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7화 소환 (1)
베르덴이 손등으로 턱을 괴었다.
‘나처럼이라.’
틸버 스팬기어는 순박한 마법사다. 초월자의 통찰력으로 살펴봐도 문장 하나하나에서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다.
‘드래곤을 잡겠다는 게 꿈의 종착지는 아닌 것 같지만, 그 방향성에 거짓은 없다.’
어떻게 생각해 봐도 틸버가 에온에서 골렘 기술을 탈취해서 아티슨 마탑에 유출할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베르덴의 관점에서도 아주 난해한 골렘 기술력을 체득하는 건 차치하고, 보다시피 그의 심성 자체가 그렇게 모질지 못했다.
틸버는 첩자로서 최악의 인재였다.
‘펠디안느 피어시아 레이트…….’
아티슨 마탑주는 복잡한 인물이다. 이웃처럼 태도가 가벼우면서도, 특유의 언변으로 마법주의 손가락을 잘라 올 정도로 무겁다.
‘아티슨 마탑의 고유 기술력이 담긴 대륙 간 이동 마법진의 기초를 주인 없는 땅과 에스티리아 왕국에 축조해 주고, 그 정당한 대가로 알파는 틸버를 골렘 기술의 제자로 받는다.’
베르덴이 계약 내용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게다가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지는 오직 틸버의 실력에 달려 있고…… 의무가 동반되지 않으니 에온의 입장에선 유리한 계약이다. 여기까진 이견의 여지가 없어.’
그렇기에 베르덴와 알파는 펠디안느가 제안한 거래를 승낙했다.
손익을 따지면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펠디안느가 처음부터 합리를 고려한 적이 없다면?
‘녀석이 마탑 기준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틸버를 소개한 건, 정말로 틸버를 위한 선의인가.’
펠디안느가 감춘 진심을 통찰력만으로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온갖 아티팩트로 철저히 무장한 아티슨 마탑주의 마법적 보안을 뚫으려면 물리적인 수단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당연하게도 베르덴은 아티슨 마탑과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었기에 그건 논외였다.
그러니 곁에 두고 지켜볼 수밖에.
물론 틸버를 어떻게 할지는 알파에게 달린 일이었다.
[흠.]
알파가 베르덴처럼 고민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초거대 골렘 구상안을 살펴봤다. 베타도 슬쩍 다가와 끼어들었다.
초대 마도왕의 지능을 일부 물려받은 피조물들의 외눈이 명멸했다.
꼴깍!
틸버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여긴 흔한 벽걸이 시계도 없었기에 자그마한 소리도 여느 때보다 크게 들렸다.
도대체 알파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아드리안과 이자벨라도 관심을 두고 기다렸다. 틸버의 사연과 열정은 꽤 호감이었기에.
이윽고 알파가 베타와 시선을 마주치더니 둘이 동시에 몸체를 끄덕였다. 모종의 암묵적인 합의로 결론을 낸 것이다.
[절반 합격. 보류.]
“보류요?”
[사유. 능력 부족.]
알파가 골렘 구상안을 반대로 돌리더니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었다.
[이족 보행 초거대 골렘. 한계가 많음. 구상안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무게중심 유지에만 동력의 2할 7푼 지속적으로 소모. 추가로 동력원의 전력 중 5할 이상을 할애하면 불안정성 극대화. 또한 복잡한 기동 시 일시적인 동력 과열 상태 돌입 가능성 높음. 관절 부위가 원활하게 움직이려면 중심 동력원과 연결된 소형 동력원 11개 이상 필요. 다리 하나만 파괴돼도 행동 불능 상태 직면. 틸버, 돈 천문학적으로 많음?]
“아, 아뇨.”
[돈이 있다고 가정함. 초거대 골렘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음? 고도의 지식 부여 가능? 알파와 베타처럼?]
“없습니다. 절대로…… 그래서 조종사를 투입하면 되지 않을까──”
[삑.]
알파가 단호히 구상안 속의 골렘 조종실 설계를 여기저기 짚었다. 마법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만한 지점만 무려 277곳이었다.
복합적인 기능 충돌까지 고려하면 가히 셀 수도 없다.
틸버가 연구 중이었던 여러 가설이 그 자리에서 논파당했다.
