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02

1102화 앞마당 확보 (1)

발리온과 키르에의 눈빛은 인간의 잣대로 가늠할 수 없는 살인자의 그것이었다.

호세는 한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음을 알기에 다가오는 발리온을 마주했다. 콱! 엄청난 압력이 숨결을 옥죄었다.

“끅…… 끄윽……!”
“겁쟁이라고?”

발리온에게 목을 잡힌 순간 호세의 발이 지면에서 멀어졌다.

“대체 무슨 종류의 신을 숭배해야 그 처지에 그딴 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거냐. 나의 기분에 당장 생사가 결정될 구인류가.”

발리온의 전완이 갈라지더니 생체 칼날이 비스듬히 뻗어 나왔다. 글러트니의 발톱이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고순도의 최상위 금속과 다름없는 예리함이 호세의 눈동자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정지했다.

“키르에가 마음에 들어하기에 편의를 봐주었더니 본인의 입장을 잊은 모양이군. 좋다. 네놈이 지키고자 하는 구인류들로 이식자를 제작하는 광경을 그렇게나 원한다면, 직접 입회시켜 주지.”

글러트니의 실험실에 갇힌 레나르, 페이, 하에넬로 인체 실험을 하겠다는 협박은 서늘한 공기를 한층 더 차갑게 만들었다.

발리온은 변명을 듣고자 손아귀를 느슨하게 풀어 약간의 여유를 주었다.

호세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당신은, 완벽한 인류를 부르짖고 있으나…… 하는, 짓은, 한낱 소인배가, 따로 없소……!”
“뭐?”
“스스로 피를, 흘리려, 하지 않고, 그저 남의 피만, 탐내는…….”

이단 신앙자의 강렬한 눈빛은 그들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띠었다.

“소인배!”

바닥에 떨어진 호세가 본능적으로 목을 어루만지며 연신 기침했다. 폐가 공기를 마시기 위해 당장 호세를 닦달했다.
그런 그의 머리 위에서 소름 끼치는 시선과 더불어 살벌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너 따위가 내게 피를 논해?”
“당신도 여태껏 나름대로…… 쿨럭……! 많은 피를 흘리기는 했겠지. 한데, 그렇게 얻은, 쿨럭, 쿨럭……! 결론이 이거요? 이 대륙을 논하는 전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타인의 희생 속에서 이득만 취하는 게?”
“내가 아니었으면 네놈들은 초월자 인형에 죽었을 텐데.”
“알고 있소. 알다마다.”

호세는 주저앉은 채 시선만 높였다.

“테르네티아 연방에서 당신들이 그 노인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죽었을 거요. 그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소. 하지만, 오직 결과만을 따지면 어째서 과정이란 것이 존재하겠소.”

격의 차이는 천지(天地)와 같다.

호세의 육체는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고 있었으나 결코 고개를 낮추지 않았다. 하늘 높은 줄 알면서도 감히 노려보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지라.

“당신의 의도는 어디까지나 구명이 아닌 호기심에 있었고, 흥미 본위로 날 납치하겠다고 판단했소. 내가 살아남은 결과에 당신의 영향이 무척이나 깊으나, 그 의도에마저 고개 숙일 수는 없지.”

호세가 한 차례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내 생애 가장 잔인한 존재이나, 그럼에도 신념이 있다는 걸 이해하오.”
“이해한다고? 네까짓 것이 나를?”
“나는 받아들일 수 없는 신념이지만 분명히 작금의 인류에 질렸기에 그런 이상을 가진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 당신의 행동은, 당신들 글러트니가 구인류라고 지칭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소.”

발리온이 진한 살의를 보이며 낮게 으르릉거렸다. 초월자의 통찰력으로 호세의 의중을 간파하는 것쯤은 간단한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그 입을 찢을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구인류는 무엇이오?”

호세가 무릎을 짚었다.

“세계 연합만 구인류인가? 그렇다면 저 크세리온 제국이란 고대의 나라는 무엇이오? 그들을 재림하게 만든 주검의 영광은 구인류가 아닌 거요? 그런 주검의 영광이 바라는 고대의 제국은 구인류의 산물이 아닌 거요?”

시선의 격차가 점차 좁혀진다.

“당신들이 이제까지 해 온 것처럼 하시오. 구인류의 몰살을. 혹, 크세리온 제국을 적대하는 것이 구인류를 도와주는 길인 것 같아 마음에 걸리시오?”
“닥쳐라.”
“아마 결과적으로는 그럴 것이오. 하나…… 의도는 다르지. 그저 양측의 공멸을 원한다면 관망하는 것이 옳겠으나…… 당신, 글러트니가 추구하는 건 신인류의 탄생일진대, 당신의 태도를 보고 저 신인류의 태아는 무엇을 보고 배우겠소?”

