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54

1054화 정상 회의: 수립 (2)

정상 회의장의 조명이 푸른빛 수염과 머리카락을 비춘다.
노인이나, 건장한 육체.

전투가 주 수입원인 헬리온 마탑의 주인으로서 많은 전장을 경험한 트리톤 마르투스보다 체격은 조금 작았지만, 그 밀도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경험에 의거한 직감이 말했다.

‘이 무슨, 마치 투신(鬪神)이 아닌가……!!’

트리톤의 6위계를 초월한 경지에 도달한 자는 몇 명이나 있지만, 자기 자신을 반토레온이라고 소개한 초월자의 기세는 무척 낯설었다.
그야말로 기백.
얼굴을 맞닥뜨리는 것만으로도 치열한 전장에 선 것 같다. 트리톤은 무의식적으로 근육을 꿈틀거리며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

‘이자가…… 주군께서 말씀하신 반토레온.’

어레인에 찾아온 반토레온을 이자벨라는 본 적이 있지만, 당시 가레스에게 입은 부상을 회복 중이던 아드리안은 초면이었다.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반토레온의 고유한 존재감이 회의장을 그렇게 만들었다.
북부의 하늘이 다시 번쩍인다.
뇌성이 고막을 긁었다. 선명한 번개가 일렁이는 눈동자가 이미 점 찍어 둔 베르덴을 제외한 강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과연. 자극적이군. 마음 같아서는 전부 붙어 보고 싶을 정도로.”

데우스 위덴.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
라인델 넥스레온.
벤디에 카에나르.
가레스 시릴리아드.
에르세티아.
세렌디아.
안티아스.

반토레온의 사나운 광기가 가리키는 존재들은 그들뿐이다. 종족은 관계없다.
나머지는 ‘완성되지 않았거나’, ‘개인적인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한계가 자명’하여 그의 모든 걸 끌어낼 수 없기에 제외했을 뿐이다.

“자네도 그러한가?”

반토레온이 어깨 뒤로 눈길을 향했다. 어느샌가 그의 목에 단검형 아티팩트를 겨누고 있는 벤디에가 보였다.

“템플의 마스터.”
“저에 대해 아는 게 많아 보이는군요.”
“만나지 않아도 상대를 알아볼 길은 많네. 걸어온 자리에 존재의 흔적이 남는 법이니. 물론 이렇게 직접 마주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벤디에의 단검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해 자기장이 형성됐다. 날이 뜨거워진다. 회의장의 불빛이 빠르게 점멸했고, 금속 물질과 [마테리아스]의 마력 지도에도 영향이 가해졌다.
마력과 전격의 파장이 금속제와 매직 아이템의 구성 물질을 진동시킨 것이다.

“자네는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워 타인이 존재할 가치를 헤아린다고 들었네. 그리고, 이해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하면 그것이 초월자든 누구든 죽이거나 죽는 것보다 못한 상태로 만든다지.”

반토레온이 테이블에 팔꿈치를 걸쳤다.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나의 가치는.”
“루아스 교국이 공개한 진실된 역사에서 당신의 이름을 보았습니다. 광명의 대재해. 옛 왕에 정면으로 맞서고, 결국에는 크세리온 제국과의 전쟁에서 세계 연합의 승리를 이끌어 낸 주역 중 하나. 그때의 기록을 참고하면, 당신은 영웅입니다.”
“후한 평가구먼.”
“다만.”

벤디에는 칼을 거두지 않았다.

“부활을 대가로 주검의 영광과의 약속을 이행한 탓에 동대륙 남부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과거의 행보와 현재의 모습에 괴리가 있으니, 여기서 묻겠습니다.”
“듣고 있네.”
“어렵지만 빠른 길, 쉽지만 느린 길.”

그녀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당신은 어느 쪽이죠?”

모든 초월자는 이상의 완성을 꿈꾸며, 그 방도는 두 갈래로 나뉜다.

결과만을 바라보는 이상.
결과와 과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상.

벤디에가 항상성을 망가뜨려 폐인으로 만들었던 산디르 파엔은 전자에 속한다. 상대의 감정을 빛으로 정의하고, 오직 더 밝은 빛을 바랐기에 수천, 수만에 달하는 무고한 인명을 훼손했으니.

