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98

1098화 앞마당 전투 (5)

권력자가 되면 원치 않아도 수많은 위기와 기회가 찾아온다.
여기서 위기란 국가를 운영하며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만회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고, 기회란 온갖 연줄을 통해 아티팩트를 손에 넣을 가능성이다.

당연히 유리온은 그 기회를 잡았다.

갑옷형 아티팩트, [해루(解漏)의 갑주].

기나 마력을 추진력으로 삼아 소유자에게 체공과 가속 능력을 부여한다.
정확히는 부여가 아닌 힘의 방출을 조절해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기에, 그 위력은 어디까지나 소유주의 감각에 달려 있다.

유리온이 탁한 금빛을 끌고서 서약의 검으로 기의 압력을 폭발시켰다.
궤적 근처에 있던 크세리온 제국이 나포한 로니아 왕국의 소규모 비행정들이 침몰했다. 단신으로 함대의 진형을 파고든 그가 갑판에 도달했다.

쿠구웅……!

그 충격에 대규모 비행정이 살짝 기울었다.

“네가 벤디아가 놓친 그 사령관인가. 몇 번째……어이쿠.”

유리온이 상반신을 비틀며 머리로 날아오는 화살을 잡아챘다.
손가락에 감긴 그것이 반으로 으깨졌다.

“대화는 안 하는 주의?”

[…….]

제8사령관 루에린은 낡고 해진 후드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연신 활시위를 당겼다. 유리온의 반응을 보기 위한, 무거운 일격에 앞선 가벼운 속사였다.

다만 유리온에게 충분한 힘이 담기지 않은 일격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정지.”

화살들이 허공에서 멈췄다.

콰드득!

서약의 검이 갑판에 꽂혔다. 검을 통해서 유리온의 고유한 기운이 삽시간에 뻗어 나가더니 곧 선체 자체를 장악했다.

언령이 메아리쳤다.

“반전.”

대규모 비행정이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갑판이 곧 수직이 됐다.
<비행>이 가능한 개체를 제외한 나머지가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고, 루에린은 비스듬히 난간을 밟고서 솜씨 좋게 활을 겨누었다.

하지만 반전된 것은 비행정만이 아니었다.

허공에 정지한 화살들이 반대로 돌더니 주인에게 쇄도했다. 이에 루에린이 마치 깃털 같은 몸놀림으로 곡예를 펼쳤다.
화살비의 틈새를 정확히 돌파한 그녀가 활시위를 비틀듯이 당겼다.

훅───쩌엉!

유리온은 거꾸로 뒤집힌 선체에 발을 붙인 상태로 화살을 쳐 냈다.

‘꽤 묵직하군.’

동시에 유리온의 신형이 흐려졌다. 기운과 사기가 서로 교차하더니 지면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상공에서 서약의 검과 골격의 활이 격돌했다.

검사와 궁수.

육신이 가볍기에 힘에서 밀린 루에린이 비행정에서 떨어졌고, 유리온은 [해루의 갑주]로 그녀를 추격해서 그대로 권격을 내리꽂았다.

“낙하하라.”

중력에 언어가 더해졌다.

지상 언덕 지대에 처박힌 루에린이 균열을 비집고 육신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림자가, 위로 고개를 든 그녀에게 드리웠다.

대규모 비행정이 곤두박질쳤다.

콰과과과과과과광!

언덕의 굴곡이 무너져 움푹 가라앉았다.

선체 파편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유리온의 음성에 반응한 비행정의 동력원이 폭주,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이 루에린이 추락한 일대를 다시 엉망으로 일그러뜨렸다.

“뭣들 하고 있나.”

깊은 지하로 끌려갔다가 전장으로 복귀한 유리온이 군단에 명령했다.

“밀어 버려.”

서약으로 예속된 언데드 거수가 무지막지한 몸으로 제국군을 휩쓸었다. 그것은 현대 인류의 기술력으로도 재현할 수 없는 생물학적, 분류상 언데드지만, 질량의 폭력이었다.
크세리온 제국 사령관의 등장과 함께 퍼진 경악의 감정이 반대로 뒤집혔다.

사기(士氣)가 극도로 고무되었다.

“어명이다.”
“서약을 이행하라.”

