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55

1055화 정상 회의: 수립 (3)

한낱 퍼즐 조각이었다. 그건 찾아가야 할 자리에 다다랐음에도 완성된 퍼즐의 모습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단서였다.
그런 조각들이 점차 공백을 메워 가더니 어느샌가 선명한 그림이 눈앞에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세계 회의에서 합의한 이형종 제한 철폐가 긴급 정상 회의에서 이형종들이 연합에 함께할 정당성을 부여한 상황.
그것도 유골룡.
심지어 자기 자신을 초대 네크로맨서라고 주장한 언데드 드래곤.

부정할 수 없는 실재다.

언데드 특유의 사기를 압도하는 고결함이 그녀의 혐오와 적의를 허물었다. 믿기 어렵다. 얼마나 거룩한 사상을 품고 있길래 그것이 존재감에 묻어날 정도란 말인가?
전설적인 초대 네크로맨서 본인이 아니면 감히 설명할 수 없는 생소한 죽음이었다.

‘언제부터…… 이때를 염두에 둔 거지?’

베르덴은 세계 회의의 의제를 이용해 루아스교가 언데드와의 공존 가능성을 부정하지 못하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정황상 다크워튼 마탑주와 사전에 모의했을 터.

어쩌면 지성을 가진 이형종이나 악마를 곁들여서 인외(人外)의 전반적인 사회 공존을 거론한 것 자체가 눈속임이었을지도 모른다.

밀고 당기며, 자존심을 챙긴 교국이 결국 조약에 서명하도록.

언데드로 등장한 초대 네크로맨서와 어느 시점에 접촉했는지 몰라도 루아스 교국은 이미 잘 짜인 판 위에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에르세티아를 심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베르덴의…… ‘고상함’이었다.

모두가 기나긴 평화에 안주해 있는 사이에 그는 세계를 덮칠 고대의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고, 몇 년 사이에 블랙 아워와 소사이어티를 흡수해 에온이라는 신흥 세력을 꾸렸다.

주검의 영광과의 전투.
피울음 역병.
옛 왕의 부활.
세계 연합 창설.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도 에온은 철저하게 주검의 영광에 반격했다. 어느 모로 보아도 베르덴의 대응은 너무도 신속했고, 강했다.

혹시…… 혹시 베르덴은 애초부터 옛 왕의 재림을 대비한, 다크워튼 마탑이 미래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은가?

마법사 베르덴은 어느 날 정말 ‘갑자기’ 리비안트 공국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온갖 비공식적인 의뢰가 오가는 동대륙 중부의 회색 지대, 통칭 그레이에서 양지까지.
밑바닥에서부터 쌓아 올린 명성은 자수성가의 표본이었으나, 공국에 오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는 여태껏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에르세티아는 찰나에 내심 자문했다.

베르덴은 정말로 홀로 섰나?
스승이 있지 않을까?
초대 네크로맨서는 마법계 스승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마법사. 베르덴이 안데스의 제자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런 것치곤 베르덴이 흑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 걸리지만…….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자립했다기보다는 초대 네크로맨서가 배경이라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그렇게 가정하면 라인델이 왜 베르덴과 친분이 깊은지, 왜 교국만큼이나 주검의 영광과 대립각을 세웠는지, 어떻게 주검의 영광의 계획에 즉각적으로 대처했는지 단번에 이해된다.

물론 안데스와 라인델이 들었다면 “……?? 제자? 누가 누구의??”, “소설 이름이 뭐지?” 하고 반응했을 테지만, 그녀가 이러한 속마음을 그들에게 내보이는 일은 없었으니.

대의(大義)에서 뒤처진다.
명분(名分)에서 밀린다.
공적(功績)마저 미치지 못한다.

성녀 에르세티아는 비로소 베르덴이 세상을 향해 내세운 사명감을 인지했다. 적어도 옛 왕과의 두 번째 전쟁에서 루아스교는 베르덴에게 항변할 만한 입장이 되지 못했다.

