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71

1071화 군단들 (3)

정상 회의에서 조직된 마경 토벌군단의 지휘부는 이러하다.

레프라기움 마탑의 대행자, 메이아 – 군단장.

협곡에 웅크린 자, 키퍼, 아세트로 올딘.
흑요 등급 모험가, 마의 공포.

아르나크 제국의 워 로드, 레그리트 나르실리아.
아르나크 제국의 대공가의 로드, 검성, 프리발트.

루아스 교국의 추기경, 자선의 세르파니아.

젠티르 마탑주, 서릿발, 시그릴 라비니아 아퀸.
라리안 마탑주, 다채(多彩), 자일론 마인.
이데라트 연맹국 다종족 최고 외교관, 브라오닉 스트롬.

무모한 지식인, 퀘론 렉클로스.

마경 토벌군단은 사문을 폐쇄할 토벌대와 보급 및 원조를 담당할 지원대로 구성됐다.
토벌대가 거침없이 전진하면 지원대가 그들의 발자취를 쫓으며 서서히 그리고 일시적으로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초월자가 두 명, 또 초월자나 다름없는 괴물이 두 명, 경지의 극점에 도달한 다양한 계통의 실력자가 다수.
그들을 전 대륙에서 끌어모은 국가급 전력들이 보조한다. 예측 불허의 변수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8위계급의 초월자들도 뒤에 있다.

‘이론상 최적화된 군단이다. 여기서 추가 전력을 마경에 투입하여 얻을 전략적 이점은 그리 크지 않은데. 그걸 잘 이해하고 있는 이자벨라가 느닷없이 마경에 가고 싶다니.’

필시 개인적인 사정일 터.

엘로리스에게 그하룬을 소개해 주고 이자벨라와 함께 요새 바깥으로 나왔다. 주인 없는 땅이 통일되기 전에 분쟁 지역으로 불렸던 다소 삭막한 대지의 풍경 위를 거닐며 물었다.

“테르네티아 연방에서 마경으로…… 토벌군단을 옮겨야 하는 이유가 뭐지?”
“음, 말하자면 내 본질 때문이라고 할까?”

이자벨라는 뒷짐을 진 채 베르덴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가주가 아르카디옴에 다녀와서 해 준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렸어. 6대 전설, 판델라로 인한 마경의 탄생 배경 말이야.”
“판델라가?”

호스트는 최악의 마경이 생긴 원인으로 판델라를 지목했다.

판델라라고도 불리는 투열석이란 태고의 산물이 생명체의 극도의 생존 본능을 자극해 무한한 생명의 변이를 일으켰고, 이는 전례가 없는 생물학적 재해로 이어졌다.

그리고.

유일하게 본능에 저항한 ‘이름 없는 존재’가 깊은 숲에 투열석을 봉인했으며, 그 숲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경이 형성됐다.

이것이 마경의 근원이었다.

“판델라의 영향을 받은 존재들은 생식 세포까지 바꾸어 심지어는 생존만을 갈구하는 새로운 생명체로 변이한다. 즉, 웬만해서는 죽지 않고 아주 끈질기게 살아남는다는 거잖아?”

이자벨라가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이거 내 얘기 아니야?”
“……!”

베르덴이 멈칫했다.

일리가 있다.

‘끝없는 부정’이란 특수 개체의 부산물과 결합해 마족이 된 이자벨라의 막강한 재생력은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
어지간한 물리력으로는 죽지 않는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 줌 핏물만 남아도 신체를 완전히 복구할 수 있을 가능성까지 있다.

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생명 자체가 꺼지지 않는 셈이다. 이형(異形)의 항상성이라 표현해도 좋을 정도다.

‘불가해한 생명력은 용인으로 거듭난 레그리트와 구별되는 이자벨라만의 특이성.’

이자벨라가 아케나드 마도국에서 찾은 데이로스 가문의 선조, 약 5세기 전의 마법사가 작성한 일기의 문장이 뇌리를 스쳤다.

───끝없는 부정. 그 괴물은 중앙 대륙 어딘가에서 출현해, 바다를 건너 서대륙에 당도했다.

끝없는 부정은 중앙 대륙에서 출현했다.
마경은 중앙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

베르덴이 뒤를 돌아봤다.

“넌 끝없는 부정이 마경의 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있군. 그러니 마족으로서의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서 마경으로 가겠다는 건가.”
“응? 아니? 그냥 내가 가진 능력이 다른 곳보다 마경에서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그런 건데. 뭐, 물론 궁금증도 크긴 하지만.”

이자벨라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베르덴의 목에 팔을 둘렀다.

“내 본질이 어떻든 뭐가 중요하겠어? 가주가 날 긍정하는데. 아니면, 마경의 생물이라니까 이제 내가 싫어져?”
“그럴 리가 없지.”

