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45

845화 소외자 (2)

약지(藥指).

불과 몇 시간 전에 절단된 듯 손가락은 차가운 것 빼고는 깨끗했다. 단면에도 이렇다 할 저항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주인이 누구지?”
“마법 자주 연대의 리더. 마법주, 셀레스터 레븐입니다.”

마법계 총회의에도 참석했었던 하원 참석자 중 한 명이었다. 베르덴과 딱히 사담을 나눈 적은 없으나 안면은 있는 인물.

이자벨라가 미간을 꾸겼다.

“그러니까…… 마법주가 마울러의 하수인이었던 건가요?”
“소사이어티 논란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했던 것이죠. 항상 마탑을 올려다봐야 하는 마법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을 테니까요. 오스테아 마탑을 시작으로 마탑 체제에 금이 가게 만들면 그 빈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열리니. 마울러가 논란을 제기하면, 마법주가 판을 키우는 그런 그림이었죠.”

세계 회의의 두 번째 대의회를 시작했던 장면이 머릿속에 상기됐다.

───잠깐, 그러니까 소사이어티는 에온의 지시를 받아 10대 마탑 체제를 내부에서부터 붕괴하려고 했단 의미입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법주가 은근히 마탑주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그런데 최초의 마탑이 나오는 순간 마법주의 얼굴이 볼만하더군요. 어떻게 분위기를 과열시킬지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호호호.”

아드리안이 살의를 보였다.

“나중에 죽여야 할 놈이 늘었군.”
“저야 죽여도 상관없지만, 이건 되도록 죽이지 마시라고 가져온 거라서요. 어떻습니까. 이거라면 사담을 나누기엔 충분할까요?”

펠디안느가 능글거리며 웃는다.

남성인데도 여성처럼 전체적으로 화려하게, 그렇게 중성적으로 꾸몄지만 그 외모에는 위화감이 없었다.

베르덴은 점심 식사를 이어 나가며 나지막이 물었다.

“마법주하고 원한이 있었나?”
“제가 원한을 갖기에는 마법주의 체급이 많이 떨어지지요. 마법주도 한 실력 하긴 하지만 개인의 힘이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마법주의 손가락을 잘라 온 건 그저 에온에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라는 건가.”
“저는 설득을 했을 뿐이랍니다.”

펠디안느가 팔짱을 낀 채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이 약지는 마법주가 바치는 베르덴 님을 향한 사죄의 증표입니다. 그걸 받아 줄지 말지는 전적으로 베르덴 님의 뜻에 달려 있죠.”
“내 뜻이라.”

알파가 건넨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베르덴이 펠디안느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아티슨 마탑은 얼마든지 여러 방면에서 에온과 친분을 쌓을 수 있을 텐데.”
“제가 그러고 싶으니까요. 베르덴 님은, 그리고 에온은 지켜보는 맛이 있거든요. 세간에선 이 욕망을 기대감이라 부르죠. 곁에서 살짝 조미료만 첨가해도 천하의 진미가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아, 표현이 좀 적나라했군요. 죄송합니다. 아무튼 전 그런 마음이랍니다.”

얼어붙은 손가락을 앞에 두고 따듯한 커피를 즐기며 웃는 펠디안느는 누가 봐도 범인의 그릇은 아니었다.

“다만 선조님은 이런 제 개인적인 생각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계신답니다. 같은 피를 이었음에도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까?”
“네가 여기 있는 거, 인드렌도 알고 있나?”
“선조님은 정리할 게 많으시다면서 곧장 명상에 드셨습니다. 가능하면 허락을 받고 싶었는데, 효심 깊은 후손으로서 방해할 수 없는 노릇이죠.”

