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0화 77일 (1)
“오래 기다렸나?”
[시간 확인 불가능. 어느샌가 베르덴 폐하가 눈을 번쩍.]
알파는 오래 기다리지 않는 것 같다는 듯이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내면세계에서의 시간 감각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알파는 인공 골렘인 터라 인간처럼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다.
뭐, 알파가 온전하다면 그걸로 됐다.
[베르덴 폐하의 모습이 변함. 스태프도 나타남.]
베르덴은 명상에서 깨어나는 순간, 이미 잿빛의 [아인베르]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외형 변화가 없는 [인테리스]는 내면세계의 거목에 베르덴과 함께 기대고 있었다.
둘 다 신기의 속성을 띠게 되며 베르덴의 정신과 연결된 결과였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지. 나중에 차근차근 얘기해 주마.”
베르덴은 알파를 들어 자연스럽게 오른쪽 어깨에 올렸다. 문득 머리 위에 가벼운 뭔가가 올려진 느낌이 들었다.
거목 주변도 명상하기 전과 다르게 좀 화려하게 장식된 상태였다.
“심심하긴 했나 보군.”
[알파. 화관 제작 장인.]
근처에 널려 있던 풀과 꽃을 엮어 만든 왕관들이 거목을 빙 둘렀다.
그중에서도 베르덴에게 씌워진 화관의 완성도가 상당했다. 손질된 꽃이 보석과 같달까.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알파가 화관을 휙 떨어뜨렸다.
[다시 보니 어울리지 않음.]
“그런가.”
재회의 기쁨을 만끽한 베르덴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베르덴을 기다리고 있던 존재는 알파만이 아니었다.
“무사히 신격을 얻으셨군요. 축하드려요.”
뒷짐을 진 채 거목에 등을 기댄 히안테가 옆에서 나타났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알파가 갸웃거리면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역시 다 보고 있었군.”
“세계의 틈새에도 시간은 존재하니까요.”
뒤늦게 베르덴이 말했다.
“많은 악마가 사라졌다.”
베르덴을 추적해 온 두 번째 사도에 의해서 죽은 악마는 수천이 넘었다. 이름을 깨우친 악마도 있었고, 이름이 없는 악마도 있었다.
베르덴이 하드라스가 유도한 대로 물러났다면, 전투에서 아주 조금만 더 밀렸다면 배 이상의 악마가 짓밟히거나 남김없이 몰살당했으리라.
악마들이 자처한 희생이라고 하지만 마냥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계의 틈새에서 신앙을 원하는 악마들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니까.
“……원망하시나요?”
“원망은 하지 않는다. 내가 부족한 탓이니까…… 하지만.”
베르덴은 고개를 돌렸다.
“네가 악마들의 희생을 전제해 내가 신격을 얻게 만든 건 사실이지. 너에 대한 고마움과는 별개로.”
히안테는 그의 영혼이 가진 특성과 [아인베르]에 깃든 잿빛의 용의 힘을 간파하고 틈새의 그늘에서의 상황을 유도했다.
정해진 운명이 없으므로 과연 어떻게 끝날지는 히안테도 몰랐으리라.
그녀는 희미한 밑그림을 그렸고, 베르덴은 초안 위로 수정할 수 없는 진한 선을 덧씌우고 자신의 색을 넣어 그림을 완성했다.
결과적으로 베르덴은 진즉에 올라섰던 8위계를 자각하고, 신격을 손에 넣고, 세계를 분리하여 틈새의 악마들을 사도의 위협에서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건 결과일 뿐이다.
그 과정이란 무대에서 베르덴은 인형극 속 실이 끊어진 인형과 같았다.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모르나, 그마저도 극(劇)이 되는…….
악의는 없다.
잿빛의 용이 말했던 대로다. 비유하자면 그녀는 길가에 놓인 이정표와 같다.
일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시간처럼 단순히 방향을 가리킬 뿐이다. 수많은 길 중에도 목적지로 가는 최단 경로를 말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내면세계의 기류가 바뀌었다.
“내가 가야 할 길을 멋대로 정하지 마라.”
오직 결과만을 원했다면 애써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결과를 위해 모든 걸 바쳤다면 책임 따위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왜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걷는가.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과정을 무시한다면 베르덴 또한 여태까지 죽여 온 간악무도한 자들과 다를 게 없다. 그의 이상은 개인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아우른다.