베르덴은 종족 따위로 세상과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고유한 존재 자체만을 바라보며 판단한다.

“이자벨라, 마경은 잔혹한 미지다.”
“그런 베일에 싸인 미지를 추구하고 탐구하는 게 마법사잖아? 애써 위험을 마다했다면 우리도 이렇게 만나지 못했을 거고. 나는,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

이자벨라가 뒤꿈치를 들며 속삭였다.

“그러니까, 날 마경으로 보내 줄래?”
“…….”

이자벨라는 마음을 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덴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베르덴이 가지 말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안을 철회하겠지.

‘곤란하게 하긴.’

이러려고 이자벨라는 굳이 통신 장치로 대화하지 않고 직접 찾아왔으리라.

험지로 보낼 거냐.
곁에 둘 거냐.

전자를 선택하자니 여차할 때 도와줄 수 없기에 이자벨라가 걱정되고, 후자를 고르자니 자신의 보호 욕구를 우선하기 위해 이자벨라의 의지를 무시하게 된다.

베르덴은 내심 자조했다.

단순히 지키겠답시고 끌어안은 채 놓아주려 하지 않다니, 이게 운명이 부여하는 강제성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녀의 자유를 꺾을 생각은 없다.
대신 누구보다 앞장서서 가장 큰 위험을 자처할 뿐이다.

주변 사람을 안전한 우리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적을 끝내 파멸시키는 것이 베르덴이 생각하는 보호였으므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자벨라가 건넨 선택지가 난처하다는 건 변함이 없다.
선뜻 결단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자벨라는 그러한 베르덴의 망설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즐겼다. 그녀는 베르덴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이자벨라가 완벽하게 만족하지는 못할 텐데. 전자나 후자나 섭섭함이 남을 수 있다.’

베르덴은 고민했다.

과연 어떤 대답이 최선일까.

───선배, 공사다망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하고 진도도 제대로 안 나갔잖아.

문득 유니아의 충고가 떠올랐다.

베르덴이 생각보다 오래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이자벨라는 좀 과했다는 듯 미안한 표정을 짓고는 물러나려 했다.

“미안, 내가 너무 짓궂었, 웁?”

베르덴이 한 팔로 얇은 허리를 끌어안아 그대로 입술을 포갰다. 눈앞의 위험들이 선명해 애써 미뤄 온 선택의 연장선이었다.

요구하는 답을 언어로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베르덴의 행동에 이자벨라가 눈을 아주 크게 떴다.

“읍, 우웁, 흐읏.”

호흡이 크게 거칠어졌다. 저도 모르게 활짝 펴진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으나, 이내 눈을 감고 난생 처음 느껴 보는 촉감에 빠져들었다.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서로의 심장 소리가 로브 너머까지 닿았다.

‘여, 여, 여기까지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이자벨라는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재차 지각하며 뒤꿈치를 최대한 높이 들었다.

‘칼리아, 로벨린…… 내가 미안해?’

아무래도 두 사람이 따라오기에 이자벨라 자신이 너무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베르덴이 이렇게 참지 못한 걸 보면.
음.
사실상 정실 확정이랄까?

* * *

방주의 하늘섬, 아크.

쿠웅!

마의 공포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은 무거운 전신 갑옷을 하나씩 풀어냈다. 떨어진 갑옷과 바닥이 충돌하며 금속음이 울렸다.
평범한 석재 타일이었으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으리라.

“하…….”

투구를 통하지 않고 들이마시는 공기는 시원하기 그지없었으나, 달갑지는 않았다. 서둘러 갑옷을 다시 두르고 싶은 마음이다.

“불편하더라도 참아라. 전쟁에 참전하게 된 이상 도중에 신체가 붕괴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조정해야 돼.”
“맡기, 겠다…….”
“먼저 등부터 시작하지.”

마의 공포가 전용 의자에 앉았다. 방주의 세 번째 장로가 예리하고 단단한 수술 도구를 집어들고 그의 몸에 갖다 댔다.

카득, 카드득……!

온몸으로 칼끝에 힘을 실어서 균열 사이를 겨우 비집었다. 악취는커녕 냄새도 나지 않는, 혈액처럼 붉은 고름을 박박 긁어 빈 양동이를 채운 뒤 틀어진 신체 조직을 교정 및 봉합했다.

“역시 마지막 이식은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어. 면역 체계가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 무리하지 않고 관리만 하면 호전되겠지만, 너는 제대로 들어 먹지도 않을 테니 문제로군.”
“문제없다…….”
“하긴 이렇게나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에 비하면 큰 문제도 아니긴 하지.”