순수한 지식 및 지능의 격차였다.
알파보다 더 매끄럽게 언어를 다루는 베타가 설명을 보완했다. 그 말들만으로도, 틸버가 지금껏 쌓아 온 골렘 기술의 지식을 훌쩍 뛰어넘는 깊이가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이족 보행 초거대 골렘은 공상적이고 비효율적인 목표입니다. 초거대 골렘을 제작하고 싶다면 인간보다는 차라리 거미나 곤충의 형태를 본뜨는 것이 기능적으로 유리합니다.]
[방향성 수정. 권고.]
“그, 그렇군요.”
틸버가 고개를 숙이면서 슬쩍 눈동자만 위로 향했다.
“그래도 이족 보행 초거대 골렘을 만들 수는 있는 거지요?”
[가능성은 있음. 하지만. 굳이?]
“그야…… 멋있잖아요.”
소망은 종종 비합리적이다. 사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가고자 하는 건 일종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알파와 베타의 논리에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는 틸버였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는 순순히 목표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 마법사가 고집은 있어야지.”
베르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을 뻗자, 알파가 능숙하게 팔을 타고 올라가 베르덴의 어깨에 사뿐히 안착했다.
“오늘 밤에 권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떠날 채비를 갖춰라.”
“어? 저, 하, 합격인 겁니까?”
“절반이어도 통과는 통과니까. 알파의 정식 제자가 되려면 노력은 해야겠지만.”
[교육 및 시험 예정. 기준점을 넘지 못하면 제자 아님.]
“그렇다는군.”
베르덴이 말을 덧붙였다.
“나는 지성체의 존엄을 중시한다. 이형종이든 다른 인간종이든 그 절대적인 기준만 지키면 차별 없이 포용하고 있지. 이것저것 따져 대는 배타적인 마법계와는 다르게. 주인 없는 땅과 에스티리아 왕국은 그런 내가 지배하고 있는 영역이다.
“아…….”
“환경이 크게 달라질 거다. 적응하도록.”
[적응. 각오.]
틸버를 일별한 베르덴과 알파가 건물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따 봐요, 틸버.”
“주군의 말씀. 마음에 아로새기도록.”
[새기십시오.]
아드리안, 이자벨라, 그리고 베타가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인사를 건넬 여유도 없었다.
꽉 차 있는 느낌이 들었던 공간이 한순간에 공허해졌다.
끼익.
서둘러 밀폐된 창문을 살짝 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마법진이 틸버의 집 전체에 보안을 더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틸버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역시 다르시구나…… 펠디안느의 말처럼…….”
* * *
[틸버. 면접 끝. 확인.]
세계 회의 이후 가르간트에서 처리해야 할 일 중 하나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테오도르가 준비하고 있는 소환 마법 차례였다.
“지금 출발하겠다.”
───예, 폐하. 아카데미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침묵의 사막에 가기 전에 테오도르에게 보내 놨던 에온 소속 마법사의 충성스러운 목소리가 통신 장치 너머에서 들렸다.
베르덴의 옆에서 걷고 있던 이자벨라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카데미 내부도 구경했으면 좋겠는데. 이건 아쉽다.”
“뭐, 일마리온과 사전에 합의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교장의 권위는 인정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당대의 교장은 압력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마탑들은 물론이거니와 초월자라고 해도 예외는 없었다.
“다음에 일정을 조율해 보지. 어차피 근시일 내에 아카데미 교단에 서야 하기도 하고.”
“레프라기움 마탑주와 함께 말이지. 근데 그 사람 꿍꿍이가 대체 뭘까?”
로벨린를 통해 제의한 안건──위계 돌파 사태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서 베르덴이 가르침을 베푸는 자리에 섭리자가 따라붙었다.
섭리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베르덴도 예상이 가지 않았다.
“추측은 의미가 없을 것 같군. 맞닥뜨리면 알게 되겠지. 이자벨라, 공간 이동으로 갈 테니 가까이 붙도록. 그리고 아드리안.”
“예, 주군.”
“좋은 시간 보내라.”
[짝짝.]
“……네?”
무한의 마도로 시전된 다중 공간 이동이 베르덴 일행을 다른 공간 좌표로 보냈다. 오직 아드리안만을 제외하고.
