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27

827화 세계 회의 (11)

“대륙의 모든 마법사가 암월의 꿈을 꾼 이후로 마법계는 여전히 급변하고 있습니다.”

로벨린이 최대한 정제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위계만이 아니라 잠재력의 상한선인 한계 위계를 웃도는 경지까지 일순간 돌파할 수 있는 시대. 암월의 뜻이 어떻든 간에 마법계는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일종의 성장이라고 해도 되겠죠.”

하지만.

“그 대가로 현 마법계는 극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습니다.”

위계 돌파 시도로 인해 다치거나 죽는 마법사가 꾸준히 늘고 있다.

몸이 버티지 못할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위계 돌파 연산식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부지기수다.

암월의 꿈이 퍼지기 시작한 지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나 그 추세는 아직도 감소로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위계 마법사는 비로소 염원하던 하늘에 닿을 수 있게 되었으나, 하늘에서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라.

밑바닥은 상공에서 추락한 위계 마법사들의 피와 시체로 가득하다.

“여러분도 이해하다시피 마법사의 탐구심은 쉬이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0대 마탑이 통제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죠. 마탑의 마법사들까지 다친 상황이고요.”

로벨린이 한쪽 팔을 폈다.

“그렇다면 마탑의 영향권 밖에 있는 마법사들은 어떨까요. 여기 마법계에서 마법 자주 연대를 이끌고 계신 마법주께선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갑자기 지목당한 마법주가 아주 약간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추산해 본 결과 마탑 외 마법사의 사상률은 역대 최고치입니다.”
“그렇군요. 마법 도시는 어떻습니까?”
“음, 전체적으로 마법사의 대외 활동량이 상당히 준 걸로 안다. 방금 마법주가 지적한 대로 사상률이 올라간 만큼 활동이 가능한 마법사도 줄어들었지만, 위계 돌파와 관련해 마법 연구에 들어간 이들도 적지 않지.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일정을 비우고 마법에 몰두하고 싶은 심정이야.”

마법 도시, 비렌테를 다스리는 마법 협회장이 사견까지 더해서 현재 마법계의 실태를 가감 없이 설명했다.

“이처럼 마법계의 성장률은 장기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위계 돌파. 미래를 팔아서 현재를 위하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마법계는 암흑기를 맞이하겠죠. 전도유망한 마법사들이 꽃을 피우기 전에 저물고 있으니까요.”
“…….”
“그나마 고위 마법사는 자신을 관조하는 능력이 뛰어나 중상 및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하위 마법사입니다. 최대한 빨리 높은 경지를 경험하고자 하는 그들은 어떤 부위가 치명적인지도 모른 채 몸에 칼을 대고 있죠. 그렇게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마법사들은 스스로를 죽이고 있습니다.”

로벨린이 강하게 주장했다.

“그래서 저는 이 마법계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교육?”

참석자와 호위를 포함해서 마법사로서 미숙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교육이란 걸 받을 만한 위치도 경지도 아니었다.
그런 말은 아카데미 학생이나 마탑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마법사에게나 어울릴 만한 것이다.

마탑주들은 대체 그 교육이 어떤 것이길래 세계 회의에서까지 거론하는 건지,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로벨린을 주시했다.

“그럼 참고인 모시겠습니다.”

로벨린이 공손히 가리킨 회의장 입구에서 익숙한 마도사가 등장했다. 덥수룩한 수염. 평범한 로브가 오히려 특징인 인자한 노인이었다.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여러분. 가르간트 내 아카데미의 관리 및 교육을 총괄하는 교장, 일마리온이라고 합니다.”

아카데미의 교장.

마법계 총회의에는 참석했으나, 국가에 비견될 만한 집단적인 영향력은 없었기에 세계 회의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하나 결국 이렇게 참석하게 되었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죠. 위계 돌파 자체는 마법사에게 축복입니다. 한계를 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하지만 향기로운 꽃에는 가시가 피는 법이듯 한편으로는 시도 때도 없이 마법사의 충동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일마리온이 세계 회의에 참석한 마법사들을 하나둘씩 눈에 담았다.

“저는 그걸 마법을 추구하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저주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제력을 시험받아야 하는 그런 것. 미숙한 마법사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것이죠. 하물며 신체적 및 정신적 나이마저 어리다면 더욱이 그렇습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처럼 말입니다.”
“…….”
“이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찬란한 미래에 대한 손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법계의 참고인으로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보다 희망적인 마법계의 미래를 위해서.”

