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5화 전멸 (2)
드라벤이 읊은 금기로 인해 <인테리스 대광역>은 강제로 해제됐다.
그런데도 신체 부담은 원래보다 덜한 걸로 보아, 아무래도 단순히 파훼된 게 아니라 마법 자체가 도중 무효화된 듯했다.
그러나…….
이미 개념을 합일한 마법인 <로드 아케인>을 몇 번이나 시전했고, <인테리스>를 기동해 마력회로의 출력 제한을 해제했다.
그림멜을 완전하게 죽일 각오로, 끝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섬으로 오기 전에 마도의 위계 돌파를 한 번 시전했다.
마력회로가 타들어 가는 것 같다.
그림멜의 마력 연쇄 폭발에 정통으로 맞아 등과 가슴의 근육이 일부 파열됐다. 드라벤이 이식한 옛 왕의 신체와 직접적으로 충돌한 팔과 어깨, 늑골의 뼈마디에는 금이 가 어긋나려 했다.
영혼에 관련된 금기를 들은 대가로 신체 전반이 손상됐다. 게다가 다시 마도의 위계를 넘어 8위계의 경지에 들어서기까지.
전신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육체적으로도, 마력적으로도 활동에 무리가 가는 상태에 진입했다. 우렛소리보다도 미쳐 날뛰는 심장 소리가 내면에서 더 크게 들렸다.
‘이 앞은, 예측할 수 없다.’
필시 경지의 상승으로 이어지긴 할 테지만 어떤 과정을 겪을지 모른다. 초월자의 각성조차도 저마다 다를진대 초월의 벽을 한 번 더 넘는 순간이 동일할 리가 없으므로.
───본질에 충실해라. 그리고 지배하라.
───제어할 수 없는 것을 제어하는 경지가 8위계다.
섭리자가 언급한 정보는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본질에 몰두해야 한다는 깨달음은 이미 얻은 뒤였으니까.
무엇을 알고 있든, 무엇을 들었든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기에 피상(皮相)은 무지(無知)와 다르지 않다.
앞으로, 또한 위로 나아가는 방향은 인지했으니 타인에 세운 이정표는 어울리지 않는 장식에 불과할 뿐이다.
누가 대신 걸어 주지 못하는 행로다.
누가 부축해 주지도 못하는 진로다.
처음부터 끝까지 베르덴 본인이 한 발 한 발 땅을 디뎌야 한다. 초월자가 되지 못해 세계수에게 귀띔을 받았을 때와는 다르다.
조언은 필요 없다.
비로소 마도 개념에 통달하는 문을 열었다. 그 너머는 오직 마도를 개척한 주인만이 알 수 있으며 다스릴 수 있는 세상이다.
베르덴은 곧 무한이자 파멸이다.
──────────!
오른팔로 <인테리스>를 내던진 베르덴이 함성을 지르며 강하게 왼팔을 뻗었다. 검붉은 마안에서 피가 쏟아져 내렸다.
마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초위 마법 <멸절>은 와해하고 만다.
오늘만 두 번이나 위계 돌파를 시전했다.
그렇기에 8위계의 경지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본래 26초에서 현저히 줄어들어 이제 수 초밖에 되지 않는다.
초대 마도왕의 로브로 가려지지 않은 목덜미에서 검붉은 균열이 쩌저적, 올라오기 시작했다. 통제에서 벗어난 파멸이 도리어 베르덴에게마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최대, 최강의 현뢰(伭雷).
심혼진제를 강화화던 세 개의 아티팩트가 동시에 소거되고, 심혼진제가 붕괴하면서, 저항력이 극도로 약화된 상태였던 루네시카 안테르노아가 문자 그대로 파괴되었다.
“잔재부───”
그레고르반 추기경의 아주, 아주 다급한 음성이 뒤늦게 퍼져 나갔다. 옛 왕의 부활에 쓰이는 제단의 잔재까지 없애라는 건가.
그걸로는 부족하다.
‘제단만이 아니라 드라벤 르마르크까지 확실하게 지워 버린다. 1대 전설 – 아니무스도 당장 빼앗을 수 없으면 파괴한다.’
베르덴은 단언컨대 일말의 변수조차 남기지 않을 작정이었다.
세상이 느리게 흘러간다.
