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80

1080화 제2차 초월자 전쟁

호스트가 주최하는 아르카디옴은 종족을 차별하지 않는다.
고려하는 것은 오직 지식과 지성.
가장 강력한 종족으로서, 고위급에 오른 드래곤이 지식의 만찬회에 귀빈으로 초대받는 건 지극히 당연한 섭리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르카디옴에서는 드래곤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죽었거나…… 강제로 잠에 들었거나.

둘 중 무엇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이든 간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호스트가 보낸 초대장에 세 번 이상 응답하지 않은 결과였다.

지금은 용의 시대가 아니다.

마법의 시대에서 여러모로 활동이 가능한 드래곤은 거의 없다. 극도로 강력하거나, 경탄스러울 만큼 운이 억세게 좋지 않고서야…….

4대 고룡은 전자에 해당했다.

그중 격룡, 적룡, 거룡은 작금의 대륙에서 뚜렷하게 자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개최된 아르카디옴에도 참석했다.

아르카디옴은 경쟁이 원칙.

약자 멸시가 본능인 고룡들은, 혹여 서로 게임에서 맞붙어 손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려고 자신들의 의식을 하나의 껍데기에 넣어 게임에 임해 왔으니.

블러디아.

아르카디옴의 첫 번째 귀빈이 내세운 가명은, 제법 오래전 적룡 사르칸드라가 폴리모프로 유희에 나설 때 간혹 사용하던 이름이며.
‘당신’의 네 번째 사도들이 아르카디옴에서 통합적 단말로 사용하는 껍데기의 명칭이다.

[아칸드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

콰드드득─터엉!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금속 잔이 우그러지다 못해 폭발하듯 박살 났다.

[열등종 따위가 거만하게.]

여인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대단히 거대했다. 그 어떤 인간종도 그녀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손을 비롯한 신체 곳곳을 뒤덮은 고동색의 두꺼운 비늘은 여인의 근본이 인간과 같은 하등종이 아니라는 걸 시사했다.

거룡(巨龍).

모든 드래곤 중 가장 거대하고 육체 능력이 우월해 탄생한 이명, 그것은 오직 그 여인을 의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고유명이었다.

[감히 이 몸께서 재림을 도왔거늘, 감사를 전하기는커녕 개입하지 마라? 감히……!]

강대한 드래곤은 감정의 변화만으로도 자연재해를 일으킨다.

거룡의 분노는 곧 대지의 격노가 되었다.

거룡의 권능으로 빚었기에 압도적인 경도와 강도를 자랑하는 레어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미세한 파열음이 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파도가 이는 용암 호수.

그런 거룡의 감정을 사그라뜨릴 수 있는 것은 같은 4대 고룡뿐이다. 본디 용이 가장 우대하는 존재는 힘이 동등한 동족이므로.

[하찮은 것에 노여워하지 마라.]

인간 사회의 고위 귀족과 같은 옷차림을 한 중년의 사내가, 골반에 닿을까 말까 한 짧은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거룡에게 다가왔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인간…….

사내는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동공 속의 또 다른 동공엔 전혀 다른 본질이 잠들어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도 주체하기 어려운 격렬한 감정의 결정이었다.

격룡(激龍).

그는 가장 난폭한 드래곤이었다.

[어차피 감사를 받고자 여섯 번째 사도를 재림시킨 것도 아니니. 일련의 흐름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고,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사도의 의무에 개입할 생각도 없지 않았나.]

거룡과 격룡은 운명의 추종자를 지배하는 네 번째 사도다.

[이는 선택과 기분의 문제다. 선택할 권리도 없었던 하수인 따위가 운명의 수레바퀴가 파괴됐다고 선택을 자처해?]

[그래서는 안 되지.]

[그리고, 내게 선택을 강요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격룡은 그녀의 말을 받아 주며 용암 호수 앞에 멈춰 섰다. 짧은 지팡이에 양손을 올리고 똑바로 선 격룡은 노련한 정치인처럼 보였다.

[확실히 여섯 번째 사도를 조금 얕본 면이 없잖아 있다. 개입을 거부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설마 아예 연결 고리를 끊어 버리다니.]

