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25

1125화 한계를 넘어 (3)

연합군 최고 전력의 분투로 인해 냉기 역병에 전염된 병사들이 병사(病死)한다. 그들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속에서 라크디온의 턱이 날아갔다.

콰지지지직.

라크디온의 약화, 카란스의 검에 담긴 불명의 기운, 고정된 육체, 트리톤의 마도, 라테온의 일격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놈의 저항력을 뚫었다. 하지만…….’

라테온에게 반동이 엄습했다.

팔뼈에 금이 갔다.

라크디온을 온 힘으로 강타한 대가로 내장이 울컥 진탕했다. 밀도 높은 금속을 전력으로 후려치면 이런 느낌일까.
속에서 토해 낼 것이 위산밖에 없다. 목구멍이 불에 타는 듯했다.

그런 찰나의 흐름 속에서 움직임이 이어졌다.

까득…….

아드리안이 광검을 비틀기 시작했다. 칼날을 곧장 위로 쳐올려 라크디온의 손상된 머리통을 아주 박살 낼 작정이었다.

그때 공허한 눈구멍에서 푸른빛이 번뜩였다.

<정복: 대역(大疫)>

막아 낼 새도 없이 푸른 광채가 이동하더니 정복의 검에 깃들었다.

모두에게 서릿빛이 드리웠다.

────────────!

냉기 역병이 폭발해 거대한 전장의 한 축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 * *

눈보라가 몰아쳤다.

권능의 범위 안에 있었던 연합군은 겉만이 아니라 몸속까지 빙결됐다.
고통은 없었다.
그저 죽기 직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얼음 조각상에 반영됐을 뿐.

아드리안이 눈을 떴다.

“……!”

반사적으로 [실렌다르]를 다잡았다. 그는 검 끝을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릿빛에 휩싸이기 전의 상태 그대로였던 것이다.

라크디온을 찾으려 고개를 움직였다.

아드리안을 제외한 이들은 상황을 자각하지 못한 얼굴로 전원 동결되어 있었다.

[한 끗만 움직여도 죽일 수 있을 터인데. 이 세계는 그리 간단치 않다. 언뜻 일방적인 듯하면서도 묘하게 조화롭지. 숙주는 다른 생명체에게 역병을 퍼뜨리되 역병으로 죽지 않는 것처럼.]

아까까지만 해도 구속되어 있던 라크디온이 눈보라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를 가져가면 반드시 하나를 가져간다. 그것이 세계의 균형이다.]

아드리안이 그를 지나쳤다. 그러나 아무것도 벨 수 없었다. 광검은 어떤 저항감도 없이 라크디온을 그냥 통과했다.

“정신계인가.”

[최소한의 희생으로 절대다수를 구원한다. 네놈의 결의는 잘 봤다. 인정하지. 감히 선택권을 행사할 만한 자격은 갖췄다는 걸.]

검기가 눈발을 갈랐다.

“그 입, 닥치라고 했을 텐데.”

[아드리안 첸버스.]

라크디온의 갑옷에는 어떤 검흔도 없었다. 갑옷은 복구되었고 손상은 수복됐다. 라테온에게 당한 턱과 아드리엔에게 잘린 손가락만 돌아오지 않았다.
하관이 없어진 탓에 그 안에 숨어 있던 혀가 길게 빠져나왔다.

[네놈은 스스로를 구원자라고 생각하나?]

“…….”

[그래, 그런 단어는 운명 파괴자에게나 어울리겠지. 다시 묻겠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파괴해 자유를 찾은 존재만이 구원자라고 생각하나?]

아드리안이 미간을 구겼다.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냐.”

[구원의 이름은 저마다 다를지언정 결국 그 본질은 대의를 위한 선택이다. 소수의 희생. 그런 점도 다르지 않지. 단지 규모의 차이일 뿐. ]

라크디온이 얼어 죽은 연합군을 바라봤다.

[운명 파괴자도 훗날 진정으로 깨닫게 되겠지…… 위대한 왕의 격언을 빌리자면.]

