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58

1058화 전시 태세 (2)

전략 수립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이상 따로 식사 시간을 가질 여유도 아쉬웠다.
초월자들이야 며칠 굶어도 아무렇지도 않지만 세계 연합에는 지극히 당연하게도 초월자가 아닌 사람이 더 많다. 그러므로 회의는 계속 진행하면서 식사를 동시에 추진했다.

“오, 풍미가 기가 막히는군.”
“독식하지 마라.”
“하하, 요리를 더 준비하라 일렀으니 금방 내올 겁니다.”

[품위 좀 지키게…….]

반토레온이 어슬렁어슬렁 북부의 스테이크를 맛, 아니 탐하다가 베르덴에게 제지를 받았다. 유골룡이 된 안데스는 동시대 인물로서 창피하다는 듯 공허한 한숨을 내쉬었다.

둘은 정상 회의에 참석할 권리를 얻기는 했지만 본 참석자들과 같이 주도적인 의견을 개진할 처지는 못 되었다.

현 대륙에 군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언자로선 더할 나위 없어 특히 마법계 인물들이 슬그머니 찾아와 눈치를 보며 여러 질문을 아끼지 않았고, 그들은 성심성의껏 제 지식과 판단을 베풀었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

역사에 족적을 남긴 전설들이 후배들을 조력하는 광경은, 어느 동화 속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소음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지만.

“그런데 이 수비 전술은 누가 구상했나? 상당히 탄탄하군. 초장기전을 대비한 것 같은데.”
“아, 이건──”
“얼마나 겁쟁이인지 감도 안 잡혀.”
“헉.”
“……내가 설계했는데 불만 있는가?”

타고난 성향상 공격전을 선호하는 반토레온은, 관제 인드렌이 고안한 매우 완성도 높은 방어 전략에 질색했다.
한 명은 전투광이며, 다른 한 명은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자. 급진적 사상과 보수적 관념이 만났으니 불꽃이 튀는 거야 당연했다.

“둘 다 경고.”

[에휴…….]

물론 베르덴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가벼운 언어적 충돌로 마무리됐다.
100살이 넘은 인드렌이든, 출생 연도가 약 8세기 전인 반토레온이든, 그는 필요하면 중재자의 철퇴를 아끼지 않으리라.

논쟁이 과열될 때마다 베르덴이 나서서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가끔에 불과했다.
단순히 언쟁이 아니라 물리적인 충돌이나 위협의 조짐이 있었을 때만 개입했으니 여태까지 직접 나선 횟수는 고작해야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상부 수인 부족은 내 휘하에 두도록 하지.”
“싫은데?”

결국 델하룬 토벌군단장으로 임명된 마울러 – 가레스가 독단적으로 군단을 구성하려 들자 수왕 – 안티아스가 반대했다.

“씹…… 중앙 대륙은 수인 대부족만으로 숫자는 충분할 텐데? 어느 모로 봐도 내 토벌군단에 들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연합장에게 허락부터 받아 오도록.”
“군단 조직은 내 권한이다.”
“당사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군단 편성은 연합장의 권한이지.”
“그러니까 처받아들이시라고.”
“싫은데?”

가레스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어이, 짐승 새끼. 고개나 처끄덕이라니까?”
“싫은데?”

콰아앙!

삼 연속 싫은데에 정신이 나가 버린 가레스가 테이블을 내리찍었다. 큰 소리에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지금 장난할 때냐?”
“내가 내 권한을 행사하겠다는데 뭐가 장난이란 거지?”
“지랄하지 마라.”
“가레스 시릴리아드.”

베르덴이 다가오는 걸 보던 가레스가 고개를 휙 돌렸다.
혀를 차며 침을 뱉었다.

“아, 거. 소리 좀 높일 수 있지…….”
“적당히 하라는 게 이해가 안 되나?”
“저 짐승 새끼가 먼저 시비 걸었다니까?”
“군단 구성을 거부하면 설득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내게 판단을 맡기면 될 일이다. 회의 분위기부터 망치는 게 아니라.”
“……시발, 토벌군단장이 까라면 까는 거지.”
“그래?”

가레스가 흠칫했다. 세계 연합은 처음이다 보니 순간 망각하고 말았는데 베르덴은 군단장보다 위인 연합장이었다.

너, 잘 걸렸다.