방주의 세 번째 장로───한때 글러트니에서 가장 뛰어난 인체 실험자로서 활동하며 ‘연구자’라고 불렸던 그가 비지땀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초고도의 수술에 몰두했다.
하얀 수건으로 등 전체를 닦아 내자 금방 빨갛게 물들었다.

“마침내 공식적으로 국제 사회가 마경으로 눈을 향하게 됐군. 당장 목적은 사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추후에 마경 정벌의 발판이 되겠지.”
“…….”
“여전히 그때와 같은 마음인가? 데미안.”

마의 공포───데미안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 단호하게 말했다.

“당연히.”

억지로 원래 목소리를 재현한 탓에 성대와 주변 근육이 찢어졌다. 미세 혈관도 손상되며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데미안의 정면을 비추는 커다란 거울이 흉흉한 눈빛을 반사했다.

“적룡, 사르칸드라는…… 반드시……내가…… 죽인다…… 어디에…… 숨어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약 1세기가 지났는데도 데미안의 분노와 절망, 또 슬픔은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되레 시간이 그것들을 하나로 단단히 뭉치게 했다.
그 무엇으로도 사그라뜨릴 수 없는 복수심으로 말이다.

“정말로…… 머지…… 않은…… 듯하다…….”
“그래.”
“그러니…… 연구자…… 이 나를…… 조금만…… 더…… 도와 다오…….”
“물론 그래야지.”

연구자는 꼼꼼하게 데미안의 불안정한 신체를 치료하고 관리했다.

“내가 구차하게 연명하고 있는 건, 그 끝을 보기 위함이니.”

데미안의 ‘화상 흉터’와 ‘드래곤의 비늘’로 덮인 피부의 틈새가 재생된다.
용과 하나가 된 레그리트와 근본적으로 다르나, 이 육체는 틀림없는 연구자가 모든 지식을 집대성한 다시 없을 역작이었다.

“면역 강화제를 주입하겠다. 저항력을 최대한 낮추고.”
“……음.”
“잠시나마 푹 자도록.”

데미안은 약물의 힘을 빌려서 억지로, 오랜만에 잠을 청했다. 그리운 꿈을 꿨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밭을 일구었던 과거의 단편이었다.

재액의 토벌자는 그렇게 마경에서 전쟁을 벌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 * *

개체명 감마.

마도왕이 창조한 인공 골렘의 완성형인 그녀는 방주가 인지하지 못한 아크의 시설을 이용해 대륙을 주시했다.

그 시야에 떠오른 여러 화면에는 알파와 베타의 모습도 있었다.

[……열심히네.]

두 프로토타입은 골렘 연구 시설의 모든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으며, 이따금 왜소증을 앓는 마법사에게 골렘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침묵의 사막에 있는 오메가도 확인했다.

가장 구식인 오메가는 창조주의 분신인 관리자를 도와 도시 누하라를 다스리는 중이었다. 관리자 또한 베르덴을 통해 얻은 삶을 구가하고 있었고.

하나같이 활기찬 모습이었다.

전부 다 진즉에 활동이 정지되어 세상에 다시는 모습을 드러낼 일이 없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비틀린 흐름이었다.

[어차피 다 부질없는데, 그냥 얌전히나 있지.]

감마는 인공 골렘으로서 측은한 감정을 마력의 눈빛에 담았다.

과거에 용도를 다한 도구들이 타인의 손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다시 버릴 것인가.
이번에는 거둘 것인가.

둘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으나 하나만은 단언할 수 있다. 그들이 ‘구원 계획’에 방해가 된다면 결말은 정해져 있다.

과거의 창조주는 정이 많아 차마 폐기 처분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창조주는 더 이상 정 따위에 휘둘려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므로.

[만약 기회가 오면 잡아. 그게 답이니까.]

감마는 가련하고 아둔한 프로토타입들을 향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 * *

주인 없는 땅.

방주의 쉐오른 장로가 아세트로와 함께 대륙의 지면을 밟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주인 없는 땅이 생기기도 전이었기에. 전 시대의 초월자인 이상 어쩔 수 없이 드는 마음일 것이다.

“8위계에 도달한 베르덴. 허허허, 참으로 기대가 되는구먼.”
“정말로 그걸 가르칠 생각이십니까.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기초 개념만 알려 주면 베르덴이 알아서 할 걸세. 게다가 전쟁이라는 환경이 마법을 실전적으로 체득할 수 있게 할 테고.”

쉐오른 장로가 몸소 베르덴을 찾아온 이유는 오직 가르침 때문이었다.

공간 인식과 공간 지배.

그가 가르친 개념을 베르덴이 훌륭히 제 것으로 만들었으니, 이제 다음이자 마지막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었다고 본 것이다.

공간 파괴.

과연 베르덴은 공간 개념의 궁극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가르쳐 보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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