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70

1070화 군단들 (2)

노화가 영구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흑마법으로 몸을 건드렸기에 겉모습은 베르덴과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 비올라.
외로운 늑대 – 로메르의 눈길을 끌만큼 퇴폐적인 미모를 가진 흑마법사.

하지만, 그 안에 든 건 연륜 있는 주검의 영광의 흑마도사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특기인 위장과 잠입, 그리고 암살로 에스티리아 왕국 내의 교구를 단신으로 함락하고 다수의 주교를 살해한 것만 봐도 국가급 전력이 아닌 이상 대적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노사와 함께 목숨까지 바쳐 왕국에 묻혀있던 옛 왕의 왼다리를 확보해 본진으로 보내는 충성심까지!

‘나는 가치 있어!’

첫 번째 하인의 진열장에 신체 일부를 보관하는 것도 허락받지 않았는가? 긴 역사를 자랑하는 주검의 영광에서도 그만한 영예를 누릴 수 있는 흑마법사는 결코 많지 않았다.

‘난, 가치가 있을 거야……!’

위대한 주검께서 발휘하신 권능으로 다시 생명을 얻었으니, 이야말로 바라던 불멸의 세상에서 군림할 자격의 증명일 터였다.

부활한 비올라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령으로 지명되기 전까지 말이다.

‘나한테…… 정말로 가치가 있는 걸까……?’

어레인의 성문에서 신분을 밝히자마자 골렘들과 북부 치안대에게 성채로 안내받았다. 날카롭고 경계 어린 시선이 그녀에게 무슨 칼날처럼 꽂혀서 떠나지 않았다.

솔직히 쫄렸다.
진짜로.

국가와 국가 간의 전령 역할은 처음 해 볼뿐더러 별다른 대책 없이 사방으로 포위당하는 경험은 너무 생소했으니까.
무엇보다 이곳은 극도로 위험한 적지다.
심지어 그냥 적도 아니다.
상대측이 전령이고 뭐고 죽이겠다고 결심하면 살 방도가 없다. 비올라에게 악몽이나 다름없는 사내가 이 땅의 주인이니까.

‘오, 온다.’

예전처럼 목에 딱 맞는 개량형 흑색 로브를 입은 비올라가 벌떡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녀의 등 뒤에는 까마귀와 죽음을 연상하게 하는 크세리온 제국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
눈치 없이 배어 나오는 식은땀.

‘아, 미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그저 존재감을 인지한 것만으로도 숨이 멎는 것 같다. 정신 나갈 것 같다. 저게 정말로 그때 그 5위계 마법사란 말이야?
5위계 초입의 마법사가 5위계 흑마도사인 그녀를 일대일 마법전에서 살해한 것도 말도 안 되지만, 이건 더더욱 말이 안 됐다.

쿵.

문이 열리는 소리일까.
마음에 바위가 내려앉는 환청일까.

“아칸드가 나와 안면이 있는 전령을 보내라고 했나 보군.”
“응? 선배가 아는 마도사야?”
“잘 알지.”

베르덴은 대륙에 군림하는 제왕의 위엄을 띤 채 상석에 앉았다.

“내가 죽였으니까.”
“오.”

유니아, 카인, 에네트, 리엄 어레인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비올라를 쳐다보았다. 엘로리스는 눈치껏 근처에 자리잡고 그들과 함께 했다.

비올라의 입술이 벌벌 떨렸다.

“크세리온 제국…… 크세리온의 영광의 비올라가 에온의, 베르덴을 감히 알현합니다. 저는, 크세리온 황실의 전령으로서, 황제 폐하의 서신을…….”
“제법 공손해졌군.”

베르덴이 느긋하게 깍지를 꼈다.

“3년 전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하, 핫. 그, 그랬던가요……?”
“앉도록.”

비올라가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좌석에 걸터앉았다.

기다렸다는 듯 차가 준비됐다.

