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화 세계 회의: 진실 서약 (1)
‘수왕이 주검의 영광에 대해 알고 있다. 심지어 최근 행적까지. 에온과 마스터처럼 루아스 교국 측이 정보 일부 공유를 인정하지 않은 건 분명한데.’
베르덴은 당장이라도 터져 버릴 듯한 긴장감을 피부로 느꼈다. 수왕이 그 성녀의, 아니 루아스교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의혹이 생긴 이상 루아스 교국은 진실로 해명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답변을 회피한다면 빛의 종교가 쌓아 올린 신뢰는 크게 금이 갈 테니까. 애매모호한 대답도 마찬가지다.
궁지에 몰린 셈이다.
수왕이 대체 어디서 그 기밀을 손에 넣었는지는 몰라도, 오늘의 파장이 절대로 쉽게 잦아들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했다.
옛 왕의 비밀이 풀린다.
여기 이 자리에서.
‘그리고 다른 것들도.’
베르덴은 진실의 서약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은 참석자들을 관찰하며, 이 기회를 이용해 세계 회의의 마지막을 어떻게 더 화려하고 설득력 있게 장식할지 계산했다.
아무리 감정적 마찰이 치열해도 결국 두 번째 대의제는 베르덴이 중심이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세계 회의가 화기애애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렇게 베르덴은 확신했다.
수왕은 노골적이고.
성녀는 심상치 않다.
* * *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듯…… 루아스 교국이 자랑하는 빛의 신인들은 기본적으로 자애롭고 친절하다.
특히나 인류를 위한 그 마음은 누구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질은 4대 신물에 선택받기 전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교황, 로마누스는 애써 설명할 것도 없이 성직자 제일의 귀감이다.
성자, 레온하르트는 비극을 겪기 전엔 누군가를 때려 본 적도 없었고, 심지어는 타인에 대해 험담조차 해 본 적도 없었다.
성녀, 에르세티아도 그렇다.
그녀는 한때 모든 걸 사랑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부모도.
익숙한 굶주림도.
따뜻한 빛과 달리 외로움과 고통을 상기시키는 차디찬 어둠도.
모든 불행을 안겨 준 세상마저도.
물질적으로 가진 것 없이 태어났으나 마음만큼은 희망으로 가득 차다 못해 바깥으로 흘러넘쳐 그녀의 선의를 지지했다.
사랑이란 나누는 것.
어릴 적부터 허드렛일하며 받은 돈을 정확히 생활비만 제외하고 전부 기부했다. 부족함을 알기에 베풀 줄도 알았다.
도시의 시민들이 거리낌 없이 혐오하던 길거리의 고아들과 갈 곳 없는 부랑자들마저 그녀는 편견 하나 없이 아꼈고, 또 사랑했다.
길거리에서 주운 루아스교의 정십자가를 목에 건 채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낡고 버려진 교회에서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기도했다.
금이 간 천장에서 새어 나오는 한 줄기 햇빛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 기도를 만끽하는 게 그녀의 일과였다.
하지만, 세상엔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도 있다.
겉으로는 사이좋게 기부받은 음식과 돈을 나눈 부랑자들은, 으슥한 곳에 가서 서로를 죽여 가진 것을 빼앗았다.
고아들은 소매치기를 일삼으며 서로 훔친 물건의 양을 비교했고, 머리가 좀 더 크자 더 다양한 범죄에 손을 댔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 숫자는 절대로 많지 않았다.
언제나 양지를 보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온 에르세티아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점점 성숙해지며 아름다워지는 그녀를 범하러 다 무너져 가는 교회로 숨어 들어온 부랑자들과 고아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녀는 평생 악의라는 감정을 알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순수한 선의가 타락한 악의와 조롱으로 돌아오는 광경. 그것을 마주한 에르세티아는 평생을 관통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랑은 나누는 것이지만.
사랑에도 받을 자격이 있다.
그 따스함을 알고도 어떻게 그런 차가운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걸까?
늘 따뜻하게 온몸을 비춰 주는 저 하늘의 빛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자들이, 수십 또는 수백 년을 더 산다고 해도 도대체 뭘 사랑할 수 있을까?