아드리안은 빠르게 움직여 검막으로 카스티안을 보호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압력에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도 베르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카스티안은 존재를 부숴 버릴 듯한 번개의 격류에 압도되어 주저앉았다.
레그리트는 양팔과 양 날개를 교차해 파멸로부터 심장과 머리를 지켰고.
가레스는 경악한 얼굴로 반사적으로 무게중심을 뒤로했으며.
레온하르트는 마치 손이 제멋대로 움직인 것처럼 성검을 앞세워 신성 보호막으로 그레고르반 추기경의 몸을 수호했다.
그런 가운데…… 들리지 않는 발소리가 사람들을 가로질렀다.
비공식 초월자, 단텔.
‘이대로 가면 여섯 번째 사도의 부활이 실패하고 만다. 어쩔 수 없군. 베르덴에게 직접 손을 쓸 계획은 없었는데.’
단텔의 표적은 초월자들, 그중에서도 ‘가레스’와 ‘인드렌’이 주 목표였기에 지금까지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정면으로 상대하면 어렵지만, 드라벤과 결전을 벌인 직후 방심한 초월자를 암살하는 작업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으므로.
하지만 임무의 우선순위를 따지면 어디까지나 옛 왕의 재림이 먼저다.
지상 최악의 난쟁이라면 부족하지 않게 베르덴의 발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가 이곳에 넘어온 상황은 확실히 예상 밖이었다.
‘심지어 이만한 마법을 구현할 줄이야.’
인드렌과 가레스를 끌어내기 위해서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을 밝힌 것, 옛 왕의 신체를 모은 것, 루아스 교국을 습격하는 데 도움을 준 것, 대학살의 수인으로 성녀를 상대한 것, 미라들로 각 세력 탐사대의 시선을 분산시킨 것…….
이미 세상에 직접적으로 너무 많이 개입했다.
운명과 저항.
강제 휴전 상태인 지금 둘 중 먼저 움직이는 쪽이 불리한데도 말이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무너진 이상, 이는 순리일지도.
‘……선택권을 가진 초월자는 이런 얼굴이었나.’
눈앞의 세상을 원점으로 회귀하게 만든 원흉이자 장본인이 있다. 접촉할 기회가 없어 말로만 들어 봤지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었다.
순수한 감탄이 나오는 한편 본질적인 두려움도 느껴졌다.
어쨌든, 죽일 생각은 없다.
상부에서 어떻게 하라고 명확한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니까. 주어진 사명을 위해서 필요한 훼방만을 놓을 뿐이다.
‘왼팔의 신경과 마력회로만 끊고, 후퇴한다.’
초위 마법에서 확산하는 멸절의 파급력은 단텔의 육체도 흩어 버리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단텔의 다리는 멈추지 않았다.
초월자의 광기는 죽음의 위기 앞에서조차 굴하지 않는다. 세상의 운명을 완성하는 것이 그가 선택받은 이유였다.
초월자들의 사각을 파고드는 은밀 기동.
양팔을 교차한 단텔이 손목을 비틀어 양손에 쥔 단검을 날카롭게 세웠다.
초월기.
제한된 범위에서 살기가 증폭되어 검기와 함께 선을 이루려 한다.
자신을 향한 살의를 베르덴이 눈치챘지만 이미 늦었다. 좁혀질 대로 좁혀진 둘 사이의 거리는 단텔의 지배하에 있었다.
다른 초월자들은 주검의 영광을 몰살하려는 초위 마법에 정신이 쏠리고, 파멸의 힘에 노출되어 감각이 마비된 탓에 베르덴을 향한 칼을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
아드리안이 광검을 내세우며 옆에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면을 박차며 떠오른 먼지가 느릿하게 흩날린다.
소리마저도 채 닿지 않는 찰나의 우주가 그들을 에워쌌다.
‘아드리안 첸버스는 초월기를 사용했다. 내 힘을 막아 낼 여력은 없어.’
단텔은 놀란 기색도 잠시 손등을 눕히며 교차한 양팔을 좌우로 풀어 헤쳤다.
이처럼 순간과도 같은 영역에선 이성보다 본능이 우선된다. 충성심 따위보다 생존 본능이 좀 더 강하게 발현되기 마련이다.
피하지 않으면 아드리안은 죽는다.