그가 축 늘어진 혀를 뜯었다.

[대안 없는 저항은 무가치하다.]

두 번째 사도이자 인간계 최초의 왕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하얀 폭풍이 일었다.

‘이건.’

라크디온과 아드리안이 강제로 끌려갔다.
항거할 수 없었다.
마치 시간이 되감기는 것만 같은 흐름은 둘을 본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아드리안은 다시 허공을 향해 광검을 길게 뻗었고, 라크디온은 여러 무기에 관통되거나 힘에 붙들린 채로 구속당했다.

쩌적…….

서리가 떨어졌다. 해동된 토벌자들의 눈동자에서 이지가 느껴졌는데 그와 함께 라크디온을 꿰뚫고 있던 날붙이들이 삽시간에 밀려났다.

<정복: 대역(大疫)>

광범위한 공간을 얼리고 그 안에 머물면서 사기를 회복하는 고유한 권능.

레온하르트의 동공이 확장됐다.

“……어?”

라크디온에게서 검흔이 사라졌다.

쩌엉!

박치기에 정통으로 맞은 라테온이 아예 사선으로 내리꽂혔다. 한 번의 권격이 레온하르트, 카스티안, 벤하임, 레이라, 트리톤을 휩쓸듯이 타격했다.
정복의 검이 아드리안과 에레스를 압도하고, 그의 무릎이 산왕의 복부를 부수었다.

<정복: 창궐(猖獗)>

투명한 가시가 물결치며 곧장 날카롭게 그리즈월을 뒤덮었다.

[숙주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라크디온이 방어를 전부 버렸다. 다시 몸에 검흔이 새겨지든 말든……언데드답게 한 명 한 명에게 강렬한 살의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트리톤이 걷어차였다.

“쿠헙……!!”

헬리온 마탑주의 로브형 아티팩트가 무색하게 상체 전반의 뼈에 무리가 갔다.

* * *

트리톤 마르투스가 연합군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콰득!

광검과 성검이 교차하며 라크디온의 갑옷을 아주 관통했다.
한데 여전히 그 시선은 다른 데 있었다.

“라테온!”
“미친……!”

초월자들을 정면으로 밀어내며 놈이 라테온을 향해 질주했다.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라테온이 기겁하고는 방패를 주웠다.

쩌어어엉!

정복의 검이 방패 위로 떨어졌다.

방패가 깊게 파였다.

지면이 가라앉으며 감쇠하지 못한 충격이 라테온을 덮쳤다. 어깨가 어긋나고, 부러진 팔뼈가 피부를 뚫고 나왔다. 근육과 신경이 크게 마모됐다.
압사당하기 직전이었으나 보랏빛 검기가 라테온의 죽음을 막았다.

목젖이 베인 라크디온.

아드리안의 회전력을 실은 발차기가 라크디온의 투구에 작렬했다. 섬유 조직이 찢어지는 소리가 스쳐 지나갔고, 놈이 휘청거렸다.

그런데도 초월자들을 공격하지 않고 또 라테온에게 검을 내리쳤다.

신월新月

<성검: 순례>

아드리안과 레온하르트가 그를 대신 받아내면서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기와 신성력이 흔들렸다.

라테온은 몸이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듯 방패를 떨구며 말했다.

“미끼, 해 줬더니. 그냥 베었어야지……!”
“닥쳐……!”

카란스는 스스로 의도한 움직임이었지만 라테온은 아니었다.
막지 않았으면 라테온은 죽었다.

라테온의 죽음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아드리안은 그러지 않았다. 이제 와서 아군의 희생을 견딜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방어를 도외시하고는 눈엣가시를 전부 제거하려는 라크디온이 꺼림칙했다.

‘대체 목적이 뭐냐.’

그 순간 라크디온이 손목을 눕혀 검으로 초승달의 궤적을 그렸다. 뒤에서 들이닥친 토벌자들이 일순간 경직됐고.

라크디온이 산왕을 향해 손아귀를 뻗었다.

카앙! 캉!

