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79

1079화 죄인들의 개전 (3)

───옛 왕은, 반드시 멸절된다.

가르간트 곳곳에 울려 퍼지는 강인한 목소리와 루아스 교국조차 위협하는 초월자를 처형하는 광경은 아카데미에도 닿았다.

학생들은 창가에서 몸을 떼지 못했다.

아카데미 부지 전체를 구호소로 삼아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바쁘게 의료 활동을 행하고 있는 성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카데미 입학 예정자들도 여운을 삼키지 못하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

“베르덴 님…….”

에이든과 샤를로트도 그중 하나였다. 로아프라에서 구원받은 남매는 미력해서 전장이 허락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베르덴을, 에온을, 에스티리아 왕국을, 세계 연합을 돕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진작 굳힌 각오가 더욱 단단해졌다.

에이든은 어떤 허드렛일도 자처해서 연합군을 도울 것이다. 정말로 필요하다면 마력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특이형질도 드러낼 작정이었다.
다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에이든 자기 자신이 내린 선택이었다.

샤를로트는 얼마 전 시험에 합격해 정식 성직자가 되었다. 그녀는 스승이나 다름없는 카를로 성직자와 함께 최후방에서, 물론 도시를 나가는 게 허락된다면, 치유에 힘을 보탤 예정이었다.

전직 모험가이자 현 아카데미의 종합 이론학 조교 이리스는 주먹을 부르쥐었다.

‘선배님.’

리비안트 공국에서 베르덴과 잠시나마 모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는 한 명의 마법사로서 자신을 다잡았다.

베르덴이 지나온 길에 심어진 씨앗이 하나둘씩 발아하기 시작했다.

‘학생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당연히 움직여야 해.’

천재 학생이자 마도 축제에서 소환 마법을 발표한 테오드르는 방주의 후보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두었다.

저마다의 생각과 결심이 범람하고 교차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카데미가 분주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착각은 아닐 것이다.

“다들 어른이 되려고 하는구나.”

아카데미를 총괄하는 교장, 일마리온이 옥상에서 어린 새싹들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한평생 교육에 전념했지만, 여전히 배움이 필요한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았고 베풀 가르침도 많았다.

“나의 노력이 장래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일마리온은 최전선에 나설 것이다.

6위계 극점.
마법계 총회의의 참석자.

초월자의 그릇은 타고나지 못했으나, 인간으로서 경지의 극한에 도달한 강자들은 세계 연합의 주 전력 중 하나였다.

* * *

처형 중계는 하이랜디아에 숨겨진 초월자 연합의 본거지에서도 이루어졌다.

“……멋지다.”

틸버 스팬기어는 만천하에 옛 왕의 죽음을 약속한 베르덴을 경외했다. 그 선망 어린 눈빛은 별빛을 좇는 아이와 다르지 않았다.

“나도,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틸버가 성인치고는 너무도 작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왜소증이라는 천형을 짊어지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그는 습관처럼 세상을 원망했다.
운과 연이 닿아 마법의 길을 걷게 되었어도 결국에 반푼이에 불과했으므로.

틸버는 전장에서 짐덩어리다.
틸버의 전투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5위계 중위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3위계 마법인 <비행>조차 원활하지 못하니…….
이렇듯 몸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기에 속도가 중요한 현대의 마법전에서는 딱 맞히기 좋은 표적지 신세였다.

더군다나 주된 마법 계통에 능통하지도 않은 터라 세간에서 인식하는 마법사보다는 골방의 학자에 훨씬 더 가까웠다.

하물며 대인기피증까지 심하기도 하니 이보다 못난 마법사가 또 있을까?

그것이 틸버의 현주소였다.

다만 그는 몽상가 기질을 지녔기에 꿈을 포기하는 법을 몰랐다. 꿈도 없으면 존재 의의마저 사라진다는 생각에 공상을 놓지 않았다.

덕분에 기회는 찾아왔다.

자신을 친구라 부르며 손을 내민 아티슨 마탑주, 펠디안느가 틸버와 에온을 이어 주었다. 그렇게 무려 인공 골렘의 제자가 되었다.

위대한 골렘 기술!

한 사람 몫을 하려면 배우고 체득해야 할 지식과 기술이 태산처럼 많았지만…… 적어도 오늘의 틸버가 어제의 틸버보다 낫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

‘언젠가는 말도 안 되는 초거대 골렘을 제작하자. 언젠가는 베르덴 님처럼 드래곤도 잡아 보자. 그래, 언젠가는──’

틸버는 거대 인공 골렘과 드래곤 토벌이란 망상에 가려진, 진정으로 바라는 꿈을 상상하며 다시 본인의 임무를 수행했다.

