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97

897화 금환일식 (2)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두의 눈동자의 금환이 걸렸다.
두려움, 경악, 놀라움, 기대감, 의아함 등 예고도 없이 찾아온 한낮의 어둠은 관중들로 하여금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마법 자주 연대의 비행정에서 소란이 일었다.

“금환일식이 오늘…….”
“레논 버나드가 말한 예언이 사실이었다니?”
“정말 예언 같은 게 실존한단 말인가.”

세계 회의에서 공개된, 약 4세기 전에 살았다던 바아렌 모루라는 선지자가 남겼다던 예언의 시구가 현실로 나타났다.
예언을 믿지 않았던 마법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법계에서는 예언을 끼워 맞추기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이건…… 통상적인 금환일식과 다른 것 같네.”

마법 자주 연대의 히아레마르 탐사대를 지휘하는 ‘론트넬’이었다.
그는 마법주의 직속 보좌관───4명의 부관장 중 하나이며, 부전공으로 천문학을 공부한 바람 계열 마도사였다.

“무엇이 다르다는 말씀입니까?”
“자, 자세히 한번 보게.”

론트넬이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어두운 태양을 가리켰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금환의 형이 그대로이지 않나……?”

금환일식의 지속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십수 분을 넘기지 못한다. 태양과 달의 궤도가 틀어진 순간 금색 고리는 일그러지므로.
그것이 천체학의 상식이었고, 그것이 금환일식의 역사였다.

그런데 오늘날의 금환일식은 도저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론트넬은 자연현상의 기괴함에 공포를 느꼈다.
점차 떨어지는 기온에 소름 끼칠 때쯤 비행정이 진동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격하게 요동치는 히아레마르 내해.

파도가 사납게 부서진다.

대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내해의 떨림은 대기에도 전달됐다. 충격이 어찌나 큰지 세상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이, 이 무슨 기현상이란 말인가!”
“전조도 없이 이만한 규모의……! 고도를 높여라! 자칫하면 해일에 닿는다!”

마법사들은 경악하며 내해를 내려다봤고, 뒤늦게 난간을 붙잡은 론트넬은 여전히 금환일식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선내로 들어가야 한다는 부하들의 말에도 그는 자리를 지켰다.

이윽고───

해를 가린 달이 갑작스럽게 비켜 서며 태양광이 바다를 물들였다. 금환이 떠올라 있던 눈동자가 잠시 멀었다.

“윽……!”

론트넬이 고개를 확 비틀며 신음하고는 눈꺼풀을 여닫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희뿌예진 시야가 서서히 선명해졌다.
마법 자주 연대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남서쪽을 바라보았다.

투둑, 투두둑.

피부에 차가운 물방울이 닿았다.

비가 내린다.

금환일식의 암흑은 걷혔으나 사방이 밝아진 건 잠시뿐이었다. 어느새 몇 겹이나 되는 회색 구름이 상공을 뒤덮었다.
어두운 폭풍이 이는 바다는 혼탁해져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온몸이 젖은 론트넬이 힘겹게 난간을 다잡으며 눈을 부릅떴다.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았던 바다에 무언가가 있었다.

아주 멀리 있음에도 그 형체가 보일 정도로 거대한 물체.

“……섬?”

히아레마르 내해.

그 중심부에 거대한 섬이 떠올랐다.

* * *

‘베르덴은 저걸 염두에 두고 말한 건가.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레그리트가 선수에 선 채 바닷속에서 급부상한 해도(海島)를 주시했다.
괜히 직전에 발생한 대지진이 히아레마르 내해 전체를 뒤흔들다시피 한 게 아니었는지 섬의 규모가 무지막지했다.

‘과장하자면, 가히 작은 국가에 필적하는군.’

탐사에 참여한 세력이 전부 달려든다도 한들 섬 전체를 대충 살피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리라.

대체 저 섬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과거에 수몰되었다가 원인 불명의 기현상으로 인해 다시 떠오른 걸까. 그런데 그런 기록은 적어도 수백 년 동안은 없었다.

본능이 꿈틀거린다.

침묵의 사막에서 텔로르와 초대 마도왕의 분신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흥분이었다.
위험한 미지가 그녀의 눈앞에 드리웠다.

우르르릉…….

비바람이 몰아치는 내해의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친 바람에 로브가 펄럭였다.

“금환일식에 용검의 소재가 나타난다더니. 그게 이런 식일 줄이야.”

제국의 검성, 프리발트가 묻는다.

“어떻게 할 거냐, 레그리트.”

프리발트는 조금 긴장한 기색을 보이며 그녀와 함께 섬을 응시했다.
그는 리반데일 대공의 제자로서 파동을 감지할 줄 알기에 지진의 정도가 예사로운 수준이 아니라는 걸 이해했다.

“어떻게 하긴.”

레그리트가 거칠게 웃었다.