아칸드가 ‘당신’에게 하사받은 권능으로 여섯 번째 사도의 영역인 시타델을 소환하고, 베르덴과 회담을 마치고 나자마자 한 일은 가차 없는, 그리고 타협 없는 숙청이었다.

아칸드의 곁에 붙여 놓은 운명의 추종자들이 전부 죽었다.
용검에 의해서.

이는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손을 써, 거룩한 의식을 더럽히려고 한다면 같은 사도도 적대하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

[같은 인간이라서 그런가. 두 번째 사도와 엇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군. 어쩔 수 없이 추종자들을 전장에서 멀리 떨어뜨리도록 하지.]

[아서…….]

거룡이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린 듯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두 번째 사도, 아서 타렌폴드.

인간계 최초의 왕이자 저항자의 배신자는 ‘당신’과 초대 마도왕을 제외하고 그녀가 아는 개체 중에서 가장 정신 나간 인간이었다.

문득 거룡이 물었다.

[그런데 놈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존재감이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대륙에 없으면 세계의 틈새로 돌아간 것이겠지. 그곳이 두 번째 사도의 영역이니. 때가 되면 알아서 나타날 거다.]

거룡과 격룡은 인간계 최초의 왕이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세계의 틈새가 둘로 나뉜 것도, 악마의 신이 탄생한 것도, 그로 인해 아서가 당장 세계의 틈새에서 나올 수 없는 것도…… 다른 세계들은 고룡들이 상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아서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거룡은 드래곤을 제외한 모든 종족을 하찮게 보고, 인간은 더더욱 업신여기나, 개체의 강함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길게 혀를 차며 시건방진 여섯 번째 사도를 내버려두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가 관망한다고 해서 다른 하나가 가만히 있을까.]

[사르칸드라 말이군.]

[그년은 예측할 수 없다. 하물며 우리와 다른 곳에 레어를 틀었으니.]

적룡 사르칸드라는 마경에 기거하고 있다. 기생의 대악마와 뭔가 흉계를 꾸미는 것 같은데 자세히 아는 바는 없었다.

‘당신’의 사도가 악마와 작당이라니?

우스운 일이다.
필시 유희일 것이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운명전이 재개되면 적룡은 다시 ‘당신’의 사도로서 움직일 테니까. ‘당신’과 적대하는 길을 걷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쨌든.

적룡은 가장 포악한 드래곤이기에 드래곤으로서도 통제할 수 없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불과 1세기 전에도 마경에서 제멋대로 나오더니 인간의 도시들을 파괴한 전적이 있다.
저항자 측과 균형적인 대립을 이루고 있어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되는데도 말이다.

[여섯 번째 사도의 전쟁은, 완전히 무너진 운명의 수레바퀴의 재건. 그렇기에 여섯 번째 사도의 사명을 존중해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확전이 돼 고룡의 영역을 침범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격룡이 지팡이로 시뻘겋게 달아오른 땅을 짧게 두 번 두드렸다.

[굳이 말릴 것도 없지. 사르칸드라가 어떤 식으로 날뛰든.]

[하긴. 그것도 그렇군.]

‘당신’만 깨어나면 더 이상 올다르크의 시야 바깥에 머무를 이유가 사라진다.
용암이 뒤얽히며 내뿜는 불빛이 고룡들의 송곳니를 비추었다.

[지금은 지켜보도록 하지.]

여섯 번째 사도의 언데드 군단과, 호스트의 중립적 행동으로 아르카디옴에서 드라벤의 영혼을 소유하게 된 운명 파괴자의 군단.

고룡들은 사도지만, 엄연히 말해 둘 중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애초에 ‘당신’의 사도는 각자 목적에 충실한 개인주의자이기에.

* * *

대류권 계면.

대기권과 성층권 사이 어딘가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구름 위에 드리웠다. 그것은 어둠을 머금은 도시였고, 죽음을 먹는 섬이었다.

현실적이지 않은 광경이었다.

지상에서 십수 킬로미터 떨어진 높이에서 그 정도의 질량이 추락하면 대륙이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었므로.

크세리온 제국 황성, 시타델.

대도시를 몇 개나 이어붙인 것 같은 규모의 도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발산했다. 마치 대륙의 지역 하나가 통째로 이동하는 것 같은, 그런 미증유의 중압감이 구름층을 내리눌렀다.

다만…… 시타델은 고요했다.