그가 말을 이었다.

“결국 미지 앞에 우리는 모두 학생입니다. 저도 그렇지요. 그래서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위계 돌파를 명확히 파악한 존재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평생에 걸쳐 마법과 교육을 추구해 온 한 명의 마법사이자 마도사로서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일마리온이 상원을 올려다봤다.

“마법계 초월자들이시여, 부디 길을 헤매는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멍하니 있다가 그 말뜻을 이해한 화산섬의 마탑주가 입을 벌렸다.

“무, 무슨…….”

참석자들과 호위들의 경악이 점차 퍼져 나갔다. 특히 마법과 관계된 자들의 격렬한 반응이 상당히 볼만했다.

일마리온이 제안한 건 무려 마법계 초월자들이 주도하는 교육이었다. 이건 마법계에서 아주 중대한 사안이었다.

왜냐하면…… 초월자가 아카데미라는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교단에 서서 만인에게 가르침을 베푼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적이 없었을까?
단순히 가르쳐 주기 싫어서?

그런 이유를 가진 초월자가 있었을지도 모르긴 하나, 실질적으로 초월자가 타인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난해하기 때문이다.

마법계 초월자는 선천적으로 천재성의 천재성을 타고난다.
마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의 차원이 다르다.

말인즉슨 대부분의 초월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일반적인 세상과 한참 동떨어진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평범한 마법사가 수년에 걸쳐 필사적으로 이해한 마법 이론도 초월자에게는 별다른 이해가 필요하지 않은 직감의 영역일 수 있다.
그리고 직감을 설명으로 풀어서 상대의 머릿속에 때려 박는 건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사람은 손가락을 구부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손가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구부리는 법을 모른다.
그런 사람한테 손가락 굽히는 방법을 어떻게 설명할까?

어렵다.

그냥 하면 되는 거니까.

그렇다고 뇌에서 시작된 전기 신호가 신경을 타고 전달되고, 근육이 수축하면서 관절과 인대가 함께 작동하고, 다시 감각이 뇌로 돌아오는 과정을 설명해 봐야──활용은 차치하고 제대로 알아듣기나 할 수 있을까?
손가락도 굽히지 못하는 사람이?

이것이 초월자의 관점이다.

물론 보편적인 가르침을 추구하는 초월자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부류의 초월자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초월한 이후 궁극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이상만을 추구했다.

특이하게 마스터──벤디에 카에나르가 템플을 운영하며 다수의 제자를 두기는 했지만, 그들조차도 평범한 인재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

적어도 초월자가 내리는 가르침을 소화하려면 세상 어딜 가든 영재라고 불릴 법한 재능을 타고나야 하는 것이다.

‘그럴진대 아카데미 교단에 서 달라니?’

어떤 초월자가 그 부탁을 수락하겠나?
해 봤자 시간 낭비일 텐데.
망가진 매직 아이템에 마력을 붓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일이다. 배우는 것도 최소한의 기준이 있는 법이다.

바로 그때였다.

“현 마법계의 문제는 깊이 이해는 바다. 마냥 좌시하는 건 옳지 않겠지.”

베르덴이 거수했다.

다름 아닌 마법계의 신성(新星)이 교단에 설 것을 결의했다.

“진심인가.”
“베르덴이 교육이라……?”
“흥미롭네.”
“아하하하하하하! 진짜로?”

베르덴이 직접 아카데미에서 마법을 가르친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반응이 터졌다. 회의장 전체가 여느 때보다 크게 웅성거렸다.

인드렌이 팔짱을 꼈다.

‘저 베르덴이 교육에도 뜻이 있었을 줄이야……. 아니, 그보다 저 말은 위계 돌파를 완벽하게 이해했단 뜻일 텐데. 초월자 중에서도 마법 이해력이 뛰어난 편인 모양이구나.’

인드렌도 마법계의 과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교단에 설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선뜻 손을 들기에는 애매했다.
암월의 위계 돌파 이론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법계 초월자가 암월의 꿈을 꾼 건 불과 몇 개월 전이었지만, 그로부터 전해 받은 것은 위계의 돌파를 가능케 하는 고유 연산식뿐이었다.

