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7화 앞마당 전투 (4)
쿠오오오…….
행군 속도에 지장을 주는 현대의 병기들이 동대륙 남쪽으로 향한다.
지상과 하늘.
토벌군의 호위를 받는 마법적 공성 병기가 지면에 무거운 자취를 남긴다.
마탑의 기술력을 통해 수송용으로 특별 개조된 대형급 및 중형급 비행정 함대는 병기를 분해해 부품 단위로 운반하고 있다.
각 토벌군단이 전개 지점에 도착하자마자 연합장의 명령을 받고 이동,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리듯 그들은 어느새 동대륙 남부 경계를 넘었다.
에온의 마법사단 중 특수전에 특화된 침묵의 안위 소속────베르덴을 도와 보헤미른 마탑의 두 번째 제자 암살에 일조하기도 한 소사이어티의 정예 마법사 출신 하레스가 말했다.
“본대의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산맥의 정상 부근에서 하이랜디아의 국기가 격하게 펄럭이고 있다.
고요함 속에서 바람만 세찼다.
하레스와 같은 마법사단에 속한 오페아 로겐테나가 통신 장치를 켰다.
“노바르 보루, 여기는 남부 수송대.”
그녀는 암월이 일으킨 블랙 아워 내전에서 패배한 생존자이자 패잔병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대마력을 부여받은 어엿한 에온의 마도사.
그동안 목숨이 걸린 다양한 전투를 치르며 배운 게 있다면…….
“현재 남부 수송대, 보급로 초입에 진입. 하스토우 요새 도착까지 80시간 예상.”
전쟁은 시간 싸움이다.
* * *
인류는 평범의 범주를 넘어선 물건을 아티팩트라고 총칭했다. 본래 그건 옛 문명이 만든 유물을 뜻했지만, 오늘날에는 범위가 확대되었다.
현재 아티팩트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두 가지다.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원리가 얼마나 신비로운가.
인공물뿐만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조차도 기준을 충족하면 아티팩트로 분류하는 시대.
그중에서도 극소수의 귀물을 위해 고대 아티팩트란 명칭이 존재했으니, 그 수는 아마도 많아 봤자 서른을 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고대 아티팩트‘급’까지 포함하면 좀 더 많긴 하겠지만, 고대(古代)란 단어로 수식할 만한 물건은 단 한 줌에 불과했다.
여느 아티팩트처럼 고대 아티팩트도 역시 반드시 위험하다고 할 수 없다. 애초에 위력이란 파괴력만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아티팩트의 종류는 비유하자면 개개인의 특성처럼 다양하다.
다만…… 하이랜디아에서 국보로 취급하는 그것은 순수할 정도로 위험한 부류에 속했다.
반향의 척추, [레블링(Leveling)].
유리온 하이로스가 벤디에 카에나르와 물물 교환을 해서 손에 넣은 고대 아티팩트. 탄생 기원은 불명이나, 기능만큼은 선명했다.
바로 ‘두 번의 진동’을 통하여 문자 그대로 지상을 쓸어버리는 것.
후욱────── 쿠우우우우웅!
남부 토벌군단의 비행정에서 떨어진 높이 2.73m의 말뚝이 넓은 언덕 한복판에 박혔다.
사고하지 못하는 언데드는 동족이 깔려 으깨지든 말든 나아갈 뿐이나, 지성을 가진 개체들은 경계하며 기묘한 쐐기를 응시했다.
본래 [레블링]을 작동하려면 특정 진동수로 배열을 형성해야 한다.
그 배열은 온도 등 외부 조건에 밀접하게 좌우되어 아주 접근하지 않는 이상은 진동수의 배열을 정확하게 입력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유리온은 예외다.
“기동하라.”
유리온은 [레블링]의 범위 바깥에서 언령을 발했다. 음성에 깃든 고유한 힘 자체가 고대 아티팩트의 발동 조건을 충족시켰다.
말뚝 전체에 묘한 떨림이 발생하더니 그를 둘러싼 대기가 크게 일렁였다.
첫 번째, 구동(驅動)의 울림.
