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03

1103화 앞마당 확보 (2)

후환이 된다고 해도 작금의 전쟁에 혼란을 줄 만한 요소들은 모조리 배제한다.
일단은 은폐한다.
세간에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도록 침묵한다.

끝이 보이기 전까지는…….

최고 극비 사안을 전달받은 베르덴의 방침은 그저 한결같았다.

베르덴은 연합의 분석가들과 함께 크세리온 제국의 전략을 해석했다.
그의 본체는 외부에 있으나, 그의 의식을 공유하는 이그나시아의 정신체는 연합 본부에 머무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합의 진군을 저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적극적이지는 않다, 즉 연합군단들의 실질적인 전력을 경험했으니, 저마다의 결전은 사문 안에서 치르겠다고 확신해도 좋을 터.’

그 와중에 남부 제1토벌군단장-유리온 하이로스가 적의 제6사령관을 토벌했다. 과연 초월자로서 세력을 넘어 일국을 세운 사내.
큰 손실 없이 초월자급 전력을 하나 줄였으니 연합 최대의 공훈이었다.

‘현재 최전선의 상황은…….’

펜드렌호 토벌군단은 대륙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호수의 중심부에서 치열한 해상전을 벌여 사문에 거의 도달한 상태.

테르네티아 연방의 토벌군단은 모든 전장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언데드 군단을 상대하며 병기 운송을 기다리고 있다.

동대륙 남부 토벌군단은 모든 병기가 설치될 언덕 지대를 거의 점령하여 타락의 선택을 종용하는 사문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프로하스 토벌군단은 여전히 사문을 봉인한 채로 대기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마렌 왕국에서는 섭리자가 철저히 언데드의 진출을 틀어막으며 사문을 둘러싼 포위망을 과연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

마경 토벌군단은 그들을 지원하는 후속대의 보고에 따르면, 마경 탐사를 겸한 진군에 있어서 아직 이렇다 할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듯했다.

‘대부분 타격 지점을 확보한 셈이니 공세는 계획 이상으로 성공적이다.’

그렇다면 방어는 어떨까.

델하룬 사문이 폐쇄되면서 전 세계에 퍼진 언데드 군단은, 연합 본부의 대응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잘 대처하고 있긴 하나…… 피해는 불가피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이 대륙은 품에 안기엔 너무도 넓었기에.

무고한 자들이 죽어 간다.

운명이고, 저항이고,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비명을 지른다.

세계 연합의 대피령에 응하지 않은 일부 마을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타운과 도시급 거주 구역마저도 상위종 언데드와 그 수를 감당하지 못한 끝에 무너진 곳도 있다.

군단과 시민은 다르다.

몰려드는 위기에 저항할 힘이 없다.

전쟁이 시작되고 군단을 제외한 사상자는 4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집계되는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인류의 전성기임을 고려하면 객관적으로는 극미한 피해일 것이다.

연합의 방어 대책은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피울음 역병, 언데드 발호, 동대륙 남부의 궤멸…… 최근 사건들을 통틀어 진즉에 사망자는 천만 단위를 아득히 추월한 상황이다.
방심한 로니아 왕국과 하부 수인 부족의 실종자가 그 대부분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죽음은 결코 숫자만으로 헤아릴 수 없다.

전쟁이 종식되고 나면 얼마나 많은 피와 시체가 뒤에 남아 있을까.

“…….”

베르덴이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도 사도의 출현은 예정된 미래였다. 베르덴은 원인이 아닌 ‘당신’과 초대 마도왕의 전쟁에서 태어난 변수이므로.
베르덴이 없었다면 사상자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책임을 인식했다.

‘당신’과 초대 마도왕이 전쟁의 사상자들을 필요한 희생이랍시고 버렸다면 반기를 들어야 옳다. 베르덴은 버려진 자들의 신이다.

‘방어 또한 최선에 가깝다. 델하룬 토벌군단을 방어 전력으로 돌리기까지 했으니. 전반적으로 세계 연합의 상황은 낙관적이다.’

베르덴이 잿빛의 건틀릿을 툭툭 두드렸다.

‘다만, 변수는 두 가지.’

첫 번째 변수는 아직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사룡의 개입이다. 고룡에 정면으로 대적할 수 있는 건 비대칭 전력 외에 없으니, 녀석이 나타나는 순간 해당 전장의 전세가 뒤집힐 터.

그리고.

두 번째 변수는 공간이다.

───베르덴 오라버니.

베르덴을 이런 호칭으로 부르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7대 마도왕의 손녀, 메드레일 루인 아케나드가 통신을 연결했다.