그러니 피하겠지.
아주 조금이라도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몸을 비틀 것이고, 그 빈틈은 여지 없이 검로가 되어 베르덴에게 이어질 것이다.
선택권을 가졌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존재들보다 의지가 강하다 할 수는 없다. 자유로운 의지가 있기에 망설일 수 있으므로.
탄식의 살인.
극사사極死絲
단검의 끝과 끝이 서로를 지나치며 죽음의 선이 발로했다.
갈라지는 피부.
오른쪽 단검은 아드리안의 팔을 가르고 가슴을 찍는다. 왼쪽 단검은 휘어지며 복부를 뚫고 장기를 헤집는다.
‘……안 피했다고?’
눈을 부릅뜬 단텔이 시선을 조금 높였다. 흰자에 핏발이 선 아드리안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벌한 안광으로 단텔을 노려봤다.
감히.
진득하고도 날카로운 살의가 단텔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아드리안이 초월기를 온몸으로 받아 내며 [실렌다르]를 휘둘렀다.
단절되는 하늘.
계열界裂
공간이 절단되며 갈라지는 세계.
‘막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
단텔은 팔을 끝까지 내지르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틀었다. 아드리안에게서 빠져나와 광검으로 향하는 단검.
두 개의 초월기가 사선으로 충돌하며 서로에게 막대한 압력을 가했다.
쩌어어어어엉!
아드리안의 자상에서 피가 뿜어졌다.
단텔은 단검 하나가 부러지고 목과 어깨 사이에 광검이 박혔다. 쇄골이 끊겼다.
서슬 퍼런 칼날이 폐를 일부 가르고 심장에 닿기 직전까지 갔다.
이렇게 순간이 막을 내린다.
드라벤 르마르크가 절망적인 마법을 앞에 두고 아니무스의 건틀릿을 조금이나마 움찔거렸다. 이식한 폐하의 왼팔까지도.
하나 곧장 온몸에서 힘을 풀었다.
‘어차피 막을 수 없다.’
역시, 이상은 이상일까.
크세리온 폐하와 함께 루아스교의 거짓된 교리를 수정하고, 이 잘못된 세계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역시 이상을 이룩하기는 어려웠다.
죽음은 필연.
이에 드라벤은 이상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다시…… 살아나지 않아도 좋다.’
폐하께서 부활하시면 불멸의 세상이 도래해 죽은 자도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한데 드라벤은 그 소중한 기회를 포기했다.
‘아니무스.’
선택을 내린 드라벤이 눈을 감았다.
멸절의 우레가 초월자의 이상마저 꺾어 버리면서 궤적에 닿는 모든 걸 파괴했다. 검붉은 빛이 하인에게 최후를 선사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
먼지조차 남지 않고 멸망하는 초월자의 신체.
드라벤 르마르크가 말살됐다.
* * *
공간이 갈리듯 흐름이 몰아친다.
베르덴이 초위 마법의 대상으로 지정한 드라벤을 <인테리스>가 궤멸한 순간 갈 곳이 없어진 힘이 한데 집중되더니 곧 폭발했다.
부유감이 순식간에 공동을 들어 올렸다.
파멸의 빛이 치솟으며 <멸절>의 잔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모두의 시야를 뒤덮는 어두운 광채.
“이, 미친……!”
가레스가 강성의 태세를 유지했으나 잔류 번개에 끝내 자세가 무너졌다. 현뢰가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날아왔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지하 미궁의 벽조차 견디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박살 났다. 이 공동의 규모가 지금보다 몇 배나 되는 넓이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
“크흡……!!”
“버틸 수가……!!”
후욱─────────콰아아아앙!
초월자들이 중상을 입으며 멀어지는 벽 끝까지 날아가 강하게 충돌했다. 섬의 지하를 붕괴시킬 듯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허억, 헉, 허억……!!”
성서와 성검의 도움으로 추기경과 자신을 수호한 레온하르트가 무너진 벽에 등을 기댄 채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눈과 귀, 코, 입에서 출혈이 발생한 레온하르트가 성검을 떨어뜨렸다.
‘이, 이게, 베르덴 님의 최고, 전력.’
카스티안이 일어서려다가 진한 피를 토해 내며 머리를 처박았다. 망국의 죄인을 자처한 이후로 처음 느껴 보는 공포였다.