속삭이지 않는 시민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 바람 속에 딱딱하거나 질척거리는 발소리만 섞여 있다.
하염없이 황도를 배회하는 언데드의 수는 몇 개의 군단을 이룰 수준이었으나 채워졌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이 공허했다.
속이 텅 빈 껍데기처럼.

그리고.

옛 왕이 기거하는 황성은 새로운 크세리온 제국의 황도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었다.
황제의 알현실은 알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넓은 공간이었다.

그 시타델의 중심에 세 명이 있었다.

암리(暗理)의 주인, 나크텔.

반추자(反芻者), 르카리아.

부해성전(腐海聖典), 티아즈라 모튼.

첫 번째 하인과 두 번째 하인이 없는 주검의 영광을 지배하는 세 명의 초월자. 그들은 저마다의 시대에서 모두 세 번째 하인이었다.

나크텔이 말했다.

“에온의 베르덴, 천검 아드리안 첸버스, 성자 레온하르트…… 당장 눈으로 확인되는 초월자는 세 명이군.”

삼각형의 대형을 이룬 초월자들의 눈동자는 죄다 하얗게 변색되어 있었다. 미리 제련해 두었던 언데드를 단말로 삼아 각자 의식을 부여 및 일치시켜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이다.

이는 르카리아의 고유 마법.

한낱 언데드로 초월자의 힘을 구사할 수 있으면서 본체는 현장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으니, 과연 전쟁에 유용한 마법적 전술이었다.

르카리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대규모 비행정만 아홉 척. 대단하네. 마법 기술이 저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는 건가. 마법의 시대라고 불릴 만해.”
“에온은 그중에서 아티슨 마탑과 쌍벽을 이룬다고 하더군. 초월자의 천 년 역사에서 마법계 초월자들의 영향력이 이 정도로 큰 적은 없었다.”

이들은 마법의 시대가 열리기 전에, 마탑이 무한한 동력원을 얻기 전에 전성기를 맞이했고, 또한 죽음을 맞이했다.
눈부시게 발전한 세계를 보고 낯선 감상을 느끼는 것은 마법사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봤자 기술은 고작 기술에 불과하죠.”

티아즈라 모튼의 존재감이 서서히 커진다. 부패의 기운이 깃든 고유 마력이 그녀에게서 시작되어 언데드 단말에 전해진다.

“결국, 초월자가 전부입니다.”

박동하는 강력한 사기.

“개전 마법을 전개하겠습니다.”

목표는 베르덴.

‘천운이 있어서 [아니무스]로 루네시카 님의 영혼은 확보했으나, 놈의 마도 탓에 건진 건 고작 파편뿐……복구하는 데 필요한 건 시간. [아니무스]의 권능으로도 그게 최선이라니.’

티아즈라는 베르덴을 향한 부정형의 증오를 숨기지 않았다. 나크텔과 르카리아도 그와 같은 심정이었다. 주검의 영광을 창설한 드라벤과 루네시카는 그들의 오랜 정신적 지주였기에.

루네시카를 거짓된 여신을 숭배하는 인간들 앞에서 처형한 베르덴을 용서할 수 없었다.

화아아아아악!

세 사람이 각자 앞으로 팔을 뻗었다.

상대는 8위계 초월자다. 그것도 첫 번째 하인과 두 번째 하인을 처단한 장본인이다. 혼자서는 당해내지 못한다는 현실은 이해하고 있다.

합동 초위 마법.

그러니 다수로 대적한다.

* * *

헬리온 마탑주 – 전선전쟁(前線戰爭). 트리톤 마르투스.

‘무시무시한 숫자로군.’

트리톤은 대규모 비행정의 갑판에 서서 폴테인 평야를 내려다봤다. 생전 본 적 없는 언데드 군단이 대지를 죽음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런데 저것도 고작 빙산의 일각이라는 건가. 대체 사문에 다가갈수록 무슨 광경이 펼쳐질 것인지…….’

여태까지 수많은 전장을 경험했지만, 마치 죽음 그 자체와 충돌하는 기분이었다. 죽거나, 살거나. 결국에 둘 중 하나로 귀결되는 건 매한가지겠지만.

단언컨대 이 전쟁은 트리톤 인생 최대의 전장이 될 것임은 자명했다.

