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41

1041화 중립자 (2)

{질문의 요지가 운명의 사도의 본질이라면 답할 수 없다. 사도의 근원을 설명해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모든 사도의 배경을 현시해야 하니. 내용은 심대한 만큼, 등급으로만 분류할 경우엔 상급 질문권은 되어야 하겠지.}

호스트가 근엄하게 턱의 촉수를 쓸었다.

{하지만 ‘당신’과 사도의 관계에 한정하면, 이는 하급 질문권에 어울리는 주제다.}

베르덴은 그걸로도 만족한다는 의미로 반문하지 않았다.

보글보글.

호스트가 창백한 검지를 튕겼다. 손가락 끝에서 피어난 기포들이 일렁이다가 정지했다. 그것은 한데 뭉쳤으나, 그렇게 보이기만 했을 뿐 서로 하나가 되진 않았다.

{사도는 ‘당신’과 운명으로 얽혀 있다는 공통점만 가지고 있을 뿐 사도 사이에 동료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목적에 충실한 개인주의자라고 할 수 있지.}

“같은 집단에 속해 있되 동료는 아니란 건가.”

{운명의 사도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당신’을 숭배하고 떠받드는 사도, 다른 하나는 ‘당신’의 뜻을 이용하는 사도. 인간계 최초의 왕과 블러디아를 예로 들면 이러하다.}

인간계 최초의 왕 – 아서는 인류를 위해서 저항 대신 운명을 택한, ‘당신’의 이상을 진심으로 이해해 충의를 바친 사도.

블러디아는 ‘당신’이 이루려는 세상이 자신에게 실이 아닌 득이 되고, 또한 ‘당신’에게 마땅한 대가를 약속받은 사도.

{기본적으로 사도는 신으로부터 힘을 부여받은 존재를 의미하는 단어이며, 그렇기에 신앙심이 깊은 신앙자에게만 해당된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지. 블러디아가 그런 경우다. 말인즉슨 외부에서 초빙한 사도인 셈이지.}

‘당신’에게서 힘이든 뭐든 무언가를 받고 운명의 편이 된 존재들. 이기주의자. ‘당신’의 순수한 대의에 관계없이 그저 철저한 이해관계만으로 사도의 직을 수락한 괴물들…….

“마치 용병 같군.”

{어떤 의미에서 성격은 비슷하다. 물론 그 본질은 용병과 차원이 다르지만. 상기한 이유로 사도 간의 연대는 약한 편이다. 운명전이 재개되면 모를까 일단 지금은 그러하다. 그래서 정보 전달이 제한적이지.}

호스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직접적인 관계자 외에 세계의 틈새에서 벌어진 상황을 정확히 아는 사도는, 현재 나밖에 없다.}

두 번째 사도───아서 타렌폴드는 금기에 얽혀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베르덴과 악마들과 충돌했다.
그 여파로 세계의 금기는 둘로 쪼개졌고, 아서는 힘을 과용한 대가로 당분간 현세에 영향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옛 왕과 블러디아가 베르덴이 신격을 얻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까닭이 이것이다. 그 둘은 베르덴이 철저하게 은폐한 신의 격을 알아차릴 만한 통찰력이 없었으므로.

{두 번째 사도의 일이 다른 사도에게 전해지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겠지. 첫 번째 사도를 제외하면 굳이 그를 찾을 사도가 없기도 하고. 초월자 정도는 아니나 다들 맹목적인 존재들이다. 블러디아와 같은 사도는 개인의 본성을 더 중시하지.}

“너도 그런 사도인가?”

설명을 들으면 호스트도 블러디아와 같은 종류의 사도임이 분명했다. 하나, 호스트는 그중에서도 뭔가 확연하게 달랐다.
호스트가 아르카디옴에서 벌인 일은 사도가 할 만한 짓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드라벤의 영혼을 되살린 그의 행동은 블러디아를 거슬리게 했고…… 결과적으로 오히려 운명의 손해를 야기했다.

{그런 사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호스트의 눈매가 휘어졌다. 이야기꾼의 회백색의 눈동자가 베르덴만이 아니라 알파와 베타까지도 함께 시야에 담았다.

{내가 사도가 된 경위는 특별하지.}

알파가 갸웃거린다.

[특별?]

{세 번째 사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제약에 얽히지 않은 채 모든 행동의 자유를 배려받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호스트가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당신’이 운명의 수레바퀴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내가 도움을 주었으니까.}

“……!”

베르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까 ‘당신’이 운명의 개념을 완성하는 데 호스트가 쌓아 온 방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단순한 조언 정도가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놈이 이렇게 욕망대로 움직이지 못했을 테니까. 아르카디옴에서는 조건상 금기마저도 힘을 잃었다.

다시 말해…… 호스트는 운명의 창조자 중 하나에 가깝다.

‘계산 밖이다.’