베르덴은 연신 삿대질하며 가레스에게 면박을 주었다. 살벌했다. 기왕 흐트러진 분위기, 베르덴은 이를 세계 연합의 권위를 모두에게 각인할 계기로 활용하기로 했다.
전쟁에서도 이럴 거냐?
토벌군단장 철회까지 운운하며 조지니 가레스가 부들부들거렸다.

“……자자, 회의합시다. 회의.”
“저쪽에 눈길 두지 마시고.”

왕들은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등을 돌리고 논의를 이어 갔다.

파르르 눈가가 떨리는 가레스.

‘뭔……? 이, 이 좆같은 기분은 뭐지?’

기생의 대악마의 계약자인 가레스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에 휩싸인 채로 구시렁대지도 못하고 면전에서 말로 처맞았다.

리반데일 대공이 턱을 쓸었다.

‘베르덴, 과연 소질이 있군.’

상급자로서 하급자의 반항심을 꺾어 버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베르덴을 보라. 당장이라도 가레스의 정강이를 깔 기세다.
옛날 아르나크 제국의 기사 시절을 떠올린 그는 잠시 추억에 젖었다.

안티아스는 수왕답게 엄격하고 근엄한 태도를 견지했다. 사실 속으로 웃고 있었다. 가레스의 말대로 장난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랬냐고?
그야……재밌으니까…….

털썩.

베르덴에게 보란 듯이 제대로 질책받은 가레스가 좌석에 걸터앉았다. 당혹감.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혼란스러운 게 훤히 보였다.

“잘 생각해 보니까.”
“……?”
“상부 수인 부족은 네 군단에 편입하는 게 좋을 것 같더군.”

안티아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술잔을 내밀며 수락 의사를 보였다.

“효율적으로다가.”
“씨발놈이.”

가레스는 놈의 목을 조르는 상상을 했다. 다행히 상상으로 그친 터라 베르덴이 다시 그를 찾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다.

째깍, 째깍…….

정상 회의장 천장에 자리한 시계의 시계 바늘은 계속 움직인다.

“가주, 여기 펜드렌호 사문 전략본.”
“음.”

베르덴은 수십 명의 정상이 작성한 모든 서류를 직접 검토했고, 이자벨라는 빠릿빠릿하게 베르덴의 손발처럼 움직였다.
작전안, 대체안, 군단 편성 등 맥락과 실용성을 파악해 즉각 판단이 되면 통과시키고, 보충 설명이 필요하면 회의를 가졌다.

“최소 말고 최대 예비비에 주안을 둬라. 에온과 초월자 연합의 자금으로 추가 예산을 더 끌어올 수 있으니까.”
“이것보다 더 쓸 수 있다고요? 진담이십니까?”
“야호! 앗, 시, 실례했어요.”

마법의 발달로 전쟁의 판도가 바뀌었다. 문제는 최첨단 마법 기술들을 적용한 현대의 전쟁은 돈이 무지막지하게 든다는 것.

중형급 비행정 한 대만 해도 얼마인가?

마탑이 매직 아이템을 양산하기만 해도 돈을 물 쓰듯 해야 한다. 특정 재료나 마석 등 소모를 매개로 발동하는 아티팩트는 특히 그러했다.

종합 서열 2위의 아티슨 마탑주가 매일같이 예산 타령하는 것은 진심이었다. 10대 마탑은 항상 자금 운용에 만성적인 피로를 느껴 왔다.

그러니 베르덴이 돈 걱정 하지 말라고 선언하니 쾌재를 부를 수밖에.

잘하면 여태껏 구상만 했던 새로운 마법 기술도 실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딴 식으로 예산을 낭비하면 에온이 직접 회수할 것이기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원래 포기하는 자는 영광을 누릴 수 없고, 도전하는 자가 아름다운 법이다.

창 너머에서 달빛이 차갑게 번졌다.

안데스는 노르드발트 요새 정상에 자리를 잡고 밤에 물들었다. 반토레온은 그 옆에서 옛날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긴급 정상 회의에서 전쟁에 대해 아주 깊이 논할 거라고 다 알고 있었기에.
이미 각국의 대표들은 나름대로 대책과 필요한 지식을 숙지하고 온 상태. 거기에 초월자들의 직관이 더해지니 논의는 가속화되어 하나둘씩 모든 안(案)이 통과된 참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마경 토벌군단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걸로 하죠.”
“……고생하셨습니다.”
“후우…….”
“드디어.”