무엇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저들은 오히려 세상에 끔찍한 악의를 전염시킬 것이다. 빛을 더럽히고 잔혹한 어둠을 만연하게 할 것이다. 세상은 한층 더 추워질 것이다.
그래서…… 에르세티아는 사랑을 덜었다.
그녀는 빛을 외면하는 어둠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악의와 불행만을 갖게 하는 어둠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빛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바로 그 마음에 4대 신물이 움직였다.
성갑, 아르미넬은 불변의 믿음을.
성창, 그란테르는 단호한 사랑을.
빛의 교리에 의하면 삶이란 더러움을 씻어 내는 과정이지만, 그 인생이 되레 더러움을 더한다면 그건 무의미할 뿐이다.
빛을 사랑할 수 없는 자는 더욱 더러워지기 전에 죽어서 속죄하는 편이 옳으리라.
그 고고한 의지를 실천하는 에르세티아는 빛의 여신의 심판자(審判者)다.
감히 빛의 신앙이 가진 깊은 뜻을 몰라본 채 욕보이고 비하하는 존재는 그게 누구든지 영혼째로 정화해서 심판해야───
“성녀, 일단 참으십시오.”
교황이 강하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성자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다급하게 그녀의 손등을 살며시 덮었다.
성녀의 분노가 식어 갔다.
‘약속을 잊을 뻔했어. 그래, 인내하자.’
무작정 심판하려는 태도는, 저열한 어둠이 더욱 숨어들고 깊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빛을 향한 사랑을 두려움으로 물들인다.
과거에 보았지 않았나?
신앙자들의 그 떨리는 눈동자를.
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러지 않겠다고 교황과 신께 약조했다. 당대의 성녀는 빛을 표방하는 최강자로서 군림해 세상을 환하게 비추어야 한다.
“후우.”
성녀가 짧게 숨을 털어 내고는 차분해진 눈동자로 정면을 응시했다. 일촉즉발이었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가라앉았다.
“교황을 대신해서 다시 묻겠습니다. 그 정보, 대체 어디서 들으셨죠?”
“너희 신한테 물어보라고 했을 텐데.”
성녀가 조용히 손을 문질렀다. 분노가 임계점을 넘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수왕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정 궁금하면 진실의 서약을 받아들여라. 나도 임하도록 하지. 이 내게서 원하는 진실을 얻어 내고, 주검의 영광에 대한 진실 또한 증명한다…… 너희한테 필요할 텐데?”
“…….”
적지 않은 눈동자가 루아스 교국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 감정이 뒤얽혀 있다. 하원, 상원 구분할 것도 없었다.
온 대륙에 피울음 역병과 언데드 사태를 일으킨 주모자들을, 루아스 교국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충격이었단 뜻이었다.
결과적으로 수왕은 이 세계가 진실을 요구하도록 만들었다.
베르덴이 초월적 존재를 다수 죽였다고 한 것과, 루아스교가 대륙을 혼란으로 뒤덮은 모종의 조직을 은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편린만 해도 이 정도인데, 그 앞에는 얼마나 많은 비밀이 더 숨어 있을까.
‘역시 한번 헤집어서 들어내는 게 정답이었군.’
서약자가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리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진실의 서약을 맺자…… 라고, 설득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당장 그 방식을 어떻게 정할지 논의하도록 하지. 그래도 되겠나?”
반문은 없었다.
섭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도록.”
* * *
닿지 않으면 감촉을 느낄 수 없다.
진실 또한 그렇다.
진실을 접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존재뿐이다. 적어도 세계 회의장에서 정해진 규칙으로는 그러했다.
수십 분에 걸친 합의를 통해 간단한 서약서가 작성되었다. 해당 안건을 제안한 서약자가 대표로서 ‘14 규약’을 공표했다.
첫 번째 규약 ─ 진실의 서약은 질의응답의 형식을 취한다.
두 번째 규약 ─ 참석 여부는 자유다.
세 번째 규약 ─ 미참석자는 진실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네 번째 규약 ─ 각 참석자는 한 번만 질문할 수 있다. 단, 질문을 거부당하면 다른 참석자에게 질문할 수 있다.