쿠우우우우우우.
새하얀 구름이 검붉은색으로 물들고 어지럽게 얽히면서 숲 전체를 폭풍으로 뒤덮었다. 갑작스러운 돌풍에 나뭇잎과 풀이 시야에 나부꼈다.
벽안이 잿빛을 머금었다.
개념적 존재인 히안테조차도 반사적으로 손끝을 떨었다.
끝 모를 광기와 원초적인 개념을 느꼈다.
‘또 하나의 이상을 좇는 신.’
어떤 의미에서는 ‘당신’과 올다르크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들과 달리 베르덴은 약자로서 밑바닥부터 올라왔다.
내면세계에서 발생한 이변은 금세 잦아들었다.
베르덴은 감정을 갈무리하며 알파의 프레임을 쓸었다.
그러곤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지?”
베르덴이 세계의 틈새에서 내면세계로 돌아온 것처럼, 이제는 내면세계에서 현실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영혼을 이해한 이상 베르덴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언제든 드나들 수 있다.
히안테가 답했다.
“언제일지는 알 수 없어요, 그 또한 ‘가능성’에 달려 있죠. 하지만 저는 시간으로서, 언제나 아이샤와 함께 베르덴 곁에 남아 있을 거예요. 당연히 알파의 곁에도요.”
[확인.]
“그럼…… 돌아갈 시간이군요.”
히안테가 거목에서 몸을 뗐다.
“베르덴은 언젠가 이상을 이룰 수 있어요, 아니면 이상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죠. 그야말로 장담할 수 없는 미래. ‘가능성’은 무한하게 열려 있으니까요.”
히안테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반드시 희생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더 희생하면 된다, 라고 했나요?”
베르덴이 두 번째 사도에게 했던 말을 히안테가 입에 담았다.
“처음에는 ‘당신’도, 올다르크도 베르덴과 비슷한 종류의 자기희생을 논했어요. 하지만 그 희생은 결국 변질되고 말았죠. 그게 그들만의 좌절을 극복한 끝에 얻은 결론이었어요.”
“…….”
“대분기에서 운명전, 운명전에서 현재. 필멸자는 감히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요. 세계조차도 변하는데 그 위의 무수한 생명이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수명이 없을지언정 영원히 불변할 수는 없어요.”
선명한 속삭임이었다.
“그게 시간이죠.”
히안테가 부드럽게 손을 뻗으며 미래를 염두에 두고 묻는다.
“과연 베르덴은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인베르]에 닿은 손길.
내면세계의 빛이 강해진다. 온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부유하는 감각이 정신을 들어 올렸다.
시선이 교차했다.
히안테의 눈빛은 기대감에, 혹은 슬픔에 차 있는 듯했다.
베르덴은 운명전의 모든 내막을 아는 그녀의 의미심장한 의문에 주목했고, 알파는 그녀의 눈에 깃든 여러 감정에 집중했다.
그렇게 새하얀 빛이 모두를 감쌌다.
* * *
베르덴의 의식이 깨어났다.
‘여긴…….’
순수한 마력이 흐르는 나무뿌리가 베르덴의 몸을 받치고 있다. 생명의 거목이었다. 즉, 이곳은 침묵의 사막의 누하르였다.
‘이자벨라가 옮겨 준 건가.’
베르덴은 어째서 자신이 누하르에 왔는지 경위를 상상하면서 눈동자를 굴렸다.
생명의 거목의 몸통 꼭대기.
그의 품에 안겨 있다시피 한 아이샤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그다음으로 마도를 유지하는 백색의 마법사가 보였다.
“스승님.”
“위계의 상승을 축하한다, 베르덴. 신격을 얻은 것도.”
관리자는 경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자의 눈길이 침 흘리며 자고 있는 아이샤에게 향했다.
“그대가 깨어남과 동시에 이 소녀가 전조도 없이 나타나더군. 정체가 무엇이지? 평범한 인간인 듯한데 기묘한 존재감이 느껴진다만.”
“육체의 주인은 아이샤,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힘은 히안테라고 합니다.”
“히안테…… 2대 전설이었나.”
관리자는 6대 전설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時制)인 2대 전설이 자아를 가진 개념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의 지식 기반은 어디까지나 본체로부터 파생된 일부였으므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고생을 한 것 같구나. 설마 [아인베르]가 다시 한번 더 진화할 줄이야.”
