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40

1040화 중립자 (1)

천문학적인 확률로 유전자가 완전히 같을지라도 고유 마도는 동일할 수 없다. 만약의 만약을 거듭해, 생각과 습관도 같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한 경험의 차이가 결국 타인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유사한 마도는 있을지언정 상동한 마도는 존재할 수 없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마법계의 당연한 명제 중 하나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자아의 표상이나 다름없는 마도를 타인이 재현할 수 있다면, 그 마도사는 마법적으로 과연 타인인가?

드라벤은 가설을 세웠다.

영혼의 개념을 토대로 흑마법의 지식을 총동원해 결과를 계산했다. 깨달음 저편에 있는 마도의 근원을 되짚었다.

‘베르덴이 나의 마도를 개방하는 도중엔 서로가 일치한다.’

타락한 마력이 타올랐다.
영혼이 맥동했다.

‘그러니, 장벽은 없다.’

드라벤의 마법적 경지의 흔적이 새겨진 영혼에서 파문이 일었다. 파문은 파동이 되어, 호스트의 서고를 규칙적으로 진동하게 했다.
알파와 베타는 농밀한 죽음의 기운이 확산하는 광경을 보았다.

마법 전수.

암월은 모든 기억을 떠넘겨 베르덴에게 망화의 마도를 심었다. 베르덴이 존재하는 한 암월은 영원히 기억될 테니, 말 그대로 목숨을 불태워 이상을 완성한 셈이었다.
베르덴은 그 기억들을 바탕으로 소멸의 개념을 다룬 끝에 제 것으로 만들었다.

그와 달리…….

드라벤이 거행하려는 마법적 실천은 암월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억만을 받은 베르덴은 몸으로 망화를 체득해야 했지만, 드라벤은 영혼 깊이 체득한 경지를 고스란히 복사할 작정이었으므로.

처음이지만 확신은 있다. 자신에게 자신의 것을 전달하는 데 무슨 애로 사항이 있을까. 마도는 서로를 잇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었다.

‘계승이 성공하면 이론적으로 베르덴은 내 모든 흑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고유 마법에 더해 초위 마법까지 전부.’

어쩌면 베르덴의 마도의 영향력을 받아 명운의 마도가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훗날에는 말이다.
드라벤은 7위계의 극한에서 멈추었고, 베르덴은 8위계에 도달한 데다가 아직까지 성장이 멈추지 않은 초월자 중의 초월자였으니까.

화아아아아아악.

운명의 추종자들은 아니무스로 천국이 없다는 걸 드라벤에게 깨닫게 했다. 그렇게 이상을 유도했고, 또 이용했다. 저항의 결정체 같은 초월자를 운명의 편에 서게 했다.

저항 세력은 드라벤의 기억을 조작해 여제, 대제, 광명의 대재해가 다름 아닌 옛 왕의 힘으로 부활하게 판을 짰다. 운명의 추종자가 그러했듯이 저항자 또한 드라벤을 도구로 삼았다.

초대 마도왕, ‘당신’, 호스트…… 자신을 농락하고 기만한 자들을 떠올렸다. 그중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 존재는 단연 크세리온 황제였다.

위대한 주검의 영광은 없었다.

헌신은 보답받지 못했다.
충의는 배신당했다.
충성심은 증오심으로 반전됐다.

‘아칸드.’

죽은 드라벤에게 남은 것은 이상을 향한 광기와 복수뿐이었다.

‘네놈도 절망을 느낄까?’

드라벤은 다시 한번 모든 걸 걸었다.

파멸에 조각났던 영혼에 균열이 생겼다. 거짓된 육체가 가뭄이 든 땅처럼 갈라졌다. 호스트가 짜 맞춘 퍼즐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흩어지려는 것을 억지로 견뎌 냈다.

이윽고 계속해서 커져 가기만 했던 영혼의 울림이 잦아들었다.

마도가 닫혔다.
마도 공명이 끝났다.

베르덴은 눈을 감고 영혼을 통해 전달된 마법적 감각에 집중했다. 평생 한 번도 시전해 본 적이 없는 흑마법의 느낌을 이해했다.

‘이게 사기(死氣)를 다룬다는 의미인가.’

무한의 마도가 베르덴의 의지에 반응했다.

<바이타 엑실리움>

드라벤이 다루었던 명운의 사슬이 베르덴의 팔을 감쌌다. 촤르르르륵. 생명을 폐하는 개념이 깃든 고유 마법은, 그 원주인인 드라벤의 사슬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다만, 순수성의 차이는 있었다.