───루아스 교국이 동대륙 남부에서 대규모 공간 전이를 실행하면서, 마도국의 동력원으로 유지되던 공간 안정이 거의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동력원 상태로 보아 이제 초장거리 전이 몇 번이면 ‘셧다운’에 들어갈 거예요.

반젤리스의 동력원이 정지하면 일종의 공간 정전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대륙에서 정상적인 <전이>가 불가능해진다.
연합만이 아니라 크세리온 제국도 마찬가지다.
제국 또한 연합이 안정시킨 공간 좌표를 이용해서 <전이>하고 있으니까.

셧다운(Shutdown).

연합에서는 양측 다 공간을 넘나들 수 없는 상황을 그렇게 명명했다.

“신(新) 공간 마법진 배열의 진척도는?”

───조부님께서 명확하게 말씀해 주시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마탑의 동력원에 걸맞게 공간 마법진 배열을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해서…….

비대칭 전력인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는 디아문 마탑에 있다. 그가 창조한 동력원과는 다르게 마탑의 동력원은 무한한 마력을 자랑한다.
이를 이용해 새롭게 공간이 안정되면 사문에 의한 <전이>의 제한은 완전히 사라진다.

“알겠다. 주기적으로 연락하도록.”

───네, 오라버니. 힘내세요.

최전선에 나갈 수 없는 메드레일이 짧게 격려하고 냉큼 통신을 끊었다.
쑥스러운 듯했다.
배다른 것도 아닌, 피조차 이어지지 않은 여동생의 응원이라. 베르덴은 잠깐 헛웃음을 짓고는…… 감정을 극한까지 절제했다.

‘아칸드나 나나 가진 패는 한정되어 있다.’

아칸드는 네 마리의 언데드 외에도 사룡을 판 위에 올렸고, 베르덴은 비대칭 전력으로 그에 대응하면서 사문의 앞마당을 점거했다.

‘각자 상대가 어떤 방향으로의 전략을 구사하는지 보았으니, 단순한 강수를 넘어 과감한 묘수를 두기에 적합한 때.’

펜드렌 호수.
테르네티아 연방.
동대륙 남부의 분쟁 지대.

델하룬에서는 아칸드가 직접 출진해 전쟁 판도를 크게 흔들었다. 사룡으로 그 기조를 이어 나갈 생각인 모양이나 선수를 빼앗길 생각은 없다.

이번에는 베르덴의 차례다.

“앞마당에 병기가 설치되는 즉시 최전선으로 공간 전개.”

베르덴이 알파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주검의 영광에서 가장 중요한 당대 세 번째 하인을 포섭했으니, 나머지는 루네시카 안테르노아가 알아서 할 것이다.

분열 계획은 더 손대지 않고도 충분할 터.

“가레스 시릴리아드는 동대륙 남부로 전이시키고, 중앙 대륙에서는 테르네티아 연방의 사면(四面) 섬멸 작전을 개시한다.”

───[확인. 서대륙의 펜드렌 호수. 어떻게?]

“내가 직접 가지.”

사룡의 위치를 파악하는 중이나, 그러면서 미끼를 이용해 사룡의 이동 방향을 유도하는 것도 대응으로는 좋은 선택이다.

과연 물지 안 물지는 몰라도 미끼로 삼기엔 베르덴 자신이 제격이었다. 물론 걸려들지 않아도 좋다. 그건 그것대로 연합에 이득이니까.

동시 타격을 준비하는 연합.

베르덴의 정신체는 이미 비행정 아르시스를 이끌고 테르네티아 연방으로 이동 중에 있으며.
베르덴의 본체는 정체를 완전히 은폐한 채 펜드렌 호수의 토벌군단을 조력할 예정이다.

7위계의 원소계 베르덴.
8위계의 흑마법계 베르덴.

전쟁 개시 후 십수 일간 크세리온 제국의 패를 얼추 확인한 두 명의 베르덴이, 병렬 사고로 연결된 채 다시 전선으로 향하기로 판단했다.

* * *

중앙 대륙 남부에서는 생명체가 타락하지 않고, 시체가 순식간에 언데드로 재탄생하지도 않으며,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기이한 무언가로 변형되지도 않는다.

테르네티아 연방을 장악한 사문의 기능은 누구나 이해할 정도로 직관적이었다.

압도적인 규모의 언데드 군단.

그뿐이었다.

쿠구구구구구궁───!

비행정 함대의 마법 폭격이 강타한 땅이 순식간에 새로운 죽음으로 뒤덮인다. 숲의 경계에서 쏟아지는 언데드가 평야를 오염시킨다.