“말씀드릴 게 많습니다.”
베르덴이 육체를 관조하며 비스듬하게 눕혀진 상반신을 일으키려고 했다. 감각이 돌아오면서 지각 범위가 넓어졌다.
‘뭔가 어수선한 기분인데.’
일단 알파의 미니 골렘이 [레인디아]의 아공간에 있어 깨울 생각이었다. 그 순간 관리자가 베르덴의 행동을 제지했다.
“당장은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 그대의 경지가 높아져, 나로선 영혼과 육체의 결합을 지연하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니.”
“예?”
“현재 그대의 영혼과 육체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영혼에 가해진 변화가 단번에 육체에 전해질 터.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겠지.”
영혼의 경지는 상승했으나 현실의 몸이 없기에 영육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내면에서의 외면으로 작용하는 조율.
사도를 상대하기 위해서 잠시 뒤로 미루어 두었던 문제가 다시 베르덴을 찾아왔다.
‘하지만…… 결국 넘어야 할 산이다.’
베르덴에게 준비할 여유를 주기 위해서 관리자가 시간을 버는 걸까. 청금색 눈동자를 응시한 베르덴이 눈가를 꿈틀거리더니 당장 물었다.
“제가 의식을 잃은 지 며칠이나 지났습니까.”
“경지의 조화에 돌입하기 전에 그대가 알아야 할 정보가 몇 가지 있다.”
공기가 가라앉았다.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이 파괴된 이후로 77일이 지났다. 그동안…….”
관리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대륙에 변고가 생겼다.”
* * *
베르덴이 내면세계와 세계의 틈새에서 차례대로 머무르는 동안 지극히 당연히 대륙에서도 그와 같은 시간이 흘렀다.
베르덴이 히안테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에 중앙 대륙의 이데라트 연맹국의 복도에서는 묵직한 울림이 퍼졌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다종족 국가인 만큼 거구의 수인도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한 건물이었지만, 수왕의 체중과 그가 자연스럽게 발산하는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연신 떨렸다.
“루아스교의 추기경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나?
이데라트 연맹국의 다종족 차석 외교관인 라셀트 바르하가 곧장 대답했다.
“나흘 이내에 수도에 도착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분위기를 과하게 잡는 걸 보니 연맹국에 제대로 압력을 행사하려는 건가. 내가 보기엔 도착까지 좀 더 걸릴 것 같은데. 발톱 닦다가 날 새겠군.”
수왕 안티아스가 혀를 찼다.
“그 노력을, 성소를 보호하는 데 썼으면 좋았을 것을.”
“…….”
헉.
주변 사람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루아스 교국의 성소 부근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성소 앞에서 말이다. 그날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역린 그 자체.
수왕이 내뱉은 말이 교국의 귀에 들어가면 외교 대참사다.
안티아스가 옆으로 시선을 내렸다.
“에온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지?”
“주검의 영광과 결탁한 인간들이 있고, 그 인간에 이데라트 연맹장이 있다는 불온한 소문이 곳곳에서 돌고 있으니 교국의 분노는 당연한 일이겠죠. 물론 조사를 마치기 전까지 섣불리 단정하는 건 피해야 하겠지만요.”
공교롭게도 수왕과 그 일행과 함께 안내를 받는 이자벨라 일행.
이자벨라는 에온의 이름을 짊어지고 나온 만큼 달리 위축된 기색 없이 동등한 입장으로 안티아스를 대했다.
“한데 마냥 분노했다고 하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있지 않나.”
“어떤…….”
“진심으로 심사가 뒤틀렸다면 진즉에 연맹국을 뒤집어엎었을 거다. 당대의 성녀는 그런 걸 참을 만한 성격이 아니니까. 그런데 아직까지도 성녀는 이빨을 감추고 있지. 흑마법사의 습격이 있던 날 성소가 그 지경이 됐는데도 마지막까지 그림자 하나 비치지 않았다고도 하고.”
안 그래도 성녀의 소재로 각국의 정보망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에온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어느 정도 추측은 하고 있었다.
포르메네 자유국의 도시 잔트라와 비슷한 시점에 골드힐이라는 도시가 잔해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정보가 최근 들어왔다.
거대한 힘이 충돌한 흔적.