파문이 잦아들어 고요한 찻물 표면에 비올라의 얼굴이 비쳤다.
한껏 굳어 버린 표정.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툭 건드리면 울어 버릴 것 같이 뒤틀려 보이기도 했다.

‘애셔, 아니, 베르덴이, 아, 베르덴 님이 손가락만 까딱해도 즉사…….’

고작 3년 만에 부활했더니 자신을 쳐죽인 5위계 마법사가 8위계 초월자가 되어서 바로 옆에 앉아있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지독한 흉몽이다.
분명 그런 기분일 것이다. 비올라는 내심 단언할 수 있었다.

‘갑자기 폐하의 칙령이 떨어지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바로 출발했는데. 괜히 그랬어. 어떻게든 한 명 더 데려올걸.’

하인들께 간곡히 빌어서 노사라도 데리고 왔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사는 비올라가 사망한 직후에 베르덴에게 죽었으니.
같이 있었다면 공포와 절망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었을 터였다.

잠시 현실 도피를 하던 비올라가 질끈 눈꺼풀을 닫았다.
현실감이 확 돌아왔다.

‘시발, 크세리온 제국이 날 버렸어……!’

백골의 비올라는 반드시 살고 싶었다.

* * *

아티팩트 [삼원색의 중심]으로 다양한 원소계 마법의 특징을 추출해 합성한 혼돈 마법인 <혼명(混明)>으로 무력화.
이어진 중력 번개로 결정타.

‘그게 벌써 3년이나 지났군.’

베르덴은 비올라와 마법전을 벌였던 기억을 잊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마도사와 사생결단을 벌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백골의 비올라는 베르덴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거름이 되어 주었다.

베르덴이 찻잔을 들었다.

“노사도 부활했겠군.”
“아…… 네.”
“너희가 에스티리아 왕국에 직간접적으로 입힌 피해가 상당했었지. 남부 곡창 지대에 언데드 군단을 푼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로.”
“그, 그, 그건 저희가 원한 게 아니라 에스티리아 3왕자의 의뢰로…….”
“3왕자 에버스도 너처럼 3년 전에 죽었다. 왕위 다툼에서 참패해 스스로 목을 맸지.”
“히끅.”

비올라가 두려움에 질렸다.

정신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래도 싸다.

‘몇 번이고 다시 살아난다 한들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다.’

베르덴은 숨통을 옥죄는 듯한 은은한 압박감을 거두지 않았다. 주검의 영광이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벌인 테러를 생각하면 비올라는 두 번 죽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서신.”

착.

비올라가 재빠르게 크세리온 제국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테이블 중앙에 놓았다.

“기분 나쁜 까마귀네.”

유니아는 베르덴의 최측근임을 자랑하듯이 직접 까마귀 인장을 뜯었다. 물론 마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겉치레라고 해도 유니아는 이런 그럴듯한 과정 자체를 좋아했다.

편지를 꺼냈다.

그 안에는 그녀가 감탄할 만큼 우아한 필체로 몇 개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서신을 펼쳐서 베르덴에게 보여 주었다.

친애하는 베르덴이여.

분열된 대륙을 결집하여 패권을 거머쥔 귀하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지.

초승달의 낮.

사해와 청해, 그리고 황야가 맞닿는 만(灣)에서 기다리겠다.

진정한 전쟁을 위하여.

아칸드가 작성한 서한은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날짜와 장소를 명시했다. 이는 전쟁을 개시하기 전에 회담을 갖자는 뜻이었다.

“흠.”

초승달이 떠오르기 전의 낮, 다시 말하자면 회담 일자는 정상 회의에서 확정한 루네시카의 처형 하루 전이었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아칸드는 루네시카에 반응해 예정보다 일찍 전령을 파견했다.

베르덴이 물었다.

“인원은?”
“폐하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몇 명이 몰려와도 상관없다는 건가. 과연 대단한 자신감이군.”

베르덴이 서신을 아공간에 넣고 일어섰다.

“카인, 세계 연합에 이 소식을 공유해라.”
“알겠습니다, 선배.”

