자 옆에서 거대한 팔뚝이 들이닥쳐 라크디온의 검을 붙잡았다.
[쯧, 시발.]
가레스는 어떻게 상황을 이해해야 할지 몰라 괜히 욕설만 되뇌었다. 모르겠다. 일단. 머리가 복잡할 때는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나으리라.
[운명의 부산물 따위에 조종당하는 노예. 꼴에 운명 파괴자를 따르는구나.]
[아까부터 운명, 운명. 뭐라는 거야, 이 좆같은 시체 새끼가.]
악마의 손을 뒤덮은 얼음이 쪼개진다.
강성 – 타경打驚
가레스의 일권이 라크디온이 딛고 있던 사막 한 축 터뜨렸다.
모래가 세차게 흩날린다.
베르덴이 사문의 근원체로 향한다.
라크디온이 추격한다.
가레스가 그 뒤를 쫓는다.
무투계 초월자의 신체 능력에 3대 대악마의 권능이 깃들었으니, 계약으로 합쳐진 힘은 가히 정상에 견줄 만하다.
<종속의 연완(軟腕)>
이페아카른의 촉수가 라크디온의 발목을 옭아매어 끌어당기고, 그를 향해 가레스가 위에서 아래로 권을 내리쳤다.
기생의 대악마는 봉인과 잠식의 대명사.
곤두박질친 라크디온을 중심으로 사막에 대폭풍이 일었다.
[이페아카른, 여기 보고 있는 거 다 안다. 어떻게 할지 말이나──]
촤르르르륵!
거대한 철퇴가 가레스 주변을 회전하더니 삽시간에 사슬이 전신을 감쌌다. 그에게 한 대 맞고 나가떨어진 크세리온 제국의 제7사령관이었다.
놈이 양팔을 당기는 것과 동시에 격통이 가레스를 관통했다.
콰득, 콰드드득.
라크디온이 검을 뒤틀며 밀어넣어 가레스의 척추를 헤집었다.
뼈와 장기를 파괴하는 극저온의 냉기.
[위대한 운명력에도, 강대한 저항력에도 감히 설 수 없는 너희는 무가치한 족속에 불과하다.]
[또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가레스가 비웃으며 구속을 부수려는 순간 이마에서 존재감이 박동했다. 직선의 균열이 벌어지며 대악마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교만한 언변이도다.]
허공을 비집고 나온 거대한 촉수들이 주변 일대를 뒤덮었다. 가레스와 라크디온이 밑으로 끌려내려가고, 제7사령관도 촉수의 흐름에 휩쓸렸다.
쿠구구구구구구구……!
사막 지형이 쉴 새 없이 들썩인다.
지하 바닥에서 시작된 대지의 소용돌이가 가레스를 중심으로 몰아쳤다.
모래가 밖으로 밀려났다.
꿈틀거리는 땅이 솟아올랐다.
일견, 촉수의 바다.
온갖 악마종의 기생충들이 드글거리는 진녹색의 연체(軟體) 세계가 현현했다.
콰드득.
가레스가 얼어붙은 신체 부위를 부수고는 곧바로 재생했다.
[뭐 하다 이제 나와?]
가레스의 불평을 무시한 이페아카른이 잠시 하늘을 응시했다. 급속도로 <비행>하는 베르덴과 눈을 마주친 그가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이른 시점에 발각됐으나, 이 또한 나쁘지 않도다.]
이페아카른이 라크디온을 직시했다.
[권속이 사도를 흉내 내는도다.]
[기생충이……!]
라크디온이 발에 닿는 촉수들을 모조리 결빙시키며 공간을 베었다. 결을 따라서 얼어붙은 공간이 파편이 되어 쇄도했다.
가레스의 이동 방향을 예측하고 제7사령관이 사슬 철퇴를 휘둘렀다.
[나의 권속이여.]
[닥쳐. 시간만 끌면 되는 거잖아. 넌 베르덴의 입을 어떻게 닫을지나 고민해.]