원거리 화력만으로는 도저히 감당 불가능한 숫자가 들이닥치니 근거리 교전은 필연.

“병기 수송대가 곧 도착할 예정이고, 저 얕은 숲만 넘으면 앞마당의 경계다.”

딘엘 왕국군, 벨마이르 왕국군, 실페라 자치령의 군대, 노덴 공국군, 상부 수인 부족과 중부 수인 부족, 주인 없는 땅의 군대, 에온의 마법사단, 루아스 교국의 성율성단과 성직자.

“전진하라.”

토벌군단에 속한 세력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충돌을 기다리고 있다.
병사들이 말아쥔 검끝이 흔들린다.

“후퇴는 없다.”

토벌군단장의 명령을 받은 수많은 지휘관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후퇴는 없다───!”
“전진하라───!”

언데드 군단의 발소리에 맞서 연합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햇빛은 기울어 있다. 그림자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쿠우우우우우웅!

양측의 군세가 격돌했다.

언데드 군단은 대부분 하위종의 언데드로 이루어져 있지만, 놈들은 전장마다 연방 토벌군의 몇 배나 되는 물량으로 발목을 붙잡으니 진절머리가 나는 걸 넘어서 공포를 느끼게 했다.
특히 밤의 전장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언데드 특유의 소리는 정신의 약한 부분부터 갉아먹었다.

진군 속도가 점차 감소한다.
적들은 여전히 셀 수 없이 많다.

언데드에게 살해당할 때까지 전투를 반복해야 하는 악몽에 빠진 것만 같다. 업무를 보며 휴일에는 단잠을 청하는 일상이 그립다.
루아스교의 기적으로 치료하기 전에 죽은 아군의 시체가 발에 걸린다.
안전한 도시에서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이 괜히 원망스럽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

등 뒤에 친구, 이웃, 연인, 가족이 있으니까. 언데드 따위가 감히 그들의 생명을 넘보게 할 수 없다. 지키고 싶은 것들을 위해───그것이 세계 연합이 내세우는 가치 중 하나다.

빠각!

병사가 소리치며 후면에 망치머리가 달린 폴액스로 언데드의 두개골을 후려쳤다.

스켈레톤 계열은 타격에 취약하고, 또 좀비 계열은 참격에 약하다.

토벌군단의 무장은 언데드에 특화되어 있다. 일개 병사가 착용하기에는 과분할 만큼, 흠 하나 없는 고급 장비로 기본 무장이 갖춰진 상태.

얼굴 피부를 잡아 뜯으려는 언데드의 손뼈가 투구를 긁고 떨어졌다. 무구를 소유한 언데드 개체들도 그의 갑옷을 어쩌지 못했다.

전방에서 폭음이 터졌다.

성자 레온하르트의 존재가 넓은 범위를 압도하며 언데드를 약화시켰고, 강인한 수인들이 뛰어들어 죽은 자들을 사냥했다.
성율성단의 이단 심문관들이 절도 있게 전진하며 평야를 장악했다.

그 순간 둔탁한 탄성음이 귓가를 스쳤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크세리온 제국에서 병기에 가까운 언데드 개체들을 투입한 것이다. 고개를 들자마자, 숲 너머에서 시체 덩어리로 이루어진 투사체들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마법으로 요격했지만 수가 많을 뿐더러 보기보다는 위력이 공성 병기에 필적할 정도로 막강해서 5위계급 장막으로는 막을 수 없으며.
저게 지상에 착탄하면 사기에 의한 지독한 부패와 오염이 발생한다.

직격당한 인간은 즉사.

이에 보랏빛 검기가 그것들을 베어 떨어뜨렸다.

“레온하르트.”
“예, 알고 있습니다.”

아드리안과 레온하르트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즉각 적진을 돌파했다.

이곳에서 여러 전장을 겪으며 깨달은 게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성가신 상위종은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군과 발을 맞췄다가는 오히려 피해만 커진다.

아드리안이 기운을 내뿜으며 압도적인 속도로 숲을 관통했다. 그 경로에 있던 언데드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광검에 절단됐다.
레온하르트는 도약을 거듭하며 신성 폭발로 그의 뒤를 쫓았다.

숲을 벗어나자 보이는 다른 평야.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규모가 거대한 언데드 군단 사이사이 오염된 시체를 쏘아 보내는 기괴한 개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문 인근도 이런데 내부는 얼마나 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군요. 이곳을 정리하는 데만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토벌군단은 강력한 개체들의 위험에 노출된다. 크세리온 제국은 고도의 전력과 전술을 구사한다.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지만 며칠 전과 다르게 오늘은 후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테르네티아 연방의 사면 섬멸 작전이 실행되었으며 병기 수송대가 거의 도착했다. 아주 익숙한 초월자의 존재감과 함께.

