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9화 약진(躍進) (1)
랑데르크는 피울음 역병 사태 때 그러했던 것처럼 분신의 일종인 병원체를 전 대륙에 퍼뜨렸다. 하지만 대규모급 역병 사태를 일으킬 수는 없었다.
흑마법사 또한 준비하는 자.
피울음 역병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한 최대, 최악의 테러였으니.
부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랑데르크는 고작 타운급 거주지를 전염시키는 게 최선이었고, 그것마저 촉각을 곤두세운 루아스교에 곧바로 발각되어 다시 성녀에게 심판당할 게 자명했다.
이 크세리온 제국에서 만연의 랑데르크의 쓰임새는 정보원이었다.
정보의 확인, 그리고 전달.
주검의 영광은 혼란스러운 전장에 개입하지 않고 첩보와 공작을 담당했으며, 사실상 그중 절반 이상을 랑데르크가 맡고 있다.
이제 그는 베르덴의 하인이다.
“방금 네크바엘이 날아올라서 시타델을 떠나는 걸 확인했으나, 제 능력으로는 어느 방위로 향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랑데르크의 병원체는 크세리온 제국의 황성에도 있다.
문제는 시타델이, 그 하늘섬이 두꺼운 구름층에 가려져 지상이 보이지 않는 드높은 상공을 부유하고 있다는 것.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동서남북의 구별은 의미를 잃는다.
‘사룡이 움직였다.’
베르덴은 새로운 정보에 주목했다.
아칸드의 생각을 따라가려고 했다. 사고의 초점을 적의 입장에 맞췄다. 사도는 순수한 승리만을 바라지 않는다.
‘전장에 투입할 거라면 제국의 공간 이동을 쓰는 게 나을 텐데, 왜 직접 날아갔을까. 만약 전장이 아닌 다른 곳에 뜻을 두고 있다면…… 목적지는 세계 연합에 속한 세력 외에는 없을 터.’
베르덴이 입술을 매만졌다.
‘이보다 더한 확전을 원하는 건가?’
델하룬 사문이 희생된 대가로 전장은 전 대륙으로 확장됐다. 명확한 단서는 그것뿐이나, 아칸드가 직접 나서기까지 한 사안이다.
단순히 민간인 피해를 두고 볼 수 없는 세계 연합을 자극해 방어 전력을 낭비시키고, 지휘 체계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는 게 맞지만…… 베르덴의 직감은 그 마땅한 가능성을 거부했다.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실마리.
그래도 단언할 수 있다.
아칸드는 전란으로 국제 사회를 완전히 무너뜨릴 작정이다. 과거엔 대륙 절반을 불태우는 데 그쳤으니, 이번에는 모든 인간종을 포함한 시대를 흔적도 없이 불태우리라.
이 전쟁은 은밀한 카드놀이에 가깝다.
누가 먼저 패를 내보이는가, 그 패를 막을 수 있는 패를 들고 있는가, 패의 숫자는 몇 개인가, 패를 던질 때마다 판돈을 얼마나 올리는가…….
베르덴은 내부 조력자를 손에 넣어 아칸드의 패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발각되면 안 되는 사항이다.
놈이 내는 패를 간파해 차츰 목을 조이다가 승패를 굳힐 때까지는. 그러니 주검의 영광이 확보한 정보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아칸드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줄 건 줘 가며 쟁취하는 승리라.’
작은 학살이 벌어질 걸 알면서도 나아가야 한다면, 계속 나아가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승리를 위해서 대의만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 직면하지 않는 이상 단정할 수 없지만, 둘 중 무엇이든 결국에 베르덴이 짊어져야 할 선택의 책임이다.
베르덴은 세계 연합장을 자임했다. 그게 최선이자 가장 많은 생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방침은 변함없다. 전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간에 주검의 영광은 ‘쐐기’ 준비에 전념하도록. 너희가 장식해야 할 건 전쟁의 종지부다.”
“알고 있어.”
“주검의 왕께서 뜻하시는 대로.”
루네시카의 영혼이 깃든 시체와 랑데르크가 즉각 대답했다. 아칸드는 ‘당신’의 여섯 번째 사도. 주검의 영광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대륙에의 강림을 꾀했을 게 자명했다.
주검의 영광은 이상을 기만당한 끝에 그저 사도의 부활에 이용당한 수단일 뿐…… 하나, 그 모든 책임이 희석되는 건 아니다.
전쟁의 시작에 깊이 관여한 것처럼, 그들은 전쟁의 끝에도 관여하게 될 것이다.
후웅.
베르덴이 통신 장치를 켰다.
네크바엘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으나 위치는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 그런 놈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연합에서 한 명밖에 없다.