가레스의 뒤로 악마의 형상이 떠올랐다. 가레스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운에 대악마의 기를 뒤섞으면서 일어난 변화였다.
[이건 내가 알아서 한다.]
회전력이 실린 대악마의 권기가 대기를 강타했다.
무전 – 태륜泰輪
공간이 울렁거리더니 폭음이 터지며 냉기와 철퇴가 보이지 않는 벽에 차단됐다. 이에 반응한 촉수 바다가 격동해 사방을 봉쇄했다.
콰아아아아아앙───!
크세리온 제국의 사령관들과 델하룬 토벌군단장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 * *
‘이페아카른. 녀석을 마주하는 건 유골룡 사태 이후 처음인가.’
약 2년 전 벨디른 공화국에서 유골룡을 토벌한 후 악마의 힘을 무리하게 끌어낸 레이라, 그 안의 악마가 베르덴에게 이렇게 물었다.
───[넌. 누구지?]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이다.
이페아카른의 실체를 확인한 베르덴이 고개를 바로 했다. 아래에서 확산하는 힘의 파동을 감지하며 한층 더 가속했다.
[떨어뜨려라.]
[전이. 차단.]
[추락시켜라.]
사문의 근원체를 보호하는 고위 언데드들이 일제히 요격을 시도했다.
공간 이동 방해.
사기가 넘실거리는 화살과 볼트.
물질계 흑마법의 난사.
언데드 와이번에 탑승해 날아드는 언데드 기사들.
‘체계적이군.’
베르덴의 마안이 명멸했다.
<번화(燔化)>
칠흑의 불꽃들이 시야에 닿는 모든 걸 물리적으로 지워 버렸다. 직후 베르덴이 3차원 공간 좌표가 아니라 4원의 공간 좌표를 경유했다.
<차원 전이>는 기존 <전이>와는 다르게 공간 좌표 안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대신 단거리 이동만 가능할 뿐.
탁.
사문의 근원체 주변 발판에 도달하자마자 베르덴이 [인테리스]로 흐름을 그렸다. 타오르는 소멸이 스태프 전체를 뒤덮었다.
에온식 창술, 베르카엘룸.
<무회(無回)>
창끝에서 촉발된 망화의 폭풍이 한순간에 번지며 팔방을 탐식했다.
표면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거대한 흑염의 구체가 범위 내 모든 사물을 덮었다. 구체가 풀리자 베르덴을 제외한 존재들이 시꺼멓게 물들어 있었다.
사아아…….
고위 언데드들이 까만 재로 화해 단말마의 비명도 없이 바람결에 흩어졌다. 사문의 근원체를 둘러싸고 있던 언데드 마법사들도 소실되었다.
수뇌부를 잃은 중하위 언데드들은 감히 베르덴의 존재감에 대적할 수 없어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한 채 멀리서 여백만 채웠다.
이로써 방해물은 사라졌다.
울대에 칼날이 박힌 가레스가 라크디온의 안면을 후려치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삼으며, 베르덴이 사문의 근원체를 관찰했다.
‘겉부분은 꽤 깎여나갔지만 내부까지 망화가 전혀 닿지 않았다. 상당한 저항력이군. 초월자나 별도의 공성 병기들이 없으면, 국가급 전력 다수가 일제히 힘을 쏟아야 그나마 부술 수 있겠어.’
안력을 높여 통찰력을 극성으로 발휘했다.
‘이 금은…… 자멸의 흔적. 인위적으로 훼손해 사문 세계와 대륙을 연결시킨 건가. 그리고…….’
크세리온 제국이 자신의 전력 병기인 사문에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보였다. 근원체 안에는 수많은 공간 좌표가 설정되어 있었다.
대륙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성 사이에서 아칸드의 의도를 찾아냈다.
‘사문을 붕괴시키고 그 파편들을 대륙의 도시 위에 뿌리겠다. 그렇군.’
베르덴은 인상을 찡그렸다.