“지휘관급과 병기급 개체.”

아드리안은 앞다리에 무게를 실었다.

“3할은 네가 맡도록.”
“절반을 맡──”

성자 레온하르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드리안이 가속했다.

“……3할 맡을게요.”

레온하르트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신성한 안광을 번뜩였다. 하늘로 치켜든 성검 [루엔스]에서 신성력이 치솟았다.

──────!

두 초월자에 의한 굉음이 수십만 언데드 군단에서 파문처럼 번져 나갔다.

* * *

테르네티아 연방에서 토벌을 진행하며 군단에 가장 많은 피해를 준 건 종의 한계를 벗어난 존재의 탈을 쓴 개체였다.

초월자 인형.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대륙을 누비며 많은 인명을 학살한 존재들. 초월의 격을 상실했으나, 그 경지는 극점 이상이었다.
그들은 언데드로서 당연히 크세리온 제국의 군단에 들어갔다.

까앙!

검격을 주고받자마자 힘에서 밀린 핏빛검 레이라가 크게 물러나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팔꿈치와 손목이 시큰거렸다.
안면을 완전히 덮은 특이한 투구로 가려진 그녀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초월자 인형이 셋…….”
“인형이라. 의미는 이해하나 듣기에 거북하구나.”

마법계 초월자 인형이 마도를 개방해 고유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이상의 주박에서 풀려난 개안자(開眼者)라고 불러 다오.”

무투계 초월자 인형 둘이 토벌군단의 측면을 앞에 두었다. 천검과 성자가 적진으로 가자마자 그 틈새를 노린 것이다.

그들에 맞서 군단의 간부들이 집결했다.

셋이나 되는 초월자 인형과 안정적으로 맞서려면 무려 극점이 여섯이나 있어야 하나, 그 정도의 전력은 남부 토벌군단에 없다.
그 대신 국가급 전력이 다수이니 숫자로 토벌하는 수밖에 없다.

“개안자? 인형치고 거창한 이름을 바라는군.”

군림자 라테온이 방패를 앞세우며 먼저 달려 나갈 준비를 갖췄다.
그를 중심으로 진형이 완성됐다.
헬리온 마탑주인 트리톤이 상대의 마법에 맞서서 고유 마법을 연산했다.

초월을 잃었을지언정 그 경지를 경험했던 인형들은 조소하며 한 발 내디뎠다.
마법이 충돌하는 걸 기점으로 학살을 일으키고는 저들의 생기 넘치는 고기를 씹을 작정이었다. 그들은 육체를 유지하려면 생명을 삼켜야 했다.

그때였다.

“……!”
“……?!”

무투계 초월자 인형들이 멈칫하더니 갑자기 주변을 훑었다. 뭔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직후에 검과 도끼를 휘둘렀으나 그들의 기예는 무엇에도 닿지 않고 허공에 흩어졌다.

“쟤들, 뭐 하는 거지?”
“잠깐. 가까이서 마법 반응이…….”
“기척이 아주 가깝다.”

수인 대부족의 부족장과 트리톤만이 타인의 존재를 감지했다.

“이건…… 고도의 <투명화>!”

마법계 초월자 인형도 마법적 감각에 몰두하더니 냅다 마법을 내리꽂았다.

중력이 뒤섞인 불길이 작렬했다. 바람이 몰아치며 지면이 움푹 가라앉았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무언가를 죽이기 위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 그가 허공에서 마력을 퍼뜨려 그것의 흔적에 집중했다.

“대체 무엇이─아!”

간신히 접근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성공해 뒤를 돌아본 순간.

콰드득!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마법계 초월자 인형의 복부를 꿰뚫었다. 피와 장기로 더렵혀졌음에도 건틀릿은 그 잿빛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

“꺽…… 커억…….”
“악취가 진동하는군.”

이그나시아의 정신체─────7위계급 베르덴이 세계 연합 본부에서 출진해 중앙 대륙 남부의 전장에 도착했다.
방주 선장의 비행정, 아르시스의 속도로 병기 수송 부대를 앞질러 온 것이다.
물론 그의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는 베르덴 본체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8위계…… 초월, 자…….”

부르르 떨리는 초월자 인형의 눈동자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왜, 여기에……?”

베르덴은 대답하지 않고 놈을 붙잡았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직!

그대로 절반으로 찢어발겨진 마법계 초월자 인형이 망화에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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