“사룡이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대륙 규모의 색적이 필요합니다.”
베르덴은 짧게 용건을 전달했다. 애써 자초지종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생명의 죽음을 감지할 수 있는 그는 루네시카가 실질적으로 처형당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죽음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으나, 그만한 사기(死氣)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고 있다면 자취가 남기 마련이지.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합니다.”
───초대 마탑주에게도 탐색을 맡기지.
초대 네크로맨서는 언데드를 자처한 대가로 초월을 상실했으나, 라인델 넥스레온이 지배하는 현 다크워튼 마탑의 연구 끝에 유골룡으로 거듭났다.
마도를 구사할 수 있는 유골룡.
그는 크세리온 제국의 사룡에 대적하기 위한 전력 중 하나였다.
라인델과의 통신을 마치자마자 다른 초월자에게 연결했다. <전이>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신속한 마법사에게.
“사룡의 위치가 확인되는 대로 놈의 발목을 잡아야 한다. 할 수 있겠나?”
───오, 4대 고룡과의 첫 전투는 내 몫인가?
광명의 대재해.
베르덴과 진심 어린 살육전을 벌이기로 약속하고, 세계 연합 편에 선 고대의 8위계 초월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아주 마음에 드는군!
통신 장치 너머로 광기 어린 천둥소리가 선명히 울려 퍼졌다.
* * *
폴테인 평야에 파멸의 운석이 떨어지고──오늘로 개전 약 10일 차.
남쪽에서 초월자들의 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연합의 보급로에도 제국의 위험이 드리웠다. 예상했지만, 그 규모만은 예상 밖이었다.
노바르 보루.
다양한 공성 병기로 무장한 언데드 군단이 언덕을 향해 진격했다.
“저건 로니아 왕국과 하부 수인 부족의…… 정찰대가 보고한 대로야……!”
“언데드 주제에 빼돌릴 줄도 알다니.”
“머리! 머리 숙이게!”
콰아아아앙!
대지계 마법의 암석이 포물선을 그리더니 보루의 성벽을 강타했다.
마법진에 파문이 일었다.
방호 대책이 없었다면 그 한 방으로 성벽의 일부가 손상되었을 터였다. 공격하는 측이든 방어하는 측이든 현대에서 마법은 기본이었다.
흉벽에 엄폐한 공국의 라비슈른 후작.
“숫자로는 전혀 상대가 안 되는군.”
그와 마찬가지로 공국에 속한 로든마이어 백작이 첨언했다.
“최소 10만 이상인 듯합니다, 각하.”
“못해도 7배라. 전하와 함께 에스티리아 왕국에서 독립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언덕 아래에서 언데드의 마법과 화살이 쉴 새 없이 날아오고, 성벽에서 연합이 반격했다. 폭음과 폭발에 발밑이 연신 흔들렸다.
적의 마법적 투석기들이 날린 투사체를 화산섬의 마탑과 다크워튼 마탑의 장로가 요격했고, 비껴 나간 것은 성벽 앞에 떨어졌다.
“어떤 언데드 개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연합의 마법 폭격으로부터 병기들을 보호하고 있네. 국가급 전력이 다수라고 봐야 되겠지.”
고막이 먹먹할 지경이었다.
“공성 병기 부대를 방치하면 보루도 장시간 버티지 못할 걸세. 그리되면 지상전인데, 승리한다고 해도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말 터.”
“그럼 성밖으로 나가시죠. 옛날처럼.”
“옛날처럼…….”
에스티리아 왕국과 벨디른 공화국이 전쟁을 치렀을 때 리비안트 공국이 건국됐다. 이 둘은 공왕의 독립에 일조한 귀족이었고, 또한 공통적으로 베르덴과 인연이 있었다.
라비슈른 후작은 방주의 일원.
로든마이어 백작은 그레이를 통해서 베르덴에게 다양한 의뢰를 맡긴 장본인이다. 심지어는 대행사의 시합에 그를 내보낸 적도 있었다.
에온의 정보원으로 승격한 페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작이 즐겨 이용하던 정보상이었다.
쿠구구구궁!
쿠구궁!
“타개책은 그것뿐이겠군. 마침 보루의 지휘관들도 그렇게 결정을 내린 듯하네.”
노바르 보루의 안뜰에서 수십 명의 인원이 집결해 있었다. 그 중심에 자리한 템플의 대제자──키셰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크세리온 제국이 노획한 마법적 병기들이 보루의 저항력을 깎아 내고 있어요. 그러니 역습을 통해 적의 공성 병기들을 파괴하고 지휘관급 개체들을 상당 부분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 후방 지원은 화산섬의 마탑과 루아스교, 그리고 에스티리아 왕국의 테리트 백작이 맡을 겁니다.”
