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93

1093화 동대륙: 타락의 땅 (2)

하늘에서 급속도로 낙하하여 질량의 충격으로 도시 하나를 붕괴시킨 익수인(翼獸人).
바르카젤Varkhazel.
처음으로 놈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안티아스는 생각했다.

‘내 사냥감이다.’

비록 성녀에게는 패배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를 한동안 잠들게 만들어 옛 왕의 부활에 일절 개입하지 못하게 했다.
더군다나 살아남기까지.
수인 대부족에서 안티아스를 제외하고 그런 위상을 보여 줄 수 있는 수인은 없다.

말인즉슨 바르카젤은 안티아스가 경험한 다른 수인 중에서 가장 강했으니, 어찌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는 안티아스의 몫이다.

명분은 있다.

비대칭 전력은 비대칭 전력으로 상대하는 게 세계 연합의 기본 방침이다.

“대륙 간 공간 이동진은 생략해야겠군.”

안티아스가 특유의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이며 양팔을 벌렸다.

베르덴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네가 델하룬으로 전이한 상황에 대부족을 급습한 걸 보면 유인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너를 죽이거나, 간헐적으로 이목을 끌어 사실상 전선을 이탈시키려는 속셈이겠지.”
“크하하, 그런 함정이 있다면 몸소 찾아가야지.”
“44일. 생포는 필요 없다.”

베르덴은 기한을 명확히 못 박았다.

“그 안에 반드시 추적해서 처리해라.”

수왕 안티아스를 투입하는 이상 어중간한 성과로는 부족하다. 제국의 전력을 확실하게 약화시키지 못하면 그 피해는 대륙이 떠안아야 한다.

44일이란 현 시점에서 비대칭 전력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여유.

전쟁이 중반에 접어들어 본격화되면 그들의 존재가 여러 전장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기한 안에 임무를 완수할 확신이 없다면 그냥 다른 역할을 맡기는 편이 연합에 이로우리라.

끌려다닐 바에야, 골치 아픈 피해를 견뎌 내서라도 대학살의 수인이 수면 위로 나올 때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당한 것 이상으로 크세리온 제국에 되돌려줄 수 있다면 말이다.

이에 안티아스가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30일이면 충분하다. 놈의 머리를 장식할 거치대나 준비해 두도록.”
“기대하지.”

구구절절 길게 설명할 것 없다. 서로 설득이 필요할 만큼 약하지 않다. 자신감에 대한 증명은 세계 연합이 원하는 결과로도 충분하다.

<게이트>

보랏빛의 입구가 열렸다.

초장거리 전이는 한정되어 있지만 아낀다는 선택은 없다. 적의 비대칭 전력을 포착했을 때, 그리고 연합의 큰 피해가 예상될 때 지체없이 가진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베르덴의 결정이다.

툭.

베르덴이 리산드로의 열매 포션을 던졌다.

농도가 짙은 것이다.

세계수의 관리자인 세렌디아에게 받은 리산드로의 열매도 이자벨라와 리토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추출해 소모를 줄이고 또 줄였지만, 양이 한정되어 그 한계가 눈에 보였다.

고농도의 열매 포션은 에온의 수뇌부만이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귀한 소모품이었다.

‘안티아스의 회복력은 우월하나 아칸드와 전투를 치른 상태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온전한 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겠지.’

대학살의 수인은 성녀와 동격.

잠에서 깨어난 성녀의 격이 더 높아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운명의 추종자들이 주검의 영광을 통해 부활시킨 강적이자 난적이다.
순수한 정면 대결이 아니라 추격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특히.

여지를 두면 죽는다.
그런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벌컥.

안티아스는 그런 베르덴의 암묵적인 충고를 굳이 거절하지 않고, 포션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깔끔히 비웠다.

“호오.”

신체가 일순간 팽창했다가 수축했다.

안티아스의 생명력에 대수림의 생명력이 더해지니 그 시너지 효과는 여태껏 에온이 연구해 온 것 이상의 결과로 찾아왔다.