왠지 모르게 인드렌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아티슨 마탑도 피곤하겠군.”
“호기심이 충만한 건 아티슨 마탑주의 최대 덕목이거든요. 2대 최초의 마탑주께서는 어여쁘게 봐주시길. 최초의 마탑에 초대해 주시면 그보다 더한 영광을 없을 겁니다.”
“생각만 해 두지.”
“생각이라도 해 주시니 참 다행이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펠디안느가 덩그러니 놓인 마법주의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그를 용서하실 건가요?”

셀레스터 레븐이 마울러에게 가담했다고 해도 사실 베르덴에게 별 감정은 없었다. 마법 자주 연대는 세력 판도에서 저울추가 되지 못하기에.

주제 파악 못 하고 이빨을 드러냈으면 이빨만 뽑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보다시피 그건 펠디안느가 이미 처리했다.

탁.

베르덴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에 가까우니 루아스교에 부탁하면 멀쩡히 다시 붙일 수 있겠지.”

[스캔 완료. 접합 가능성 99.7%.]

펠디안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이 상태로 잘 포장해서 전하도록 하지요. 마음이 넓으시군요.”
“별다른 용도가 없으니까.”
“그렇긴 하죠. 연금술 재료로 쓰지도 못하니까요. 저희가 무슨 사악한 흑마법사도 아니고. 그죠? 자, 그럼.”

스스슥.

펠디안느가 펜을 꺼내 식탁보에 글자와 숫자를 적었다. 그건 다름 아닌 가르간트 어딘가를 가리키는 주소였다.

“제 친구 ‘틸버’가 머무는 거주지입니다. 연락은 해 놓았으니 아티슨 마탑을 대면 문을 열어 줄 겁니다. 다만 가끔 대인기피증이 심할 때는 정신이 많이 오락가락하는데, 흔한 일은 아니니 그리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도요.”

[아마도?]

“마음은 원래 휙휙 변하는 법이니까요. 식사도 마쳤으니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펠디안느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로브만 툭툭 두들겼다.
마법주의 손가락을 챙기면서.

“재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고 맛있는 점심 식사였어요.”
“다음에는 연락이라도 하도록.”
“생각해 보겠습니다.”

펠디안느가 거실을 등졌다가 반쯤 몸을 숨긴 채 잠시 멈춰 섰다.

“아참, 베르덴 님이 주문한 대규모 비행정은 6할 정도 완성했습니다. 대륙 간 공간 이동진의 진행도는 아실 테니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테고…… 그나저나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뭐지?”
“그 두 번째 하인이란 자가 깃든 신체를 죽이셨던 거. 제가 보기에는 어떤 의도가 담긴 것 같은데. 역시 베르덴 님의 마도는 물리적인 범주를 벗어난 것 같아서요.”
“…….”
“두 번째 하인, 죽었나요?”

<겁화>를 활성화한 베르덴의 마법적인 능력은 한 단계 진화한다.

몇 시간 전 두 번째 하인의 빙의체를 즉사시킨 파멸의 파괴력은, 글러트니의 수장이 보낸 분신을 죽였을 때를 웃도는 수준.

아마도 빙의체를 관통한 일격은, 두 번째 하인의 본체를 거의 직접적으로 꿰뚫은 것과 비슷한 충격을 안겼을 것이다.
무방비했다면 치명상을 입거나 그대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주검의 영광의 하인들은 하나같이 목숨이 질겼다. 8세기 전의 초월자인 두 번째 하인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터.

모종의 수단으로 육체 손상을 막았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게 쉽게 죽을 거였으면 루아스교가 여태껏 토벌하지 못했을 리가 없지.”
“그것도 그렇겠군요, 호호. 괜한 질문이었어요.”

펠디안느의 얼굴은 절묘하게 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는 주인 없는 땅에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기억 골렘을 비롯해서 여러 골렘을 제 두 눈으로 보고 싶거든요. 어차피 만날 이유야 차고 넘치니 금방 다시 뵐 수 있겠지요.”

벽 뒤로 나온 손이 흔들거렸다.

“그때까지 평안하시길.”