“메리사, 너는 본국에 현 상황을 보고하고 주력 함대와 함께 후방에서 대기해라. 나와 프리발트는 섬을 정찰하겠다.”

소서러, 메리사 페스필드가 쏟아지는 빗물을 마법으로 차단했다.

“다른 탐사대와 연락은 안 하고?”
“도착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다른 탐사대도 결국 섬으로 향할 테니. 다행히 우리가 제일 가까운 것 같군.”

레그리트가 비행정을 당장 가속하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저 섬에 첫 발을 디디는 건 제국이 먼저다.”

리반데일 대공가의 로드.
제국 마법성의 로드.
워 로드.

아르나크 제국에서 조직한 탐사대에는 여섯 로드 중 세 명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그 전권을 받은 것은 워 로드였다.
제멋대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꽤 잦고, 어느 날 갑자기 드래곤의 뿔을 달고 돌아와도 레그리트는 레그리트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충성, 그리고 강함.

제라클 황제는 자유분방한 레그리트를 진심으로 신임했다.
역대 워 로드 중 최강자를.

“상륙한다.”

용인이 지휘하는 아르나크 제국 탐사대가 미지의 섬으로 향했다.

* * *

쏴아아아아───

아주 오랜 시간 내해 밑바닥에 잠겨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말라붙은 산호와 죽은 조개류의 흔적이 섬 여기저기 남아 있다.

그런데 살아 있는 생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태껏 물속에 있었으니 육상 생물이 없는 거야 당연했지만, 수생 생물도 전혀 보이지 않은 건 참으로 기이했다.
섬이 부상하면서 휘말려 버린 물고기 같은 것들이 널려 있어야 정상일 텐데.

후웅.

에온의 비행정 함대가 순차적으로 섬의 최외곽에 착륙했다. 근방의 절벽에서 무수한 파도가 부딪치고 부서지길 반복했다.

“역시 순수한 자연과는 거리가 먼 듯합니다.”

갑판에 선 알더니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섬의 바깥 부분은 울퉁불퉁하고 날카로운 암석 지대로 뒤덮여 있지만, 안쪽 부분은 ‘숲’과 ‘산’으로 채워져 있다.
쏟아지는 폭우에 흔들거리는 나뭇잎은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만한 크기의 섬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말도 안 되지만, 숲의 형체가 고스란히 존재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풀과 나무는 진즉에 바닷물을 머금고 썩어 사라져야 했을 텐데. 대체 그 금환일식이 무엇을 야기했길래…….”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게 어디 한둘일까. 이것도 그중 하나겠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레이브가 물에 젖은 연초를 뱉었다.

“예정대로 금환일식이 일어났으니 심해에서 얻은 정보는 사실로 판명됐고. 육안으로 섬의 전체 면적을 확인할 수 없었으니 최소 적당한 영지 대여섯 개 붙인 정도는 되겠더군. 하. 무슨 바닷 속에 잠긴 신비로운 국가도 아니고.”
“이곳이 크세리온 제국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뭐, 섬의 기원 자체는 그렇겠지.”

섬과 옛 왕이 연관돼 있었다면 루아스 교국에서 이를 모를 일 없다. 초월자 전쟁의 내막이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겨 두고 있으니까.
적어도 이 섬이 8세기 전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건 틀림없었다.

쿵.

“차라리 다행이군. 히아레마르 내해 전체를 뒤질 필요는 없어졌으니.”

탐사 현황을 에온에 보고한 아드리안이 선실에서 나왔다.

“주군께서 예의 세력들과 공조하여 섬의 탐사를 진행하라고 하명하셨다. 마침 저기 모험가 길드에서 상륙 중이니 접촉하도록.”
“알겠습니다.”
“예.”

그레이브와 알더니스가 에온의 마법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비행정 함대의 안전을 가장 먼저 챙겼다.
여기에 대륙과 통신할 수 있는 중추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탐사 조약을 무시하고 몰래 끼어든 아드리안이 섬을 노려보았다.

딱히 느껴지는 건 없다.
먹구름이 드리운 섬이 꺼림칙한 것 외에는.

마법 자주 연대.
델하룬.
아르나크 제국.
레프라기움 마탑을 제외한 9대 마탑.
루아스 교국.
이데라트 연맹국.
모험가 길드.
아케나드 마도국.
하이랜디아.
수인 대부족.
템플.
가르간트.
에온.

히아레마르 내해 탐사에 참여한 세력 중 일부는 초월자를 대동했다.
지금쯤 그들은 아드리안처럼 철저하게 존재감을 감춘 채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결국에는 조우하겠지.’

에온에 적대적인 인물이라면 살육전이 전개될 수 있다. 여기는 공식적으로 초월자가 있으면 안 되는 장소니까.

다시 말해 상대를 죽인다 한들 초월자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아드리안은 방해물을 모조리 참살할 작정이었다.

물론 우선순위는 정해져 있었다.

‘중요한 건 옛 왕의 무기다.’