“???”
한적한 최외곽 지역에 홀로 남겨진 아드리안이 가만히 서서 눈만 깜빡거리다가 이내 익숙한 기척을 감지했다.
인적이 많은 거리로 나오는 순간 낯익은 여인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아드리안 님.”
마스터의 파문 제자, 에네트가 한쪽 팔을 쓸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칼리아의 호위를 맡고 있는 거 아니었나?”
“오스가르 님과 멜라드 님, 그리고 카인이 호위 업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휴식 시간을 받아 거리를 둘러보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자벨라 님이 이 부근에서 잠시 대기하라고 하셨습니다.”
에네트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하고 있었지만, 반사적인 신체 반응마저 완벽하게 감출 수는 없었다.
심장이 뛰고 있다.
그녀는 이따금 밝은 호박색 눈동자를 슬쩍슬쩍 움직이며 아드리안과 시선이 교차하는 걸 은근히 피했다.
“아드리안 님, 따로 일정이 있으십니까?”
“……있었지. 이젠 없는 것 같지만.”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이 근처에 유명한 카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시겠습니까?”
에네트가 기대감에 찬 눈빛을 보냈다.
“…….”
아드리안은 어디선가 이자벨라가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떻게 할까.
* * *
“아하핳, 아하하하하!”
베르덴의 어깨에 손을 얹은 이자벨라가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에네트. 조력. 성공.]
“몰래 준비한 보람이 있네. 아드리안이 어떻게 반응할지 너무 궁금한데? 아, 설마 단칼에 거절하진 않겠지?”
“나도 궁금하군.”
아드리안이 여자를 이성적으로 대하는 장면은 베르덴도 본 적이 없었다. 가까운 사람의 이성 관계는 이렇게 흥미로운 것이다.
“그런데 아드리안이 나중에 보복할 텐데.”
“그럼 베타 뒤에 숨어야지.”
[?]
이렇게 보면 이자벨라와 아드리안은 남매처럼 느껴졌다. 함께 지낸 시간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 경험은 피만큼 진했다.
아드리안이 어떤 식으로 이자벨라에게 당한 걸 되갚을지 기대가 됐다.
어쨌든.
베르덴 일행이 인적 없는 골목에서 나왔다. 저기 아카데미의 영역이 있었다. 세련된 담벼락 너머로 넓은 부지가 보였다.
“……오랜만이네.”
이자벨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베타가 물었다.
[그립습니까?]
“아니, 기분 더러운데?”
[죄송합니다.]
발로크 베시아스의 첫 번째 제자였던 크로든 올렌티아와 보낸 학창 시절이 떠오르자, 이자벨라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
제 손으로 크로든을 찢어 죽였어도 간단히 지울 수 있는 원한이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다시 보니까 짜증 나네. 가주, 아카데미 내부 구경하는 건 일단 재고해 보자.”
“그래.”
[표정 풀기.]
알파가 그녀의 볼을 콕콕 찌르며 나름대로 화를 달랬다. 베타도 동참했다.
아카데미에 도착하자 베르덴이 [아인베르]의 <베일>을 해제했다.
“폐하를 뵙습니다.”
“수고했다. 근처에서 대기하도록.”
“예!”
에온의 마법사가 임무를 마치고 신속하게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아카데미 교복을 입은 학생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미천한 테오도르가 에온의 신성, 베르덴 폐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창하면서도 어딘가 어색했다.
혼자 연습했나?
베르덴이 주변 공간에 일부 간섭해서 시야와 소리를 왜곡했다. 공간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해당 범위를 인식도 할 수 없다.
“격식 차릴 것 없다. 아크에서처럼 대하도록.”
“그럼…… 네, 베르덴 님.”
테오도르가 잠시 망설이다가 나이대에 맞는 웃음을 보였다. 그러고는 이자벨라, 알파, 베타에게 차례대로 공손히 인사했다.
“흐으으음.”
이자벨라가 턱을 짚었다.
“학생을 보니까 또 괜찮은 것 같기도……? 잠깐, 잘하면 가주가 교복을 입은 모습도 볼 수 있는 건가? 어라? 좋은데?”
[이자벨라. 마음. 갈대.]
“네?”
“그쪽은 신경 쓰지 마라.”
