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81

881화 죄인들 (1)

베르덴은 여전히 미지의 인물이었다.

마도국조차 파악하지 못한 초대 마도왕의 흔적을 찾고, 데이로스 가문과 연을 맺은 것은 기막힌 우연에 의한 이야기라고 본다고 쳐도…….
그가 감춘 비밀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굳이 끄집어내지 않았다.

조부님께서 그러지 않으셨고, 무엇보다도 간밤 이후로 조부님의 근엄한 얼굴이 평소보다 훨씬 더 밝아지셨기 때문이었다.
마치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근심을 반쯤 덜어 낸 듯이 말이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충분했다.

어쨌든 간에 난생처음으로 위대한 혈통을 이은 친척을 찾았다. 겨우 이어진 인연의 실은 이제부터 차츰 두껍게 만들면 됐다.

메드레일은 온종일 초대 마도왕의 유적을 돌아본 순간을 떠올렸다. 조부님 외의 위대한 혈통의 후손과 어딘가를 함께 가 본 건 처음이었는데.

‘진짜 가족 여행이란 게 그런 걸까?’

뭐랄까.

초대 마도왕의 미지를 파헤치지도 못하고 결국 구경만 했을 뿐이지만…… 그냥 즐거웠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엔 그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리라.

후웅.

메드레일은 연무장 중심에 서서 마력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본래 초월적인 마력이 없으면 <아케인>을 온전히 다룰 수 없지만, 그녀는 특이한 마력 순응력으로 평생 여덟 차례에 걸쳐서 원천의 마도의 흐름에 적응하여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었다.

메드레일은 반젤리스의 하나뿐인 손녀이며, 또한 하나뿐인 제자이기도 하다.
차기 마도왕.
메드레일은 반젤리스와 비견되는 위대한 혈통의 적합자였다.

“……오라버니.”

메드레일은 아직 생소한 호칭에 익숙해지려고 애써 중얼거리고는, 스태프를 단단히 붙잡고 평소의 일과를 진행했다.

별로 대화를 나눠 보지도 못했고.
센트럼 바깥에서 살아남은 위대한 혈통의 삶에는 베일에 싸인 부분이 너무도 많았지만, 단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메드레일 루인 아케나드에게 친척 오빠가 생겼다.
그것도 자수성가한 초월자가.

* * *

일단 위대한 혈통의 고비를 넘기긴 한 베르덴은 권역으로 복귀하자마자 밤낮없이 일의 진행 속도를 앞당겼다.

마도 축제 전까지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베르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에온의 위상들과 인재들은 각 분야에서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세계 회의 안건들은 메드란트가 잘 맡고 있으니, 중대한 결정이 필요하면 통신 장치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된다.
확실히 현직 마탑주가 외교 활동을 담당해 주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했다.

그래서 베르덴은 보다 더 에온의 내실에 집중할 수 있었다.

블랙 아워 대전당의 그랜드 홀에서 올노르드가 보고했다.

“아티슨 마탑에서 향후 13일 이내로 신성께서 주문하신 대규모 비행정을 전달하겠다는 연락을 보냈습니다.”

올노르드는 초창기 블랙 아워의 일원이자, 인체 실험 등의 속죄로 숙청의 날 가장 먼저 마법사로서의 죽음을 택한 상위 간부였다.

현재 올노르드는 에온에서 연구 부문 총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암월의 블랙 아워에서 여러 마법적 연구를 진행했었고, 보헤미른 마탑과의 전면전에서 전략을 구상했었던 만큼 유능한 노인이었다.

왕좌에 앉은 베르덴이 물었다.

“함대 재건의 진척도는?”
“이제 대규모 비행정 두 대만이 수리 중이며, 그 진척도는 6할을 넘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비행정이 선착장에 들어오면 당장이라도 개조할 준비도 갖춰 놓았습니다.”

보헤미른 마탑과의 전쟁에서 파손된 비행정들이 에온의 전력이 되었다. 완전히 파괴된 것들은 재료로 활용되었다.
함대 재구성의 속도가 예상을 상회했다.
막대한 자원의 등에 업은 연구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진 덕분이었다.

“실수가 없도록 준비에 박차를 가하도록.”
“명심하겠나이다.”

이어서 올노르드는 다른 마법적 연구의 상황도 입에 올렸다.

그들은 마법적 공성 병기와 전략용 매직 아이템 등 대규모 전쟁에 쓰일 법한 강력한 도구들을 실험 및 제작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베르덴의 명령이었다.

“드래곤의 갈비뼈로도 나름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얻었습니다. 보헤미른 마탑의 연구 기록이 생각보다 도움이 되더군요. 앞으로 3년 정도면 용골을 이용한 인공 아티팩트 제작도 시도해 볼만할 것 같습니다.”