호세가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발리온의 체격이 더 크기에 올려다보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그는 저자세가 아니었다.

“단언하건대 적어도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는 아닐 거요.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도 하니까.”

발리온은 4세기 이상을, 키르에는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긴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으로 자식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부모의 삶을 경험하지 못했다.

호세는 그들보다 무력하고, 한참이나 어린 왜소한 사내지만────남편이자 가장, 그리고 부모로서는 오히려 선배였다.

“이상적인 자식을 원한다면 당신들 먼저 이상적인 존재가 되어야 할 거요.”

쩍, 쿠우웅───!

앞차기가 작렬했다.

복도에 몇 번이나 부딪히며 날아간 호세가 이윽고 벽에 충돌했다. 한 팔이 꺾였다. 갈비뼈는 조각났으며 장기는 파열됐다.
단번에 의식을 상실해 버린 그에게서 미약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발리온은 그런 호세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꽈드득.
손가락 한 마디가 들어갈 정도로 깊이.

“……루아스 교국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적을 발현하는군.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간접적으로 뇌에 자극을 준 직후 기묘한 안정감이 사라졌다. 손을 거두었다. 흘러내리던 피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관자놀이의 상처가 메워졌다.

“키르에, 목숨만 붙여 둔 채로 666번 인공 실험실에 가둬라. 구인류의 정신계가 얼마나 나약한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발리온의 목에 힘줄이 돋았다.

“극한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지금처럼 입을 놀릴 수 있는지 봐야겠다.”
“알겠어요. 그렇게 조치할게요.”

키르에는 살짝 늦게 고개를 당기고 천천히 기절한 호세를 수습했다.

발리온은 그 둘을 뒤로했다. 글러트니의 본거지인 탐식의 조정소의 복도를 걷고 있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가 되었다.

폭력으로는 풀 수 없는 불쾌감과 찝찝함이 아직도 맴돌고 있었다.

“……감히.”

분명히 호세가 발현한 정체불명의 기적의 영향에서 벗어났건만, 발리온 프레이아의 내면에 생긴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 * *

노바르 보루로 보낸 15,000명의 인원을 제외하고 동대륙 남부 제1군단과 제2군단의 병력 총합은 13만 5천 명.
그중 7,142명이 사망했고, 20,31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언데드 군단이 상대였다는 걸 생각하면 사상자의 규모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체력이 있느냐 없느냐, 또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는 전쟁에서 그저 유리함과 불리함만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루아스교의 신성력이 없었다면 군단의 피해는 아마 배 이상 늘었을 것이며, 부상을 회복하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리라.

파아아아앗.

새로운 임시 거점에 일렬로 늘어선 부상자 텐트에 따스한 휘광이 피어오른다.

교황이 치료소 전체에 성직자들을 강화하는 빛의 기적을 설치하고, 부상이 심한 병사들만 모인 천막의 끝자락에서 치료를 진행 중이었다.
이런 방면에서 그의 신성력은 삼정의 추기경만이 아니라 성녀와 성자와도 격이 다르다.

“오.”

간부급 전용의 천막에서 유니아가 벌떡 상반신을 일으켰다.

“자잘한 상처는 그냥 회복되는데? 정신계도 뭔가 조금씩 안정되는 것 같, 앜.”

괜히 머리를 흔들어 본 유니아가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카인이 말했다.

“누워 있기나 해.”
“확인.”

카인의 권유에 유니아가 풀썩 쓰러졌다. 서약자의 계획대로 아주 강력한 마법을 날렸더니 두통이 가시지 않았다.
비교적 가벼운 대가였다.
마도 위계 돌파에 더해서 아티팩트의 반동까지…… 대마력 덕분에 예전보다는 확실히 부담이 제법 줄기는 했다.

유니아는 맞은편 침상에 있는 쌍둥이 카인에게 시선을 보냈다.

“너, 뭔가 거칠어졌네?”
“거칠다고?”
“거울 보여 줘?”

작은 거울에 비친 카인은 상처투성이였다. 전장을 맨몸으로 헤쳐 나온 것 같다. 마검 [크레티마]를 지팡이 삼아 앉아 있는 그는 평소의 과묵함이 더해져 참으로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카인은 그 안의 자신을 들여다봤다.

“……뭐, 전쟁이니까 몰골이 이럴 수밖에.”
“그렇긴 하지만. 그보다 그 사람이 준 목걸이하고 검은 어때? 별 반응 없어?”