반면에…… 이그나시아는 후자다. 이 구분법으론 엄연히 산디르와는 다르다. 그녀는 쾌락을 중시하나, 그렇다고 시민들의 정신을 고문하거나 일그러뜨리는 등 일선을 넘지는 않았다.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그나시아는 꽤 정상적인 초월자다. 어디까지나 벤디에의 관점에서는 말이다.

베르덴과 아드리안도 당연히 후자의 초월자다.

베르덴은 지성체의 존엄을 위해 세 개의 계명을 세웠고, 아드리안은 베르덴을 위할지언정 충성의 맹목에 빠져 있지 않으므로.

“대부분…… 아니, 사실상 모든 초월자는 이상을 이루기 전에 죽는다네. 닿을 수 없는 달빛에 현혹된 나방과 같은 꼴이지. 앞으로만 가도 부족할진대 어찌 뒤를 돌아볼 여유가 있을까? 크세리온 제국과 대립한 것은 순전히 이상에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지.”

반토레온은 정확히 벤디에가 원하는 형식으로 답변했다.

“나는 영웅이 아니야. 오히려 학살자의 면모에 아주 가깝다네.”
“그럼 당신이 없는 것이 세상에 이롭겠군요.”
“분명 그렇겠지.”

전격이 깃든 손가락이 단검에 닿았다. 벤디에의 신경이 약동했다. 당장이라도 허리를 비틀어 살수를 펼쳐도 이상하지 않을 긴장감.

“제 기준에는 미달이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연합에 속한 몸이라, 당신에 대한 가치 판단은 잠시 뒤로 미루도록 하죠.”

벤디에가 단검을 회수했다.

“베르덴. 당신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를 통제할 수단은 있습니까? 전장에서 적이 된다면 치명적일 텐데요. 그리고 전쟁이 종식된 이후에도 그 위험성은 좌시할 수 없습니다.”
“종전 이후는 걱정하지 마라.”

베르덴이 확언했다.

“내가 직접 처분할 테니.”
“……!”

고대 제국과의 전쟁이 끝나면 죽이겠다? 그것을 당사자의 면전에서 말하다니, 상원과 하원 할 것 없이 반토레온의 반응에 주목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반토레온은 분노하긴커녕 웃고 있었다.

“내가 베르덴에게 제안했네. 대륙의 편에 설 테니 생사를 일절 고려하지 않고 나와 전력으로 싸워 줄 수 없겠냐고. 아직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었는데, 이제 수락했다고 보면 되겠나?”

베르덴은 반토레온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으나, 아르카디옴에 다녀온 뒤, 그러니까 드라벤을 통해서 크세리온 제국에 대해 깊이 이해했기에 그를 연합에 들이기로 결정했다.
어레인에서 반토레온이 주고 간 수첩.
그 안에 기록된 크세리온 제국의 정보 중 거짓은 없었다. 그저 악필일 뿐이었다.

“그래, 약속하지.”
“좋네. 그러면 나는 이 자리에서 대륙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네. 우리는 수치가 무엇인지 아는 초월자들이니 별도의 구속은 없어도 약속은 반드시 지켜지리.”

반토레온은 자리에서 당장 일어나 베르덴의 몫인 프로하스산 딸기주를 들이켜곤, 이내 새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기쁜 날이군. 기쁜 날이야. 심지어 술맛이 아주 훌륭해. 음? 자네들은 왜 마시지 않지? 원하면 내가 마셔 줄 수 있는데.”
“드, 드십시오.”

리비안트 공왕과 벨디른 공화국의 브릴런 최고 위원이 어느새 곁에 다가온 반토레온에게 입도 대지 않은 술을 진상했다.

“오, 당대의 수왕. 건배하겠나?”
“…….”
“왜 말을 하지 않지?”
“이전 의장에게 발언권을 박탈당했거든.”
“저런, 저런, 나도 과거 연합 회의에서 발언권을 박탈당한 적이 몇 번 있었네. 규율은 귀찮은 것이야, 하지만 규칙에 따른 처벌에 순응하는 것 또한 강자의 미덕이지.”