언령의 기사단이 선두에 섰다.

주춤했던 병사들이 아군의 시체를 넘어 적들에게 돌진했다. 자유로운 의지가 한 곳으로 향하니, 서약을 맺기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다.
세계 회의에서 모두의 동의를 받아 진실의 서약을 성립시켰을 때와 비슷하게.

유리온이 서약의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가슴 앞에 세웠다.

공동 서약: 결속結束

하늘로 솟구친 기운이 구름을 물들였다.

어두운 황금빛 세상에서 언데드 군단을 향한 토벌 의지를 가진 자들은 심신이 강화된다. 마법과 기적에 중첩되지 않는 별개의 버프였다.

“전장마다 이런 절기를 펼치면 소모가 심해져서 말이야. 하지만 너희가 왔으니 아낄 필요 없겠지.”

사령관 개체를 잡으면 크세리온 제국은 유의미하게 약화될 것이다.
사문 공략도 훨씬 더 편해질 테고.

쿠오오오…….

비행정 잔해에서 나온 제8사령관 주변으로 타락을 선택한 자들이 집결했다. 적으로 변한 언데드 거수를 상대하는 타락자가 셋이었고, 또 사령관 옆에 있는 타락자가 셋이었다.

‘생각보다 강하잖아, 도대체 얼마나 인간과 수인을 제물로 바친 건지 원.’

유리온은 생명을 배신하고 타락한 존재들을 보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측은함이 느껴지는 건 그가 왕이기 때문일 것이다.
타락 조건은 진정한 의미의 배신이 아닌 두려움의 압제로도 충족된다.

로니아 왕국의 공작 출신인 타락자가 기다란 혀를 내밀었다.

[드디어…… 초월자의 고기를 뜯어 보는가. 저 몸을 제물로 바쳐, 제단을 만들어 내면 얼마나 강대한 힘을 손에 넣을지……!]

“하하, 건방진 놈.”

어느새 그들이 선 자리는 전장에서 떨어져 나간 또 하나의 전장이 되어 있었다.
강대한 존재감이 약한 개체들의 접근을 불허했다.

“다른 사령관은 어때?”
“막강합니다.”

언령의 기사단의 단장.
언령의 기사단의 부단장, 레오나.

삼정의 추기경, 정의의 그레고르반.

화산섬의 마탑주, 벨트로아.

흑요 등급 모험가, 이닉토르.

인간의 극점 다섯 명이 유리온을 중심으로 각자의 대열을 갖추었다. 그들이 잠시간 상대한 제6사령관이 루에린의 곁에 섰다.

“기예와는 다르게 죽음의 기운을 활용하는 언데드 특유의 기술…… 그런데 무투계의 형태가 짙게 묻어나 있습니다.”
“경지에 적응을 마친 초월자급으로 확인됩니다.”
“그 네 마리의 언데드를 제외한 다른 개체도 최소 그 정도란 건가. 역시 신기하네. 부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런 언데드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디서 데려온 것도 아니고.”

유리온은 옛 왕에게 치사하기 짝이 없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눈을 가늘게 떴다.

“전원, 죽지 마라.”
“폐하나 조심하시지요.”

레오나의 차갑고 건조한 대답에 유리온이 호쾌하게 웃었다.

“당연한 말을.”

유리온의 절기는 세 종류로 구분된다.

자신과의 계약, 자율 서약.
함께하는 계약, 공동 서약.
억압하는 계약, 강제 서약.

세계와 서약을 맺어 그 일부에 간섭할 수 있는 각종 이적을 발휘하는 초월자.
그는 유리온 하이로스다.

자율 서약: 묵언默言

유리온이 침묵할 ‘때’만 그의 모든 신체 능력이 증폭된다.

콰아아아아아아!

양측의 검기가 격돌했다.

죽은 자의 할버드와 서약의 검이 어지럽게 뒤얽혀 공명했다. 견갑과 견갑이 맞닿았다. 절도 있게 기술을 선보인 유리온과 제6사령관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공방을 벌였다.

