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73

873화 혈연? (4)

‘어, 엄청난 마력…….’

이자벨라의 눈동자에 드리운 반젤리스의 마력이 연무장의 천장에 닿았다. 마력회로에 전류가 흐르는 듯 저릿함이 밀려들었다.
마법적 감각으로 도저히 마력량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녀는 베르덴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드리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섭리자와 죽음의 이해자에 이어서 저기 있는 7대 마도왕. 주군께서 이 세 명이 당대 마법계의 최정상일 거라 하셨는데. 이렇게 마지막 초월자까지 확인하게 되는군.’

세계 회의에서 경험했던 격상의 존재감이 감각을 또다시 자극했다.

‘초월의 벽을 한 번 더 넘었다.’

반젤리스의 규칙적인 심장박동에 따라서 마력의 파동이 울려 퍼진다. 마력의 밀도가 너무도 높아져서 호흡과 움직임에 저항이 걸릴 정도.

그 순간.

쿠구구구구구……!!!

베르덴도 무한한 마력을 풀어 헤쳐서 반젤리스의 마력을 밀어냈다. 미묘하게 다른 푸른 마력이 맞물려 각자의 층계를 형성했다.
바닷속에서 방향이 다른 두 개의 해류가 경계를 형성하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반젤리스가 웃었다.

“나조차도 감히 측량할 수 없는 순수하고 거대한 마력. 그야말로 발군이로군. 시조를 제외하고, 역사상 모든 마법계 초월자를 통틀어도 널 따라올 자는 없을 거다. 아니, 어쩌면 그들을 전부 합한다 한들 너에게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8위계의 안목인가?”
“남들이 보지 못한 높이에 올라서면, 그제야 보이는 풍경이 있지.”

그가 스태프로 바닥을 짚었다.

“마법계 총회의 이후, 세계 회의에서 다시 너를 봤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작 수개월 만에 7위계 상위. 어떤 초월자도 경지의 상승이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물론 시조를 제외하고.”
“초대 마도왕이 독보적인 건 알고 있으니까 매번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듣기에 거슬렸다면 미안하군. 하지만 너에 대해 이야기함에 있어서…… 초대 마도왕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베르덴이 미간을 좁혔다.

“대련하다가 갑자기 뭔 소리지?”
“더 이상 참지 못하겠군.”

소리가 차단되었다.

“이미 준비는 끝마쳤다. 당장은 이해가 따라가지 않을 테지만 일단 들어 주길 바라지.”

반젤리스가 빈손을 들어 보였다.

“이 살가죽 아래에는 초대 마도왕의 피가 흐르고 있다. 마법계에서는 이를 위대한 혈통이라고 부르지. 그러나 이 핏줄에 영광만 따르는 건 아니다. 필연적인 저주. 잠재력과 신체의 부조화가 바로 그것이지.”

자식은 혼자서 낳을 수 없으니, 당연하게도 초대 마도왕의 피는 자손의 자손의 자손으로 이어지면서 계속해서 옅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9위계 초월자에게 이러한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여전히 피는 강력했고.
오히려 피를 받쳐 줄 육체만 약해졌다.

“혈통의 잠재력을 감당하지 못한 자손들은 끝내 단명했다. 짧게는 수년, 아무리 길어도 마흔을 넘기지 못했어. 대신 혈통의 선택을 받은 후예는, 결과적으로 전성기에 전부 강력한 마도사로 거듭났다. 2대부터 7대까지. 그중에서 내가 대표 격이지.”
“…….”
“그리고 나와 메드레일처럼 혈통의 가장 적합한 후손들은, 선천적인 자질 위에 공통된 후천적 특성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반젤리스가 베르덴을 직시했다.

“동위계를 아득히 웃도는 마력량, 압도적인 마력 조작 능력, 통상적인 마법사의 상식에 어긋나는 근접 전투 능력, 다양한 원소 마법. 방금 말했던 너와 나의 공통점이다.”
“그러니까 뭐야.”

베르덴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연기했다.

“설마 내가 그 위대한 혈통을 물려받았다…… 그 얘기인가? 그런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헛소리로 들리겠지. 말하지 않아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확인해 보려는 거다. 센트럼과 나의 마도를 통해서. 네 과거가 어떤지 출신이 무엇인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런 건 지금 전혀 중요치 않으니까. 내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명확한 증명이다.”