치이이이익……!
치직! 치지지지지직!

공격에 특화된 인공 골렘 부대에, 마법계에서 마련한, 그야말로 다양한 마법적 도구가 틸버의 손에 의해 장착되고 있다.

일종의 특수 골렘이랄까.

획일화된 공정이 아니라 일일이 수작업이 필요한 일이었다. 알파와 베타의 골렘 기술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지 못하면 따라 할 수 없기에 오직 틸버만이 할 수 있는 과업이기도 했다.

용접 불꽃이 튄다.
골렘의 마법적 기관이 개조된다.

치지지지지지지직!

알파와 베타의 부재를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틸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두뇌와 손을 끊임없이 활용했다.

이곳이 그의 전장이었다.

* * *

주인 없는 땅, 인근의 숲.

중앙 대륙 4강의 일각이자 대수림의 눈, 메르퀴엔이 자연의 바람을 느꼈다. 새들은 그녀의 손과 어깨에 앉아 짹짹거렸다.

“세계수의 관리자들이 일단 세렌디아와 함께 생명의 숲으로 복귀하라고 아우성이네. 뭐, 하기야 엘프의 시간 감각이 둔하다고 해도, 세계 회의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대수림 바깥에 있었으니 무리도 아니지.”
“어떻게 할 겁니까, 메르퀴엔.”
“그걸 나한테 왜 물어? 내가 관리자도 아닌데.”

카란스에게 나뭇잎을 튕긴 메르퀴엔이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렸다.
깃털 같은 몸놀림이었다.
땅에 닿았음에도 발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뒤늦게 메르퀴엔에게 달라붙어 있던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갔다.

“관리자들이 평소 관심도 없던 대수림 바깥까지 눈과 귀를 두며 베르덴을 주목하고 있어. 언데드와의 전쟁도 이미 파악했을 거야. 그리고 참전하지 않고 관망하려 하겠지. 엘프의 존립만이 위대한 어머니에게 더 나은 판단이라고 믿으니까.”
“…….”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는 한 절대 움직이지 않을 테니 설득은 불가능. 돌아가면 못 나와. 반발하는 순간 관리자, 오디엘은 관리자 회의를 열어 네 모든 권한을 빼앗아 버릴 테지.”

옛 관리자 – 오디엘은 약 800년 전 초월자 전쟁을 지켜본 유일한 엘프. 약 300년 전의 종족 전쟁에서 가디언 엘프들을 지휘하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관리자인지 엘프 역사가 말해 준다.

“그렇다고 이번 권고도 무시해 버리면 저 고지식한 관리자들도 심각성을 느낄 거야. 엘프 사회에서 집단의 의지를 거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앞으로 한 발짝만 더 가면 돌이킬 수 없어.”

메르퀴엔이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팔짱을 꼈다. 그녀와 계약한 원초의 정령, 프리마 또한 무겁게 빛을 흘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런 관리자들의 의견에 손을 들어 주고 싶어. 우리 형제자매만 아니면 다른 종족이 어떻게 되든, 자연만 무사하다면 대륙이 어떻게 되든 아무래도 좋은 쪽이거든. 너도 잘 알다시피 말이야.”

숲 사이로 산들바람이 날아든다.

“세렌디아, 우리는 네가 뭘 하려는 건지 몰라. 말을 안 해 주니까. 기억도 안 보여 주고. 뭐, 그래도 캐물을 생각은 없어. 대신 이것만 확실하게 대답해.”

메르퀴엔이 묻는다.

“자신 있어?”
“자신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렌디아는 숲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죠.”
“그래서?”
“물론 자신이 없었으면 행하지도 않았습니다.”
“확신이 있다는 소리네. 그럼 됐어.”

메르퀴엔이 기지개를 켰다.

“난 세렌디아 편에 설게. 위대한 어머니께 맹세한 지금 내 역할은 관리자, 세렌디아의 수호니까. 너희는 어때?”
“마찬가지입니다.”

카란스가 단언했다.

“저는 세렌디아 누님을 믿습니다.”

에스티리아 왕국으로 납치당해 인체 실험을 당하다 베르덴에게 구출된 카란스는 진즉부터 검을 들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들과 함께 세렌디아를 지키는 가디언 엘프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는 종족 전쟁을 경험한 전사였다.