3년.

마법사에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심층적인 연구는 10년 단위로 진행되기도 하고. 용골의 위상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짧은 기간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느긋하다.’

차라리 그하룬에게 의뢰해 새로운 무구를 만드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베르덴은 심사숙고한 결과 에온에서 직접 활용하기로 했다.

베르덴, 아드리안, 이자벨라처럼 용골의 무구를 온전히 다룰 만한 극상의 강자가 없을뿐더러 지금은 개인보다는 집단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남은 용골은 최대한 다수를 위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분야라면 마법이 가장 적합했다.

“너는 어떤 인공 아티팩트를 염두에 두고 있지?”
“저는…… 역시 스태프 아니겠습니까?”

올노르드는 더 이상 위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지만, 그래도 그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마법사의 것이었다.

드래곤의 뼈를 소재로 삼은 지팡이는 마법사들의 동화처럼 여기는 소망. 괜히 베르덴의 [인테리스]를 보고 그들이 눈을 빛내는 것이 아니었다.

“스태프도 나쁘지는 않지. 그래도 좀 더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어떨까.”
“경청하겠나이다.”
“너도 알다시피 용골의 저항력은 규격을 벗어난 수준이다. 어떤 소재를 갖다 대어도 그 내구성에 감히 비할 수는 없지. 드래곤의 갈비뼈는 그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고. 그렇기에…….”

베르덴이 의견을 개진했다.

“용골로 ‘핵’을 제작하는 것이 그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 판단된다.”
“핵이라면, 혹 골렘 기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골렘만이 아니다. 대규모 비행정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그 외 마력이 필요한 모든 부분에 활용할 수도 있는 핵이지. 간단히 말하자면 일종의 마석인 셈이다.”
“최상급 마석을 아득히 초월하는 마석…… 참으로 이상적인 마석이로군요. 마치 휴대용 마탑의 동력원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그런 마석을 현실에 구현하려면 적어도 천문학적인 양의 마석이 필요─”

올노르드가 멈칫했다.

“직접 마력을 저장할 생각이십니까?”
“내 마력이라면, 마석의 마력은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니까.”

자연의 마력은 순수하다. 마석은 자연의 마력을 품고 있기에 다양한 마법적 분야에서 별다른 충돌 및 간섭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마법사의 마력은 그 순수성이 떨어져서 마석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베르덴의 고유 마력은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었다.
순수성에서도.
마력량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마탑의 동력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편이 더 에온을 위하는 길이라고 보는데. 네 생각은 어떻지?”

올노르드가 침을 삼켰다.
그가 말했다.

“방향성은 정해졌으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다만 핵의 설계도 작성은 저희 연구진의 역량을 벗어난 일이라, 신성께서 기반을 잡아 주셔야 합니다.”
“설계도는 추후 완성해 전달하지. 너희는 용골의 저항력 측면을 더욱 면밀하게 조사해라.”
“그리하겠나이다.”

그렇게 정식 연구 보고를 마친 올노르드가 예를 취하고는 물러났다. 올노르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베르덴이 입술을 떼었다.

“만약 마법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

올노르드가 우뚝 섰다.

지성체의 존엄을 훼손한 대가로 그의 마력회로는 파괴되었다. 그 대신 목숨을 건져 이렇게 연구자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6위계의 경지를 버림으로써 지난 후회를 비로소 뒤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마법이라니? 내가? 우리가?’

시험인가.
진심인가.

올노르드는 베르덴의 진의를 파악할 수 없었기에 그저 소신껏 답했다.

“모든 것은 별의 뜻대로.”

올노르드는 다시 베르덴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그랜드 홀을 나섰다. 거대한 문이 닫혔다. 발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베르덴이 중얼거렸다.

“새로운 영창 마법 체계를 구축하면 올노드르에게 먼저 가르쳐야겠군.”

* * *

블랙 아워 심층.

베르덴의 연구실 중앙에서 현뢰가 메아리쳤다.

파지지지직───!

[탈라지움]이 검붉은 색채로 물들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력 집중에 최대한 신경을 써서 파멸의 순간 파괴력을 조금 더 높였다. 자세히 보니 표면의 극히 일부가 깎여 있었다.

‘마도국에 다녀온 보람이 있군.’

반젤리스와 대련을 한 뒤 십수 일이 지나는 동안 틈틈이 실험과 단련을 거듭했다.

엘레마르가 초대 마도왕의 것을 최대한 모방해 구현한 원소, 그리고 7대 마도왕이 마도로 운용하는 <아케인>까지.

찰나의 경험조차 언제나 그랬듯이 베르덴의 피와 살이 되었다.
반젤리스가 개척한 마도의 근원을 보지 못해 그 흐름을 부분적으로도 재현할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무한과 파멸.
원소와 <아케인>.