키셰나가 성문으로 향했다.
“자원할 사람은 저를 따르세요.”
실력에 자신이 있는 자들 수백 명이 모여 말 위에 올라탔다. 라비슈른 후작과 로든마이어 백작, 그리고 그들의 기사단도 함께했다.
키셰나가 시선을 높였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조제프 대주교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목걸이를 붙잡았다. 황금빛 정십자가를 통해 기도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개방하세요.”
“당겨어!”
“으랴아아앗!”
벨디른 공화국 소속 에브락 의원과 바로바 의원이 도르래를 당겼다. 성문 개폐를 맡은 병사가 불행히도 화살에 머리가 터진 터라 자리가 비어 있었다.
체면 차릴 때가 아니었다.
그들은 에스티리아 왕국과의 전면 전쟁을 경험한 사내들. 전쟁에서 품위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쉽게 죽는다는 걸 이해한 지 오래였다.
쿵.
보루가 열렸다.
세계 연합의 기사(騎士)들이 무식하게 언데드들을 향해 돌진했다. 상위 주교가 기적을 발해 토벌 부대에 신성 갑옷을 부여했다.
빛과 어둠이 충돌하기 전 비행정 함대에서 마법의 광채가 일었다.
“정면. 마법 범위와 연합군 사이의 이격 거리는 160m로 유지!”
테리트 백작.
칼리아 드 에스퍼렌사의 작은아버지로, 그녀가 백골의 비올라와 노사를 쫓기 위해 비행정을 훔쳤던 그 영지의 주인.
“제1파! 쏟아붓게!”
비행정 함대의 일제 포격이 밀집된 언데드 군단을 흐트러뜨렸다. 약해진 언데드의 벽이 검기와 더불어 말발굽에 허물어졌다.
제2파! 이어서 제3파!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현대의 전술 폭격이 길을 만들었다.
화산섬의 마탑 소속 멜코니 장로와 다크워튼 마탑 소속 즈하엘 장로를 필두로, 마탑의 마법사단이 그에 질세라 진격을 보조했다.
그러자…… 전군에 지시가 하달되기라도 한 것처럼 언데드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들의 공세가 훨씬 더 거세졌다.
괴성과 비명으로 차오르는 전장.
어디선가 강력한 마법이 날아와 흉벽을 부수었다. 엄폐한 채로 마법을 시전하고 있던 마법사들의 온몸이 산산조각 났다.
선홍빛 장기가 성벽을 장식했다.
방위 마법진과 매직 아이템의 내구도가 직전보다 빠르게 닳기 시작하며 방어 전력도 유의미한 피해에 직면했다.
쿠웅, 쿠구구궁!
소규모 비행정 세 척과 중형급 비행정 한 척이 선체 손상으로 균형을 잃고 천천히, 또는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었다.
일부는 언데드 한복판에 떨어져 생존자 전원이 산 채로 분해되었다.
그래도 사기는 줄지 않았다.
절망한 끝에 타락자로 변한 병사가 없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거침없이 죽음의 언덕을 파고드는 토벌대의 용기가 마음을 지탱했다.
‘방어 마법에 특화된 언데드들.’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던 키셰나가 공성 병기 사이에서 보호막을 전개하고 있는 특이한 리치 셋을 식별했다.
말에서 뛰어내렸다.
순인盾刃
방패 머리에 난 홈에 검을 올린 채 그녀가 정직하게 쇄도했다. 방어 파훼에 특화된 기예. 격돌 후 보호막을 일부 손상시켜 그대로 관통했다.
쩌어억!
경로에 있는 스켈레톤을 모조리 부수곤 예의 리치 하나의 머리뼈를 쪼개버렸다.
키셰나를 쫓아온 토벌대도 어떤 놈을 처리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즉각 산개, 공성 병기를 지키는 적들에 대항했다.
보호막이 흐려진 상황.
<화문 - 포화>
멜코니 장로가 백색의 밝기를 자랑하는 열선으로 지져, 공성 병기를 하나둘씩 파괴했다. 키셰나가 그걸 가능케 했다.
템플의 대제자인 그녀는 마스터와 여러 번 진검을 겨뤄 본 적 있는 극점의 검사였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날아온 갈고리가 스쳐 지나갔다. 뒤늦게 들리는 소리. 멜코니 장로가 갈비뼈 사이를 깊게 베여 마법사들의 부축을 받았다.
“크훕……!!”
“장로님!”
지상에서도 이변이 발생했다.
터어엉!