호스트는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중요한 사도였다.
심장이 박동했다.
호스트가 인간계 최초의 왕처럼 사도다운 행동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불가해한 경계심이 들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런 호스트가 왜 베르덴에게 접근하는가.

베르덴은 심란함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운명을 만드는 데 거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상 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왜 운명을 원한 거지?”

{질문의 틀에서 벗어난 의문이나, 아르카디옴의 끝에 도달한 지식인에 대한 예우로써 특별히 성의를 베풀도록 하지.}

호스트가 속삭였다.

{궁금했거든.}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호스트가 옆모습을 보였다.

{태고의 시대에는 운명이 없었고. 대분기가 끝난 이후에 ‘당신’은 숭고한 이상을 위해서 운명의 개념을 창조하기를 바랐다. 세상 만물의 모든 것을 지배하며 영원히 순환시키는 개념, 운명. 당시의 나에겐 새로운 지식이었지.}

태동하는 심해.

{궁금증. 그것만이 유일한 동기(動機)였다.}

운명이 완성된다면 세계는 과거, 현재, 미래를 반복하며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거기선 어떤 변수도 발생하지 않는다.
호스트의 관점으로는 새로운 지식이 탄생할 수 없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하리만치 개의치 않았다.

왜?

예측은 예측에 불과하므로.

실제로 운명을 완성하지 않으면 탐구심은 진정 풀리지 않는다. 운명이란 현실에 실존하지 않았던 개념이니까.
없으니까 만들었다, 그가 당신의 ‘운명’을 긍정한 계기는 순전히 지식욕의 발로였다.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오랜 경험에 근거한 나의 지론이다. 보아라. ‘당신’은 불변의 운명을 원했으나, 오히려 변수가 창출되었다. 그때 운명전을 종결하지 못해서 올다르크는 선택을 내렸고…… 그리고, 네가 탄생했지. 느껴지지 않나? 사방에 넘쳐흐르는 지식의 파도를.}

“…….”

{나는 새로운 지식을 위한 선택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운명의 패권을 두고 미래가 어떻게 결정될지도 몹시 기대하고 있고.}

호스트는 찰나 베르덴보다 올다르크의 피조물에 초점을 두었다. 머리가 복잡해진 베르덴에게서도 일절 시선을 떼지 않으며.

{하급 질문권의 대답으로는 이걸로 충분하고도 넘칠 터. 다음으로 넘어가지.}

걸음을 멈춘 호스트가 손을 휘휘 저었다.
기포가 흩어졌다.
톡톡 터지는 소리가 귀를 스치며 차가운 냉기가 정적을 불러일으켰다.

베르덴이 내심 눈을 가늘게 떴다.

‘호스트가 보여 준 독립성이 이제 이해됐다. 어느 의미로는 최악이군. 세 번째 사도이나, 명백히 사도 이상의 존재. 힘과는 별개로,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만 놓고 보면 ‘당신’은 초대 마도왕에 견줄지도 모르겠어.’

사도들은 하나같이 별격이었다. 이슈르도 신으로 완성됐다면 격이 다른 강함을 보였으리라. 테아렐이 호스트의 대적자라고 들었는데, 초대 마도왕은 대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

숙고할 시간은 훗날로 미뤄도 충분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을 도중에 끊어 버린 베르덴이 말했다.

“중급 질문권을 사용하겠다.”

사도를 더 깊이 파고들까.
옛 왕에 관련된 내용으로 전환할까.

베르덴은 둘 가운데 어느 것도 택하지 않았다.

“마경의 근원을 설명해라.”

* * *

마경은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동식물이 자리한 땅. 그 기괴한 환경은 인류의 광기 어린 개척 의지를 몇 번이고 무너뜨렸다.

마경은 무엇일까.

베르덴은 필시 명확한 탄생 배경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령 운명전이라든가. 대분기 때 세계수와 악신들이 전면전을 벌인 끝에 침묵의 사막이 생겨난 것처럼 말이다.

{마경이 발생한 원인이 ‘당신’과 올다르크라고 생각하고 있나. 타당한 의심이고,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원흉은 아니다.}

이번에도 호스트는 거침없이 답변했다.

{가장 아름다운 ‘결정(結晶)’이 있었다.}

태고의 시대 때부터 존재해 오던 거대한 화산의 수명이 다했다.
그것은 유언이라도 남기듯이 광활한 폭발과 함께 영겁의 시간 동안 품고 있었던 하나의 돌을 토해 내듯 탄생시켰다.

{그것은 투명했다…… 지식으로만 접촉했을 뿐인 나조차도 항거하기 어려운 매력을 느낄 정도로 가장 아름다운 돌이었다. 투열석(透熱石). 그 마력은 모든 걸 끌어당겼지. 인간은 물론이거니와 드래곤까지도 휘말릴 정도로.}

호스트가 투열석으로 명명한 돌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혼돈을 일으켰다. 마치 기생이라도 하듯 동식물의 손길을 타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비극을 써 내려갔다.

베타가 물었다.

[아티팩트입니까?]