에르세티아는 베르덴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오자 몸을 움츠렸다.

“대답.”
“……알겠어요.”

마치 오빠가 뭐라고 할 때마다 발작하던 광기의 여동생이 말 잘 듣는 고분고분한 여동생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연합장의 뜻에 따를게요…….”

여담으로 나이는 에르세티아가 베르덴보다 3살 더 많았다.

아무튼.

마침내 에르세티아가 찌그러졌다.

* * *

안데스 네크라일과 반토레온 로든 타라니스의 등장은 대부분의 참석자를 감탄하게 만들기에는 차고 넘쳤다.

그야 전설의 초월자들 아닌가?

특히 안데스는 말이다.

그들은 질문 욕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재개된 회의에 집중했다. 정상 회의장에 반쯤 얼굴을 들이민 거대한 유골룡을 바라보며.

[……최선은 태도의 문제이고, 최고는 결과의 증명이라고 하더군.]

안데스는 자신이 누군지 증명하듯이 8세기 전의 소회를 담담히 풀어헤쳤다. 부연이 없었더라도 그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가 이야기에 경청했다.

[우리의 인과는 아칸드와의 결착을 미래 세대에 맡겨야 하는 근심이 되었네. 후회와 아쉬움에 마음이 젖었으나, 결국 그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시대의 재건에 집중했지. 그것이 올바랐네. 과거도, 미래도 손이 닿지 않으니 현실만 볼 수밖에.]

그가 시선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난 아직 역사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네. 착각, 그래, 분명 미련이겠지. 많은 인명이 희생됐는데도 승리 아닌 승리에 만족해야만 했던 현실에 납득하지 못한 걸지도…….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주검의 영광처럼.]

“…….”

[벌써 인지한 사람도 있겠지만 언데드로 부활한 대가로 나는 초월을 상실했네. 자살로 이상에 얽매인 존재를 버린 탓이지. 그렇지만 여기 당대의 다크워튼 마탑주 덕에 옛날과는 다른 힘을 손에 넣었기에, 그리 무력하지는 않네.]

라인델을 위시한 다크워튼 마탑의 고위 장로들과 특수한 유골룡을 조성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걸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크세리온 제국의 사룡을 상대하기 위한 개체이니 만큼 일반 유골룡을 압도하는 강함을 가지고 있으나, 죽음의 기운이 너무나도 짙어 고삐를 놓는 순간 주변 모든 생명체에게 증오를 흩뿌릴 터.

라인델이 아니고서야 그것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는 흑마법사는 없었다. 그리고 그의 전력을 그런 식으로 낭비할 바에 차라리 유골룡을 쓰지 않은 편이 합리적이었다.

여기서 안데스는 묘수를 꺼내 들었다.

시체 병합 및 정신 이식.

마도 <사령>의 고유 마법이 두 언데드의 융합을 도모한 것이다.

안데스는 스스로 골수를 녹여서 유골룡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이내 정신계에서 유골룡의 본능에 맞서 결사의 줄다리기를 벌였으니.
자아는 성공적으로 확립되어 마도를 개방할 수 있는 언데드 드래곤이 탄생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옛 망령에 불과하네. 뭐, 이렇게 변했으니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망룡(亡龍)이랄까.]

안데스는 거대한 형상에 어울리지 않는 농담을 하면서 인간성을 보였다. 이윽고 투명한 자색 불꽃의 눈에서 책임감이 타올랐다.

[사자(死者)가 얼마나 생자(生者)에게 적대적인 이형종인지 잘 알고 있네. 그 증오와 혐오는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지. 하지만, 본능과 감정에 휘둘리기만 한다면, 지성체는 왜 거듭 사유하며 세상에 존재하려 하겠는가.]

안데스가 흔들림없이 선언했다.

[부디, 기탄없이 나의 죽음을 이용하게.]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언데드라서 불안해 배제하고 싶다면 차라리 아칸드의 전력을 깎아 내는 데 자신을 이용하라는 호소였다.

