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57

1057화 전시 태세 (1)

대륙 전쟁을 상정한 긴급 정상 회의.

공식적으로 창설된 세계 연합은 여러 현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첫 번째 소의제는 아홉 개의 사문.
두 번째 소의제는 포로의 처분.
세 번째 소의제는 군단 편성 및 전략 수립.

데우스에서 베르덴으로 의장직이 이양되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전부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아무리 절차를 최소화해도 다양한 세력과 종족이 하나의 연합군 체제를 조직하는 과정은 당연하게도 복잡하고, 난해하며,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으므로.

“마경에서 발호한 언데드 무리가 중앙 대륙만을 침범했다고 하나,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소? 그러므로 동대륙에서도 최악을 대비해야 옳소. 우리 카일리언스의 국경을 허용한 순간 동대륙 중앙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테니.”
“허, 그래도 해상까지 물 샐 틈 없이 관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병력이 넓게 분포하기보다는 방어선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걸세.”
“저희가 방어에 전념하며 보급을 담당해야 하니 만큼 내부의 적도 상정해야 합니다. 배신자도 문제긴 한데, 언데드가 저희 영토 내에서 창궐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대는 단순한 언데드가 아니라 하나의 제국이니까요.”
“적의 침범을 상정한 대책이 필요하겠군요.”

동대륙 중부의 정상들이 한데 모여 지도에 선을 그으며 말을 주고받는다.

“최악으로…… 토벌군단이 사문을 폐쇄하기 전에 적이 국경을 넘을 경우 우리는 즉각 도시를 중심으로 장기전에 돌입해야 하네. 도시를 하나씩 주면서까지 버티고, 또 버티는 것. 끝끝내 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보급을 지켜야 하네.”

리비안트 공왕이 전쟁에 대한 조예를 아낌없이 풀어 냈다.
벨디른 공화국과의 전쟁 도중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독립을 선언해 공국을 건국한 장본인이니 그 경험은 세월로 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 옛 왕은 대륙 전역에 공간 이동을 차단한 적이 있다. 마도국의 인공 동력원이 공간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놈도 다른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
“공간 이동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건가. 어렵구나.”
“마경 군단은 그야말로 최정예 중의 최정예로 구성하겠습니다.”
“동대륙 남부에는 사문이 두 개나 되니 타락에 휘둘리지 않을 군단 하나가 더 필요한데…… 누구를 데려갈까.”
“펜드렌호 토벌대 파티원 구함.”
“길거리에서 모험가 파티원 모집하듯이 말하지 마십시오, 테아렐…….”
“테르네티아 연방에 있는 사문도 좌시할 수 없는 문제요.”

이렇듯 정상 회의는 저마다 모여 각각의 회의를 갖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베르덴이 날고 기어도 한 명 한 명 의견 받아 가며 조율하면 거짓말 안 하고 몇 주 낮밤을 새워도 정상 회의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애당초 정상 회의를 일찍 잡았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옛 왕이 그렇게 빨리 봉인을 부수고 나올 줄 누가 알았나.
십수 일 만에 정상이 다시 집합한 것도 결코 느린 대처가 아니었다.

베르덴의 주관하에 몇 번이고 모임이 교체됐다.

상호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하다 보니 왕은 왕끼리, 초월자는 초월자끼리, 마법사는 마법사끼리 나눌 수는 없는 노릇.

세계의 하원과 상원은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하여 기탄없이 이야기를 가졌다.
유리온이 괜히 눈치 보며 말을 아끼다가 실전에서 어긋난 순간 모조리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엄포해서는 아니었다.

“테르네티아 연방 중심에 떡하니 사문이 생겼소! 서둘러 봉쇄 구역을 최대한 좁히지 않으면 후환이 될 거요! 보시오! 세계 회의에 참석했던 연방의 대표 일부는 죽어서 참석조차 못 하지 않았소! 세 개의 사문 다음으로 심각한 것이 연방이오!”
“심각한 거 누가 모릅니까? 연방의 중심은 이미 적의 소굴입니다! 소굴! 무턱대고 진입했다가 함정에 당하면 책임질 겁니까, 딘엘 국왕!”
“연방이 무너지면 다음은 딘엘 왕국이 차례니 조급한 건 알겠지만, 이는 섬세한 조율이 필요한 사안일세. 우리는 중앙 대륙 남부의 군이 되어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이루어야 하니.”
“태평한 소리요……! 우리는 어떻게든 남진해서 벨르카르강 상류까진 확보해야 하오! 연방의 대표들! 내 말이 틀렸소?!”
“벨르카르강에 봉쇄선을 구축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근방 도시는 이미 언데드에 당한 터라 위험할 수가 있─”
“전쟁은 본래 위험한 거요! 남진(南進)! 남진!”