{현대 기준으로는 고대이자 천연 아티팩트이기도 하며, 오랜 언어로 표현하면 태고의 산물이다.}

태고의 산물.

호스트가 모험극을 시작하기 직전에 언급한 적이 있었다. 게임이 끝난 뒤로 어떤 지식인도 별말이 없는 걸 보면 아무도 손에 넣지 못한 듯하지만.

{투열석은 의지를 반영할 줄 알기에 소유주마다 다른 형태를 가졌고, 또한 소유주의 수명을 그대로 고정했다. 이질적인 매력의 원인이지.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죽음을 기피하기에 본능적으로 투열석에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투열석의 매력을 접하고 막 숨통이 끊긴 존재의 세포들은 죽음에 의한 정지를 거부하고 계속 생존을 갈구하며 활동을 거듭했다. 그중에서도 생식 세포가 특히 본능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찰나 수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변화는 끝에서 변이로 이어져 다른 생명을 낳고 말았다.}

투열석이 있던 자리에는 어디서도 접할 수 없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서로 얽혀 몰살당한 현장, 시체들에서 흘러나와 혼합된 그 유전자는 식물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식물로 끝없이 순환하며 변이체를 태어나게 했다.

{이것이 마경 생물의 근원이다.}

호스트는 생물학적 변이에 대해 짧게 설명하고는 다시 투열석에 초점을 두었다.

{투열석의 위험성은 금세 알려져 대부분 영원한 수명을 위해서 움직였다. 꽤 긴 시간 전쟁이 간간히 발생했고, 그중 방패 형태를 띤 투열석이 전설이 되어 퍼졌지.}

“전설이라면…….”

베르덴은 바로 아니무스, 히안테, 그링 아르카넘, 마그라스와 같은 범주에 속해 있는 어느 전설 하나를 떠올렸다.

6대 전설: 절대방벽 – 판델라(Fandella).

베르덴이 알지 못하는 루기나 혼과 판델라 중 하나의 정체가 밝혀졌다.

{판델라는 투열석의 일면에 불과하지.}

호스트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쟁탈전이 지속되었으나, 극소수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여 매력을 억지로 거부해 투열석을 파괴하려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투열석은 파괴가 불가능한 산물이었고, 이내 파괴를 시도한 자들은 정신력이 마모되어서 투열석의 노예가 됐다…… 오직, 단 한 명을 제외하고.}

그가 촉수를 굽혔다.

{나는 그것을 ‘이름 없는 존재’라고 부른다.}

전쟁을 일으킨 정신 나간 군주로부터 투열석을 빼앗은 무명의 존재는, 그야말로 다양하게 투열석을 없애려고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한 것을 보고 생각을 달리했다.

봉인을 택한 것이다.

어떤 고도의 봉인으로도 투열석을 오랫동안 가둘 수 없으니 스스로를 희생했다. 결국 자신이 투열석을 빼앗기지 않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이름 없는 존재는 투열석의 주인이 되어서 깊은 숲으로 사라졌다. 소문을 들은 이들이 모조리 흔적을 쫓았고, 전원 실종됐다. 그리고.}

[그 숲이 마경이 된 겁니까?]

{그렇다. 이름 없는 존재가 사라진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경이 형성됐지.}

호스트가 알려 준 마경의 근원은 베르덴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즉, 판델라가 곧 마경의 원흉이다.

베르덴은 새로운 정보를 머리 한편에 넣어 두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 이름 없는 존재의 정체는?”

{질문에서 벗어난 주제다. 성의를 표하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지.}

호스트가 뒷짐을 졌다.

{정 궁금하면 직접 찾아서 물어보도록.}

“……?”

{말했을 텐데. 투열석…… 판델라를 가진 존재는 수명이 고정된다고. 인간 의외의 존재들이 판델라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소식이 없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지 않겠나.}

마경의 시작은 현 인류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인데 판델라의 소유주가 아직 살아 있다니.
머지않은 시기에 마경을 정벌해야 하는 목적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것으로 두 개의 질문권을 전부 소진했군. 하나 호기심이 많은 베르덴, 너에겐 아직 의문이 남아 있을 테지.}

호스트가 몇 걸음 다가왔다.

{예를 들어 네가 내게서 기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라든가.}

“설명할 용의가 있나?”

{질문권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한 질문이니.}

호스트에게서 보란 듯 이질적인 힘을 드러냈다. 그것은 베르덴에게 익숙하면서도…… 무척이나 낯선 힘이었다.

{숭배는 경외이며, 경외심은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숭배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신앙은 힘을 갖지 못하기에 특정하기 어려운 자연물을 신앙해도 신격이 탄생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연물을 상징하는 개념 자체가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호스트가 심해의 신성력을 발현했다.

{나는 바다의 개념이며 태고의 신이라고 불렸던 존재의 일각. ‘당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은 그러한 나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해신(海神) – 호스트.

{금기를 사용함으로써.}

금기 창시자.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