광검에 이어 성검이 서리가 낀 건틀릿을 절반 이상 갈랐다. 놈은 멈추지 않았다. 에레스가 아래에서 위로 보검을 올려쳤고, 공간의 검흔에서 아드리안의 검기가 쇄도했다.
결국 라크디온의 손목이 끊어졌다.
냉기 전염으로 인한 약화가 저항력에 영향을 끼친 덕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라크디온은 살의를 거두지 않았다.

비대칭 전력이 손 하나를 주고 목숨을 가져가려고 하니, 그와 같은 경지에 거의 닿아 있던 아드리안조차 어찌할 수 없다.

손목의 단면이 산왕을 찍어 눌렀다. 그대로 무게를 실어 짓누르듯이 올렸다. 산왕이 필사적으로 막아 내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크하아아아아악!”

콰즈즈즈즈즉───

직전의 타격으로 물렁해진 복부부터 정수리까지 초토화됐다. 산 채로 갈려 버린 산왕의 얼굴은 형체도 남지 않았다.

산 자를 증오하는 언데드.

라크디온은 다음 표적을 지정했다.

그 순간.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언데드 군단에서 시전한 마법이 초월자들의 전장을 폭격했다.
본래 연합이 막아 냈어야 하는 공세.
최대한 마법들이 도달하기 전에 베어 낸 아드리안이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 명확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토벌군단이 단절됐다.

전방과 후방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 사이를 채워야 할 병력이 궤멸했다. 그들의 시체에서 지독한 한기가 흘러나왔다.

“역병이…….”

이건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하물며 연합군이 대처까지 한 마당에.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짧은 시간에 이런 피해가 날 수는 없었다.

‘시간.’

권능이 발현되어 모든 것이 얼어붙었을 때 감각이 인지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것 말고는 답이 없다.

[생명을. 확보해라.]

[죽여라……!]

연합군의 화력이 떨어지자 고위급 언데드가 즉각 라크디온을 지원했다.

전장은 난장판이 됐다.

아드리안만이 라크디온을 놓치지 않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라테온은 하위 언데드에게 죽을 정도로 약해졌다. 극점들은 최고위 언데드들과 특수 개체들을 끝까지 상대할 체력이 없었다.

무릎 뒤쪽을 베어 가르는 검기.

연광連光

라크디온의 턱이 들렸다. 투구 아래로 한쪽 눈구멍이 갈라졌다. 더 이상 그는 아드리안의 검격을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대의 전멸까지 머지않았군.]

라크디온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드리안과 검을 맞댔다. 권능으로 회복한 몸체와 갑옷에는 다시 숱한 검흔이 남았다.
둘 다 만신창이였지만 세계 연합과 제국을 대표한 군단의 수장으로서 입장은 달랐다.

[이것이 전쟁이다.]

승패가 임박했다.

[네놈이 선택한 결과다, 패장(敗將)이여.]

* * *

콰아앙! 콰드드득!

카스티안은 카란스와 라테온을 보호하며 언데드를 토벌했다. 그는 진즉 라크디온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나 쓰지 않았다.

서로를 죽이는 창 – 루기나 혼

카스티안이 품은 비장이자 최후의 수단은 오직 옛 왕을 죽이기 위한 것이므로.
설령 여기서 패배한다고 해도 말이다.

‘……미안합니다.’

카스티안은 그런 자신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은 것 같아 참담했다. 옛 왕이자 형을 향한 분노와 증오가 마음을 좀먹었다.

그때였다.

“전쟁이든 뭐든.”

패색이 짙었음에도 아드리안의 투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승패는 끝까지 가 봐야 알지.”

아드리안의 부동심에 라크디온은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가. 광검을 밀어내며 일어나던 그가 순간 경직됐다.
급하게 돌아간 시선이 연합군이 닿지 못한 사문의 근원체에 꽂혔다.

[네놈…….]

“레온하르트!”

그것은 신호였다.

성검 [루엔스]를 높이 치켜든 레온하르트가 모든 신성력을 방출했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언데드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움츠렸다.

“인류의 빛이시여.”

레온하르트가 안광을 번뜩였다.