크세리온 황제의 서신을 전달하자마자 해산할 분위기가 됐다.

비올라의 낯빛에 긴장이 서렸다.

“저는, 이만 돌아가도 될까요……? 전령으로서 베르덴 님의 의중을 황제 폐하께 제가 직접 전달해야 해서요…….”
“아칸드가 내게 보낸 이 서신은 요청이 아니라 통보다. 내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아칸드는 그날이 되면 그곳에 있겠지. 굳이 네가 돌아가서 세계 연합의 뜻을 보고할 이유는 없다.”
“살려 주세요.”

비올라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저, 부활하고 나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게다가 베르덴 님은 이미 저를 한 번 죽였잖아요? 두, 두 번 죽이면 찝찝할 거예요……!”
“그러진 않을 것 같은데.”
“신성의 3계명! 3계명에 대해 들었습니다. 제가 사람을 많이 죽인 건 맞는데, 무고한 사람들도 제물로 삼고 그러긴 했는데……! 지성체의 존엄까진 유린한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 제발 자비를……! 겨우 얻은 목숨인데 이렇게 죽기는 싫어요……!!”

오만한 눈빛으로 베르덴을 죽이려 들었던 그녀가 손이 닳도록 빌었다.
흘러넘치는 눈물은 거짓이 아니었다.

‘역시 아칸드를 향한 충성보다 생존 욕구가 크군. 하인들 정도가 아니면 주검의 영광에 속한 흑마법사 다수가 이렇겠지.’

베르덴은 그런 비올라가 같잖았지만 죽이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전쟁에서 전령은 죽이지 않는 법이다.

“회담 기일까지 전령의 신병은 에온에서 철저히 관리한다. 에네트가 전담하고, 리엄은 인원을 차출해 감시대를 조직하도록.”
“예, 폐하.”
“수작을 부리는 것 같으면 임의로 판단해 즉결 처단해도 좋다.”

물론 불온한 낌새를 조금이라도 보이는 전령에게 전쟁의 관례는 통용되지 않는다.

‘어? 나, 안 죽어? 진짜?’

비올라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자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즉시 고개를 바싹 조아리며 복종의 뜻을 보였다.

“백골처럼 죽은 듯이 있겠습니다……!”
“그래야 할 거다.”

전령과의 재회는 그걸로 파했다.

* * *

“이쪽으로 오시죠.”
“네…….”

리엄이 비올라를 데리고 그녀가 감금, 아니 잠시 지낼 공간으로 안내했다.
맹용 에네트가 감시대장을 맡은 이상, 비올라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인지할 새도 없이 머리가 날아갈 것이다.

하물며 어레인 성채는 베르덴의 최고위 마법진과 경비 골렘으로 보호받는 요새. 초월자도 감시 자체를 어찌하긴 어렵다.

유니아가 낄낄 웃었다.

“아하하, 선배가 툭툭 겁줄 때마다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발작을 하니까 재밌는데? 그런데 그 옛 왕과 회담이라니. 혹시 함정 아닐까?”
“그건 아닐 거다.”

아칸드는 모략가지만 전령을 무사히 보내주는 등 전쟁의 관례만은 지켰다. 그래서 베르덴도 그 관례를 존중한 것이다.
전쟁 시작 전에 회담 자리를 마련해 놓고 기습을 가하는 것은 관행을 무시하는 행위이니, 필시 교전은 없으리라.

‘분명 회담을 통해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려 하겠지. 루네시카 같은 최고위급 포로 교섭을 어떤 식으로 하려는 건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드라벤의 삶을 이해한 베르덴은 아칸드의 방식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아무튼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는 군단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일정에는 변함이 없으니 각자 부여받은 임무에 집중해.”
“확인!”
“물론입니다, 선배.”
“저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눈길이 한쪽으로 쏠렸다.

엘로리스는 갑옷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새벽의 검]을 허리춤에 차니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성기사의 면모가 보였다.
미래에서 부활한 옛 신인.
그래서인지 그녀는 기대감과 샛별이 아른거리는 눈동자로 악마의 신을 보고 있었다.