“산 자를 위해서 죽는다. 역시 자네는 제정신이 아니야. 주검의 영광이 아칸드에 쓴 죽음의 의식을 변형해 언데드로 다시 탄생하면서까지 그 이타성을 추구하다니, 초월자보다 미친 사내로서 역사에 다시 기록될 걸세.”

[내가 그런 선택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상을 향한 집착 탓이겠지.]

“이상을 위해서 이상을 버려야 하는 모순 또한 초월자의 덕목일지도. 자네가 초월의 경지를 상실한 것은 아쉽지만, 나쁘지 않아. 그 강함은 특히 마음에 들어!”

안데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반토레온이 턱을 쓸었다.

‘이야말로 세계 연합일 터.’

약 8세기 전의 초월자 전쟁은 사실상 인간만의 분쟁이었다. 애초에 초월자라는 개념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다.
크세리온 제국과 충돌한 것은 루아스교와 당시 초월자들이니, 엘프, 수인, 드워프는 거의 끼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를 보라!

인간, 엘프, 수인, 드워프, 심지어 언데드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다. 크세리온 제국이 강맹해졌다면, 연합은 더 확대되었다.

“역사상 최고의 전쟁이 되겠군……!!!”

[체통을 지키게.]

전투에 미친 마법계 초월자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그 광소가 멎는 순간 베르덴이 분위기를 환기했다.

“안데스 네크라일의 합류에 대한 이견은 없다고 봐도 되겠지. 루아스교도 마찬가지로.”
“예, 물론입니다.”

교황 로마누스는 즉답하며 몇 번이고 안데스를 힐끗거렸다. 동화 속의 용사를 실제로 만난 아이와 같은 밝은 눈빛이었다.

“…….”
“휴우.”

성녀 에르세티아는 주눅이 들었는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성자 레온하르트는 마찰이 없어서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안데스가 미소를 지었다. 유골룡인데도 웃는지 안 웃는지 느껴질 정도다.

[받아 줘서 고맙네.]

“어이쿠, 그런 말씀을…….”

몇몇 마탑주가 반사적으로 굽신거렸다. 언데드든 뭐든 10대 마탑의 창설자의 권위는 그들에게 예절을 강제했다.
마법도시 비렌테의 시장과 마법 자주 연대의 리더는 진즉 눈을 내리깐 지 오래였다.

어쨌든.

베르덴과 라인델 이후 거수한 참석자가 없으므로 국제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외부 전력의 합세는 여기까지인 듯했다.

“그럼, 첫 번째 소의제를 재개하지.”

잠시 얘기가 길어지긴 했지만 첫 번째 소의제도 끝나지 않았다.

아홉 개의 사문.

공략에 활용할 추가 전력을 회의에 끌어들였으니 이제 전략을 논할 차례다. 키퍼 아세트로와 죽음의 이해자 라인델이 직접 공유한 내용 전부에 뼈와 살을 덧붙인 정보를 곁들여서.

“다시 말하겠다. 우리는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공격전을 감행해야 한다. 지치지 않고, 수의 끝을 알 수 없는 언데드와의 전쟁은 장기전이 될수록 승산도, 사기도 꺾일 터. 그러니 단기결전으로 최대한 많은 사문을 봉쇄해야 하는 형국이다.”

베타가 [마테리아스]를 대륙 각지에 자리한 여덟 개의 사문을 부분 확대했다. 남은 하나의 사문은 옛 왕 그 자체이기에 다른 사문처럼 현재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각각의 사문은 서로 다른 영역과 전력을 갖고 있다. 다크워튼 마탑주가 보여준 사문의 내부도 천차만별이라, 그 안에 뭐가 존재하고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는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지.”