베르덴의 <명운>은 생명을 폐한다기보단 안식을 선사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내외적인 찬란함의 정도가 달랐다.

“이로써 마법은 전수됐다.”

드라벤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팔을 늘어뜨리자, 그러한 작은 움직임에도 호스트가 준 육체의 붕괴가 가속화되었다.
두 번째 죽음을 코앞에 둔 그에게 일절 두려움은 없었다.

“내가 살아온 삶 또한 네게 전했다. 이제 주검의 영광은 네 것이며, 베르덴, 네가 곧 주검의 영광이다. 아칸드가 품은 사도의 사명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는 것이 애석하지만…… 너라면 머지않아 진실에 닿을 수 있겠지.”

아칸드의 사명은 드라벤에게 최악의 절망을 안겨 주었다. 호스트가 지적 충돌을 하면서 속삭인 정보가 입가에 맴돌았지만 애써 인내했다.
정보의 공유는 드라벤이 아니라 베르덴에게 독이 될 테니까. 아칸드와 같이 일부 사도의 사명은 강력한 금기로 얽혀 있다.

“아칸드에게 의심의 여지를 주어선 안 된다.”
“…….”
“네가 가진 비밀을 철저하게 감춰라. 발각되어도 변수가 되지 않을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7위계 이상의 흑마법으로 언데드 대군을 불러내 대륙 연합군을 지원할 수 있어도, 절대로 그렇게 해선 아니 된다.
혹여 아칸드가 베르덴에게 내재된 명운의 마도를 파악하면 높은 확률로 주검의 영광 내부 분열 계획은 물거품이 될 테니까.

“아칸드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때까지.”

누가 전쟁에서 승리할까.
그건 산 자의 몫이다.

쩌적…… 쩌저적…….

육신이 무너진다. 생각보단 오래 버텼다. 최후에 여한은 없다. 드라벤이 마지막 유언을 남기기 위해서 입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파아아앗.

베르덴이 왼팔을 뻗었다. 드라벤의 망가진 영혼 형태를 인식한 그가 ‘잿빛의 신성력’을 부여하자 영혼 균열이 빠르게 수복되었다.
어째서인지 될 것 같았다.
육체는 거짓된 것이기에 돌이킬 수 없지만 그의 영혼은 진실된 것이었다.

드라벤이 눈을 부릅떴다.

“이건…… 설마 신성력?”

드라벤은 책으로 베르덴의 일생을 접했으나, 그 일부밖에 보지 못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베르덴이 대체 어떤 원리로 암월의 마도를 모방했는지 위주로 내용을 정독했다.
그 안에 베르덴이 신성력을 다룬다는 이야기는 분명 없었다. 그리고, 이 신성력은 절대 루아스교의 것이 아니었다.

베르덴이 말했다.

“신격을 깨달아 영혼의 개념을 인식한 뒤로 줄곧 고민했다. 너와 같은 극악한 계명 위반자를 처단하는 걸 넘어서 자아와 영혼까지 아예 말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옛 왕의 부활을 막기 위해 베르덴은 <멸절>을 시전했고, 그건 드라벤과 루네시카의 영혼을 부수었다.
당시에는 영혼의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베르덴은 악마의 신으로서 첫 번째 계명을 좀 더 구체화했다. 그는 이렇게 산 자와 죽은 자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존엄을 갖고 떠나라, 드라벤 르마르크.”
“…….”

드라벤은 형태를 되찾은 자신의 영혼을 관조하며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7할 가까이 소멸할 때 상념을 정리한 드라벤이 목소리를 냈다.

“내 영혼이 존재하고, 네가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거다. 천국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드라벤은 사후 세계에서 고통받는 어린 제자들의 면면을 떠올렸다.
그도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리라.

“……‘먼저 해방의 언덕에서 기다리겠다’. 그렇게 전하면 루네시카는,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이해할 거다.”

루네시카가 베르덴을 믿을 수 있도록 그들만의 전언을 남긴 드라벤은, 조금 더 강한 어조로 마지막 유언을 고했다.

“그리고, 아니무스.”

드라벤은 아니무스의 권능과 연결된 건틀릿으로 초월자들을 상대했고, 베르덴이 전투 끝에 건틀릿을 분쇄하는 데 성공했다.

베르덴은 해당 건틀릿을 그링 아르카넘처럼 6대 전설에 속한 제1의 전설, 아니무스로 보았다. 그러나 드라벤의 자세한 설명에 따르면 ‘아니무스’의 본체는 따로 존재한다고 한다.