낮은 웅성거림이 반구의 형태로 확산했다. 평범한 인간의 청각으로는 명확하게 식별할 수 없는 고주파의 비명이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체액의 흔들림뿐.
근처 웅덩이 같은 액체의 표면에 프랙탈의 문양이 떠올랐다.
사기로 물든 땅이 전조의 정적에 압도되었다.
소리가 멎었다.
구동의 울림에 노출된 공기가 소리의 매질 역할을 못 하게 된 탓이었는데, 서서히 액체에 떠오른 프랙탈 문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좀비나 시체 골렘처럼 체액을 가진 존재들이 차츰 균형을 잃었다.
그걸 보고는 리치들이 마법적 장막을 전개했지만, 이미 스쳐 지나가 버린 소리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떨어지는 잔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진즉에 그 안의 물은 모조리 쏟아진 것처럼.
구동의 울림은 물질계의 극미한 틈새를 파고들어 잠복한다.
후에 찾아올 반향을 이루기 위해.
두 번째, 공진의 파도.
말뚝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온 특유의 진동이 사방을 겨누었다. [레블링]이 박혀 있는 땅에서 기괴한 화음이 비틀리듯 새어 나왔다.
그리고───공명이 도래했다.
첫 번째 진동에 노출된 사물이 두 번째 진동에 닿는 순간 수평 방향으로 입자로 흩어져 무너졌다.
진동과 진동이 겹치면서 공진 현상에 의한 파괴의 싹이 자라난 것이다. 웬만한 대기 마법으로는 차단할 엄두도 낼 수 없는 급류가 들이닥쳤다.
고대 아티팩트가 자리한 중심부에서 정확히 범위의 경계까지, 격렬한 파동이 지표면을 휩쓸었다.
구동의 울림에 닿은 사물 전부가 그 대상. 파도가 몰아치는 것처럼 언데드를 포함한 지상 위 모든 물질이 분쇄되어 바깥으로 쓸려 나갔다.
죽음으로 득실거리던 반경 3km가 텅 비었다.
지역의 평탄화(平坦化).
이야말로 [레블링]이라고 불리는 고대 아티팩트의 힘이었다.
“하하하, 부지 조성할 때나 쓰던 건데 전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쓸 만하잖아. 옛날에 벤디에한테 넘긴 무구가 전혀 아깝지 않군.”
벤디에는 무구 수집가라, 쓸 만한 무구를 가져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교환해 준다. [레블링]도 그렇게 얻어 온 것이다.
언령의 기사단과 함께 비행정에서 하차한 유리온이 [레블링]을 회수했다.
“임시 거점 확보해.”
와아아아아아──────!
토벌군단이 언데드의 벽을 허물고 평탄화된 대지로 진격해 점령했다.
그레고르반 추기경이 그곳에 성역을 선포한 다음, 대주교 및 상위 주교가 신앙을 발하여 성역의 기둥이 되었다.
죽음의 기운이 정화되면서 마력이 땅에 스며들 수 있게 되었다.
<지형 조작>
대지계 마법사들이 성벽을 축조하거나 거점 바깥의 지형을 허물어뜨려 단차를 만드는 등 일종의 방어선을 구축했으며.
그 위로 방위 마법진과 매직 아이템 등이 저항력을 몇 단계 강화했다.
인간은 무한히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
언데드와는 다르게.
그것이 생명이 가진 한계다.
아무리 토벌군단이라고 할지언정 며칠 내내 전투에 임해 사문 앞마당까지 쭉 밀어버리는 건 불가능. 임시 거점은 그들의 보금자리가 돼 목적지까지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부여할 것이다.
“이 끝자락에 도달하면 마침내 사문이 가시거리에 들어온다. 당장은 병력을 최소한으로 운용해 최대한 휴식에 전념하도록.”
“예, 폐하.”
“다른 대륙은 어떻대?”
“테르네티아 연방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지속되고 있고, 흑해가 지휘하는 토벌군단은 펜드렌호의 사문을 확인했습니다. 성녀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벽을 완전히 붕괴시키지 못할 만큼 제국의 저항이 거센 터라, 아직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다더군요.”
“다들 열심이군.”
루아스 교국에 성창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 자체가 혼전을 의미했다.