여파만으로 이런 파괴력이라니.
아드리안이 검막을 남겨 주지 않았더라면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으리라. 여파가 아니라 스쳤으면 필시 즉사였다.
상공에서 무수한 잔해가 떨어졌다. 도시 하나가 들어가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비대해진 공동이 조금 채워졌다.
쿠우우우우…….
이윽고 충격파가 가라앉았다.
제단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구덩이만이 남아 있었다.
용검 마그라스는 후폭풍에 날아가 벽면에 꽂혀 있었고, 옛 왕의 신체 부위가 담긴 나무 관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옛 왕의 첫 번째 하인과 두 번째 하인은 확실하게 죽었다.
주검의 영광은 전멸(全滅)했다.
옛 왕의 부활 의식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초월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베르덴은 하인들의 죽음을 확실하게 단정했다.
‘끝났군.’
베르덴은 어깨를 들썩이다가 이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광검을 지면에 박은 아드리안이 만신창이로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적 초월기에 입은 자상이 파멸에 자극당한 탓에 크게 벌어져 적지 않은 피가 실시간으로 육체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드리안, 부상은.”
“주군을 노린 초월자.”
아드리안은 출혈을 무시하고 쑥대밭이 된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
한쪽 팔을 쓸 수 없게 만들었으나 심장을 가르진 못했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혈흔 또한 어딘가로 이어져 있지 않다.
도망쳤는지, 특유의 기술로 몸을 숨겼는지 알 수 없어도 죽지는 않았음이 자명했다.
“일단, 포션부터 복용해라.”
베르덴이 아공간을 개방해 리산드로의 열매 포션 중 가장 농도가 짙은 걸 넘겼다. 부상 정도가 조금 더 심했다면 엘릭서의 사용도 고려했다.
그때, 희미한 소리를 감지했다.
달칵달칵.
아주 미약한 금속음이 들렸다.
시선을 옮겼다.
곳곳에 금이 간 드라벤의 건틀릿이 주인도 없이 움직여 구덩이를 향해 기어가고 있다. 왼팔과 오른팔 각각 따로 말이다.
6대 전설의 필두.
영혼을 다루는 욕망.
확실히 파괴되기 직전인 상태였지만 파괴되지 않았다. 물리적 실체가 없으면 기동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마력이 통제되지 않는다.’
베르덴은 마안으로 처리하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를 즉각 눈치챈 아드리안이 기합과 함께 [실렌다르]를 내던졌다.
쩌어어엉!
광검이 좌측 건틀릿을 반쯤 관통했다.
“나머지는, 제가!!”
그나마 멀쩡한 카스티안이 돌진해 우측 건틀릿을 꿰뚫었다. 저항력이 한없이 약해진 터라 건틀릿은 그들의 검격을 견디지 못했다.
“하아아아아압!”
다음으로 레그리트가 날아올라 양 손가락을 포갠 손으로 광검의 날밑을 후려쳤다.
건틀릿이 뚫리다 못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콰드드드득!
카스티안은 아티팩트의 권능을 이용해 건틀릿을 잡아 반으로 뜯어 뭉개 버렸다. 그 안에 있던 드라벤의 오른팔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영혼의 탄식이 강물처럼 흘러 내려간다.
“후우, 후우. 마지막까지, 끈질기긴.”
레그리트는 누더기가 된 날개를 펄럭이며 건틀릿 조각을 짓밟았다. 그녀도 꽤나 중상이었지만 용인의 생명력 덕분에 제법 움직일 수 있었다.
“이걸로 일단락…….”
“레그리트, 아직이다!”
베르덴이 소리쳤다.
“팔을 찾아라!!!”
<멸절>에도 건틀릿은 형태를 유지했다.
즉, 버틴 것이다.
드라벤의 오른쪽 팔뚝이 남아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렇다면, 옛 왕의 왼팔은 어디에 있는가?
드라벤이 몸이 남아 있을 정도라면 옛 왕의 것이 멸했을 리 없다.
레그리트는 도중 난입으로 드라벤을 상대하지 않아서 신체 이식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그 사실을 뒤늦게 이해했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루네시카 안테르노아.”
멸절의 우레로 형성된 절벽 아래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이 현현했다.
“흘러간 세기(世紀)를 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