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95

1195화 개편 (1)

히안테는 세계를 관측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그녀는 시간 그 자체이며 태초의 드래곤과 함께 가장 오래된 개념이자 존재.

운명이 우주에 뿌리내렸을 때 미래가 제한됐지만, 베르덴의 반역과 성장으로 정해지지 않은 후일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시제(時制)의 병립.
확정되지 않은 사건 조작.

모든 시간대에 존재할 수 있고, 파편 같은 미래들에 인력을 부여해 현재에 가깝게 인접시키는 게 히안테가 지닌 고유력이었다.

“…….”

히안테는 의심의 단계를 넘어 이미 확신으로 물든 벽안을 응시했다.

시간은 절대적인 개념이지만 양면적으로 한없이 무력하기도 하다. 늘 곁에 있기에 자신을 마주하려는 시선을 피할 수 없으니.

베르덴은 과거를 파헤치고, 현재와 부딪쳐,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한다……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달랐지만 그녀는 그런 베르덴으로부터 ‘당신’과 같은 광기를 느꼈다.

신성(新星).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그것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태고의 세상.
운명이 없는 시대에는 운명론이 아닌 다른 이론이 존재했다. 우연한 숙명. 호스트는 그 개념을 필연이라 명명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필연론’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아, 새로운 별이여…….

‘당신’이 머나먼 미래에 대해 물었을 때처럼 외면할 길은 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과거, 현재, 미래를 전부 한 몸에 품고 있어, 히안테가 상대에게 침묵할 수 있는 시간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래에는 과거가 있고.
사방에는 현재가 있으며.
위에는 미래가 있다.

그 모든 곳에서 향해 온 질문에 히안테는 이번에도 대답해야 했다.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화자가 바로 눈앞에 있었기에.

“저는 불균형적인 수많은 저울판 중 일부에만 아주 작은 무게를 더할 수 있을 뿐, 어떤 경우에도 불가능한 미래로 현재를 인도할 수 없어요. 제6사도와의 전쟁이 베르덴에게 조금이나마 더 이상적인 결과에 가까워진 채 끝을 맺을 수 있었던 건 여러분이 손을 뻗어 거머쥔 미래예요. 저는 무용할 뿐이죠. 시간이 그저…… 그저 흘러가기만 하듯이요…….”

0에서 1로 만든 것도 아니고, 유의미할지도 모르는 작은 무게를 추가한 것뿐이다. 무한에 가까운 모든 가능성의 총합 속에서 말이다.
티끌이 더해진 탓에 천칭이 기운다고 한들 얼마나 기울겠는가?

히안테가 실질적으로 이 넓은 우주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뒷골목에서 인간이 칼로 인간을 찔러 죽이는 것보다 약하기 그지없었다.

베르덴이 말했다.

“우리에게는 네가 무의미하다 여긴 작은 힘이라도 필요했다. 내게는 더욱이…… 모두를 보듬기에는 나는 여전히 약하니.”
“베르덴은 특별해요. 그리고 유일하죠.”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베르덴은 양손을 바라봤다. 잿빛의 건틀릿이 작은 쇳소리를 냈다. 반쯤 굽힌 손가락들. 그는 지금까지 두 손으로 많은 것을 이루었다.

“초대 마도왕을 대면하고 나니 여실히 느껴지더군. 그저 격을 높이는 것만으론 초대 마도왕과 ‘당신’에게 닿을 수 없다는 걸.”
“…….”
“다만 그렇다고 한들 둘 중 하나의 편에 서는 것도 마땅하지 않다. 나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또 우리는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령 그들이 또다시 타협한 끝에 양보하고 배려해 내 이상을 완성해 준다고 해도…… 난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겠지.”

베르덴은 초대 마도왕이 짚었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아 눌렀다.

“누구도 믿기 어렵다.”

우주는 멸망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고 있고, 이미 외계는 진멸(盡滅)해 베르덴이 딛고 있는 이 세계만이 유일하게 잔존한 공포스러운 현실.

‘당신’은 종말을 거부하려고 말 그대로 영혼을 갈아 운명의 수레바퀴를 구동하고 있다. 모든 영혼은 오직 운명의 재료로 사용되기 위해 탄생했다.
영혼의 진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때때로 속에서부터 무겁고 끔찍한 전율이 흘러넘쳤다.

초대 마도왕은 방주, 마탑의 동력원, 사도의 대적자 등으로 ‘당신’의 압제에 저항하면서 장대한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다.
옛날과 달리 종말의 순리에 따르지 않는 방향으로 말이다.

핵심은…….

‘당신’은 영원한 소멸로부터 아주 작더라도 우주를 존속시키려고 운명에 의한 순환이란 극단적인 해답을 선택했고.
올다르크는 그런 ‘당신’도 좌시할 수 없는, 운명과 다른 어떤 답을 찾아냈다.