회의에서 제대로 기도 펴지 못한 왕들이 언성을 높였다. 자국의 흥망이 걸려 있다. 눈알만 뒤룩뒤룩 굴릴 때가 아니었다.

상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피 튀기도록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그것이 대표이자 위정자의 책임이다.

외교적 보복이라도 당할까 봐 뒷일을 생각하며 자중할 여유 따위는 없다. 전운의 악취는 이미 코앞에 다가왔다.

“델하룬은 내 권역이다. 당연히 내가 델하룬의 군단장을 해야 사리에 맞지. 이걸 굳이 말로 설명해야 하냐?”
“군단장 임명은 주군의 권리다. 너는 입 다물고 기다려.”
“좆 까.”
“또 그때처럼 처맞고 싶나?”
“이 새끼가 말하는 거 봐라? 야, 너하고 여제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기서 다 까발려 줘? 시발, 애써 입 닫아 줬더니.”
“내가 말이 심했군.”

군단장은 해당 토벌군단의 전권을 갖는다.

누가 머리에 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테니, 가레스는 기왕 연합에 들어온 거 제 권역을 담당하고 싶어 했다.

논점은 군단장만이 아니다.

토벌군에 필요한 마석, 매직 아이템, 아티팩트 등 전략 물자도 큰 문제 중 하나였고, 마탑들은 저마다 유리한 전장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들은 마법사답게 전쟁에서 승리한 뒤의 세상을 염두에 두었다. 변변찮은 공훈조차 없이 어찌 훗날의 영광을 논하겠나?

“우리 화산섬의 마탑이 자랑하는 화력은 동대륙 남부 지형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라리안 마탑은 정신계 대책이 되어 있습니다 저희를 유리온 폐하의 군단에 편입하지 않는 것은 승산을 낮추는 일이며───”
“알았으니까 생각 좀 하게 기다려!”

마탑주들은 직접 군단장들에게 마탑이 그 군단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
마법계에 눌러앉은 터줏대감답게 예사롭지 않은 혓바닥이었다. 그들이 작정하고 내놓은 논리는 정연했고, 또 타당했다.

“호호호, 자금만 받쳐 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지요. 3대 은행은 어쩌면 이 전쟁에서 가장 역할이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찬입니다. 하지만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돈 몇 푼으로 인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큰 이득이겠습니까?”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야말로 대륙 3대 은행의 귀감. 자, 그럼 서둘러 세계 연합의 총 재원 확인부터 끝내 보도록 할까요?”

예산 편성.

“벤디에, 군단장으로 추천해 줄까? 솔직히 동대륙 남부의 다른 사문을 공략하려면 너와 템플이 적임일 것 같은데.”
“저는 군을 지휘한 경험이 적습니다. 딱히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다만 템플의 동대륙 남부 파견은 찬성입니다.”

군단 구성.

“드워프의 전쟁 병기에 방해되지 않게 수왕과 세계수의 관리자는 유격군이나 맡는 게 좋을 거요. 짐승과 귀쟁이가 함께 토벌군단에 속해 봤자 우리만 못할 테니.”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거지? 아래인가?”
“앗, 여기 난쟁이가 있네요.”
“꺼지시오.”

종족 간의 사소한 마찰.

“…….”
“…….”
“…….”
“눈으로 대화라도 나누는 건가?”

제라클 황제, 섭리자 – 데우스, 다크워튼 마탑주 – 라인델이 말없이 상대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을 본 리반데일 대공의 한소리.

“현재 공간 이동을 가능케 하는 원천의 동력원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마탑의 동력원을 쓴다면 또 모를까…….”
“마도왕, 마법의 국가로서 고유한 마법진 기술이 유출될까 염려되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지금은 대승적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공간 이동 수단이 사라지면 기동력의 우위를 잃게 될 것이고, 또 즉각적인 원호가 어려워질 테지요.”
“그렇겠지. 좋다, 베르덴이 보안을 장담한다면 기꺼이 기술을 공유하지. 그나저나 교국은 성녀가 직접 전방에 나설 건가?”
“기본적으로는 성소에서 성창을 이용해 범대륙적 좌표 타격을 실행할 계획입니다. 세계 전역에 파견한 대주교들은 제 눈이 되어줄 거고요. 그 편이 연합에는 더 도움이 되겠죠.”
“최전선에는 저와 교황이 나설 겁니다.”

7대 마도왕 – 반젤리스와 루아스 교국 신인들의 전략 및 전술 의논.

“알파, 이 두 가지 전술의 효율을 산출해 비교해 줄 수 있습니까?