하기야 규모의 차이가 극심하니.
최하위 언데드라고 해도 산맥처럼 떼 지어 몰려들면 위협적이다. 산 자는 지치기 마련이므로.
아무튼.
제국의 본대와 충돌하지 않은 동대륙 남부가 가장 한가로운 듯했다.
그 여유도 곧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사령관 개체들은 비행정을 타고 오고 있으니 일단 떨어뜨리고 보는 게 좋겠지. 그러니 소형 비행정 한 척 준비해 놓고.”
유리온이 남부 지도 위로 거점과 사문 사이의 언덕 지대를 짚었다.
“여기서 상대한다.”
* * *
시간에 무관하게 몰아치는 언데드 군단.
남부의 토벌군단은 공간 가방으로 운반한 물자들로 거점의 안전을 공고히 했다.
포션이나 약 등 마법적 물품이 그들을 보조했으며, 루아스교는 치료와 정화에 전념해 필연적으로 생기는 전력의 손실을 최소화했다.
군량은 아주 산처럼 쌓여 있는 터라 굶어 죽을 일도 없었다.
세계 연합의 천문학적인 예산은 크세리온 제국과의 전투에만 집중해 여력마저 쏟아부을 수 있도록 군단의 기반을 다졌다.
거점을 발판 삼아 체력을 회복한 병사들이 다시금 전진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쿠궁! 쿠구궁!
마법과 화살이 빗발쳤다.
마법사들이 마련한 엄폐물 뒤에 숨었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며 차츰 전장을 장악했다.
살아가며 적응하기에 생명.
언데드와의 전쟁에 익숙해진 군단의 토벌 능력은, 며칠 전 동대륙 남부에 막 진입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우드득, 빠각!
요렌이 리치의 두개골을 뜯어 버리고는 그걸로 다른 언데드를 후려쳤다.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모험가로서의 본질이 저도 모르게 언데드의 약점을 노렸고, 검에 두른 기운이 <아이스 스피어>를 반으로 갈랐다.
부우우우───
연합의 나팔이 울려 퍼졌다.
적 공습의 신호다.
요렌이 서둘러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덕 저편에서 언데드 궁병들이 발사한 화살들이 새까맣게 드리웠다.
좌우로 박히는 그것들을 보며 요렌은 조용히 숨을 고르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멎자마자 다시 토벌에 박차를 가했으니.
언데드가 숫자로 위압한다면.
인간은 수준으로 능가한다.
하나가 수십을 상대하니 더 이상 병력 차이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스스로의 활약에 고양된 요렌은 누가 와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피가 뜨겁게 들끓었다.
부우───우───
‘이번엔 마법 공습인가.’
최대한 두터운 엄폐물을 찾아 엎드리고 있자…… 그 옆으로 바르델이 달려왔다. 엄폐물에 등을 기댄 그와 눈을 마주쳤다.
“저, 벌써 백 마리는 넘게 잡은 것 같은데요?”
“나는 그 두 배는 토벌했을 거다. 그것도 4위계급 리치도 포함해서.”
“저는 엘더 리치도 잡았을걸요?”
“데스 나이트도 잡았다고 해라, 그냥.”
둘은 짧게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물론 방심은 아니었다. 완급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순간…… 연합이 있는 후방에서 낯선 신호가 들려왔다. 듣기만 해도 위험하단 느낌이 엄습할 정도로 날카롭게 매서운 소리였다.
엄폐물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로니아 왕국의 것으로 보이는 비행정 함대가 오고 있다. 대규모 비행정이 2척, 중형급이 6척, 또 소형이 23척이었다.
“적의 본대……!”
“로니아 왕국에 남아 있던 비행정을 모조리 흡수한 모양이군. 타락자의 짓이겠지.”
“사령관들은 저 대규모 비행정에 있겠죠?”
“아마도.”
비행정 아래로 비교적 수는 많이 적지만 질적으로 다른 죽음이 다가온다.
무거운 긴장감에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 제국에 사령관이 있다면 세계 연합에는 군단장이 있으니까.
후우우웅.