[안녕.]

[안녕히 가십시오.]

“오, 알파 님과 베타 님이 인사를 해 주시니 기분 좋네요. 커피 잘 마셨습니다, 호호호.”

현관문이 열리고, 펠디안느의 기척이 서서히 멀어진다. 아티슨 마탑주의 호위를 맡은 고위 마도사들의 것도.

이자벨라가 입가를 매만졌다.

“아티슨 마탑주를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인데…… 뭔가 꺼림칙하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가 애매한데, 괴이하달까. 가주는 어때? 아드리안은?”
“아티슨 마탑주답게 관찰력이 예리하더군.”
“초월자의 직계 후손이다. 이상한 점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그렇게 말은 했지만, 펠디안느가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건 모두 알고 있다.

종합 서열 2위 마탑의 주인.

인드렌의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순수하게 마탑 서열만 고려하면 펠디안느의 위치는 그 섭리자 바로 아래다.
가볍게 행동하는 것 같다고 해서 가볍게 대해선 안 되는 거물 중의 거물이다.

“뭐, 펠디안느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지금 그 틸버가 사는 곳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 건가?”
“당연하지.”
“주군께서는 힘을 제어하고 계시니, 호위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출발.]

[출발 준비하겠습니다.]

에온 수뇌부가 채비를 갖췄다.

베르덴이 자기 어깨에 올라탄 알파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제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건데. 기분이 어떻지?”

알파가 외눈을 빛냈다.

[기대.]

* * *

이번에는 과하게 이목을 끌 생각이 없었기에 적당히 움직였다. 드레드미어가 불만을 가졌지만 어쩔 수 없다.
관심이 많이 쏠리는 건 그 틸버란 사내가 아주 불편해할 테니까.

[평범한 집.]

가르간트의 북동쪽 최외곽.

베르덴 일행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건물 앞에 당도했다. 하지만 역시 겉보기와는 달리 여러 고도의 마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베타가 스캔을 마쳤다.

[무단 침입 시 보호막과 함께 6위계 하위급 정신계 마법진이 작동하고, 강제 입구 개방 시 5위계급 전격 마법이 발동됩니다. 상급 마석을 동력으로 삼은 초인종 옆에는 내부와 음성으로 연락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6위계급? 아티슨 마탑주가 정말로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이긴 한가 보네. 여기 있는 매직 아이템만 팔아도 저택 하나는 거뜬히 사고도 남겠는데. 가주, 누를까?”
“그래.”

이자벨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마력이 움직인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부에 신호가 전해진 게 감지됐다.

“…….”

고요하다.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구역인 터라 주변에 정적이 감돌았다. 잠시 기다려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달칵.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저기요, 아티슨 마탑주님의 소개로 왔어요. 문 좀 열어 주실래요?”

이자벨라가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목소리를 냈다. 전혀 불청객 같지 않다. 과연 군더더기 없는 미려한 음성이었다.

“…….”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녀가 에온을 언급해도, 베르덴이 직접 왔다고 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보다 못한 아드리안이 초인종에 손을 얹었다.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달칵.

초인종을 부술 듯이 누르던 아드리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셋 셀 때까지 안 나오면 강제로 들어───”

그때였다.

툭.

마력이 끊겼다. 내부에서 바깥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굳이 설명할 것 없는 축객령이었다.

“이 새끼가?”

베르덴이 고개를 저었다.

“대인기피증이 많이 심한가 보군. 나중에 다시 오지. 아카데미에 다녀온 뒤에 만나도 늦지 않으니까.”
“주군께서 헛걸음을…….”

아드리안이 한차례 숨을 고르고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제 눈에 흙이 들어와도 그건 안 됩니다.”

앞차기가 꽂혔다.

파지지직!

문에 발이 닿자, 보안 마법진이 작동했다. 전격이 번쩍거렸지만 당연하게도 아드리안의 육체에 조금도 해를 끼치지 못했다.
문 자체 보호막까지 박살 나며 문짝이 우그러진 채 통째로 뜯겨 나갔다.