베르덴 선배가 말하길 악신의 잔재를 육체로 삼아 되살아난 고대 종교의 사도 – 엘로리스는 카인에게만 자신의 목걸이와 검을 선물했다.

[새벽의 별빛]과 [새벽의 검].

특히 목걸이는 현대로 치면 4대 신물처럼 신기라고 하던데, 그런 걸 왜 카인을 콕 짚어서 준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었다.

카인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그래? 흠, 선배가 위험한 거는 아니라고 했으니까 괜찮긴 할 텐데…….”

쌍둥이가 고대 신의 사도가 준 선물의 정체가 뭘지 골똘히 생각하던 도중에, 천막 입구가 열리며 세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현자님!“
“몸이…… 괜찮으십니까?”
“하하하하! 당연히 괜찮지!”

소사이어티의 힘의 현자──이제는 에온의 세 번째 위상인 오스가르 파르건이 자신에게 다가온 쌍둥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치명상은 없어 보이긴 했으나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참고로 그의 왼팔은, 예전에 산디르 파엔과의 전투에서 결손된 탓에 고기능의 골렘 의체로 대체한 상태였다.

“여러 강자를 상대해 왔지만 유골룡이라는 개체도 상당히 강하더구나. 드래곤의 뼈가 그럴진대 살아 있는 드래곤은 대체 어떨지…… 결국에 힘을 모아 토벌하긴 했지만. 너희들 쪽도 재난이었다고 들었다.”
“어렵기는 했습니다.”
“재난은요. 낙승이죠, 낙승.”

며칠 만의 재회인데도 세 사람은 극적으로 해후한 것 같았다. 그렇게 보일 정도로 그들의 유대는 피보다 진했다.

“어린 나이에 경지를 이루었으나 경험도 그에 못지않더군. 능력껏 활약할 줄 알아. 전대 워로드의 제자인 데다가 베르덴을 선배로 삼고 있으니. 하하, 에온에도 인재가 많단 말이야.”

오스가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가는 길이 겹쳐 우연히 오스가르와 함께 치료소에 방문한 초월자들이었다.

“잘했다.”
“아…….”

유리온은 카인과 유니아의 머리를 세게 쓰다듬고는 천막을 통과했고, 그 옆의 벤디에는 가볍게 끄덕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치료소 천막은 이동의 편의와 혼선의 방지를 위해 구역별로 연달아 배치했다.
천막 통로를 지나면 곧바로 다른 간부의 천막이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화산섬의 마탑 장로처럼 전투 중에 사망한 국가급 전력도 있었으나, 유리온과 함께 사령관들을 상대한 이들은 살아남았다.

마탑주 벨트로아는 제8사령관에게 오른손 절반이 날아갔지만, 대주교급의 기적을 받아 결손된 신체를 복구받았다.
전시 상황을 고려해, 루아스 교국은 세간에 허용된 기적의 상한선을 일부 완화했다.

불굴의 이닉토르와 로안 단장은 그보다는 부상이 덜했지만 아직은 병상에 있어야 했다.

레오나 부단장은 마지막에 제8사령관이 휘두른 뼈 단검에 가슴이 찔렸다. 갑주마저 관통됐으니 자칫하면 즉사였으나…….
유리온이 결속의 서약을 통해 파악한 대로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헤비 랜스와 대방패를 다룰 정도로 여성치고는 큰 체격, 그만큼 남다른 흉부 덕분에 뼈의 날이 장기까지 깊게 닿지 않은 것이다.

“왕비 전하께 이를 겁니다, 폐하.”
“근데 사실이잖아. 가슴 커서 살았…….”
“유리온, 쓰레기 같은 말투는 그만두시죠.”

막 포션과 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무구를 손질하고 있던 레오나의 싸늘한 표정을 뒤로하고, 두 초월자는 계속 나아갔다.

벤디에의 경멸 섞인 눈초리를 무시하며 유리온이 물었다.

“이그나시아의 제자는 어때? 제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실전에서 전략적으로 운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는데. 무엇보다 그 쾌락주의자가 스승 역할을 잘 해낼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심지가 놀라울 정도로 굳더군요. 마법에 정식으로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는 마법사처럼 미숙하긴 하나, 재능은 높습니다.”
“전장에 휩쓸리지 않는 수준이라. 과연 정신력이 뛰어나기는 한 건가. 녀석이 제자로 삼은 이유가 따로 있다는 거겠지…… 음.”