“당신의 악을 멸하소서.”

신의 기적.

<천상의 성흔>

무지막지한 신성 폭발과 함께 거대한 성격(聖擊)이 수직선상에 떨어졌다.

───────────!

사문 세계가 훤히 밝아졌다. 빛의 검기가 전장을 단절해 절벽을 만들어 냈고, 더 나아가서는 아드리안과 라크디온을 덮쳤다.

악이 넘쳐날수록 여신의 빛은 더욱 격렬할지니.

루아스 교국의 모든 신인(神人)은 악마와 언데드의 천적. 신의 기적은 특수 개체 하나를 포함하여 언데드 군단의 한편을 정화시키고 나서야 가라앉았다.

라크디온이 바닥을 짚었다.

[같잖은…….]

콰드드득!

아드리안이 광검으로 종아리를 찍었다. 기동력을 가져가겠다는 노림수였다. 라크디온은 손아귀를 힘껏 움켜잡더니 불식간에 팔꿈치를 휘둘렀다.
콰아앙!
라크디온을 붙잡느라 신의 기적에 맞은 아드리안은 피하지 못하고 격중당했다.

<정복: 잠복(潛伏)>

라크디온은 토벌자들을 노리지 않고 근원체를 향해 내달렸다. 사문의 근원체에 뭔가가 닿았는데 존재감이 감지되지 않았다.

라크디온이 명령했다.

[근원체 주변을 멸절하라.]

제2사령관의 명령을 받은 특수 개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을 돌렸다. 근원체 주변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이능과 마법을 발현했다.

“역시 닿기만 해도 알아차리는가. 예민하군.”

엘레마르의 마도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망각의 베일>에서 벗어났다.
네 명의 마도사는 단장에게 모든 마력과 마도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단장은 초대 마도왕의 상징이 새겨진 지팡이를 앞으로 기울였다.

[마도의 징표].

소문으로만 알려진 초대 마도왕의 유물, 발동하는 순간 대도시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마도국의 국보 아티팩트.
그 안에는 초대 마도왕의 고유 마법이 각인됐다고 전해진다.

단장이 시동어를 외웠다.

“첫 번째 마도여.”

다섯 명의 마도사가 끌어모은 마력을 거의 흡수한 스태프가 명멸했다. 그리고 사문 세계에 가장 오래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원초의 폭풍.

[저항자의……!]

라크디온이 공포를 느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레베카가 두려워했던 특수 개체 두 마리가 힘으로 막으려다가 산산조각 났다. 만 단위의 언데드를 휩쓴 그것이 라크디온에게 드리웠다.

토벌자들의 공세에 손상된 몸과 갑옷이 비틀리며 헤집어졌다. 라크디온의 모습이 거센 바람에 휘말려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원초의 바람이 사그라들었다.

쿠오오오오…….

난도질당한 지상에 느슨한 기류가 흘렀다. 이내 땅이 솟구쳤다. 라크디온이 절뚝거리더니 다시 크게 도약했다.

사문의 근원체에 도달한 라크디온이 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통찰하며 태초의 마법사의 마법을 불러낸 원흉을 물색했다.

살기가 허공에 꽂혔다.

라크디온이 국보 <망각의 베일> 너머를 꿰뚫어 본 것이다.

“역시 저 정도 경지에게 은폐는 통하지 않는군.”

엘레마르의 단장은 일행을 데리고 사문체에서 즉각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고는 주저없이 말했다.

“지금이다.”

아직 충분히 멀어지지 못했지만 레베카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가 손에 든 버튼에 힘을 실었다.

꾹.

사문의 근원체…… 그 지하에서 엄청난 양의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라크디온은 바로 그 빛 한가운데에 있었다.

알파가 통신 장치의 신호를 이용해 원격 가동을 가능하게 만든 그림멜의 폭탄.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마력 분열 연쇄 장치가 작동했다. 장대한 마력의 폭발이 순식간에 확산하며 반경 수 킬로미터를 집어삼켰다.

하늘이 갈라졌다.

사문의 근원체가 붕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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