“출혈은 순리. 전쟁인 이상 형제자매 모두 무사할 수 없습니다. 관리자, 세렌디아. 당신의 목적을 위해서 우리가 희생할 가치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고령의 가디언 엘프를 필두로 하여 주인 없는 땅에 머무르고 있는 엘프들이 대자연의 마력으로 그녀에게 화답했다.

“관리자, 세렌디아가 대수림으로 ‘스스로’ 복귀할 때까지 함께 거닐겠습니다.”

누구도 세렌디아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묻지 않고 목숨을 걸었다.

이것이 엘프의 신뢰다.

세상 그 무엇도 위대한 어머니를 모시는 대자연의 유대를 끊을 수 없다.

다만…… 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세렌디아가 훗날 생명의 숲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관리자들에게 어떤 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세렌디아처럼 개인적인 선택을 밀고 나가는 엘프는 여태껏 없었기에.

“형제자매의 우려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엘프들의 합의를 거스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관리자보다도 엘프로서 도리를 다하고 있죠.”
“도리라면…….”
“형제자매에게 하나 묻겠습니다.”

세렌디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위대한 어머니께서 자식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음, 어머니의 뜻을 받드는 거?”
“형제자매를 지키는 겁니다.”
“분명 대자연을 수호하는 걸 테지요.”
“저는……”
“그것보다는…….”

메르퀴엔과 카란스를 비롯하여 엘프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펼쳤다.
이처럼 엘프는 집단주의 사상을 가졌으나 개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행동만 취할 뿐 서로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당연히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그들의 다양한 의견이 세렌디아와 같지 않듯이.

예로부터 엘프 종족이 집단주의를 표방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계수를 위하는 최고의 사상이라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위대한 어머니를 사랑하고 숭배하는 마음은 모든 엘프가 같다.
다른 건 효심을 실현하는 방식의 차이.

“모든 것은 위대한 어머니를 위해.”

부모는 자식이 어떻게 되기를 바랄까?

생명의 묘목.
침묵의 사막.
위대한 아버지.

세렌디아의 길은 그 안에 있다.

* * *

───베르덴 님, 테르네티아 연방 토벌군단에서 폴테인 평야의 전선 구축이 완료됐다는 소식입니다. 아직 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화상 골렘들 또한 연결 중입니다.

───동대륙 남부 제1토벌군단과 제2토벌군단은 위치에서 대기 중이에요, 베르덴 님! 아, 그리고 지금 통신이 왔는데 펜드렌호 토벌군단 소속 대규모 함대의 전열은 약 1시간 뒤에 끝날 거라고 해요.

───루네시카의 처형을 목격하고 각 토벌군단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요. 마경 토벌군단도 개전 직후 바로 돌입할 준비를 갖추고 있고요.

전 회색 지대의 정보상, 페일.
전 회색 지대의 정보상, 페르네.
주인 없는 땅의 고양이 수인이자 아드리안의 소꿉친구, 케이렐.

그들의 지휘 아래 에온의 정보관들이 각 대륙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한 다음 베르덴의 통신 장치에 직통으로 보고했다.

“확인.”

베르덴의 음성이 주변 지형 탓에 깊이 울려 퍼졌다. 공기가 서늘하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공간은 세계와 다소 동떨어진 장소였다.

푸른 산맥의 신전.

지금 베르덴은 그곳에 와 있었다.

[만세하십시오.]

[베르덴 폐하. 만세.]

베르덴의 조각상 위로 기어 올라간 알파가 포즈를 취하자, 베타가 기억 골렘을 활성화해 알파의 모습을 기록했다.
녀석들은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하며 관광객처럼 굴고 있었다.

“정성이 가득한 조각이군요. 솜씨도 훌륭합니다.”

엘로리스가 신전의 구조물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탄성을 흘렸다.
그녀는 샛별의 사도이자, 새벽녘의 기사 그리고 잿빛의 신성력을 품은 베르덴의 신관으로서 베르덴의 신전에 머물게 됐다.
가능하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말이다.

다른 신성력의 존재가 루아스교에 발각되면 연합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심지어 악마가 관련됐다면 더욱이.

“이곳에 홀로 방치하게 돼서 미안하군.”
“방치라니요. 오히려 바라는 바입니다. 저 또한 제 존재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던 차였습니다. 게다가…… 베르덴 님의 신전은 제게 너무도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엘로리스의 육신은 가르그논의 시신경과 베르덴의 피로 이루어졌다. 악신의 잔재와 악마의 신이 결합한 몸은 인간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물 한 방울만으로도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완충할 수 있는 것이 그 예.
그저 사도였을 때보다 신체적 효율이 비정상적인 무언가가 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듣고 있다.”
“제가 이 신전을 가꾸어도 되겠습니까?”