다섯 번째 규약 ─ 각 참석자는 한 번만 질문을 거부할 수 있다.
여섯 번째 규약 ─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긍정과 부정, 그리고 서술형도 가능하다.
일곱 번째 규약 ─ 모든 대답은 질문에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답변에 거부했을 때도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야 한다.
여덟 번째 규약 ─ 참석자에게 거부당한 질문 주제는 해당 참석자에게 다시 질문할 수 없다.
아홉 번째 규약 ─ 각 참석자는 한 번 거부권을 사용하면 새로운 질문을 받았을 때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
열 번째 규약 ─ 한 번의 질문에 대답하고, 한 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질문하지 못하고 새로운 질문을 받았을 경우, 다시 한 번의 질문 기회와 한 번의 거부권을 얻는다.
이는 진실의 서약이 끝나거나, 열한 번째 규약을 만족할 때까지 반복한다.
열한 번째 규약 ─ 각 참석자는 한 번의 질문에 대답하고, 한 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고, 한 번의 질문을 한 뒤에는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고 진실의 서약을 지켜볼 수 있다.
또한 두 번 연속으로 질문에 대답하면 진실의 서약을 관람할 수 있다.
열두 번째 규약 ─ 질문자의 차례는 주사위로 정한다.
열세 번째 규약 ─ 질문자의 수는 주사위로 정해진다. 해당 주사위 눈금은 참석자의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열네 번째 규약 ─ 질문 기회는 미룰 수 없다.
“최대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한 규약이다. 이거라면 공정성 면에서 큰 문제는 없겠지.”
타인의 비밀을 파헤치는 건 당사자에게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너무 깊이 들어가면 선을 완전히 넘을 수도 있다.
자칫 증오가 생겨서는 안 된다.
진실은 엄중해야 한다.
진실의 서약은 혼란한 세상을 안정시키기 위해 서로의, 그러니까 최소한의 결백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각자에게 주어진 질문의 권리는 최소로 제한한 것이다.
또한 가변적인 요소를 부여하기 위해서 주사위의 불규칙성을 추가했다. 이건 다름 아닌 이그나시아가 적극 추천한 규약이었다.
서약자가 자리에 앉고, 섭리자가 새로운 형태의 회의를 진행했다.
“진실의 서약에 참여할 참석자는 논의 후 10분 뒤에 거수하라.”
짧지만 충분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익숙하다는 듯 입가를 가리며 의논을 시작했다. 아드리안 또한 다른 참석자가 입을 읽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주군, 어떻게 하실 건지 정하셨습니까?”
“진실의 서약엔 나 혼자서 참여하겠다. 동일한 세력의 참여자가 많을수록 불리한 구조니까.”
베르덴은 에온의 수장이고, 아드리안은 에온의 이인자다. 두 사람이 참여했다가는 에온의 기밀이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그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루아스교와 아르나크 제국 또한 베르덴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너는 두 번째 대의제 이후를 준비해라. 판은 내가 만들지.”
“예? 어떤…….”
베르덴이 첫 번째 대의제를 언급하며 조곤조곤 속닥거렸다.
운명에 일부 관련된 내용이라 유니아와 라테온은 아직 알지 못하기에 아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요약해서 결론만 언급했다.
아드리안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곁에서 듣고 있던 이자벨라가 숨을 삼켰다.
“가주, 머리 굴리는 거 무섭네……. 근데 그게 진짜 될까?”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베르덴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안 되면 말고.”
* * *
“호호호, 진실의 서약이라. 정말로 흥미진진한 놀이군요, 선조님. 과연 저들 사이에서 어떤 장면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펠디안느.”
“말씀하십시오.”
“너는 잠시 쉬거라.”
펠디안느가 순간적으로 입을 멈췄다가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티슨 마탑의 그 어떤 기밀도 발각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저희는 관심 밖인걸요. 그리고 두 사람이 참여해야 더 많은 질문을…….”
“펠디안느 피어시아 레이트.”
인드렌의 진지한 음성이 펠디안느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 눈빛에는 선조가 아닌 초월자의 그것만이 남아 있었다.
아, 이건 설득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잠시 쉬고 있겠습니다.”
“오냐.”