토벌군단의 비행정 함대가 전면으로 나와 대열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 최전선에 소규모 비행정이 보란 듯이 자리했다.
갑판 위에서 유리온이 검을 어깨에 갖다댄 채 적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비행정의 속도를 높여 혼자서 선두를 자처했다.
초월자들의 격전이 벌어지려 한다.
요렌과 바르델은 다른 토벌군이 그러하듯이 진격 신호를 기다렸다. 이내 비행정 간의 간격이 어느 정도 좁혀진 시점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갑자기 지진이 발생했다.
대응할 새도 없이 지진의 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더니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당황한 동공이 일제히 전장의 지면을 향했다.
“뭐…….”
콰아아아아아아앙!
유선형 괴수가 단단한 지반을 부수고 나와 강하게 솟구쳤다.
전장에 그림자가 졌다.
하얀 골격과 썩은 살점으로 이루어진 육체. 두께는 수백 미터, 길이는 수 킬로미터의 이르는 상상 이상의 거체였다.
모험가들은 확신했다.
저 언데드 괴수는 역대 특수 개체 중에서도 위험한 군에 속할 거라고.
콰드드득!
괴수의 아가리가 유리온이 탄 자그마한 비행정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이빨에 선체가 씹히면서 동력원이 붕괴되며 폭주했다.
놈의 입안에서 일어난 폭발이 이빨 사이로 잠시간 분출되었다가 사라졌다.
그렇게 군단장을 삼킨 괴수가 중력에 따라 그대로 지면에 부딪히고는, 다시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며 땅 아래로 자취를 감추었다.
멍하니 입이 벌어졌다.
초월자라는 전력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광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선사했다. 연합에서 당장 명령을 내렸지만 몇몇 이들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동시에 크세리온 제국 제8사령관, 루에린이 대규모 비행정에서 전장을 겨누었다.
뼈 화살에 심상치 않은 사기가 넘실거렸다.
그리고 풀려나는 활시위.
사선으로 쇄도한 화살이 크게 터지더니 수백 개의 파편이 되어 굽이쳤다. 그 속도는 당사자들에겐 마치 빛살처럼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삶은 특별하다. 생각지도 못한 죽음은 다른 사람의 일로 여기기 마련이다. 주인공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 리 없으니까.
당연하고도 우스운 환상이다.
“요렌, 피햌.”
퍼억!
투사 – 바르델의 상반신이 꿰뚫렸다. 사악한 기가 생기를 오염시키며 파괴, 주변 생체 조직이 당장 썩어 소실되었다.
몸통이 흩어졌다.
백금 등급 모험가는 머리와 팔다리만 남아 바닥에 떨어졌다.
요렌은 죽은 바르델과 눈을 마주쳤다.
“아…….”
죽음의 폭우가 전장의 일부분을 강타했다. 급조한 보호막으로는 방어 불가능. 마법적인 엄폐물도 버티지 못하고 관통됐다.
요렌은 형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수십 명이 그렇게 사망했다.
지상만이 아니라 상공도 위험에 직면했다.
쿠우웅─!
대규모 비행정의 방어막을 돌파한 크세리온 제국 제6사령관이 연합 갑판에 착지했다. 각력으로 제국의 비행정을 박차고 날아온 것이다.
그 언데드는 양손으로 할버드를 쥔 채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었다.
“이놈……!”
불행하게도 가까운 곳에 있던 안드라노브의 일원이 대응하려던 찰나 금속 스태프와 함께 늙은 머리통이 절단되었다.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시간 속에서 화산섬의 마탑 장로의 뇌수가 뿌려졌다. 이어 몰아친 광풍이 장로의 제자와 호위들마저도 일거에 참살했다.
십수 명의 마법 전력을 죽여 버린 사령관이 다음에 비행정의 선체를 노렸다.
마도 <염식(炎蝕)>
“초월자급이라더니, 과연.”
화산섬의 마탑주───적해(赤海), 벨트로아 리움 솔라스텔이 연산을 마쳤다.
<거화의 노도>
대화염의 불길이 제6사령관을 덮쳤다. 강한 화염의 분출이 그를 불태우면서 움직임을 차단, 조금씩 뒤로 밀어냈다.