“…….”

베르덴은 루아스교의 것이 아닌 신성력을 다루는 샛별의 사도를 어떻게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인 터라 조금 늦게 답했다.

“일단은 나와 같이 움직이지.”
“네, 베르덴 님.”

유니아는 문득 별을 연상케 하는 미인과 신성(新星)이라는 별의 이명으로 불리는 미남 선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카인이 쌍둥이 특유의 직감을 발휘하며 미간을 좁혔다.

“괜한 말 하지 마, 유니아. 억측이고 실례야.”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유니아는 이자벨라 언니를 생각하며 결심한 듯이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선배, 공사다망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하고 진도도 제대로 안 나갔잖아.”
“……?”

유니아는 지금 베르덴이 아닌 엘로리스를 견제한 것이다. 임자들이 있으니 선배에게 괜히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지 말라는 뜻으로!
여담으로 유니아는 이자벨라파였고, 카인은 칼리아파였다.

유니아의 말뜻을 이해한 베르덴이 말했다.

“엘로리스는 유부녀다.”
“헉.”
“하지 말라니까.”

딱!

카인이 꿀밤으로 유니아의 뒤통수를 후렸다.

* * *

“재밌는 후배들을 두셨네요.”

베르덴과 단둘이 된 엘로리스가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흘렸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이 죽었으니 유부녀가 아니라 미망인이지만요.”
“다시 살아났지 않나. 악마지만.”
“그럼 돌아온 유부녀라고 할까요?”

엘로리스는 나름대로 웃긴 광경이었는지 입가가 내려가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한편으로 수심에 잠겨 있었다.
일종의 종교적 혼란 때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복수 종교를 신앙하게 됐으니.’

엘로리스는 잿빛과 샛별, 두 신성력을 발현하며 어떻게 하면 좋냐고 물었다.

스스로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다.

일반적인 신앙자라면 그냥 넘어가도 괜찮겠지만, 엘로리스는 샛별의 사도. 상식적으로 두 신을 모시는 건 허락되지 않기에.

‘악신의 잔재는 내 피를 머금고 본신에 가까운 육체를 되찾았다. 그 안에 샛별의 여신으로부터 힘을 받은 영혼이 깃들었으니, 이는 영육이 조화를 이루며 탄생한 신비겠지.’

영혼의 믿음은 샛별의 여신에게.
육신의 근원은 악마의 신으로부터.

서로 다른 신성력이 대립하거나 반발하지 않은 결과 엘로리스는 그야말로 신의 몸을 가진 신인으로 거듭났다.

‘말인즉슨 ‘신’에 가깝다. 그래서 내가 판단한 것보다 정신을 더 빨리 차렸을 터.’

루아스교에 발각되면 귀찮아질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베르덴이 신성력을 드러내지 않듯이, 그녀의 존재도 은폐할 필요가 있다.

“푸른 산맥이라는 곳에 내 신전이 있다. 거기라면 네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겠지.”
“과연. 제 정체가 루아스교에 들키면 좋지 않기 때문이군요.”

엘로리스는 곧바로 납득했다. 태고의 모험극에서 루아스교가 유일신을 믿는 종교라는 베르덴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당장 신전으로 가라는 건 아니다. 시간이 있으니 세상을 좀 더 구경해도 좋아. 그리고, 일단 네가 입을 갑옷부터 제작할 거다.”

베르덴은 살짝 고개를 틀었다.

“전쟁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전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엘로리스라는 전력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 루아스교에 발각당하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말이다.

베르덴과 엘로리스는 주인 없는 땅의 드워프 요새로 향했다. 그하룬을 다시 만나려던 도중 요새에 이자벨라가 찾아왔다.

“이자벨라? 갑자기 무슨 일이지? 연락은 못 들었는데.”
“통신 장치로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이자벨라가 즉시 본론을 꺼냈다.

“나, 마경 토벌군단에 넣어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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