반토레온에 차례대로 안티아스, 유리온, 제라클 황제와 잔을 맞댄다.
안티아스는 제법 재밌다는 듯 소리없이 웃었고, 유리온은 서약자로서 약속을 중시하는 모습에 그가 꽤 마음에 들었다.

놀라운 친화력.

기세를 거둔 반토레온은 영락없이 힘이 넘치는 쾌활한 노인이었다.

“자기 소개는 그쯤 하도록.”
“실례했군. 감정 표출은 자제하지.”

반토레온은 곧바로 베르덴의 지시에 따라 뒤로 물러났다.
워낙 갑작스러운 등장이었기에 분위기는 여전히 복잡했지만, 단 한 가지 사실만은 동틀 무렵 하늘처럼 선명했다.

베르덴의 책임 하 연합에 새로운 8위계 초월자가 더해졌다.

그것만으로도 새롭게 쓸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이 한둘이 아닌 데다가 그에 비례하여 대륙의 승산 또한 높아질 터.

왕들은 어째서 베르덴이 세계 연합군의 수장을 자처했는지 진심으로 이해했다. 그가 아니면 지휘에 장애가 생길 것이다.
정보와 전력.
지금 공개한 것만 봐도 정점으로 베르덴 이외의 적임자는 없었다.

그때, 레온하르트가 쭈뼛쭈뼛 손을 들었다.

“그럼…… 여제와 대제도 연합에 들어올 여지가 있는 건가요?”
“둘은 반토레온과 다르다. 크세리온 제국 측에 서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연합이 들어올 성격도, 이유도 없지. 무엇보다 대제는 몰라도 여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베르덴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안티아스, 즉 수인족이었다. 3세기 전의 이종족 전쟁에서 여제는 당시의 수왕과 많은 수인을 살해한 끝에 힘이 다해서 죽음을 맞이한 초월자이므로.

“수왕, 안티아스. 발언해도 좋다.”
“내가 지배하는 수인 종족은 사냥에 이유를 묻지 않는다. 굳이 적의를 가질 것도 없지. 오히려 여제를 만나면 묻고 싶군.”

안티아스는 큼지막한 손으로 딸기 쿠키를 여러 개 씹어 먹으며 턱짓했다.

“수왕을 죽인 기분이 어땠는지.”
“참고하지.”

베르덴은 고개를 끄덕였다. 벤디에는 반토레온을 의식하며 다시 착석했다. 그렇게 불청객은 참석자의 권리를 얻었다.

“이로써 연합의 전력은 증강됐다. 다시 말하지. 우리는 과거와 편견을 잠시나마 접어 두고서 외부의 강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추천할 만한 존재가 있다면 거수하라.”

반토레온이란 대표적인 예를 보았음에도 대부분 참석자는 미동도 없었다. 당연했다. 정상 회의는 대륙 최고 전력들이 모인 자리.
이들을 제외하면, 세계적인 논의가 필요할 만한 강자가 과연 얼마나 더 존재하겠는가.

리반데일 대공이 눈을 감았다.

‘천공룡 아에로돈은 해츨링이라 유의미한 전력은 되지 못할뿐더러 녀석을 공개할 이유는 추호도 없다. 흠, 그나마 제국의 죄수들이라면 쓰기에 따라서 제법 날카로운 칼이 되겠지만…….’

베르덴이 추천한 반토레온에 비할 바는 전혀 못 된다.
하물며 죄수들을 어떻게 쓸지는 국가의 재량이지 세계 연합의 권한이 아니므로 회의에서 꺼낼 소재는 아니었다.

그 순간.

라인델이 고고하게 손을 들었다. 모두가 지금의 주제에 발언할 만한 거리가 없는 상황이라 그런 건지 그가 한 층 더 돋보였다.

“공인(公認)이 필요한 존재가 있네. 필요하다면 지금 부르지.”
“허가하겠습니다.”
“그럼…….”

사경의 마도가 바깥을 향해 손짓한다.

몇 분이 지났을까.

공간을 넘어온 것인지 거대한 존재감이 요새를 향해 다가왔다. 점차 선명해져 가는 특유의 불길함에 빛의 신인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르세티아가 못 참고 일어섰다.

“사기(死氣)가……!”
“이 마력은? 허, 이럴 수가.”

반토레온이 멍하니 수염을 쓰다듬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자네, 살아 있었나?”