‘그래도 우리의 전술적 우위는 압도적이다. 최상위 언데드는 거의 없는 것 같으니, 폭격으로 최대한 수를 줄이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트리톤이 경험과 지식으로 전장의 판도를 읽으려고 하던 그때였다.

“음?”

체감 기온이 낮아졌다.
전신에 두드러기라도 난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파앗.

약 10만의 언데드 군단 내…… 동쪽과 서쪽, 그리고 남쪽에서 어두운 보랏빛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광선이 사선으로 솟구쳤다.
그것들은 상공에서 한 점으로 모여 커다란 구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

종합 서열 9위 마탑의 주인으로서 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마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초위 마법……!”

언데드 군단에 초월자들이 숨어 있었다.

흉흉한 구체는 멈출 기색도 없이 계속해서 크기를 키워 나갔다. 숫제 성채에 비견되는 규모. 통상의 초위 마법이 아닌 듯했다.

‘보아하니 폭발하는 형식.’

트리톤이 전선을 구축한 테르네티아 토벌군단의 전력을 의식했다.

‘지금 당장 파훼하지 않으면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다. 최소한 근처에 오기 전에 상쇄해야 직접적인 충격이 오는 건 피할 수 있을 터!’

초위 마법은 초월자의 전유물이자 초월자를 죽일 수 있는 마법이다.
직격하면 누구도 무사할 수 없다.

트리톤은 헬리온 마탑의 마법사들이 동요하는 걸 느끼며 통신 장치를 키려고 했다. 서둘러 대응 방법을 전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신성이 이걸 모를까?’

트리톤의 시각에서 베르덴은 현 마법계의 정점에 가까운 인물이다. 트리톤의 사고를 그가 깨닫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사실이었다.

쿵.

베르덴이 [인테리스]를 쥐고서 모든 연합군의 맨 앞에 섰다. 전신의 마력회로를 활성화하자 무한하게 느껴지는 푸른, 순수한 마력이 넓은 평야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마도 <파멸>

푸른 마력을 검붉은색으로 변화시킨 베르덴이 입술을 달싹였다.

“압제(壓制).”

마도와 <아케인>, 그리고 물리적인 기술을 결합한 마도 창술───베르카엘룸.
마도와 영창을 융합한 마도 영창.
신격을 완전히 해방한 마도 신위.
마안의 즉발성을 봉인하여 시간으로 마법을 변질시키는 의식 마법.
성신 마법의 다섯 별을 규합해 창조한 여섯 번째 별과 일곱 번째 별.

악마의 신이자 8위계에 도달한 베르덴은 이처럼 새롭고 다양한 마법적 힘을 구축했으니.

그가 파멸의 마도 영창을 전개했다.

“광열(光熱).”

세상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베르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던, 세계 연합군에 참전한 노쇠한 마도사는 이미 온몸에서 힘이 풀렸지만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세계의 의지 자체가 허락하지 않은 것처럼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이건…… 마도 축제에서, 영창 마법을 선보일 때의 그 감각……!!’

트리톤은 가르간트의 마도 축제에서 에온의 영창 마법 발표를 들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쓰러지듯 난간에 몸을 기댔다.

“파형(波形).”

초월적인 존재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입안에서 거친 신음만 기어 나왔다.
해당 토벌군단에 속한 마탑주들이 알 수 없는 힘에 압도되었다.

딘엘 왕국군도, 벨마이르 왕국군도, 실페라 자치령의 군대도, 노덴 공국군도, 상부 수인 부족과 중부 수인 부족의 군대도, 주인 없는 땅의 군대도, 에온의 마법사단들과 위상들도, 루아스 교국의 성율성단과 성직자들도 예외는 없었다.

─────────!

아드리안마저 심장이 거칠게 뛰는 걸 어찌할 수 없었다.

레온하르트는 상정의 상정을 벗어나 버린 압박감에 성검만 꼭 쥐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신인보단 미지를 마주한 청년의 그것이었다.

세간에서는 그 감정을 이렇게 칭했다.

“도천(掉天).”

공포라고.

베르덴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거졌다. 한 단어, 한 단어에 신경을 쏟아부었다.
이는 대분기 때 고대 신들을 몰살한 초대 마도왕의 영창 마법을, 베르덴 자신의 초위 마법으로 변환하는 과정이었다.