현재 아니무스는 옛 왕의 손에 있다.

“그 흉물은 반드시 파괴해라.”

아니면…….

“완전히 너의 것으로 만들거나.”

존재감이 이내 희미해진다. 육체를 잃어 더 이상 현세에 존재할 수 없게 된 드라벤은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베르덴과 에스티리아 왕국에서부터 엮인 주검의 영광, 그 수장의 최후였다. 물론 영혼이 남아 있는 한 최후라는 말은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달칵.

드라벤이 사라지자마자 책장이 열렸다. 갑자기 생겨난 문은 심해의 어둠으로 뒤덮인 미지의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드디어 종막인가.”

아르카디옴을 떠날 순간이 도래했다. 호스트에게 두 개의 질문권을 사용하면 이 심해에 더 이상 볼일은 없다.

[베르덴 폐하.]

[이 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알파와 베타가 각각 책 한 권씩 들었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베르덴의 기록과 드라벤의 기록이었다.

사라락.

베르덴은 자신의 기록을 살폈다.

드라벤이 그러했듯이 글귀는 베르덴에 관한 모든 내용으로 빼곡했다. 당시의 모든 생각과 감정까지도 생생했다. 역시 마치 세계 자체가 베르덴을 기록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장을 펼쳤다.
세계의 틈새에서 베르덴이 신격을 자각한 것을 끝으로 기록이 끊어져 있었다.

‘진정한 신이 된 영향인가?’

이러한 기록은 처음 보는 거라 단정할 수 없지만, 일단 정황상 그렇게 확인된다. 알파와 베타를 어깨에 올린 그가 책을 겹쳤다.

“둘 다 가져가지.”

[호스트. 반응?]

“싫다면 진즉 말했을 거다.”

베르덴은 드라벤의 영혼만이 아니라, 이 두 책도 아르카디옴의 끝에 닿은 그를 위한 상품의 일부라고 이해했다.

“상품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이 제멋대로 자신의 일생을 읽는 것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호스트가 돌려 달라고 하면 불태울 심산이었다.

드라벤의 책은 남겨 놔도 되지만…… 그래도 굳이 챙겼다.

베르덴은 여전히 잘못된 길을 걸었던 드라벤을 동정하지 않는다. 드라벤 스스로가 무지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극악한 악인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베르덴은 그저 드라벤이 지나온 발자취를 이해만 했을 뿐이었다.

마도 <명운>은 베르덴이 이 세상에 ‘힘에 의한 자유’를 선사하는 데 쓰이리라.

아공간에 책들을 수납했다.

이곳에선 사고가 가속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베르덴, 알파, 베타는 사고의 단축을 감당하고도 남았다.
그걸 감안해도 드라벤의 마도를 손에 넣는 동안 시간을 많이 소모했으니, 베르덴은 책장에서 생겨난 문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심연이 그들을 맞이했다.

* * *

적막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암흑 속에서 알파와 베타 특유의 푸른 타원형의 외눈이 명멸했다.

“…….”

통로를 벗어나자 순수한 공간 감각으로는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공동이 나왔다. 바닥은 선명했으나, 주변은 깜깜했다.
베르덴의 통찰력으로도 깊이 꿰뚫어 보기 어려운 어둠이었다.

{나는 드라벤과 내기를 했다. 동전을 던져 앞뒤를 맞힌 그에게 바라는 지식을 주었고, 또 아르카디옴의 끝에 도달할 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맞힌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명운의 마도를 타인이 재현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련해 주었다.}

찬란한 우주가 수놓인 로브로 몸을 감싼 인간형의 호스트는 공동 한가운데 서 있었다.

{드라벤은 네가 아르카디옴의 끝에 도달할 거라는 선택지를 골맀지.}

순간 베르덴의 촉각이 곤두섰다.

‘이건…… 뭐지? 동질감?’

베르덴은 형용하기 어려운 감각에 잠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호스트는 즐겁다는 듯한 기색을 보이며 살짝 턱을 들었다.

{상품은 마음에 들었나? 베르덴.}

“……사족은 집어치우지.”

베르덴은 애써 동질감 비슷한 이질감을 떨치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하급 질문권과 중급 질문권, 둘 중 무엇을 쓸지, 또 어떤 주제에 대해 질문할지 미리 정해 두었다.

“하급 질문권을 사용하겠다.”

{기꺼이.}

“사도는 뭐지?”

어째서 ‘당신’에게 충성을 보이지 않는 호스트와 블러디아가 사도인가. 베르덴은 사도의 본질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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