메이아가 군단장으로서 주관한 수차례의 회의도 이제 끝을 보였다. 그녀는 그 압도적인 속기(速記)로 완성한 수백 페이지짜리 최종 정리본 3.8을 테이블에 탁탁 쳐서 정리했다.

베르덴은 베타와 함께 엘프 – 세렌다아의 안건을 심사 중이니, 휴식을 취하며 좀 기다렸다가 전달하면 될 것이다.

‘흥, 나쁘진 않네. 나쁜 남자지만.’

메이아는 베르덴의 역량을 제법 높게 평가했다. 물론 실전은 다를 것이다. 최선을 기대하면 최악에 직면한 순간 무너지므로.

태초의 마법사께서 절망을 느꼈던 것처럼…….

베르덴은 과연 어떻게 될지 메이아도 궁금하기는 했다. 호기심. 그녀도 데우스만큼이나 이미 베르덴을 주목하고 있었──

“저항의 씨앗.”
“……?”

갑자기 테아렐이 불쑥 고개를 내밀더니 메이아의 주변을 살폈다.
메이아의 표정에 변함은 없었다.
다른 참석자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눈을 끔뻑였다.

“저흥……?”
“씨앗? 혹 식량 보급 말씀하시는 겁니까, 테아렐 님?”
“아냐.”

테아렐은 무슨 의심병 환자처럼 스윽 눈동자를 굴리고는, 메이아에게 조금 오래 시선을 두었다가 휙 뒤로 빠졌다.

소리 없이 다른 참석자 무리로 이동한 테아렐이 다시 속삭였다.

“저항의 씨앗.”
“……네???”

성녀 에르세티아가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물음표를 떠올렸다.

메이아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설마…… 저런 식으로 반응을 떠보겠다는 거야, 지금? 저항의 씨앗이 누군지 파악하려고?’

테아렐은 이따금 데우스와 메이아, 레프라기움 마탑의 일원을 노려보고는 뽈뽈 돌아다니며 씨앗을 찾아 헤맸다.

데우스도 저런 방식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내심 당혹스러운 기색.

미친년이다.

* * *

자정에 한없이 가까워졌다.

스스슥.

베르덴은 마지막으로 마경 토벌군단의 정리본의 표지에 친필로 유려하게 사인을 하고는 모든 심사를 끝마쳤다.
확인을 마친 문건 더미가 베르덴 옆에 언덕처럼 쌓여 있었다.

“수고했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전 군단장, 앞으로.”

펜드렌호 군단장 – 흑해, 테아렐.
동대륙 남부 제1군단장 – 서약자, 유리온 하이로스.
마경 군단장 – 대행자, 메이아.

가장 중요한 사문들의 공략을 맡은 군단장이 셋.

델하룬 군단장 – 마울러, 가레스 시릴리아드.
프로하스 군단장 – 북부의 왕, 에레스 아인드겔 프로하스.
테르네티아 연방 군단장 – 천검, 아드리안 첸버스.
동대륙 남부 제2군단장 – 교황, 로마누스.

다음 공략 순서인 사문들을 향해 공세를 퍼부울 군단장이 넷.

서대륙 군단장 – 아르나크 황제, 제라클 디안 세레아노르 아르나크.
중앙 대륙 군단장 – 관제, 인드렌 피어시아 레이트.
동대륙 군단장 – 죽음의 이해자, 라인델 넥스레온.

각각의 대륙을 총괄할 군단장이 셋.

총 10명의 군단장.

군단장으로 호명되지 않은 수왕, 성녀, 섭리자, 7대 마도왕은 베르덴의 직속으로 움직여 유기적으로 크세리온 제국에 대응할 것이며.
다른 초월자들은 각 군단의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전력을 담당할 것이다.

째깍.

시계가 자정을 알렸다.

“지금부터 전시 태세로 전환한다.”

베르덴이 선언함과 동시에 세계가 전쟁의 기운이 품었다. 당장이라도 그가 진군을 명하면 군단장들은 군대를 지휘하리라.

“이 회의가 끝나는 즉시 모든 군단장은 계획대로 토벌군단을 편성하고, 통신 장치를 이용해 내게 보고하도록.”
“…….”
“모든 전략과 전술은 에온에서 정리가 되는 대로 각 군단장에게 공유하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면 그때 하도록 하겠다.”

쿵. 쿵. 쿵.

베르덴은 길게 사족을 붙이지 않고 공간을 세 번 두드렸다.

“긴급 정상 회의를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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