가히 생기(生氣)가 눈에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

“그야말로 마법이로군.”

안티아스가 웃음을 흘리고는 땅을 박차 <게이트> 안으로 진입했다. 뒤늦게 파공음이 터지며 흙이 뒤로 흩뿌려졌다.

‘이로써 피차 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 하나씩 줄었다.’

옛 왕.
네 마리의 언데드.
사룡.
대학살의 수인.

베르덴.
7대 마도왕.
다크워튼 마탑주.
레프라기움 마탑주.
성녀.
마스터.
수왕.
광명의 대재해.
대악마화 마울러.

현재 최고 전력의 숫자는 세계 연합 측이 더 많기는 하나 크세리온 제국엔 사도와 고룡이 있다. 전면전을 벌이면 승패는 물론이거니와 승리해도 얼마나 죽을지 가늠키 어렵다.

여제와 대제를 연합에 끌어들일 수 있으면 좋겠으나, 여제는 빈사 상태로 도주해 행방불명이고 대제는 당장 전쟁에 개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연합에 초월자가 있는 것처럼 제국에는 사령관이 존재한다. 다만 비대칭 전력을 제외하면 세계 연합이 어느 정도 우위이니, 그 점을 이용해 제국의 규모부터 줄이는 게 급선무.’

끝에 다다르기 전에 제국의 힘을 얼마나 깎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후웅.

베르덴이 통신 장치를 조작했다.
채널을 변경했다.
연합 정보부에선 알파와 베타만이 접근할 수 있는 비밀 채널이었다.

“기만책을 실행한다.”

알파가 음성을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고 베르덴에게 화답했다. 통신 장치를 프레임 내부에 설치한 골렘의 기교였다.

───[확인. 이그나시아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거대 도시 가르간트에서는 축제와 같은 경매장이 열리곤 한다. 이그나시아의 저울. 베르덴도 발로크의 두 번째 제자 레이셴 테일로드를 죽이기 위해 거기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경매의 진행 방식은 개미들의 미궁.

경지를 제한해 경쟁하는 무대.

베르덴과 이그나시아는 정신체라는 이름의 환영을 이용해 미궁에 입성했다. 본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모두를 기만한 것이다.

‘아칸드의 정보력은 미지수이지만, 연합에 비견될 수준으로 상정하는 게 옳다. 내 위치를 파악하는 데 당연히 일부를 할애하고 있을 터.’

그렇다면 속인다.

미리 이그나시아의 마도로 구축해 놓은 정신체를 내세움으로써.

게다가 베르덴에게는 [투영의 관]이라는, 유골룡을 토벌한 보수로 벨디른 공화국에게서 받은 <환영> 생성 마법 물품도 있다.

<베일>

베르덴은 [아인베르]의 공능을 최대로 활성화하여 존재감을 은폐했다. 머지않아 <게이트>의 빛도 약해져 자취를 감추었다.

베르덴이 사라졌다.

* * *

동대륙 남부, 분쟁 지대.

노바르 보루를 포함한 보급로 담당 부대를 제외한 토벌군단이 어떤 교전조차 없이 하스토우 요새를 손에 넣었다.
도시급 규모라고 해도 10만이 넘는 병력을 완벽히 수용하기는 어려웠지만, 층이 있는 건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어떻게든 가능했다.

크세리온 제국이 설치한 시체 허수아비들은 한데 모아 성화로 불태웠다. 악취도 나지 않을 정도로 썩은 유기물은 순식간에 정화되었다.

“루아스시여, 가련한 죽음을 애도해 주소서.”

교황 로마누스가 기도문을 외우면서 하스토우 요새 전체를 신성력으로 뒤덮었다. 죽음으로 인해 음산했던 분위기가 환하게 밝아졌다.
다만 연합을 향한 조롱 섞인 시체 조형물을 목격한 이들의 감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밤이 몰려왔다.

분쟁 지대에서의 첫날 밤이었다.