골드힐을 조사한 자들은 성녀와 다른 누군가가 전투를 벌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시를 날려 버리고, 그 주변 지형을 바꿀 만한 존재는 결코 많지 않다.
“흠, 역대 최강의 성녀가 뭔지도 모르는 것에게 당했다…… 추기경이 오면 물어봐야겠군. 만약 성녀가 죽었다면 파장이 클 테지.”
“그, 수왕님.”
“안내는 이만 됐으니 물러가도록.”
라셀트 차석 외교관이 만류하려다가 축객령에 부하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그들의 기척이 빠르게 사라지고 나서야 안티아스가 다시 말했다.
“이야기 좀 하지.”
“……저하고요?”
이자벨라가 눈살을 찌푸렸다가 멜라드를 비롯한 사람을 물렸다. 그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피하는 것은 상책이 아닐 터였다.
복도 바깥의 정원.
수인 대부족의 호위와 에온의 일원이 멀어지고, 안티아스와 이자벨라만이 자리에 남았다.
“제게 무슨 볼일이죠?”
“에온은 역시 재밌는 집단이군. 그보단 베르덴이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
안티아스가 콧잔등을 씰룩였다.
“인간이 섞인 괴물을 버젓이 왼팔이자 애인으로 둘 줄이야.”
“…….”
마족임을 간파당했다.
마족이라는 명칭은 모를 테지만 이자벨라가 가진 이형을 알아차렸다.
놀랍지는 않다.
수왕 정도로 감각이 뛰어난 수인이라면 언젠가 들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필시 세계 회의에서부터 계속 그녀의 특이성을 의심하고 있었으리라.
이자벨라가 허리에 한 손을 얹었다.
“그래서 뭐가 문제죠?”
“문제는 아니지. 그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을 뿐이다.”
안티아스가 팔짱을 꼈다.
“네 냄새에서 ‘마경’이 느껴지는데, 혹시 그에 대해 아는 게 있나?”
마경?
이자벨라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 반응을 읽은 안티아스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모른다면 됐다.”
“갑자기 마경이라니, 설명이 필요한데요.”
“난 설명을 들으러 왔지, 반대로 설명할 생각은 딱히 없다만.”
안티아스는 세계 회의에서처럼 능구렁이 같은 면모를 보였다.
휘말려서는 안 된다.
이자벨라가 즉시 화제를 바꾸었다.
“사전 통보도 없이 연맹국에 직접 행차한 목적이 뭐죠? 정말로 심심해서는 아닐 텐데요.”
“크크크큭.”
안티아스는 자신의 존재감에도 겁을 먹지 않는 이자벨라를 보며 낮게 웃었다.
“그만한 규모의 섬을 멸소시킨 마법. 베르덴의 마도에 묘왕이 공포에 질렸더군. 게다가 옛 왕은 결국 부활했으며, 루아스 교국을 배신한 인간들의 배후는 전혀 드러나지도 않은 실정. 국제 사회는 폭풍 전야의 어지러움으로 뒤덮였다.”
“…….”
“베르덴이 오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렇기에 갈등은 깊어질 터. 그동안의 평화는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상태지. 과연 수습할 수 있을까, 아니면 국제 분열로 이어질까.”
안티아스가 송곳니를 보였다.
“나는 이 상황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 * *
“이데라트 연맹국에 피치 못할 전운이 드리울 수도 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긴장감을 갖고 대기하도록.”
“네, 단장님.”
연맹국의 양익 기사단을 이끄는 단장이 부하들을 정비하고 집무실로 돌아갔다.
루아스 교국과 심각한 마찰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이상 전투에 대비해야만 했다. 그만큼 루아스 교국의 분노를 경계하는 것이었다.
“흐음.”
양익 기사단장은 집무실로 들어오자마자 표정을 풀었다. 연맹국이 직면한 상황이 최악인데도 오히려 그는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모든 것은 운명을 위해.’
속으로 언제나의 다짐을 외치며 양익 기사단장이 차를 끓인 뒤 한 모금 마셨다. 평소처럼 위장을 달랜 그가 서류를 든 직후였다.
푸화아악!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졌다.
눈과 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 독?’
반응할 새도 없이 중독당한 그가 부들거리다가 곧 쓰러졌다. 누가 그를 독살했는가.
양익 기사단장은 진상을 알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