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71

971화 77일 (2)

7대 마도왕의 명으로 이데라트 연맹국에 파견된 마도국의 조사국장, 제렌 체드윌이 창 너머를 향한 눈길을 거두었다.

“아수라장의 현장…… 그 자체군.”

현재 연맹국의 인사들이 느닷없이 암살당한 채로 발견됐다. 독살, 익사, 의문사. 당장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은폐하고 있기는 하나 제렌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양익 기사단장.
8석 다종족 외교관.
올프 상단주.
와일런 기사단의 기사.
…….

이렇다 할 접점이 없어 보이는 자들이 연맹국의 수도 곳곳에서 살해당했다. 고위직만이 아니라 일개 기사도 포함됐다.
어쩌면 사흘 전에 강에 빠져 죽거나 술에 취해서 실족사한 시민도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건 억측인가…… 아무튼 목적이 무엇이지? 그 동기는?’

제렌이 남몰래 직접 조사를 해 보았지만 흉수에 대한 단서는 전무.
작은 흔적조차 없다.

그리고 피해자는 인간, 수인, 드워프로, 연맹국 내에서 숫자가 가장 적은 엘프를 제외한 인간종으로 폭이 넓다.
여러모로 엘프가 범인일 리는 없으니 종족 갈등 문제일 가능성은 배제해도 좋을 터.

“…….”

이처럼 그나마 확보한 정보들도 교차하는 지점이 없어 가설을 세우기도 어려웠다. 일관성이 없는 연쇄 암살 사건은 그에게도 생소했다.

그래도 추측하자면───

‘배후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소름이 돋는 으스스한 기분.

조사관으로 15년, 마도왕 직속 제2마도사단의 부단장으로 4년, 조사국장으로 7년, 현장에서 갈고닦은 경험이 뇌리를 스쳤다.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은 더러운 느낌을 도저히 떨칠 수 없었다.

누가 누구를 죽이는가.
누가 누구에게 죽는가.

연맹국 수도에서 살해당한 이들은 주검의 영광과 결탁하여 성소 아벤카에서 사람들을 학살한 모종의 집단이 죽인 것일까.
아니면…… 죽은 사람들이 그 모종의 집단에 속한 것일까. 그렇다면 정체 모를 집단을 적대하는 집단의 정체는 또 뭐란 말인가.

‘심지는 이미 타고 있다.’

갑작스러운 수왕의 행차.
분노한 루아스교.
각각 주검의 영광의 두 번째 하인과 도시 젠트라를 파괴한 드워프를 구속한 아르나크 제국과 아케나드 마도국.
루아스교를 배신한 혐의를 받은 테리웬 연맹장을 변호해야 하는 연맹국의 입장.
연맹국에서 벌어지는 암살 사건들.

‘본격적인 국제적 갈등은 연맹국에서 터질지도 몰라.’

임시로 연맹장을 대행한 브라오닉 스트롬이 애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마법계 총회의에 참석할 정도의 최고위 마도사라고 할지언정 이러한 상황을 겪어 봤을 리 없다.
협력 관계가 깨지면 떨어진 한 줌의 피는 강이 되어 흐르리라.

‘궁극적으로 문제는 하나다.’

똑똑똑.

“들어와라.”
“국장님……!”

다급하게 복도를 달려온 조사관 람버트가 벌컥 문을 열었다. 평소와 같다. 능력이 제법 출중한 그는 열정도 훌륭한 마법사다.
람버트는 예나 지금이나 조사관으로서 훌륭하게 경력을 쌓고 있다.

그런데…… 그게 진심일까?

교국을 배신한 인간들은 대부분 과거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정신계를 조종당한 것이 아니었으니, 무려 수십 년에 걸쳐서 일반인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을 만큼 지독한 놈들이란 의미였다.

‘사회에 이물질이 섞였다. 어쩌면 내 옆에도.’

눈앞의 람버트는, 그가 이제까지 알고 지내 왔던 람버트일까?
배신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나?

“방금 데엘로 추기경이 수도의 경계를 넘었다고 합니다……!”

누가 적인가?

* * *

쿠웅───

첫 번째 하인인 드라벤 르마르크를 상대하다가 목과 심장이 절단될 뻔한 데엘로 추기경에 연맹국의 성문을 넘었다.
육체 저항력과 신성 회복에 특출난 그는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세검을 허리에 찬 채 하얀 말을 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추기경 휘하의 팔라딘과 성기사, 주교도 전부 다 승마한 상태였다. 보통 추기경이 이용하는 교국의 마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공기가 무겁다.

연맹국의 여러 기사단으로부터 호위를 받으며 수도의 중심부로 향하는 추기경 일행의 엄숙함은 흡사 출전을 방불케 했다.

볼거리라고 생각해 구경 나온 시민들이 긴장감을 느꼈다. 수인족의 아이들이 운다. 루아스교는 인간 이외의 인간종의 존재를 거부하지 않지만 결국 오직 인간을 위한 세계 종교다.
다종족 화합을 바라는 연맹국의 이념과 반대의 교리를 추구하므로, 이런 교국의 위협적인 행진에서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가도를 두드리는 말발굽.