‘초대 마도왕은 나에게 이상을 밝히지 않았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없다는 듯 여지를 두었지만…… 그건 그가 나를 협력자로서 보지 않는다는 완곡한 답이었어.’

초대 마도왕은 베르덴의 성장을 바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제 막 절대자의 격을 체득한 베르덴은 그의 설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깊이 깨닫고 말았다.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정보들을 별빛처럼 수놓는 것 자체가 ‘인도’하기 위함이며, 이것은 대개 도구에게나 어울리는 방식이라는 걸…… 또한 그 방식은 ‘당신’과 흡사하다는 걸…….
일례로 사도의 대적자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삶을 농락당했다.

‘심지어 알파, 베타, 오메가를 버렸다.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고 녀석들을 방치했고, 직접 파괴하기 싫다고 시간 속에서 죽게 했다.’

───+미련이었다. 내가 스스로 치른 시험이었고+

무슨 시험이든 간에 창조물을 포기한 것 자체가 큰 거부감이 들었다. 베르덴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선택이었으므로.

‘궁극적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나를 이용 대상으로 보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터.’

주어진 상황에 주목하자.

초대 마도왕이 마지막에 보여준 관리자의 편린에는 휘둘리지 말자. 그의 감정이 진실되었을지언정 결국에 말을 아꼈으니.

“나는, 내가 쌓아 올린 것만 믿겠다.”

베르덴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감정이 끓어올랐다.

보헤미른 마탑에서 어떤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마법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어린 시절을 견뎠으나, 강제 마법진 [콜젼]에 의한 수년간의 인체 실험은 그의 순수성과 본질을 일그러뜨렸다.

선천의 마법적 이해력과 후천의 경험으로 형성되고 만 반항적 기질. 거대한 흐름 따위에 쓸려 나가는 것은 신물이 난다.

만에 하나 ‘당신’과 초대 마도왕 중 한 명이 승리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이상향을 만든다면, 그걸 살아서 봐야만 한다면…… 베르덴의 반골은 차라리 그 세계를 ‘파괴’할 것을 바랐다.

나만이 옳다!
옳지 못한 세상 따위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갖지 못한다면 부숴 버리겠다!

이는 광기와 집착으로 가득한──이상주의에 빠진 신의 일면이었다.

그러나 베르덴은 실패자의 아집 따위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위험한 충동마저 자신의 생각임을 받아들이되 극히 일부라고 여길 뿐.

“히안테, 넌 내 실패가 보이나? 앞서 ‘당신’과 초대 마도왕처럼 끝내 타협할 거라고 보고 있나?”
“……궁금한가요?”
“너는 모든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고 했지만, 과연 그게 미래의 전부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째서인가요.”
“그게 내가 살아가는 세계니까.”

넓디넓은 세상을 가능성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무료할 것인가?
실현될 수 없다면 실현하리라.

“그게 나의 길이다.”
“…….”

베르덴은 역시 미쳐 있었다. 하지만 순결과도 같은 광증이었다. 종말에 대해 듣고도 모두를 위한 희망을 궁리하던 ‘당신’처럼…….

히안테가 과거를 보며,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에서 속삭였다.

“끝까지 가실 건가요?”
“이미 멈출 수 없고, 멈추지 않기로 한 지 오래다.”

베르덴은 짧은 시간 동안 차례대로 ‘당신’의 비밀을 듣고, 초대 마도왕과 조우해 심신이 지친 듯한 미소를 지었다.
다만 그의 푸른 눈동자만큼은 흔들림 없이 올곧게 명멸했다.

“끝까지 가야지.”

히안테는 아이샤의 얼굴로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별개로 베르덴에게 전달할 소식이 있어요. 본래 관조하는 존재가 알려야 하지만, 여기서 전령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제가 그 역할을 대신할게요. 이번에 금기가 개정됐어요.”
“개정이라고……?”
“베르덴의 이해자는 그가 얻은 정보를 공유받아도 제재를 받지 아니한다.”

히안테는 새롭게 추가한 금기의 내용을 고스란히 읊었다.
베르덴이 깜짝 놀랐다.

“‘당신’이 직접 제정한 금기예요.”
“어째서…… 이유가 뭐지?”
“그건 전달자의 몫이 아니라서요. 하암.”

히안테가 하품했다. 그녀가 깃든 아이샤의 육체가 피곤함을 느낀 것이다.

“이제 금기에 감춰진 진실도 제한적으로 공유할 수 있어요.”

베르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의문이 메아리쳤다.

‘당신’의 선의와 함께 선의 뒤편에 숨어 있는 저의가 느껴졌다. 경험 부족인가. 가면 갈수록 그들이 그리는 그림의 윤곽이 불분명해졌다. 그나마 보이는 부분마저 가려지는 것 같았다.

쿵!

베르덴이 정신적인 충격을 소화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베르덴 폐하. 발견!]

[아이샤도 발견했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표정을 보니 히안테일 확률이 97.3%입니다.]