‘목적은 전선의 확대인가.’
아칸드의 계획이 실현되면 대륙 전역이 실질적으로 전장으로 변한다.
이미 그 계획의 절반 가량이 진행됐다.
사문과 대륙이 연결되어버린 이상 근원체를 완전히 소멸시키거나 파멸시켜도 파편들이 흩어지는 건 막을 수 없으므로.
‘그렇다면 입력된 공간 좌표들을 반전시킨다.’
크세리온 제국의 계략은 명확히 도시들의 상공을 가리키고 있다. 베르덴은 그 과정에 개입해 표적지를 교체할 작정이었다.
도시가 부분 집합이라면, 그 부분 집합을 제외하는 여집합으로 방향을 뒤집는 것.
‘언데드 군단이 성벽 밖으로 떨어지도록.’
베르덴이 손바닥을 뻗었다.
망화가 발화했다.
파멸은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 마도 폭주로 강화된 파멸의 마도는 숨기고 숨겨, 옛 왕의 모략을 분쇄시킬 비수가 될 것이니.
화아아아…….
베르덴은 조용히 심호흡하며 죽음의 문의 근원과 그 근원을 에워싸고 있는 무수한 공간 좌표를 정확히 인지했다.
그렇게 역원뿔의 수정 내부에서부터 칠흑의 화염이 번뜩였다.
<소멸>
거창한 파열음은 없었다.
정적을 자아내는 불길.
증발하는 죽음.
아홉 개의 사문 중 하나에 종말이 찾아왔다.
그리고.
근원이 사라진 세계가 솟구쳤다.
* * *
성창의 광채가 저 거대한 타원의 균열로 들어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조용하다.
비명, 함성, 괴성.
고막을 괴롭히는 전투의 소음을 제외하면 변화가 없었다.
“대주교님…….”
“기다리게.”
영환의 대주교는 믿음을 갖고서 사기를 정화하며 부상자들을 회복시켰다. 그의 눈은 인간을 향했지만, 마음은 하늘에 가 있었다.
그때였다.
쩌적.
사문의 삭막한 풍경을 담고 있던 타원 자체에 금이 갔다. 유리가 깨지는 듯한 첨예한 굉음이 귓속을 깊게 파고들었다.
“아, 사문이……!”
“죽음의 문이 사라집니다!”
타원이 셀 수 없이 많은 파편으로 조각나는 것과 동시에 주둔지 중심부에 자리한 사문이 점점 작아져 자취를 감추었다.
죽음의 기운이 보란 듯이 약화되었다.
승리인가?
승리한 건가?
토벌군단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와중에 미라셀이 두리번거리다가 고개를 쳐들었다. 상공에서 네 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둘은 북쪽으로, 그리고 다른 둘은 토벌군단으로 낙하했다.
쿵.
“……후우.”
사문이 닫히기 직전 잽싸게 <대악마화>를 해제한 가레스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잿빛의 초월자가 서 있었다.
<마력 위압>
형언할 수 없는 마력량이 델하룬 일부 지역 전체를 압도했다.
누구도 베르덴의 실체를 의심할 수 없게.
저급한 언데드들은 짓눌렸고.
세계 연합군은 아연했다.
젠티르 마탑의 장로가 입을 벌렸다.
“여, 연합장님께서 어찌.”
“델하룬의 사문은 파괴했다. 마저 정리하도록.”
베르덴이 북쪽을 응시했다.
“잠시 다녀오지.”
* * *
근원이 붕괴된 사문에서 튕겨져 나간 라크디온이 제7사령관과 함께 황무지에 착지했다.
[죄송합니다. 운명 파괴자의 개입이 있었기에…….]
“되었다. 얼추 목적은 이루었으니.”
아칸드는 용검을 비스듬히 세우고는 다시 바위에 앉아 있었다.
차원이 일렁이더니 베르덴이 나타났다.
수왕 안티아스가 껄껄 웃었다.
“죽여 주는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