칙칙한 하늘에는 점차 먹구름이 낀다.

이윽고 데엘로 추기경이 이데라트 연맹국의 수도 의회, 콘셀바르(Conselvar)에 당도했다.

쿵.

연맹국의 최고 전력이자, 다종족으로 구성된 쿠스토디아(Custodia) 기사단이 형식적인 의례를 갖추었다.

연맹국의 최종 의결 기구인 하이 콘소르(High Consor)의 의원들을 뒤에 집결시킨 임시 연맹장 브라오닉이 목소리를 높였다.

“연맹국에 오신 걸 환영하오, 데엘로 추기경. 먼 길을 오셨군.”
“환대에 감사합니다, 브라오닉 경.”
“테리웬의 부재로 잠시 동안 연맹장의 빈자리를 채우게 됐소. 먼저 선언하건대 우리 연맹국의 의사는 분명하오. 루아스교와 척을 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

브라오닉이 단언했다.

“대화로 오해를 풀길 희망하오.”
“오해.”

데엘로 추기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브라오닉을 응시했다.
느닷없이 본색을 드러낸 인류의 배신자들로 인해 신앙자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하는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는 제 목에 걸린 황금빛 정십자가를 중심으로 말없이 성호를 그었다.

“안내하겠소.”

추기경이 군말 없이 따라온다.

브라오닉은 첫 단추는 그나마 꿰맸다는 생각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며, 데엘로 추기경을 콘셀바르 내부로 데려갔다.
연맹국을 찾아온 다른 세력들이 기다리는 국제 사회의 무대로.

이자벨라가 연맹국에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

레프라기움 마탑의 마법사가 까마득한 상공에서 연맹국을 주시했다.

* * *

세계 회의에는 하원과 상원을 통틀어 49인이 참석했고, 그중에서 연맹국에 사람을 파견한 자들은 결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하원 참석자는 엄두도 못 냈다.

참석의 의무도 없을뿐더러 다시 국제적인 논의와 결정이 오갈 정도로 화합을 나누는 분위기가 아닐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발언권은커녕, 괜히 불씨라도 튀게 되면 긁어 부스럼이 된다.

이데라트 연맹국, 대폭주, 브라오닉 스트롬.
수인 대부족의 수왕, 안티아스.
에온의 이자벨라.
아르나크 제국의 루센트 공작.
아케나드 마도국의 조사국장, 제렌 체드윌.
헬리온 마탑주, 전선전쟁, 트리톤 마르투스.
비렌테의 마법 협회장, 오더스 에벤드라.
아카데미의 교장, 일마리온.
루아스 교국의 삼정의 추기경, 인내의 데엘로.

이곳은 테리웬 연맹장이 정말로 루아스 교국을 습격한 흉수 중 하나인지, 그리고 이에 연맹국이 가담했는지 밝히기 위한 자리다.

브라오닉은 개인적인 친분을 모조리 동원하여 변론을 도와줄 사람을 모았다.
헬리온 마탑주와 마법 협회장이 그들이었으며, 아카데미의 교장은 혹시 모를 사태를 막는 데 자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브라오닉의 부탁에 응했다.

“조사회에 임하기 앞서…… 이번 루아스 교국에서 발생한 있어선 안 되는 참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소. 추기경, 부탁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데엘로 추기경이 대표하여 일어나 숭고한 기도를 올렸다.

“빛의 어머니시여, 부디 가련한 이들의 영혼을 따스한 빛으로 감싸 주소서.”

루아스교 앞에서 인간들은 당연히 추기경을 따라 기도했고, 이자벨라는 겉으로 시늉만 하며 묵념으로 명복을 빌었다.
안티아스는 턱을 괸 모습으로 기대감에 찬 듯이 여유를 보였다.

“그럼 자리에.”

일어난 적도 없었던 안티아스를 제외한 모두가 착석했다.

진상 조사회가 시작됐다.

브라오닉은 테리엔과 연맹국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최대한 준비해 온 논리와 정황 증거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현 이데라트 연맹장. 테리웬이 그동안 다종족의 화합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고, 얼마나 선한 인물인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지금까지 선했는가, 또 어땠는가. 과거의 평판은 상관없습니다.”

데엘로 추기경이 말을 끊었다.

“테리웬 연맹장의 배신은 명백합니다. 연맹장, 아니, 그자는 연맹장이라는 지위를 가졌으니 학살을 주도했다고 봐도 무방할 터.”
“추기경?”
“19일.”

애초에 루아스 교국은 대화보다 행동을 우선할 작정이었다.

“그 안에 어떻게든 테리웬의 소재를 파악한 다음 제압해 루아스교로 압송하십시오. 여의치 않다면 시신이라도 좋습니다. 그것만이 연맹국의 결백을 증명하는 길입니다.”

……!!

예상보다 훨씬 강경한 요구에 연맹국의 일원들의 낯빛이 변했다. 데엘로 추기경의 태도에 타협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루아스교의 입장.’