단장은 그레고르반의 지원을 받으며 제8사령관의 주의를 끌었다. 화살을 비껴 낸 그가 간극을 좁히면서 검을 휘둘러 활을 제치고 회전, 옆차기가 안면을 가린 활 위를 강타했다.
뒤로 확 젖혀지는 루에린의 상반신.
그녀가 지면에 등이 닿는 순간 탄력만으로 일어나 날카롭게 다리를 내질렀다. 쩡! 이를 건틀릿으로 막은 단장이 뒤로 밀려나고, 즉각 그 자리를 권갑을 내세운 그레고르반이 채웠다.

콰아아아아앙!
퍼어어엉! 퍼어엉!

레오나, 이닉토르, 벨트로아는 최고위 타락자들을 상대로 집단전을 벌였다. 두 명의 무투가를 수호하는 화염의 바다가 굽이쳤다.

초월자 한 명과 극점 다섯 명.
사령관 둘과 타락자 셋.

제2차 초월자 전쟁의 일면이었다.

* * *

새로운 전장이 펼쳐진 건 유리온의 진군로인 갈기 구릉과 분쟁 지대의 경계만이 아니었다. 분쟁 지대의 중심에서도 혈전이 시작됐다.

불길한 청광이 번뜩였다.

───────────────!

유골룡이 활공하며 내뿜은 냉기의 브레스가 전장을 가로질렀다. 언데드가 되어 열화됐다고 해도 드래곤의 고유 능력.
그 힘은 초월자가 아니고서야 개인으로선 대적하기 어렵다.

이에 그들은 개인이 아닌 군단으로 대항했다.

<골육의 선상>

현 다크워튼 마탑주의 유일 제자인 할디른이 마도 장막을 펼치고, 그를 따라서 마법사들이 원소 및 마력 방벽을 전개했다.
방어용 아티팩트와 매직 아이템도 아까워하지 않고 즉각 기동했다.

쩌저저저저저적!

보호막의 표면이 시시각각 첨예하게 얼어붙은 것이 눈으로 보였다. 맨몸으로 저 혹한에 노출되었다면 얼어붙어 산산이 부서졌으리라.

콰아아앙!

[……!]

직후 비행정 함대에서 폭격을 가해 유골룡의 날개 피막을 맞혔고…… 대륙에 단 한 명밖에 없는 마녀가 환상을 일으켰다.
유골룡의 정신계에 침입하는 건 그녀로선 불가능한 터라 공간을 겨냥했다.

<위괴의 악몽>

유골룡이 감쪽 같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에스티리아 왕국의 전 궁정 마법사단장인 레오닐을 가두었던 마녀의 마법. 실리스는 그때보다 마법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
지금 그녀는 에스티리아 여왕일 뿐만 아니라 계외의 제자이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미숙한 마녀이자 마법사다.

‘이게, 언데드 드래곤의……!’

실리스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가시왕관을 얹은 머리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존재감만이 아니라 몸도 커서 그런 것인지, 레오닐 때와는 달리 악몽에 온전히 가둘 수 없었다.

쿠웅! 쿠우웅!

악몽 공간에 빠져 자취를 감춘 것도 잠시 유골룡이 힘으로 환상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의 발톱과 머리가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이대로는 마법이 파훼될 테지만…… 애초에 목적은 유골룡을 멈추는 데 있었으니.

환익(幻翼), 우르반.

이그나시아의 오른팔이 놈의 머리뼈 위로 올라가 근육질의 팔을 당겼다. 우르반은 이그나시아의 제자의 경호를 위해 가르간트를 나섰다.
상아색의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한데 뭉친 기운이 일권과 함께 떨어졌다.

쩌어어어어어어어엉!

유골룡이 아래로 추락했다.

이렇다 할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균형이 흔들렸을 뿐이지만, 아무튼 날아다니는 용보다 지상에 붙은 용이 훨씬 상대하기 편한 법.

템플의 대제자가 날개의 피막을 손상시켰다.

언데드 군단에 맞선 채로 극점들을 필두로 유골룡 토벌이 진행됐다.

그리고.

─────!
──────────!
────!

언데드 진영에서 검기가 난무하며 위험한 폭음이 메아리쳤다. 언데드가 휩쓸리든 말든 연신 퍼져나가는 금속의 울림.

템플의 마스터와 제3사령관이 대립했다.

* * *

두 개의 거검이 수평을 가르며 격돌했다.