* * *

횃불 대신 마석등이 어둠에 맞서고 있는 하스토우 요새, 그 내성(內城)에 동대륙 남부 토벌군단 수뇌부가 집결했다.
에온의 방어 골렘 부대가 병사들을 도와서 경계 및 순찰에 함께하고 있다.

“병기의 도착 예정 시간은 약 11일.”

유리온이 손끝으로 지도를 짚었다.

분쟁 지대가 어떤 지형지물로 이루어졌는지 상세히 기입된, 세계 연합에서 최근 정보를 토대로 해 새롭게 작성한 고품질의 지도였다.

연합의 토벌군단장만이 이러한 작전 지도를 소지할 자격이 있다.

“하스토우 요새 도착에 7일이고, 사문에 운반되는 데 4일이다. 당연히 병기 운반에 그 어떤 방해 공작도 없다는 가정하에 산출된 시간이다. 차질이 생기면 그 두 배 이상 걸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급로 부대의 임무다. 우리 역할은 미리 길을 터놓는 거고.”

진군 경로는 셋.
두 개의 군단도 세 개로 나눠진다.

“나는 갈기 구릉을, 벤디에는 분쟁 지대를 통과해 사문 앞마당 언덕을 점령, 공성 병기가 설치될 공간을 확보한다. 로마누스는 우측을 지나 브레필드를 확인한 다음에 봉쇄, 혹은 토벌을 판단 및 실행하고는 우리와 합류한다.”

유리온이 타락자들의 소굴로 추측되는 브레필드의 그림을 톡톡 두드렸다.

“브레필드까지 거리가 꽤 있으니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서약자.”

로마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아스교의 비행정은 마법계의 비행정과는 동력 자체가 다르나, 기술적으로 거의 밀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전쟁에 루아스 교국 최대의 비행정을 동원했다.

로마누스는 언데드의 천적.

그가 브레필드를 맡는다면 지상군을 대동하지 않고 비행정 몇 척만 투입해서 동쪽에서 몰려들 타락자들을 차단할 수 있다.
이보다 더한 효율은 없다.

“최대한 많은 걸 도모하고 싶지만 알다시피 시간이 촉박하다. 병기가 여기 도착하기 전에 사실상 사문을 포위해야 하니까. 운반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지면 10일 만에 사문 앞까지 도착해야 하는 셈이지. 루아스 신이 우릴 도와주길 빌어 보자고. 무구한 광명으로.”

유리온이 소탈하게 웃었다. 신앙이 딱히 없는 그의 기도에도 로마누스는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
성녀와 다르게 광신적인 면모가 없는 로마누스는, 모욕의 뜻으로 여신을 언급하지 않는 한 신앙 문제로 분노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무신앙자가 여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꺼워할 뿐이었다.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진 그때였다.

“진군은 당장 내일 아침.”

유리온이 단언했다.

“늦어도 3주 안에 타락의 사문을 폐쇄한다.”

벤디에가 첨언했다.

“초월자들이 앞장서겠습니다. 혹 길을 잃었다면 저희를 찾으시길.”
“예!”

토벌군단의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유니아와 카인도, 오스라도, 알데반도, 추기경도, 마탑주도…… 모두가 초월자의 등을 쫓으리라.

로마누스가 성호를 그었다.

“무구한 광명으로.”

마석등 불빛 아래에서 황금빛 정십자가가 조용히 명멸했다.

그리고, 동이 텄다.

* * *

하스토우 요새를 수호할 병력을 제외하고 군단들이 움직였다.
서약자, 마스터, 교황의 군단이 남쪽에 있을 사문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하여 각각 우측, 가운데, 좌측으로 진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약자의 병력은 저 언덕 너머로 사라졌고, 교황이 진두지휘하는 비행정은 구름 위로 자취를 감추었다.

일순간 구름층 사이에서 은은하고도 선명한 빛을 발산하는 거대한 물체가 보였다.
분명 말로만 듣던 교황의 고유한 비행정이리라.