[확인.]

“지도 아티팩트를 이용해도 될까요? 또, 지형에 따른 검토가 필요한데…….”

[알겠습니다. 보조하겠습니다.]

알파와 베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다방면에서 그들을 지원했다. 녀석들의 치밀한 계산은 마치 실전 못지않은 예상 결과를 도출했다.
참석자들 마음속에 집에 작은 인공 골렘 하나씩 두고 싶은 욕망이 커져 갔다.

이렇게 회의는 점진적으로 유의미하게 진행됐다.

논쟁이 격화되며 감정적인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초반에 성녀와 성자가 막 날뛰었을 때보다는 훨씬 더 안정적이었으니.
텅 비어 있던 틀이 채워지며 제대로 된 연합군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르덴도 의장이기 전에 정상 회의의 참석자로서 토의에 임했다.

헬리온 마탑주 – 트리톤 마르투스가 제법 긴장이 역력한 기색으로 직접 걸음해 베르덴과 이자벨라와 대면하는 중이었다.

“……이것이 저번에 말씀드렸던, 마도 축제에서 실마리를 잡은 헬리온 마탑의 신형 마법적 공성 병기 수정 도안입니다.”
“마력 입자포, 라.”

베르덴은 특유의 직관으로 완성된 신형 병기를 마력을 조작해 구현했다. 이자벨라는 형안으로 그 구조를 눈으로 파악했다.

“에온의 <대마력>에 의존하는 병기…… 유니아와 카인의 숙련도를 가정한 거라면 지금으로서는 활용이 제한적일 텐데.”
“이자벨라의 말대로 이 마력 조작 기술은 아직 에온에 온전히 적용이 안 됐다. 게다가 그 둘이라면 공성 병기에 집중하는 것보다 전장에서 움직이는 게 더 효과적이고.”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고정 병기보다는 그들의 경지와 경험이 더 가치가 높다는 건. 하지만 전쟁에서 병기란 것은 군집을 이루어 투입할 때 가장 효과적인 법 아니겠습니까.”

마도 축제에서 유니아와 카인이 <대마력>으로 마력을 입자처럼 이용한 광경을 떠올리며, 트리톤은 설명을 보충했다.

“마력 입자포 여섯, 아니! 다섯 개 정도만 하나의 전장에 투입해도 전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원소 마법 폭격 이상으로 말입니다.”
“…….”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마력 입자포가 완성된 순간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뀔 겁니다.”

트리톤이 전장을 경험한 횟수 자체는 베르덴보다 비교도 안 되게 많긴 했다. 젊어서부터 그는 헬리온 마탑의 일원에 종사했으니 중년에는 전선전쟁이라는 이명이 붙을 정도였다.

‘확실히 설계한 대로 위력이 나온다면 연합군은 새로운 무기를 쥔 셈이다. 문제는…… 대마력 3단계에 도달한 마법사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에온은 아직 대마력을 적용하지 않은 상태다.’

베르덴은 설계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마법적 사고를 거듭했다.

트리톤이 이내 침을 꿀꺽 삼킬 때였다.

스스슥.

아공간에서 펜을 소환한 베르덴이 설계도에 마법 술식을 새롭게 추가했다. 주석은 짧았다. 마탑주라면 약간의 시간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 터였다.

“이걸 중심점으로 삼아 일인용이 아니라 ‘다인용 마력 입자포’를 설계할 수 있겠나?”
“다인용…….”

트리톤이 신음했다.

“제대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미완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마법진으로 채우겠다. 일단 병기 자체의 프레임에 결함만 없으면 돼.”
“그거면 가능하지요.”
“최대 몇 대까지 생산 가능하지?”
“3대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 달까지 최대 30대 생산을 목포로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무려 30대나?

미리 준비했나.

트리온은 마력 입자포가 인생 역작이란 듯 아주 사활을 걸 모양이었다.
흥분으로 조금 충혈된 눈은 광기에 가까웠다.

“시연은 실전에서 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트리톤은 연신 굽신거리며 베르덴의 술식이 하나 더해진 설계도를 즉시 정상 회의장 밖에 있는 헬리온 마탑의 장로에게 전달했다.

“……열기가 뜨겁네.”

이자벨라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서 복작거리는 회의장을 바라봤다.

“어떻게 될 것 같아?”
“준비에 차질은 없어 보이는군.”

베르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세 개의 사문 공략. 그 첫 번째 단추만 잘 끼우면 전면전도 가능할 거다.”

바깥을 보니 어느새 중천에 떠 있던 해가 떨어져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오늘 밤.

정상 회의가 끝나는 순간, 세계는 전투 준비 태세에 돌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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