기파(氣波)가 확산했다.

검을 맞댄 상태에서 벤디에가 예리한 레이피어를 소환했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로 그것이 허공을 여러 번 관통했다.

전쟁의 묵시록 – 네크라논이 거대한 손아귀로 그 경로를 차단하다가 섬전 같은 찌르기에 건틀릿이 뚫려 손뼈가 꿰였다.

[아름다운 솜씨로군.]

벤디에가 레이피어를 당기며 몸을 띄우고는 그대로 거검을 내리꽂았다.
놈의 팔을 자르기 위함이었으나, 네크라논이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손목을 뒤로 비틀더니 손가락 끝으로 그 칼날을 붙잡았다.

벤디에가 판단을 내렸다.

‘위험한 힘.’

당대의 수왕을 연상케 하는 근력이다.

후욱──────

네크라논이 힘껏 팔을 쳐올려 그녀의 거검을 위로 튕겨 냈다.
그다음에 왼손에 쥔 거대한 검으로 사선을 긋고는, 미끄러지듯이 나아가서는 오른손을 제 검과 교차시키며 내갈겼다.

콰아아아앙!

벤디에의 몸이 붕 뜨는 것도 잠시, 균형을 되찾으며 공중제비를 펼쳤다. 콰드득. 충격 대부분을 흘려보낸 그녀가 분쟁 지대에 족적을 남겼다.

[그보다 상위 기술은 없…… 음?]

네크라논이 문득 시선을 내렸다. 어느샌가 단검이 다리 관절 사이에 박혀 있었다. 일순간 벤디에가 가한 반격이었다.

[과연, 마스터라는 이명에 어울리는 기교.]

단검을 뽑아 옆으로 던졌다.

네크라논은 어떤 고통도 없는 기색이었다. 녀석이 인간이었다면 진즉 힘줄이 끊어졌을 텐데, 언데드라서 급소가 무의미했다.

‘손끝에 걸리는 감각으로 보아 스켈레톤형. 육신을 부수는 것만이 답이다.’

벤디에는 무기고에서 타격형 아티팩트를 선정하곤 전투의 흐름을 예측했다. 비장의 수단을 쓰지 않으면 전투가 지체되고 말 것이다.

그때였다.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군, 벤디에 카에카르.]

네크라논이 거검을 땅에 질질 끌며 여유롭게 발을 옮겼다.

[알고 싶나? 제8사령관의 정체를.]

“정체는 알고 있습니다.”

벤디에가 단호하게 대꾸했다.

“그녀는 첫 번째 대제자입니다. 크세리온 제국이 영혼을 불러내 조종하고 있는.”

[편견이 없군. 빛의 교리 따위로는 전혀 납득할 수 없을진대. 그러니 초월자인 것이겠지.]

네크라논이 기도하듯이 팔을 펼쳤다.

[영혼은 영원한 순환의 시작이다.]

“……영혼의 순환?”

[유한한 삶은 종지부를 찍고, 끝없는 반복이 미래를 그릴 것이니. 더 이상의 이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위해 우리는 절차를 진행하리.]

마치 신앙을 가진 듯한 언데드를 대체 뭐라고 하면 좋을까. 벤디에는 알 수 없었다. 언데드와 신앙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기에.

[전쟁은.]

초월자의 감각이 시간을 쪼갰다.

[모든 것의 의식이다.]

네크라논이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격하게 돌진했다. 벤디에는 피하지 않았다. 쌍검을 소환한 그녀가 정면에서 무구를 교차시켰다.

분쟁 지대의 평지가 일부 붕괴되었다.

* * *

암암리에 움직이며 주검의 영광을 지배하고 있는 베르덴.

세 번째 하인인 랑데르크를 시작부터 조우한 것은 여러모로 행운이었다. 수많은 병원체를 만들어 대륙 전역에 뿌릴 수 있는 그는 제국의 정보망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를 통해 정보를 접하던 그때였다.

랑데르크가 얼어붙었다.

베르덴이 물었다.

“무슨 일이지?”
“네크바엘…….”

랑데르크가 침을 삼키고는 나지막이 보고했다.

“사룡이 움직였습니다.”

사실상 옛 왕과 동급이나 다름없는 제국의 비대칭 전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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