레논 버나드가 금환일식의 예언을 공개한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정말로 이 섬에 5대 전설, 만물을 극하는 용검 마그라스가 있다면 주검의 영광 또한 이곳 어딘가에 닿았을 터.

장대한 섬은 머지않아 전장이 될 것이다.

용검을 확보한다. 그 과정에서 주검의 영광의 하인을 죽일 수 있으면 죽인다. 옛 왕의 부활을 막을 수 있으면 막는다.

아드리안이 해야 할 일은 그야말로 명료했다.

* * *

한편, 중앙 대륙.

지난 해, 그리고 올해의 시작은 혼란스러웠지만 4년 만에 마도 축제가 다가오면서 사회는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대륙의 중형 도시 이상에서는 마도 축제 준비로 한창이었다.

지난 마도 축제가 비극으로 중단되었기에, 이번 마도 마탑을 비롯한 마법적 세력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마법계는 경쟁 사회.

자신의 이득은 곧 타인의 손해가 된다.

4년 전에 회수하지 못한 투자금을 올해에 모조리 거두어들여야 한다. 중위권 마탑들은 서열 상승을 위해 이를 갈았다.

어쨌든.

많은 도시가 축제의 기대감으로 떠들썩했다.

“아, 이쯤이면 되겠군.”

작지만 두꺼운 존재가 불쑥 건물과 건물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비번인데도 불구하고 사명감을 갖고, 사복을 입은 채 거리를 순찰하던 신입 경비병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어린애치고는 체격이 두꺼웠는데…… 아, 설마 도둑?’

유동 사람이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최근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설령 도둑이 아니라고 해도 검문할 이유는 충분했다.
낡은 로브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이 영 의심스러웠기에.

신입 경비병은 나름대로 발소리를 죽인 채 몰래 골목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니 그 수상한 인물은 쪼그려 앉은 채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신입 경비병이 주저없이 개입했다.

“잔트라의 경비병이다! 당장 바닥에 엎드려서 양손 들어!”
“갑자기 쫓아오더니 경비병이었나? 쉬는 날인 것 같은데 고생하는군. 3초만 기다리게. 읏차, 거의 다 끝났으니까.”
“뭐……?

그가 잠시 당황했다가 다시 소리쳤다.

“당장 엎드리지 않으면 제압하겠다!”
“끝났네.”

수상한 인물이 일어서서 등을 돌렸다.

신입 경비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쟁이…… 호, 혹시 드워프?”
“드워프는 처음 보나? 몇 살이지?”

드워프의 평균 수명은 인간보다 많다.

신입 경비병은 옛날 어디선가 주워 들은 지식을 떠올리며 좀 경계심을 늦추었다. 나이 든 드워프가 친근하게 구니 뭐라 하기가 어려웠다.

“21살인데, 요.”
“오! 그것 참 잘됐군!”

수상한 인물───드워프가 신입 경비병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의 손과 팔뚝은 푸른빛을 감도는 기계장치로 덮여 있었다.

“생명은 젊을 때 끊어야 제맛이지.”

신입 경비병의 머리 위와 발 아래에 마력의 판이 형성됐다.

콰직!

마력의 판이 서로 맞닿았다. 그 사이에 끼어 있던 신입 경비병은 수직 압력을 전혀 견디지 못하고 고기 패티처럼 압착되었다.
시체와 피가 마력의 빛에 휩싸이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이 감각. 역시 내 발명품이 최고야.”

골목이 잠잠해졌다.

“이제 3개만 더 설치하면 되겠군. 아직 시간이 있으니 느긋하게 할까. 카페라는 곳도 가 보고 싶고 말이야, 으하하하핫!”

인간을 살해한 드워프가 껄껄 웃으며 당당하게 골목을 나섰다.

지상 최악의 난쟁이, 도시 잔트라에 잠입.

* * *

“제법 숫자가 많군. 루아스교가 그 마도 축제의 행사를 주관해서인가. 학살의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겠어.”

까마득한 상공.

날개를 펄럭이는 수인이 저 멀리 있는 도시를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참아야 한다. 아직 목표물이 오지 않았으므로.

“세계 종교의 대주교를 찢어 죽이는 손맛은 과연 어떨까.”

분명 진미일 것이다.

대학살의 수인, 도시 골드힐 근처에서 대기.

* * *

중앙 대륙에 속한 어느 국가의 국기를 단 마차가 서대륙을 질주한다. 여러 짐이 많아서 마차 행렬이 꽤 길었지만 딱히 의심스럽지 않았다.
국기가 워낙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마차에 탄 인물이 유명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그 마차 한가운데에 초월자가 탑승해 있었다. 검문을 한다고 해도 의심을 받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그 뭔지 모를 세력 덕분에 전력과 계획을 충분히 갖추었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무척 거슬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목적에 집중했다.

‘기회는 단 한 번뿐.’

주검의 영광의 첫 번째 하인, 루아스 교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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