다른 장로들이 저마다 불꽃을 더했다. 벨트로아의 마도 특성이 마치 장작처럼 그것들을 삼키고는 화력을 더욱 키웠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
초고열의 방사에 사령관의 갑옷과 할버드가 붉게 물들였으나 놈은 상체를 숙인 채 버티더니 벨트로아를 향해 한 발짝 내디뎠다.
주변 갑판이 타거나 녹아내렸다.
힘과 마법의 균형은 아차하는 순간 무너질 정도로 위태로웠다. 사령관에게 간격을 허용하면 벨트로아도 치명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전이 아닌 전쟁.
벨트로아가 스태프를 당기면서 마법을 거두자마자 유니아와 카인이 좌우에서 나타났다. 재빠르게 기동한 둘이 거리를 좁히며 회전.
쩌어어어어엉!
마력이 뿜어내는 마검과 중력이 스며든 스태프가 할버드에 충돌했다.
에온의 쌍둥이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전력으로 몸을 비틀었다. 균형이 무너진 상태인 사령관이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벨트로아가 안광을 번뜩였다.
“하아압!”
고밀도의 불꽃이 갑옷 정중앙을 강타했다. 갑판의 난간까지 밀려난 언데드의 후드가 벗겨졌다. 할버드는 잠시 위로 튕겨진 상태.
만에 하나를 대비하여 마탑주의 경호를 맡고 있던 흑요 등급 모험가 불굴의 이닉토르가 기회를 포착하고 질주했다.
체중과 기를 한껏 실은 발차기가 닿는 순간 압력에 으깨지는 난간.
터엉────!
제6사령관이 비행정에서 추락했다.
합격으로 간신히 사령관을 밀어냈으나 안도할 때는 전혀 아니었다.
유리온이 사라진 상황이었기에.
유니아가 물었다.
“이거 어떻게 해요?”
“동요하지 마라. 초월자가 그렇게 쉽게 당할 리가 없으니. 더군다나 그 서약자가.”
벨트로아는 마법계의 극점으로서 초월자의 특성을 잘 이해했다.
그들은 무서울 정도로 끈질긴 존재들이다.
“전열부터 가다듬도록 하지.”
명령을 받은 세계 연합 진영이 밀도 있게 후방에서 전선을 구축했다.
비행정들의 갑판도 바쁜 발소리로 가득 차는 와중, 이닉토르는 눈을 마주친 제6사령관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간을 좁혔다.
‘……뭐지?’
왠지 낯이 익었다.
* * *
두 사령관을 필두로 한 제국의 본대가 개입하자 토벌군단의 진로가 가로막혔다.
자연적으로 사기가 오래 머물며 지면을 오염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루아스교가 정화 작업에 나서는 현대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강대한 언데드들은 특수한 이형종만큼이나 보기 어려웠다.
그럴진대 그 상위 언데드가 수백, 수천…… 수많은 인간에서 소수의 강자가 배출되듯, 수많은 언데드에서 소수의 상위종이 탄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전장을 위압하는 사령관들.
하지만 개체에 의해 전황이 바뀔지언정 그것이 반드시 일방적인 궤멸로 이어지진 않는다.
적이 초월적인 강함을 지녔다면 언령의 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 루아스교의 추기경 등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극의 강자들이 있으며…….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초월자는 언제나 상식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아까처럼 지면이 폭발했다.
유리온을 집어삼킨 언데드의 거수가 다시 세상에 현현했다. 그리고 그 머리 위에 유리온이 당당히 서 있었다.
강제 서약: 예속隷屬
크세리온 제국의 언데드 병기가 유리온의 수하가 되어 언데드 군단에 살의를 향했다.
“안 그래도 전력이 부족하던 참이었는데. 선물은 고맙게 받지.”
유리온이 서약의 힘으로 조종했다. 거수가 머리를 강하게 튕기자, 그걸 그대로 추진력 삼아서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가 검끝을 눕혀 제국의 비행정에서 자신을 보는 사령관을 노려보았다.
“이건 답례다.”
어두운 황금빛 기운에 휩싸인 유리온이 곧 함대를 향해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