반젤리스가 섬세한 광기를 보였다.

“오직 마도왕만이 다룰 수 있는 센트럼에는 여러 기능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자연의 마력을 이용한 특수한 환경 조성. 마치 마력회로를 질주하는 마력이 마법적 현상을 일으키듯, 마력의 흐름을 통해 센트럼 내부의 마력을 변질시키는 거지. 그 흐름에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특정 영향을 받는다.”
“영향?”
“이상해할 것 없다. 초월자라고 해도 감지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니까. 마력의 성질 중 그 ‘수용성’만 일부 손본 것뿐이니.”

반젤리스가 고개를 하늘로 향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베르덴, 너는 내가 개척한 마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

베르덴이 조금 늦게 답했다.

“알아봤지만 정보가 없더군.”
“사실 이제 와서 밝히는 건데 정보를 은폐하려던 건 아니었다. 단지 마도를 자유롭게 개방할 수 없었던 게 전부였는데, 그게 과장되었지.”
“제약이라도 있나?”
“제약이라. 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

베르덴이 흠칫하더니 연무장의 벽, 아니 연무장 자체를 주시했다. 센트럼 내부에서 흐르는 마력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너무 강한 것도 제약이라면.”

반젤리스가 안광을 번뜩였다.

마도 <원천(源泉)>

명확한 주인이 없는 마력…… 대자연의 마력이, 반젤리스에게 시시각각 빨려 들어가며 그의 마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보다 근원(根源)에 가까이.
청금색 눈동자에 특유의 녹색 빛이 미미하게 아른거렸다.

베르덴의 이해력이 반응했다.

‘존재에게 귀속된 마력을 제외한, 외부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다.’

이 또한 본 적이 있었다.
관리자의 기억 속에서.

마력회로라는 개념이 없던 신화 시대에…… 초대 마도왕이 적대적인 고대 신들을 상대로 영창 마법을 시전할 때 그의 주변 마력이 대신 소모되었던 현상과 아주 흡사했다.

그리고.

녹색빛이 피어나는 눈동자는 관리자가 근원의 마도를 개방했을 때와 닮았다.

‘세간의 평가가 턱없이 부족했다.’

베르덴은 반젤리스에게 어떤 이명이 어울리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초대 마도왕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아니라…….

8위계의 초대 마도왕.

고오오오───

반젤리스가 마도를 개방한 직후 연무장이 한없이 잠잠해졌다. 압도적인 정적 속에서 그가 마력을 특정 방식으로 운용했다.
7대 마도왕이 오랜만에 원천의 마도를 바탕으로 <아케인>을 구사했다.

“<아케인>에 대해서는 이미 외부에 어느 정도 알려졌으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리라 믿겠다.”
“…….”
“위대한 혈통인지 아닌지 증명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아케인>을 체득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지. 하나 그 기초를 하나하나 가르치고 기다릴 만큼 당장의 내 인내심은 깊지 않다. 그래서 멋대로 이 방법을 택했다.”

반젤리스가 선언했다.

“베르덴, 지금부터 네 마력회로에 흐르는 마력을, <아케인>의 흐름으로 유도하겠다.”

반젤리스의 마도는 원천의 흐름──즉, 마력의 흐름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조사국장의 안내를 받으며 센트럼의 마력 흐름에 장기간 노출된 베르덴은 그 영향으로 마력 수용성이 부분적으로 높아진 상태다.

그러니까 마중물로 물을 끌어올리듯 반젤리스의 <아케인>에 베르덴의 마력이 이끌리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마력이 반응하지 않으면 실패.
마력이 특정 흐름이 형성하면 성공.

이것이 반젤리스의 계획이었다.

“이게 손님에 대한 예우인가?
“미리 너에게 허락을 구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죄하마. 현 마도왕으로서 네가 거절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이 잘못은 검증이 끝난 후에 마저 빌도록 하지. 물론 너에게 어떠한 악영향도 없을 거라고 약속하마.”
“주군.”

바깥으로 이야기가 새어 나가지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아드리안이 격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베르덴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아드리안에게 괜찮다며 손짓했다.

반젤리스가 화색을 띠었다.