초대 마도왕이 도달한 경지를 따라가고 있는 건 반젤리스뿐만이 아니었다.

베르덴은 새삼 그하룬을 화산 지대에서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그하룬이 제작한 금속 구체를 아공간에 보관했다.

‘폭풍 전야와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전반적으로 순탄하다.’

정교한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는 것처럼 에온은 잘 굴러가고 있다. 멜라드의 관리하에 흑해와 루자크도 잘 협조하고 있다.
덕분에 베르덴은 새로운 마력 운용법의 완성을 목전에 둘 수 있었다.

대마력.

당연히 에온의 일원들에게 가르치기 전에 시범 대상이 필요했다. 베르덴에게 직접 대마력을 배울 수 있는 선별 인원이 말이다.
유니아와 카인.
둘의 마법적 재능이라면 어렵지 않게 체득할 수 있을 터였다.

‘녀석들이 바라기도 했고.’

마력을 갈무리했다.

베르덴이 연구실을 나서자 마침 이자벨라가 그 앞에 도착했다.

“나 왔, 앗.”

베르덴이 손끝으로 이자벨라의 안검을 차례대로 지그시 눌렀다. 직후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형안이 깃든 왼쪽 눈동자는 특히 신경 썼다.

“오늘도 문제없군.”

이자벨라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치? 벌써 몇 번이나 봤는데, 이제 그만 확인할 때도 되지 않았어?”
“방심할 수 없다. 금기니까.”

라인델은 ‘죽음은 수단이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이자벨라는 ‘기이한 경계 너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눈동자가 아예 터져 버렸다.

둘을 비교하면 이자벨라는 금기의 경계를 거의 넘기 직전까지 간 걸지도 모른다.
마족의 재생 능력이 없었다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상태는?”
“지난번하고 똑같아. 형안을 개안하면 이상한 게 보이는 게 전부야.”

금기를 경험한 이후로 이자벨라의 형안에는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생명체의 몸 안쪽에서 새하얀 것이 아른거린다고 그녀는 말했다.
선조의 회고록을 고려하면 특수 개체의 부산물을 통해 영혼을 보게 된 걸까?

‘물론 단정하기는 이르다.’

왜냐하면 생명체 전부에게서 그런 것이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자벨라의 형안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존재는 몇 명 있다.
베르덴도 그중 하나였다.
형안이 불안정한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불확실했다.

‘왜 그때 역천이 반응했는지도.’

끝없는 부정의 부산물.
이자벨라.
형안.
역천의 마법진.

과연 이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무리하지 마라. 괜히 마도로 그 영혼 같은 것을 침식하려 들지도 말고.”
“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
“대답은 한 번만 해도 되는데.”
“어차피 내일 또 물어볼 거잖아? 그 내일도. 미리 대답한 거라고 생각해.”

이자벨라가 암녹색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곤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그래서 혼자 갈 거야?”
“아드리안을 데려갈 거다. 안심하고 연금술에만 집중하도록.”
“맡겨 둬. 언제 성과가 날지는 모르겠지만.”

전설의 엘릭서와 리산드로의 열매는 장기 연구 주제다. 결과를 생각하면 시간, 돈, 노력을 아까워해서는 안 됐다.

이자벨라가 쓴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문서를 하나 내밀었다.

“그리고 가주…… 리토 할아버지가 재료를 좀 더 구해 달라고 하는데. 이것 좀 확인해 줄래? 확인하고 사인 좀.”
“…….”

베르덴이 문서 하단에 새겨진 금액의 자릿수를 확인했다. 사실상 가장 많은 예산을 잡아먹는 것이 연금술 부서였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사인했다.

“자금부터 확보하길 잘했군.”
“뭐, 힘내.”

이자벨라가 그의 등을 두드리고는 문서를 다시 건네받았다.

“가장이잖아?”

* * *

베르덴과 아드리안이 어레인 인근에 있는 산을 올랐다.
눈이 내려앉은 산길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감히 주군을 오라 가라 하다니. 제가 기강부터 잡겠습니다.”
“됐다. 오히려 도시 밖이 편하니까.”

초대 네크로맨서는 달레힌이 아니라 사람이 없는 바깥에서 보자는 연락을 보냈다. 그 위치는 바로 어레인 근처였다.
곧 있으면 황금의 죄인을 제외한 두 명의 죄인과 마주하게 된다.

베르덴이 말했다.

“그리고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건 그렇습니다.”

베르덴은 미들로스 자치령에서 아드리안과 처음 여행을 떠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는 정말로 둘이 세력의 전부였는데.

아드리안이 조금 옆으로 시선을 던졌다.

“저기군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눈 덮인 낡은 오두막.

그 안에서 초대 네크로맨서를 제외한 다른 두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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