이자벨라가 먼저 건물로 들어섰다.

“아드리안의 의견에 동감이야. 만나기 싫으면 말이라도 할 것이지, 아예 음성을 차단하는 건 무슨 경우야? 열받게. 아무리 대인기피증이 심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인정합니다.]

베타가 그 의견에 찬성표를 던졌다.

‘뭐라 할 말이 없군.’

베르덴은 두 사람의 과감한 행동력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주인 없는 땅에서나 침묵의 사막에서나 비슷한 부분이 많았으므로.

[아드리안과 이자벨라. 베르덴 폐하. 판박이.]

알파도 그런 모양이다.

콰지지지직.

이자벨라가 어둡고 좁은 복도를 지나서 안쪽의 문고리를 잡아 비틀었다.
마법진이 깨졌다.
금속도 본래의 형체를 잃고 휘면서 잠금장치가 망가졌다. 그대로 손가락으로 툭 밀자 사람의 흔적이 묻어난 공간이 드러났다.

“히, 히익!”

구석에서 소리가 들렸다.
불을 밝혔다.
누군가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덜덜 떨고 있었다.

“누가 와, 누가 오고 있어요, 도와줘요, 펠디안느,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세요……!”

베르덴이 사내의 형체를 인식했다.

귀를 막고 눈까지 감은 걸로 보아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펠디안느가 말했던 그 기형이 무엇인지 알자, 사내의 지독한 대인기피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해됐다.
마찬가지로 그를 깨달은 아드리안과 이자벨라가 멈칫했다.

[내 차례.]

베르덴의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린 알파가 접근했다. 녀석이 이불을 살짝 들추자 사내가 소리를 질렀다.

“때리지 마세요! 어머니,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 아버지! 제발, 그만……!”

[틸버?]

“펠디안느, 도와…… 어?”

인간의 것과는 다른 기계적인 음성은 사내의 악몽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사내의 눈물 섞인 시선과 알파의 푸른 외눈이 교차했다.

[틸버. 확인?]

확.

사내가 이불을 벗어 던지고는 알파의 몸체를 아주 조심스럽게 잡아 올렸다.

“고, 고, 고, 골렘?”

[안녕.]

아티슨 마탑에서 골렘 기술의 재현을 담당했던 기술자이자 마법사…… 그리고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드워프보다 신장이 작은 사내.

틸버 스팬기어.

이것이 소외자와 인공 골렘의 첫 만남이었다.

“이 형태…… 호, 혹시 알파 님? 엇, 그렇다면 저분들은, 헉!”

틸버가 화들짝 놀라서는 황급히 짤막한 다리로 달려왔다.

“베, 베르덴 님, 베타 님, 그리고, 아드리안 님, 이자벨라 님이십니까? 페, 펠디안느에게 들었습니다. 신문, 신문으로도 봤고요. 초, 초면에 결례를 범했습니다.”

베르덴이 한쪽 무릎을 꿇자, 틸버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괜찮은 건가?”
“드, 들으셨겠지만. 가끔씩, 대인기피증이 많이 심해져서요. 정신이, 불안정합니다. 실례했습니다. 바로, 바로 문을 열어 드려야 했는데 도, 도저히, 저도 모르게 음성을 끊어 버려서…….”
“개의치 않는다. 그렇지?”

베르덴이 그렇게 묻자, 아드리안과 이자벨라는 슬쩍 밖으로 나갔다.

베타가 물었다.

[어디 가는 겁니까?]

“문 고치러.”

이자벨라는 그렇다 쳐도, 틸버가 마음의 병을 이유로 사과하는 모습에 아드리안 역시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틸버의 안식처를 때려 부순 직후라 더욱 그랬다.

“……베타, 좀 도와줄래?”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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