신전을 가꾼다?
신전을 관리하겠다는 걸까.

엘로리스는 두 개의 신성력을 품긴 했지만 엄연히 베르덴의 신관이다. 엘로리스에게 그럴 자격은 분명 있었다.

“마음대로.”
“감사합니다.”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베르덴은 시선을 조금 낮췄다.

“왜 카인에게 [새벽의 검]과 [새벽의 별빛]을 넘긴 거지?”

태고의 모험극에서 가져온 물건으로 장식됐어야 할 엘로리스의 목과 허리춤이 허전했다. 그녀는 그하룬이 새롭게 제작한 갑옷만 입고 있었다.

“필연을 느꼈달까요.”
“필연성을 생각하면 카인보다는 유니아가 적임일 텐데. 아니면 둘 다 하나씩 주거나.”

창천의 카인.
샛별의 유니아.

에온의 쌍둥이의 이명.

공교롭게도 유니아와 엘로리스는 샛별을 공유하고 있었다.

“저는 실체가 없는 직감을 따른 것에 불과하기에 뭐라 자세히 설명을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검과 여신의 신물을 지니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건 압니다.”
“……그런가.”

베르덴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앙적인 느낌이라. 어렵군.’

이성적인 논리와 사고를 중시하는 마법사 출신의 초보 신에게 신앙의 개념은 두루뭉실한 부분이 많아 여전히 생소했다.

전장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베르덴 님.”

엘로리스가 손을 모았다.

“당신께서 소망하시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하다는 걸 압니다. 그러니, 숱한 비극과 절망이 몰아치더라도 견뎌 내기를 소원하겠습니다. 당신을 신앙하는 버려진 자들을 위해…… 이곳, 바로 당신의 신전에서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잿빛의 신성력으로 어둠 속에 에온의 상징을 새긴 그녀가 속삭였다.

“부디 신의 뜻대로.”

그렇게 엘로리스와 잠시 작별한 베르덴 일행이 신전을 나섰다.

사박, 사박…….

베르덴이 새하얀 눈을 밟고 절벽에 섰다. 초월자로 각성한 뒤에 보았던 하늘은 두꺼운 구름층과 눈보라로 뒤덮여 있었다.

한 손을 내밀었다.

베르덴이 격에 굴복한 대자연이 변화했다. 신전의 벽화처럼 하늘이 개벽했다. 붉은 석양이 푸른 산맥의 순수를 물들였다.

‘초대 마도왕과 ‘당신’.’

복수를 꿈꿔 왔던 1위계 마법사가 복수를 넘어 이제 세계의 정상에 섰다.
다만 갈수록 길은 험해진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축복이라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나, 적어도 베르덴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운명이든 저항이든 상관없다.

이상은 불변하니.

베르덴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질서가 될 것이다. 결국에는 ‘당신’과 초대 마도왕도 힘에 의한 자유를 누리리라.

“알파, 베타.”

베르덴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우린 끝까지 간다.”

알파와 베타는 외눈을 빛내며 즉답했다.

[확인.]

[확인했습니다.]

멈출 수도 없고.
멈추지도 않겠다.

개전까지 D – 0

약속된 전쟁의 시간이 시작됐다.

* * *

수많은 이해가 얽히고설키며 충돌하거나 조화를 이룬다. 만인의 생각, 만인의 감정이 부딪친 혼돈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폴테인 평야.

언데드 군단의 그림자가 지평선을 뒤덮는다. 아주 강대한 언데드 개체는 없었지만, 10만을 넘는 숫자는 그 자체로 폭력이었다.

아드리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초월자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셋. 하지만 본체가 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특정 언데드들을 단말로 이용하는 거다. 단순히 의식만 깃든 게 아니라 초월자의 고유 전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부활한 옛 주검의 영광의 초월자들…….”

성자 레온하르트가 들뜬 숨을 내쉬고 성검에 손을 얹었다. 물론 당장 뛰쳐나가려는 게 아니라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연합장님, 제가 선봉을 맡아도 되겠습니까?”
“아니.”

베르덴이 직접 앞으로 나섰다.

“개전(開戰) 마법을 준비하지.”

초위 마법으로 궤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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