“아, 넵.”
테오도르가 허리를 폈다.
“감사 인사가 늦었네요. 베르덴 님이 소환 마법 발표를 지원해 주신다고 말씀해 주신 덕분에 저뿐만 아니라 데일 교수님하고 이리스 조교님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어요. 정말로 감사드려요.”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이리스도 자리를 잘 잡은 모양이니 다행이군.”
“네, 조교님도…… 예??”
테오도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리스 조교님을 아세요?”
“한때 모험을 함께했던 사이지. 정 궁금하면 나중에 이리스에게 물어보고. 내가 널 찾아온 건 소환 마법 때문이다.”
───!
베르덴의 공간 역장 안에 있는 모두가 어딘가로 이동했다. 테오도르의 저항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힘이 작용했다.
왜곡장이 사라지자 가르간트가 아닌 드넓은 자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시 바깥……? 와…… 공간을 이렇게나 자유롭게…….”
테오도르가 입을 벌리며 감탄하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아, 그래서 소환 마법 때문에 오셨다고요?”
“소환 마법의 원리에 대해 듣고 싶은데. 설명해 줄 수 있나?”
테오도르가 숨을 들이켰다. 이는 마법계에 소환 마법을 공식 발표하기 전, 예행 연습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청자가 무려 초월자니까.
게다가 차기 방주의 선장이기까지.
“네, 맡겨 주세요.”
테오도르가 즉시 소환 마법 시전에 필요한 전용 매직 아이템, 디스펜서(Dispenser)를 꺼냈다.
* * *
방주의 교류전에서 테오도르가 레이라를 상대로 마수, 울프레드를 소환했을 때 베르덴이 파악한 소환 마법의 원리는 이러했다.
첫 번째, 디스펜서에 충분한 마력을 불어넣으며 머릿속에 머물러 있는 어떤 형태를 선명히 상상한다.
두 번째, 섬세한 마력 조작으로 마력의 밀도를 극도로 높이며 심상을 현실로 구체화한다.
세 번째, 공간 속성을 활용하여 마력으로 조각한 그것을 디스펜서 바깥으로 내보낸다.
‘마법의 작용 방식은 이해했지만, 여기서 의문은 소환된 울프레드가 테오도르에게 직접 조종당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였다는 것.’
어떻게 소환체에게 의식을 깃들게 했나?
그것이 베르덴의 질문이었다.
“그러니까…… 의식을 일시적으로 격리한다고나 할까요? 마치 나 자신을 둘로 나누는 거예요. 그리고 하나는 나로서 통제하고, 나머지 하나는 완전히 손을 놓아 버리는 거죠.”
“또 다른 나, 하지만 통제되지 않는 나를 만든다는 건가.”
“마, 맞아요! 역시 베르덴 님은 한 번에 이해해 주시네요……! 네, 바로 거기서 심성으로 구체화한 마수의 습성을 지식으로 또 다른 저에게 각인시키는 거예요. 나는 마수다, 그러니까 마수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요! 그럼 마수가 된 제가 일시적으로 생겨나는 거고요.”
테오도르가 열성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 느낌이 뭐냐면…… ‘저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존재’를 부르는 기분? 이런 건데, 혹시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나요?”
베르덴이 팔짱을 끼었다.
“그래, 확실히.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명확하지는 않지만 무슨 느낌인지는 대충 알 것 같군.”
“……!!”
테오도르가 눈을 아주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소환 마법의 메커니즘을 단번에 이해한 사람은 17살 평생에 처음이었기에.
옆에서 이자벨라가 ‘대체 뭐라는 거야?’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다. 소환 마법을 설명하면 늘 저런 반응이었다.
천재와 완전히 격이 다른 천재.
테오도르가 부르르 떨다가 앞으로 성큼 한 발짝 옮겼다.
“베르덴 님……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소환 마법을 시전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바로 여기서요. 정신적 부담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 원리만 이해하면 어렵지 않은데……!”
다른 사람이 소환 마법을 다루는 걸 보고 싶다는 욕망이 전해져 온다. 지식의 증명. 테오도르는 소환 마법을 인정받고 싶었다.
이에 베르덴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
소환 마법 발동.
그것이 베르덴이 가르간트 바깥으로 무대를 옮긴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