사이좋은 형제 골렘이 푸른 고리의 외눈을 순간 반짝거리곤 다가왔다.

“알파, 베타…….”

베르덴은 슬쩍 히안테를 곁눈으로 살폈다. 그녀는 별다른 말없이 옅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짧게 끄덕일 뿐이었다.

[응접실. 탐색 시작. 베르덴 폐하. 계속 히안테하고 대화?]

“초대 마도왕께서 찾아오셨다.”

[……?]

알파와 베타가 멈칫했다. 서로 시선을 마주치더니 다시 베르덴을 보고 혼란스럽다는 듯이 마력의 시선을 빛냈다.

[확인 실패. 확인 실패. 설명!]

[자세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녀석들이 베르덴에게 찰싹 붙었다.

그리고.

베르덴은 아칸드와의 대화와 초대 마도왕과 방금 함께했던 여정을 이야기했다.
운명에 대해서.
영혼의 금기에 대해서.
악마의 진실에 대해서.
금기의 개정에 대해서.
‘당신’의 권역과 여러 대화 내용에 대해서.

과연 금기는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금기로 제약되지 않은, 알파가 망각한 본래의 기억에 관해서는 함구했다.
버렸다거나, 이미 쓸모를 다했다거나…… 그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알파에게도, 베타에게도. 그들의 이목을 끌 화제는 많았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잔혹한 진실을 말해야 한단 말인가.
상처 입을 것이 뻔한데.

…….

베르덴은 속내를 감췄고, 베타는 그저 경청했으며, 알파는 그런 베르덴을 주시하다가 히안테에게 눈길을 주길 반복했다.

* * *

베르덴으로부터 여러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파가 아이샤를 따로 찾아왔다. 대전당이 깊은 잠에 든 시간에 몰래.

[깨워서 미안. 딸기 케이크. 선물.]

“네에……? 와아!! 잘 먹을게요!!!!”

옴뇸뇸!

아이샤가 진심으로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를 포크로 연신 파먹었다. 방금 막 자다가 일어났는데도 놀라운 식성.
아이샤는 머리가 짜릿할 정도로 맛있는 간식거리가 너무 좋았다.

[히안테. 질문.]

“네?”

[약속.]

아이샤의 눈빛이 변했다.
히안테가 드러났다.

“약속이라면…….”

[훗날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때 알파의 의문에 솔직하게 대답해 줄 것. 기억?]

베르덴의 내면세계에서, 베르덴이 신격을 자각하기 위해 세계의 틈새로 영혼을 이동시켰을 때 히안테와 알파가 맺은 밀약(密約).
그 거래에 대해서는 베르덴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덴 폐하. 말하지 않은 정보. 요구.]

알파는 베르덴과 초대 마도왕 사이에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더 있다고 보았다. 베르덴을 이해하는 작은 골렘으로서.

히안테가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아 냈다.

“훗날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때. 지금이 그때는 아닌 것 같은데요.”

[케이크. 더 줄게.]

“……베르덴이 어째서 알파와 베타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지 않았을까요.”

히안테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알파. 베르덴 폐하. 이해자.]

알파가 똑바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 이유. 설득.]

알파 자신이 몰라야 한다면 어째서 몰라야 하는지 설득시켜 달라는 말이었다.

히안테가 짧게 말했다.

“베르덴이 여러분을 소중하게 여기니까요.”

[확인.]

알파는 납득했다. 이내 그대로 자그마한 보폭으로 도도도 자리를 떠났다. 더 묻지도 않고, 애초에 그게 원하는 대답이었다는 것처럼.

히안테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가능성이…… 있었나?”

* * *

짝!

베르덴이 제 얼굴을 두드렸다. 자극이 좀 더해지니 복잡한 머릿속이 가라앉는 듯했다. 뭐랄까. 여러모로 혼잡했다.

‘좀 쉬어야겠군.’

초대 마도왕을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충고는 새겨듣긴 했다.

주변을 중시하라.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당분간은,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금 일상에 집중할 예정이었다.
물론 그전에 처리할 게 몇 가지 있기는 했다.

“네르가.”

[예, 아버지.]

베르덴이 저주로 빚은 사도가 공손히 예를 갖췄다. 네르가는 신장을 2미터가 좀 넘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냐.”

[효도. 를]

주물주물.

네르가는 섬뜩한 외눈을 빛내며 베르덴의 어깨를 안마했다. 누구한테 배운 거지…… 그런데 뭔가 피로가 좀 풀리는 듯했다.
베르덴은 애써 자식이나 다름없는 녀석의 노력을 거부하지 않았다.

“네가 맡아 줄 일이 있다.”

[하명. 하소서.]

“바깥으로 가자.”

주검의 영광에게로.

베르덴은 전쟁을 완전히 마무리하기 전 에온이라는 조직을 개편할 작정이었다.
말하자면 확장이었다.

대륙에 사도들을 앞세울 것이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