일마리온은 내심 당황을 추스르며, 이번 일련의 사태가 루아스 교국에게 얼마나 역린으로 작용했는지 짐작했다.
설득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성소 앞에서 일반인이 죽어 나간 이상 애초부터 대화는 무의미했을지 몰랐다.

‘테리웬을…… 연맹국에서?’

멍한 표정을 지은 브라오닉이 강하게 테이블을 짚었다. 테리웬과 함께 다종족 화합을 이끈 지 수십 년이 넘었다.

테리웬은 배신자가 아니다.
그건 누구보다 브라오닉이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루아스교를 달래야 한다고 하지만 이럴 수는 없다. 테리웬의 죽음을 바란다고 해서 고개를 넙죽 숙일 수는 없단 말이다.
친구의 목숨만이 아니라 연맹국의 체면까지 걸려 있는 일이다.

“테리웬은 엄연히 실종 상태. 그런데 배신했다는 증거도 없이 처리하겠다니. 진상 조사는 시작되지도 않았소.”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을, 세계 회의에서 예언을 들먹이며 모두에게 암시한 인물들은 레논 버나드와 테리웬이었습니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사태 이후에 자취를 감추었죠.”
“그것이 테리웬의 배신을 입증할 순 없소.”
“브라오닉의 말에 동감하오.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일 텐데.”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엘로 추기경.”

브라오닉을 조력하는 의견들이 들려온다.

“신중이라…….”

데엘로 추기경이 말했다.

“현재 이데라트 연맹국 수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 들었습니다. 서로 접점이 없는 연맹국이 인사들이 제각기 동기를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던데.”

대기가 술렁였다.

이제 콘세바르에 도착한 추기경이, 브라오닉이 조사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숨기려고 했던 연쇄 암살 사건을 꿰뚫고 있었다.
말인즉슨 이 도시에 루아스교의 정보망이 펼쳐진 상태라는 뜻. 이렇게나 조용히 움직이는 성직자는 단 하나밖에 없다.

‘이단 심문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루아스 교국의 어둠을 담당하는 이단 심문관들은 경지도, 사상적으로도 위험하다. 그 광신적인 자들을 타국의 수도에 보냈다니?
루아스교가 어떤 마음으로 추기경을 파견했는지 이제야 이해되었다.

“기생충에 감염된 것처럼 내외적으로 불안정해 보입니다. 지금의 이데라트 연맹국은.”

추기경은 교전을 대비하는 것이다.
혹시 모를 배신자가 급습해 올지도 모르니까.

자칫하면 도시가 전장이 되어 버린다.

그때였다.

“성녀가 없어도 제법 위협할 줄 아는군.”

안티아스가 연맹국에서 준비한 귀한 술을 병째로 들이켜며 끼어들었다.

“만약 19일이 지나도 연맹장을 잡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연맹국은 작금의 사태에서 결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간주하고, 잠재적으로 루아스교와 세계의 적으로 판단.”

데엘로 추기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연맹국은 현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실질적으로 루아스교가 지휘할 겁니다.”
“뭣.”

브라오닉이 눈을 부릅떴다.

“무슨 헛소리를……!!”
“잠정적으로 지배하겠다고, 흥미로운 결정이군. 질문이 몇 가지 더 있다.”

안티아스가 물었다.

“이데라트 연맹국을 향한 적의는 이해한다. 이 나라의 수장이라는 놈이 세계 종교의 뒤통수를 쳐서 피를 흘리게 만들었으니.”
“…….”
“그런데 왜 내게도 적의를 보내는 거냐.”

모두의 시선을 받은 데엘로 추기경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포르메네 자유국의 도시 잔트라는 드워프에게 멸망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골드힐이라는 도시가 파괴됐습니다. 조제프 대주교가 마도 축제를 기념해 교리를 설파하던 그 시점에.”
“흉수가 누구였지?”
“수인.”

빛의 신앙이 깃든 시선이 모두를 비춘다.

“주검의 영광의 하인이 성소를 습격하기 전후에 수인과 드워프가 수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세계를 배신한 자는 인간만이 아닙니다.”
“호오.”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것 또한.”

데엘로 추기경은 곧이어 공식적인 말투를 버리고 안티아스와 브라오닉을 노려보았다. 그걸로 그치지 않고 모두를 향해 발언했다.

“너희들은 어디 쪽인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루아스교는 정체 모를 배신자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낼 작정이었다. 세계 종교에 도전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기 위해서.

이자벨라가 입술을 짓씹었다.

‘시작부터 난장판이네.’

그녀의 힘만으로는 루아스 교국과 타국의 갈등을 당장 어찌하기 어렵다. 적어도 이 분위기를 뒤집을 만한 변화가 필요 불가결했다.

* * *

“초월자 동맹이라. 그 친구, 보기보다 붙임성이 있군.”

벤디에로부터 아드리안이 구상한 연합 계획을 전해 들은 초월자가 몸을 일으켰다.

“마음에 들었어. 레오나.”
“예, 폐하.”

하이랜디아의 국왕─────서약자, 유리온 하이로스가 망토를 펄럭였다.

“출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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