‘이제…… 진짜 시작이군.’

마스터의 군단에 속하게 된 칼리아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적의 아가리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호흡이 본능적으로 떨렸다.
전투를 치른 적은 많아도 대규모 전쟁에 참전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투루루루.

드레드미어는 이게 뭐 별거냐는 듯 투레질을 했다. 침묵의 사막에서 베르덴을 태우고 사막의 신과 최초의 마탑주와 전투를 치른 적이 있는 녀석은 경험 면에서 칼리아를 앞섰다.

“이게 말인지, 사람인지.”

칼리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드레드미어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금속제 마갑을 두르고 있어 피부에 손이 닿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던 도중에 평범한 군마에 탄 벤디에가 속도를 맞추며 그녀 옆에 자리했다.

칼리아는 연유를 묻지 않고 예를 갖췄다.

“에스티리아 왕국의 칼리아 드 에스퍼렌사. 템플의 마스터를 뵙습니다.”
“베르덴과 친하다고 들었습니다.”

벤디에가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에본베인 품종의 드레드미어를 관찰했다.

“베르덴의 군마로군요. 육체적으로는 제가 본 명마 중에서 제일이니, 혼잡한 전장에서 당신의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가 되겠죠.”

히히힝.

“정신적으로도 제일이라. 그렇다고 해 두겠습니다.”

드레드미어와 벤디에가 마치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칼리아가 눈을 끔뻑였다.

“의념이 있으면 언어를 빌리지 않고 모든 지성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드레드미어는 지능이 매우 높아 그 과정이 수월하군요.”

벤디에가 왼쪽을 가리켰다.

“저 함몰지(陷沒地)들이 보입니까?”
“예, 보입니다.”
“베르덴과 여제가 전투를 치른 흔적이라고 합니다. 세계 연합이 갱신한 남부 분쟁 지대의 지도에 기입될 정도로 규모가 크더군요.”

분쟁 지대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격렬한 충돌이 남긴 여파가 줄을 잇고 있다. 흡사 자연재해를 연상케 했다.
폴테인 평야의 운석보다는 좀 덜했지만, 그 광경은 다른 충격을 주었다.

“베르덴이…….”

현장감이 없는 과거의 기록.

그래서인지 마치 역사를 보는 것 같았다. 그보다는 전설이나 신화에 가깝달까…… 과연 미래의 인류는 저 파괴흔을 보고 어떤 감상을 품고, 그 원인을 무엇이라 추측할까.

칼리아는 절로 멍해졌다.

벤디에는 그녀의 반응을 보며 입술을 떼었다.

“초월자들의 전투를 본 적이 있습니까?”
“폴테인 평야를 제외하면…… 그 편린만을 보았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충고 하나 하겠습니다.”

벤디에의 시선이 정면을 향한다.

“초월자들은 그냥 배경으로 생각하세요.”
“배경, 말입니까?”
“거친 바다나 광활한 하늘과 같이 자연에 몰두하면 괜히 압도될 뿐입니다. 그러니 배경은 주변시로 보고, 항상 자신을 중심으로 두십시오.”

개방된 마스터의 무기고.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겁니다.”

……!

칼리아의 시야에서 사라진 벤디에가 어느새 군단을 앞질렀다. 직후 그녀가 허공을 향해 무기고에서 꺼낸 롱소드를 휘둘렀다.

쩌어어어엉!

음속 이상의 속도로 군단을 노리고 날아오던 뼈의 화살이 검기에 막혀 쪼개졌다. 그 굉음이 토벌군단의 감각을 일깨웠다.

벤디에가 시선을 높였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절벽 위에는 거대한 활을 든 언데드가 서 있었다. 은밀한 존재감 너머에서 종류가 다른 사기가 넘실거렸다.

“사령관을 발견했습니다. 정찰할 테니 방어 대형을 갖추십시오.”

힘은 곧 전략 그 자체.

쿠웅───!

군단 전체에 명령한 벤디에가 혼자서 절벽을 향해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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