즉, 과정을 제외한 결과만 받았다.
모든 마법사가 그랬다.

어떤 계기로 위계를 돌파하려고 했는지, 거기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그 연산식의 근원적 원리는 무엇인지 등…….
암월, 다히트 웨스로엘의 이론을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려면 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상당히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마법계만이 아니라 세상이 혼란스러운 와중이라 위계 돌파에만 매달릴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베르덴의 선언은 인드렌에게 다소 충격을 안겨 주었다.

베르덴이 손을 내렸다.

‘이걸로 세 번째 단추.’

로벨린이 제대로 판을 깔아 줬다. 물론 베르덴과 로벨린의 관계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일마리온도 계획을 모른다는 의미였다.
그래서인지 일마리온은 베르덴의 당당한 선포에 아주 감격한 얼굴이었다.

국가를 엮고.
마법계를 엮어.
종국엔 대륙을 엮는다.

베르덴의 목적은 결속을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마리온처럼, 아니 분명히 그 이상으로 베르덴도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래라, 과연.”
“……?!”

그런데 다음 순간 베르덴은 진심으로 당황하고 말았다. 베르덴을 제외하고 손을 든 존재가 한 명 더 있었기에.

“동의하는 바다.”

섭리자가 손을 들었다.

서열 1위의 마탑주이자 8위계 초월자…… 그리고 베르덴의 추측이 맞다면 최초의 위계 마법사가 직접 교단에 오르겠다고 천명했다.

* * *

“레프라기움 마탑이?!”
“말도 안 돼……!”

마탑주들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섭리자를 바라봤다. 눈을 씻고 다시 봤지만 그는 여전히 손을 들고 있었다.
충격적인 발언에 세계 회의장 전체가 죽은 듯 고요해졌다.

무투계, 신앙계, 정치계 초월자도 깜짝 놀랄 정도인데 마법계는 오죽할까.

이그나시아도, 흑해도, 반젤리스도, 인드렌도, 키퍼도 당혹스러운 얼굴이었다. 다크워튼 마탑주의 표정도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심지어 넋이 나간 건 레프라기움 마탑의 대행자, 메이아도 마찬가지였다.

‘섭리자, 당신 지금 뭐라고……?’

사전에 거론된 적조차 없는 상황은 그녀에게서 사고를 박탈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섭리자는 끝까지 제 뜻을 번복하지 않았다.

“혼란에 빠진 위계 마법 체계는 분명 세계적인 문제이나, 그 대책은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표결은 진행하지 않겠다. 해당 소의제를 발의한 보헤미른 임시 마탑주는 아카데미, 에온, 레프라기움 마탑의 세부 일정을 조율하는 중개 역할을 담당하도록. 이의 있나?”

로벨린이 퍼뜩 대답했다.

“어, 없습니다.”
“좋다. 참고인은 퇴장하라.”

일마리온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초월자, 무려 신성과 섭리자가 교육에 선뜻 응하다니? 이건 교육계 역사에 굵은 글씨로 쓰일 정도의 대사건이었다.

발걸음이 가볍다.

일마리온의 머릿속은 이 기쁜 소식을 하루라도 빨리 아카데미의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했다.

“허허허허…….”

그렇게 실없이 웃는 일마리온이 세계 회의장을 나갔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분위기는 고요했다.

‘예상에 없던 상황이다.’

베르덴이 생각에 잠겨 있던 도중 문득 섭리자와 눈을 마주쳤다. 섭리자는 아주아주 옅은 미소를 잠시 보이곤 표정을 되돌렸다.

‘……웃어?’

베르덴은 적잖이 동요했다.

섭리자의 정체를 이미 추측하고 있었기에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할까. 무슨 속셈을 품고 있는 건지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

수인, 엘프, 드워프는 다른 참석자들처럼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각자만의 상념에 잡혀 있을 뿐이었다.

“다음 제의자는 거수하라.”

세계 회의가 다시 이어졌지만 오직 침묵만이 계속되었다.

하원의 참석자들은 여러 가지 소의제를 생각해 두기는 했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포기를 결정했다.

로벨린이 발의한 안건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버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교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정확히 1분이 지났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으니 이제 성격이 다른 소의제가 시작될 차례였다. 발언을 준비하고 있던 자들이 눈을 빛냈다.

섭리자가 재차 말했다.