북부의 왕 – 에레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단일 전술로는 부족하다는 말이군요.”
“그래, 현재로서는 사문 너머의 영역이 파악되지 않은 터라 확인된 델하룬의 사문을 제외하고 최적의 전략을 구상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주검의 영광의 수장인 드라벤의 지식에도 사문의 정보는 일부 베일에 싸여 있다. 녀석은 그저 아칸드가 부활한 영향으로 생겨난 사문들을 개방하는 것만이 목적이었으니까.
크세리온 제국 시절에는 사문이란 게 없었으니 구조에 대해 그가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여러 단서를 통해서 사문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다.

‘사문은 곧 영혼의 공간.’

사문은 운명의 원천이 있는 다섯 번째 세계와 관련이 깊다.
일종의 부산물이랄까?
그것은 금기의 경계선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델하룬의 여제와 라인델은 통과시켰으나, 베르덴은 철저하게 출입을 거부했다.

‘호스트는 파멸의 개념으로 사문을 붕괴시키면 참사가 날 거라고 언질했다. 그러니 사문에 들어갈 수 없는 건 오직 나뿐이겠지.’

그러므로 베르덴은 내부로 들어갈 필요가 없는 사문을 담당해야 한다.
그렇다.
옛 왕 – 아칸드.
연합군이 사문을 공략할 때까지 최전선에서 놈이 지휘하는 군세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그게 베르덴의 주된 몫이리라.

베르덴은 사문의 정체를 모조리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옛 왕의 권능에 대해 언급했을 때와 똑같은 이유다.
영혼의 개념을 거론하려면 루아스교의 교리에 반박해야 하니까. 빛의 신인들이 영혼을 이해해야 한다면, 자연스레 깨닫게 하는 편이 낫다.

베르덴이 말했다.

“하물며 이전에 직접 로니아 왕국에 있는 사문에 진입해 봤지만 나는 들어가지 못했다.”
“원인이 무엇입니까?”
“알 수 없다. 나와 같은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이렇듯 여러모로 불안 요소가 크니, 효율적인 배치를 우선하는 대신 가장 위험한 것부터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겠지.”

베르덴 자신은 왜 사문을 통과할 수 없는지 물 흐르듯 흘려 버리고는 총 세 개의 사문을 모두가 보란 듯이 최대로 확대했다.

서대륙 남부의 펜드렌호에 하나.
동대륙 남부에 하나.
마경에 하나.

“대륙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호수인 펜드렌호가 완전히 오염되면 인접한 이텔 왕국과 발데라 왕국은 초토화될 거고, 아르나크 제국의 국경까지 언데드가 들끓기 시작하겠지.”

이텔 국왕과 발데라 국왕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특히 이텔 국왕은 펜드렌호의 사문으로 인해 도시를 하나 영구히 잃어버렸다. 그들과 이웃한 바림티엘의 협왕도 꿀꺽 침을 삼켰다.
그들과 달리 제라클 황제는 술잔을 든 채 조용히 [마테리아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대륙 남부 전체를 망가뜨린 사문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타락자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우리는 옆에 있는 가족조차도 믿지 못하게 될 거다. 인류의 배신자들 이상으로. 게다가 근처에는 사문이 하나 더 있어서 토벌 난이도는 몇 배로 증가한다.”

죽음이 두려워 배신을 택한 자들은 타락자가 돼 로니아 왕국과 하부 수인 부족의 생존자들을 역으로 위협했다.
그 영향력이 대륙 전역에 퍼지면 온전한 수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마경. 여긴 키퍼가 설명했으니 말할 것도 없지. 방치하면 희망은 없다.”

베르덴은 경건하게 손을 모았다.

“단언컨대 이 셋 중 하나라도 공략에 실패하면 끝장이다. 과잉 전력을 투입해도 어쩌지 못하면 세계 연합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할 테니.”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토벌군단에서 현장을 지휘할 세 명의 군단장을 선정하겠다.”

베르덴이 미리 생각해 둔 인선을 호명했다.

“레프라기움 마탑의 대행자, 메이아.”
“…….”
“마경 군단장.”

시선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레프라기움 마탑주인 데우스도 그중 하나였다.
난데없이 조명을 받은 메이아가 눈을 끔뻑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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