유리온이 순간 욱신거린 부위를 짚었다. 초월자는 빛의 기적이 통하지 않으며, 서약의 반동은 포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방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후방에 있으나 여기 있으나 회복 속도는 비슷해. 어차피 전장에서는 본래 전력을 발휘할 수 있잖아…… 그래서, 칼리아 드 에스퍼렌사는?”
“귀족 영애가 아니라 노련한 기사로 취급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법 잘 싸우나 보네. 베르덴도 독한 녀석이야. 애인 한 명은 마경에, 애인 한 명은 이곳에…….”
“그들을 존중하기 때문이겠죠.”

벤디에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만큼 이 전쟁에 모든 걸 걸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고요.”

잡담을 나누다 보니 교황이 치료를 주관하고 있는 천막에 도착했다. 마침 그는 한바탕 기적을 마친 뒤 심신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신성력은 넘치나 무한한 것은 아니며, 정신력 또한 과열되었으면 식혀 주어야 옳다.

교황 로마누스가 그들을 환영했다.

“오셨습니까. 두 분 모두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뭐, 루아스교의 도움이 컸지.”

유리온이 팔짱을 낀 채 기둥에 기댔다.

“네가 제때보다 빨리 복귀한 덕에 군단 전력의 8할 이상을 보존할 수 있게 됐으니. 만약 사망자만 1할 더 늘었으면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거다.”

보통 사상자가 3할 이상이면 전투 지속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며, 5할 이상이면 궤멸, 7~8할 이상이면 전멸로 취급한다.

현재 모든 연합 군단의 유지력은 루아스 교국에서 나오고 있다.

“성녀에게서 신의 계시를 듣고, 즉각 브레필드를 정화한 다음 공간을 넘어왔다며? 설마 여신이 전장을 보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초월자는 불신자, 혹은 신이 필요하지 않은 자다. 애석하게도 유리온과 벤디에는 공교로운 신의 도움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신의 계시, 맞아?”
“…….”

유리온의 물음에 로마누스는 성서를 품에 안은 채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브레필드에는 거대한 제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유기물로 이루어진 끔찍한 제단이자 제물……타락한 존재들이 여신의 빛이 정의한 윤리와 교리를 철저하게 무시한 증거였습니다. 이는 8세기 전 크세리온 제국이 자행한 학살 이상이었죠.”

로마누스가 고개를 들었다.

“저는 그런 광경을 처음 보았으며, 다시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럴진대, 그것을 감히 루아스 여신께서 용서하실 리가 있겠습니까?”

4대 신물에는 저마다를 수식하는 문장이 있다.

오멘코드.

빛을 대변하는 성서.

“저는 이 땅을 구원하라는 계시를 받았습니다.”

로마누스는 그야말로 빛의 교황에 걸맞은…… 신앙자로서의 숭고함과, 타락자가 존재하는 현실을 향한 처량함이 동시에 깃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가.”

유리온과 벤디에는 더 묻지 않았다.

등가교환이었다.

그들도 숨기는 것이 있었기에.

* * *

제6사령관의 시신은 새로운 임시 거점에서 가장 은밀한 장소로 옮겨졌다. 루아스교가 치료에 몰두하는 사이 그것의 검안이 진행되었다.

사아아아…….

다크워튼 마탑의 차기 계승자인 할디른이 흑마법을 거두었다.

“시체는 다양한 유기물로 구축되었다. 그건 제국의 제6사령관이 본래 자신의 시체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제6사령관이 약 400년 전 사망한 최초의 모험가의 동료를 닮았다는 첫 번째 기밀 단서.
제8사령관은 루에린이라는 이름의, 마스터의 초대 대제자라는 두 번째 기밀 단서.

할디른이 임시 결론을 내렸다.

“언데드 군단 일부에 과거에 사망한 자들의 영혼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빛의 교리상 루아스의 곁으로 갔다고 여겨지는 자들까지도.”

이 사실이 절대로 루아스 교국의 귀에 들어가서는 아니 된다. 신앙이 흔들리면 혼돈이 찾아온다. 세계 종교라면 파급력은 압도적일 터.

“최고 극비 사안이다.”
“음.”

할디른은 옆에서 검안을 보조하고 있던 알데반에게 말했다. 알데반은 에온의 열두 번째 위상이자 마도를 개척한 흑마법사다.

“시급히 연합장에게 전달해라.”

* * *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전 대륙에서 수많은 정보가 베르덴에게 전달됐다. 통신 장치의 활약으로 정보의 바다가 연합의 통신망을 휩쓸었다.

그것을 하나둘씩 소화해 가며 베르덴은 다음 행동에 나설 준비를 갖췄다. 사실 사룡의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미 잠정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최대의 개전 마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십수 일이 지난 시점.

베르덴.

다시 전장으로.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