“아……! 이해해 주는 건가?”
“이해는 됐고.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 싶지만, 내가 원하는 건 하나뿐이다.”

베르덴의 마력이 변화했다.

“8위계의 초월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 보는 것.”

마도 <파멸>

베르덴에게서 뻗어 나온 현뢰가 불규칙적으로 번쩍거렸다. 천둥 소리가 반젤리스의 마도가 만들어 낸 정적을 깨뜨렸다.

“그러니 각자 알아서 하지.”
“……상대가 무엇을 하든 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건가?”

반젤리스가 입가를 비틀었다.

“내 생애 최고의 제안이다.”

<아케인: 마력 융합>

반젤리스의 스태프가 맥동한다. 마력이 스태프 자체에 집중되자 얇은 녹색의 막이 그 금속 몸체를 뒤덮었다.

<전이>

반젤리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멈춰 있던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시 떨어진다. 전보다 빠르게. 남은 모래는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베르덴이 찰나의 시간 속에서 동시에 사고하고 행동했다.

‘초대 마도왕이 직접 세운 성채답게 생각도 못 한 기능이 있었군. 하지만 내가 이해한 대로라면 문제 될 부분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오히려 이 상황은 내게 더할 나위 없어.’

반젤리스가 유도하는 흐름을 은근슬쩍 따라가면 될 뿐이니까. 우려했던 <아케인>의 숙련도를 들킬 가능성이 사라졌다.

8위계의 경지를 경험하고.
반젤리스가 원하는 대로 <아케인>의 체득 가능성을 보여 주고.
초대 마도왕의 혈통이 아닌데도 <아케인>을 체득한 것을 해명함으로써, 반젤리스가 적대하지 않도록 설득한다.

‘방침은 정해졌다.’

<현뢰 - 경천(驚天)>

편하게 대련이 집중할 수 있게 된 베르덴이 고유 마법을 시전했다. 검붉은 벼락이 바로 옆까지 다가온 반젤리스에게 향했다.

스태프끼리 충돌했다.

베르덴의 팔뚝이 순간 경직될 정도의 무게감이 엄습했다. 상대 마력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충격량을 전부 파멸시키지 못한 탓이다.

……!

마력이 몰아친다.

반젤리스의 손이 베르덴이 피하려던 경로를 먼저 차단했다. 마치 어떤 원류(源流)에 이끌리듯 행동이 유도되는 감각.

‘과연 8위계.’

반젤리스가 마도의 개념을 통달했음을 새삼 느낀 베르덴이 파멸에 집중했다. 저 흐름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면 부수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갑자기 충격파가 폭발하며 베르덴과 반젤리스 둘 다 나가떨어졌다. 스태프를 바닥과 마찰시켜 속도를 늦춘 그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뭐…….”
“어찌 마력이 멋대로, 그런데 잠깐.”

베르덴은 순간 당황했고.
반젤리스는 서서히 경악했다.

“분명 그 흐름은.”

베르덴의 체내에 흐르는 파멸의 마력이 특정한 결을 따라 운용됐다. 그렇다. 베르덴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반젤리스는 직전의 기억을 몇 번이고 곱씹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

“<아케인: 임팩트>?”

베르덴은 연기가 아니라 진정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젤리스에게 대답할 겨를도 없이 즉시 방금 마법적 현상을 해석했다.

‘두 번째로 접촉하기 직전, 파멸의 마력이 제어를 벗어났다. 심지어 반젤리스의 마력도 그의 통제를 상실하기까지……!’

흐름에 이끌려 가는 수준이 아니다.

아주 잠깐이나마 베르덴과 반젤리스의 두 마력이 거의 하나가 되어, 동시에 같은 흐름으로 <아케인>을 운용했다.

베르덴은 이해를 거듭하다 이 알 수 없는 현상을 임시로 정의했다.

동조(同調).

혹은.

공명(共鳴).

정확힌 후자의 정의에 가깝겠지만, 그것은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침묵이 어깨를 짓눌렀다.

베르덴이 조심스럽게 정면에 시선을 두자……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는 반젤리스의 모습이 벽안에 비쳤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생각을 정리한 반젤리스가 표정을 다잡으며 묻는다.

“베르덴.”
“…….”
“어디서 <아케인>을 배웠지?”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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