로든마이어 백작이 한쪽 팔이 부러지며 세게 나가떨어졌다. 공국의 실력자인 그가 고작 한 번의 공격을 견디지 못한 결과였다.
라비슈른 후작이 곧바로 지면을 박차 백작의 몸을 받아 주었다.
“로든마이어!”
“각하, 차원이 다른 개체가……!”
부러진 뼈가 살을 뚫고 나왔음에도 백작은 일어나 정면을 노려봤다. 흘러내리는 식은땀은 비단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공기가 일변했다.
음산한 비명을 흘리는 스켈레톤.
네 개의 팔뼈로 갈고리를 쥔 창백한 시체.
어린 송장을 끌어안은 이목구비 없는 여인.
[고난을 자처하는 생육(生肉)들.]
최고위 타락자들이었다.
[선택하여 안락을 찾아라.]
토벌대의 기세가 주춤했다. 적들은 다른 언데드와 그야말로 격이 달랐다. 저 셋만 고려해도 승패를 알기 어려웠다.
아무리 마탑의 장로들과 키셰나가 있다고 할지언정 언데드 군단에 둘러싸인 채 전투를 치르는 건 무모한 공방이었다.
“너희들이 최고 지휘관이군요.”
확실히 키셰나로서도 저 타락자 세 명을 감당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잘 가시길.”
[……?]
키셰나가 검을 들어 올려 수신호를 보내가 노바르 보루에서 반응했다.
그녀가 성 밖으로 나온 건 공성 무기를 처리하는 데도 있지만, 주 목적은 언데드 군단 어딘가에 숨어 있는 통솔자들을 찾는 데 있었다.
광활한 신성이 언덕 성채를 밝혔다.
“성녀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신뢰의 간청에 대한 대답이 곧 돌아왔다.
벨디른 공화국에서 유골룡 토벌전을 벌였을 때처럼 말이다.
───위치 좌표 확인했습니다, 조제프 대주교.
성소에서 출발해 중앙 대륙을 지나 동대륙에 빛이 당도했다. 어두운 하늘이 개벽했다. 그곳에서 거대한 빛의 형상이 급강하했다.
성창, 그란테르(Gran-ter).
──────────────────!
눈앞이 광명으로 물들었다. 섬광이 점차 커지더니 공간을 뒤덮었다. 그 신성함 아래엔 어떤 부정(不淨)도 감히 존재할 수 없었으니.
“이게, 성녀님의 그…….”
“따스한 빛이야.”
“가히 신의 기적이로다.”
언데드 군단의 중심이 소실되었다.
타락자들은 그 오만함과는 다르게 한순간에 정화돼 세상에서 지워졌다. 그들 근처에 있었던 상위 및 하위 언데드도 빛이 되어 흩어졌다.
성녀에 의한 정밀 타격이 성공했다.
하지만……여전히 노바르 보루를 노리는 언데드는 많이 남아 있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키셰나가 명령해 남은 공성 병기를 다시 활용할 수 없게 부수었다. 군마에 올라탄 그녀가 지휘를 거듭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애매한 지능은 없느니만 못할 때가 많죠. 머리가 미끼를 문 덕분에, 적들은 공성 전력과 통솔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으니 직전의 공세를 되풀이하지는 못할 겁니다.”
키셰나는 진격할 때도, 복귀할 때도 선두였다.
“이제 버티기만 하죠. 못해도 병기 수송대가 하스토우 요새에 도착할 때까지는.”
연합이 약진한다.
* * *
제6사령관과 부딪치며 주변 일대에 전투의 상흔을 남기는 유리온.
‘유려한 움직임이군.’
무식하게 움직일 것 같은 외형인데 단장의 말대로 무투계의 특징이 보였다. 무시할 수 없는 단련을 쌓은 수준의…… 마법사가 된 듯 사령관의 기원이 궁금해서 마음이 근질거렸다.
‘뭐, 어쨌든.’
웬만한 공격은 받아 주다가 기회다 싶으면 재빠르게 물러나 버리니 영 성가시기 짝이 없다. 그러니 적에게 불리한 전투를 강제할 수밖에.
공동 서약: 준칙準則
“서로 규칙을 세우는 게 어때? 자의적으로 뒤로 물러나지 않기로 말이야.”
[…….]
“아, 싫다고?”
사령관급 개체에게 유리온의 서약은 온전히 먹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동 서약은 합의가 필요한 절기.
유리온이 사납게 웃었다.
“싫어도 받아들여.”
초월기.
희생 서약: 강행強行
지금부터 유리온 하이로스의 모든 서약에 압도적인 강제성이 부여된다.
설령 초월자라고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