쩌저저저저적.

베르덴을 중심으로 약 수백 미터의 대지가 견디지 못하고 균열이 생겼다. 지각 단층이 어긋나고 있는 듯 지진이 발밑을 흔들었다.

그 순간, 어느 언데드가 멈칫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이 메아리쳤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산 자를 증오하는 언데드 군단에 존재할 수 없는 동요가 널리 확산했다. 마치 생존 본능이 있는 것처럼 두려움에 질려 물러서려 하는 기색.

언데드가 죽음을 두려워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크텔, 티아즈라, 르카리아도 이변을 인지했으나, 그래도 멈추지 않고 나크텔을 매개로 하여 합동 초위 마법을 구축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마침내 광대한 사기(死氣)의 구체가 현현했다.

8위계급 초월자의 초위 마법을 상정하고 준비한 것이니, 세계 연합군 한가운데에 떨어지면 초월자를 포함해 광범위한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세 명의 흑마법계 초월자가 의지를 일치시켰다.

삼위 교차의 결정(結晶).

<움브리움(Umbrium)>

나크텔의 마도 <암리>로 흑마법의 이치가 개변된 죽음의 응결체가 세계 연합군의 정면을 향해 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궤적을 따라 생명이 박탈되면서 대기와 땅마저 오염되어 저주받았다. 햇빛을 등진 그것의 그림자가 연합군을 덮치려 했다.

베르덴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우주의 유성체여.”

영창이 완성됐다.

“마도와 함께, 이곳을 멸하라.”

태초의 마법사가 신화 시절에 창조한 고유 마법이, 현대의 초월자에 의해서 재해석되어 마법사의 시대에 전개되었다.

외계의 멸성(滅星).

<오르비스 엔드베일>

지상이 뒤틀렸다.

모든 존재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

구름층이 폭발하듯 흩어지며 사방으로 밀려나고, 우주에서 온 암석이 마법적으로 이끌려 중력과 함께 사선으로 추락했다.
대기와의 마찰로 붉게 변한 거암은 표면에 파멸의 개념을 두르고 있었다.

검붉은 섬광이 번쩍였다.

주검의 영광이 구축한 <움브리움>이 충돌 직후에 파훼되어 흩어졌다. 합동 초위 마법을 순수한 파괴로 지워 버린 파멸체는 일순간 언데드 군단 한가운데에 도달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세계 연합군이 마주한 폴테인 평야의 지평선이 폭발과 압력에 쓸려 나갔다. 반경 십 킬로미터 안팎의 지상이 사실상 증발했다.
비행정들이 강제로 후퇴당했다.
그 여파만으로 토벌군단이 세운 전선 자체가 뒤로 밀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방을 덮은 먼지 구름이 가라앉을 때쯤 체면이고 뭐고 갑판에 바싹 엎드려 있던 트리톤이 겨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일개 개인이…….”

세계 지도가 명시한 지형이 변했다.

거대한 크레이터.

정확한 숫자는 셀 수 없는 상황이나 언데드 군단의 8할 이상이 소거된 듯했다. 단…… 단 한 번의 마법에 무려 8만의 언데드가 멸했다.
상대가 언데드 따위가 아니었더라도 같은 결과값이 나왔을 거라는 게 말문이 막혔다.

“……아.”

트리톤은 전율하면서도, 비로소 이 전쟁의 진의를 이해했다.

다수를 압도하는 개인.
일인국가.
힘의 지배자.
개인의 존재 유무로 전황이 뒤바뀌며, 세상 그 어떤 군단보다도 개인의 무력과 성격 자체를 경계해야 하는 역설의 현장.

‘그래, 이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거센 폭풍에 연합군의 시야가 확 트였다.

“아드리안, 레온하르트. 초월자의 단말 두 마리가 살아 있다. 운 좋게 멀리 떨어져 있어 범위의 경계선에 걸친 모양이군. 마저 죽여라.”
“주군의 뜻을 받듭니다.”
“여, 연합장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베르덴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한 발짝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니, 개전 마법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가 [인테리스]로 앞을 겨누었다.

“세계 연합.”

각성자들의 항쟁.

“진군.”

제2차 초월자 전쟁의 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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