거대한 그림자가 노르드발트의 지붕을 덮으면서 진동이 발생했다.

쿠우웅……!

거리에서 큰 소란이 발생했다. 하나둘씩 마력과 기를 발현했다. 다급한 얼굴을 보니, 당장이라도 전투 태세에 돌입할 작정인 듯했다.

그것의 눈동자가 창가에 드리웠다.

유골룡.

주검의 영광이 다루었던 것보다 몸집이 더 크고, 날카로운 언데드 드래곤이 정상 회의의 참석자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현 네크로맨서와 다크워튼 마탑에서 할 작업이 있다더니.’

이 광경은 베르덴에게도 예상 외였다.

‘설마 드래곤이 되어 나타날 줄이야.’

라인델이 직접 구축한 유골룡───그에 정신이 깃든 초대 네크로맨서, 안데스 네크라일의 입가가 곧 벌어졌다.

[반갑네. 나는…….]

“안데스 네크라일!”

반토레온이 껄껄 웃으며 양팔을 펼쳤다. 이 둘은 참혹한 초월자 전쟁에서 함께 등을 맞댄 전우이기도 했다.

“설마 초대 네크로맨서가 언데드가 되어 나타날 줄이야! 하하하하! 역시나 자네의 삶도 순탄치 않았나 보구먼!”

[……반토레온. 부활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옛날 그대로군. 크흠.]

안데스는 언데드답지 않게 일절 증오를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마치 사람처럼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안데스 네크라일이네.]

다크워튼 마탑의 창시자.
초대 네크로맨서.
검은 성현(聖賢).
성자 에단벨트의 친구.

현 10대 마탑의 뿌리 그 자체인 마법사 드래곤의 등장에,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마탑주들이 입이 떡 벌어졌다.

교황도 그러했다.

옛 왕을 봉인하는 순간에 교황과 성자가 목숨을 바쳤지만, 거기에 안데스가 없었다면 분명 실패했을 거라며…… 당시의 성녀가 그 광경을 생생하게 남긴 기록이 있었다.
루아스교가 다크워튼 마탑과 여태껏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안데스와 그때 신인들의 친분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증명한다.

‘이 상황은…… 전혀 돌발적인 게 아니야. 전부 계획적이지.’

에르세티아가 즉각 테이블로 올라가 베르덴에게 다가섰다.

“……저 유골룡이 진정으로 초대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언데드를 세계 연합에 들이다니. 이건 유례 없는 일입니다. 하다못해 우리에게 언질이라도……!”
“언질은 했다.”

베르덴이 즉답했다.

“세계 회의에서.”
“세계 회의……?”

에르세티아가 멈칫했다. 세계 회의에서 어떤 논의와 합의가 오갔는지 기억이 순식간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형종의 종족 제한 철폐.
에온의 권역 내 이형종 거주 구획 인정.

───다른 이형종이야 원래대로 모험가 길드에서 주관하되 언데드는 다크워튼 마탑과 저희 루아스교가 동시에 심사하겠습니다. 두 세력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언데드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 조항을 추가하지 않으면 저희는 신성의 소의제를 거부하겠습니다.

───루아스 교국이 이 다크워튼 마탑을 이리 불신할 줄은 몰랐군. 고작 언데드를 검증하는 것 하나 맡기지 못해서 동시 심사를 제안하다니.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선언하시죠. 사회에서 공존하게 된 모든 언데드가 일으킨 죄는 다크워튼 마탑주가 책임지겠다고.

───……좋다, 내가 책임지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더는 반대할 수 없겠군요. 추가 조항 중에 언데드 건은 제외하도록 하죠. 신성,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베르덴은 지성을 가진 언데드와의 공존을 바랐고, 논의 끝에 다크워튼 마탑이 무한한 책임을 지는 대신 그들이 동의한 언데드 개체만 공존 대상으로 삼겠다고 약조했다.
루아스 교국의 심사 없이도 말이다.

“설마, 그때부터?”
“다크워튼 마탑주의 심사는 통과했다. 그는 공존 대상이니 종족적으로 배척당할 근거는 없지.”

베르덴이 한 발짝 다가왔다.

“반대하고 싶으면, 언데드라는 것 말고 다른 이유를 제시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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