“발의 제한을 해제하겠다. 다시, 다음 제의자는 거수하라.”

서약자가 말했다.

“나는 의제라기보다는, 세계 회의에 새로운 규칙을 하나 추가하고 싶은데. 그것도 제안해도 되는 건가?”
“상관없다. 참석자들의 합의를 얻으면 그 규칙은 시행된다. 발언하라.”

섭리자에게 발언권을 인정받은 서약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이랜디아를 건국한 초월자에게서 왕의 위엄이 느껴졌다.

“첫 번째 소의회가 시작되기 전, 전염병에 대한 피해를 논하고 있을 때 내가 말했었지. 피울음 역병, 언데드 사태 자체가 인위적이라고. 아마, 아니, 나는 단언컨대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특한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여기 모인 참석자들은 거기서 예외일까?”

서약자가 주먹 쥔 손으로 상원 테이블을 가볍게 쿵쿵 두들겼다.

“글쎄, 그렇다고 하기에는 각자 숨기고 있는 게 너무 많지 않나? 어지간하면 관심 끄려고 했는데, 이 이상 방치했다가는 내 나라와 가족까지 위험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니 서로의 결백을 위해서 나하고 ‘서약’ 하나 하지.”

마스터가 묻는다.

“어떤 서약이죠?”
“진실의 서약.”

서약자가 소매를 접어 올렸다. 그의 오른 팔뚝에 정교한 검흔이 새겨져 있었다.

“수년 전 하이랜디아에 비공식 초월자가 침입한 적이 있었다. 녀석은 나와 한 합을 겨루고는 그대로 도주했지. 이건 그때 남은 물증이고.”

제라클 황제가 미간을 좁혔다.

“초월자……?”
“단검을 쓰는 놈이었는데, 대륙 곳곳을 뒤져 봐도 단서 하나 나오지 않더군. 우리가 아는 초월자들과는 뭔가 다르지.”

서약자는 이전에 마스터와 아드리안에게 각각 밝혔던 견해를 되풀이했다.

“초월자가 이렇게까지 드러나지 않은 경우의 수는 오직 하나, 바로 특정 조직이나 인물 아래에 속해 있을 때다. 그리고 그만한 조직이라면 상원에 있는 너희들이 유력한 후보지.”

에레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니까 당신은 상원 참석자들을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군요.”
“내 의심은 중요하지 않아.”

서약자로부터 서서히 어두운 황금빛 기운이 흘러나왔다.

“오직 진실만이 있을 뿐이지.”
“그거 재밌겠군.”

수왕, 안티아스가 광포한 눈동자를 기울였다.

“그 진실의 서약이라는 걸 하면 반드시 진실만을 입에 담아야만 하나?”
“거짓을 말하면 반응하는 구조지. 물론 공정성을 위해 질문 횟수와 응답 거부의 한도는 명확하게 정할 예정이다. 합의를 통해서.”
“그렇다면 루아스교가 상당히 곤란해하겠군.”

수왕이 난데없이 루아스교를 언급했다. 신인들의 시선이 꽂혔다. 참석자들도 수왕을 향해 몸을 돌리며 눈길을 향했다.

베르덴이 내심 혀를 쳤다.

‘설마 수왕이 노리는 게…….’

서약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루아스교? 무슨 의미지?”
“주검의 영광.”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 그건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일종의 ‘선’과 같다.

비밀이란, 언제나 민감하고도 중요한 것이다.

하물며 수백 년 동안 유지되어 온 비밀이라면, 그 반응은 더욱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옛 왕의 시체를 찾고 있으며, 피울음 역병과 언데드 사태를 일으킨───”

화아아아악!

성서, 오멘코드로 발현된 고위 기적이 수왕을 에워쌌다. 빛의 사슬들이 빛의 방패들과 연결되며 강력한 봉인을 구축했다.
이그나시아가 다급하게 마스터가 남긴 과자를 챙겼다.

교황, 로마누스가 강한 어조로 물었다.

“그 이름,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크크큭, 반응 한번 일품이군.”

콰지지직!

수왕의 근육이 불거지자 봉인이 안에서부터 박살 났다. 드래곤의 꼬리를 기분 좋게 움직인 그가 이빨을 드러냈다.

“너희 신한테 물어봐라.”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성녀의 손등에 힘줄이 도드라졌다.

수왕이, 루아스교의 선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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