펠디안느도 진지하게 대답하며 고집 부리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섰다.
누구보다 인드렌을 잘 알기에 그러했다.
“…….”
섭리자는 아티슨 마탑 측을 비롯한 참석자들을 살펴보고는 입술을 떼었다.
“내가 나서지.”
“……마음대로 하세요.”
대행자, 메이아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는 사전에 논의한 적 없던 행동을 취하는 섭리자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진실의 서약 참여자는 거수하라.”
하원은 고요했고.
상원은 15명이 손을 들었다.
하원도 참석할 자격은 있었지만 제정신이 박힌 이상 감히 끼어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거긴 명백한 사지(死地)였다.
“총 15인을 확인했다. 참여자와 기권자를 서로 격리하겠다.”
쿵.
비공개 투표를 할 때처럼 참석자들과 호위들이 사방이 차단된 벽 안에 갇혔다. 누가 진실의 서약에 참가했는지 훤히 보였다.
“서약자.”
“음.”
서약자의 손끝에서 어두운 황금빛 색채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거친 바람이 일 정도로 힘의 밀도가 높아진 기의 구체가 위로 솟구치더니 세계 회의장의 천장 중심에 고정되었다.
“나, 유리온 하이로스와 서약한 존재는 이 진실 서약: 14 규약을 토대로 질문에 대한 답변에 진실과 거짓을 밝힌다. 이에 언약하라. 그대의 이름으로 내게 맹세하겠나?”
“나,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 맹세하겠다.”
“나, 가레스 시릴리아드. 맹세하지.”
“나, 벤디에 카에나르. 맹세합니다.”
“나, 안티아스. 맹세하도록 하지.”
“나, 아세트로 올딘, 맹세한다.”
“나, 인드렌 피어시아 레이트. 맹세하마.”
“나, 세렌디아. 맹세하죠.”
“나, 아르쿨. 맹세하겠소.”
“나, 이그나시아. 맹세할게.”
“나, 에르세티아. 맹세하겠습니다.”
“나, 라인델 넥스레온. 맹세하지.”
“나, 베르덴. 맹세한다.”
“나, 제라클 디안 세레아노르 아르나크. 맹세하겠네.”
그리고.
“나, ───맹세하겠다.”
섭리자의 이름을 듣지 못했는데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한 명을 제외하고.
그때였다.
공동 서약: 맹세盟誓
서약자의 고유 절기가 발동했다. 기의 구체가 폭발하듯 갑자기 크기를 부풀리더니 거대한 눈동자 형태로 변모했다.
서약자와 상당히 닮은 동공이 15명을 차례대로 바라보곤 바닥을 응시했다.
“이제 주사위를 굴릴 차례군.”
“자, 여기!”
즉시 이그나시아가 환상으로 다면체 주사위를 구현했다. 가로 및 세로 길이가 2m가량 되었는데 무게중심이나 표면이나 의심할 여지 없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다.
아무리 이그나시아가 쾌락을 추구해도 이런 거엔 장난치지 않는다.
섭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자의 수를 정하라.”
[열세 번째 규약 ─ 질문자의 수는 주사위로 정해진다. 해당 주사위 눈금은 참석자의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참여자의 총 인원이 15명이니 이번 주사위의 최소 눈금은 절반을 반올림한 8이며, 최대 눈금은 15다.
“에잇.”
이그나시아가 주사위를 던지자, 서약자가 기를 담긴 주먹으로 후려쳤다.
수차례 벽과 천장에 부딪쳐 튕긴 주사위가 이내 바닥을 구르더니, 세계 회의장 중심부에서 정확히 정지했다.
12.
“질문자의 수는 12명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15명 중 3명은 질문하지 못한다. 다음, 질문자의 순서를 정하라.”
다시 서약자가 주사위를 굴렸다. 별거 아니지만 처음으로 주사위를 굴리는 건 안건을 발의한 자의 특권이었다.
그렇게 숫자가 정해졌다.
5.
참여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5번에 해당하는 참여자에게 향했다.
“5번, 수왕, 안티아스. 질문하라.”
“운이 좋군.”
명실상부 세계 회의 최악의 존재가 첫 번째로 질문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