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26

1126화 한계를 넘어 (4)

지상 최악의 난쟁이에게서 노획한 마력 분열 연쇄 장치를 골렘 기술로 개조했다. 원격 장치가 가미되니 그것은 연합의 훌륭한 비장의 무기로 거듭났다.

지상 최악의 난쟁이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를 특정 지점에 설치하려면 그 자리에서 조립 및 조율 과정을 거쳐야 했고.
에단과 레베카를 비롯해 해당 임무를 맡은 침묵의 안위는 알파와 베타에게 속성으로 장치의 설계 구성을 토대로 가르침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고작 재조립한 다음 원격 기동 장치를 연결하면 끝이었지만…… 워낙 복잡한 터라 외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다행히 사고가 나거나 불발되지 않은 채 정상으로 작동했다.

알파가 제작한 모형 부품으로 몇 번이고 실습하긴 했지만 이론으로 얼핏 이해하고 있을 뿐 마력 분열의 위력을 본 적은 없었다.

포르메네 자유국의 도시인 잔트라는 마력 연쇄 폭발에 의해 붕괴되었다.
그 폭발력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잔트라의 흔적으로 보아 초월자에게도 위협적인 파괴력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였다니…….’

에단은 전율했다.

청백색 섬광이 반구형으로 터져 나갔다.

고위급 언데드가 잠시도 저항 못하고 입자 단위로 분해됐다. 수십, 수백, 수천──밀려드는 마력의 빛이 지상을 집어삼켰다.
폭심지에 있었던 사문의 근원체와 라크디온은 이미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천천히 다가오는 듯했지만 폭발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어느샌가 전력으로 도주하고 있던 별동대를 거의 따라잡을 만큼.

‘다, 닿는다!’

레베카가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엘레마르의 단장이 <비행> 속도를 유지하며 등을 돌렸다.

마도 <관율(貫律)>

화염, 물, 바람, 대기, 얼음, 전격 등 자연계 원소를 분석하고 조율하는 마도의 장막이 전개됐다. 일순간, 아주 일순간 원초의 불꽃이 타올랐다.

위계 돌파.

엘레마르 전원이 모여야만 가까스로 초대 마도왕의 원소 일부를 재현할 수 있다. 단장은 다름 아닌 암월의 고유 연산 방식으로 잠시 한계를 넘어 홀로 그 영역을 넘보았다.

“충격에 대비하도록.”

마도와 마력이 충돌했다.

<망각의 베일>의 범위 안에서 장막으로 보호받은 모든 마법사가 강하게 튕겨 나갔다. 단장의 의도대로 충격에 떠밀려 더 멀어졌고, 아슬아슬하게 폭발권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대가로 <비행>을 제어하지 못한 채 지상으로 추락했다.

머지않아 마력의 휘광이 잦아들었다.

후방의 지원이 끊겨 밀리고 있던 전방의 연합군과 냉기 역병과 분투하고 있는 후방의 연합군이 일제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심지어는 언데드의 시선까지도 사문 세계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쩌적…….

무수한 금이 새겨진 역원뿔의 수정에서 파열음이 들려왔다.

하늘이 갈라졌다.

사문의 근원체가 파괴됐다.

별동대의 운용은 극비인 터라 대부분의 연합군은 알지 못했다. 언데드 정예군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던, 연합국의 목표물이 산산이 붕괴하는 광경은 당혹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이겼어?”
“이겼다고? 우리가?”

전장에서 냉기 역병이 사라진다.

감염된 병사들의 상태가 호전됐다. 체온과 감각이 돌아왔다. 얼어붙은 시체가 녹아내리고 전방과 후방을 단절하고 있던 한기가 흩어졌다.

───사문의 근원체는 파괴됐다.

군단장의 목소리였다.

───전원, 대륙으로 복귀한다.

갈라진 하늘에서 파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축이 흔들렸다.
세계는 불안정해졌다.

연합군의 호흡도 떨렸다. 그러나 그것은 부정적인 감정의 표출이 아니었다. 몸을 무겁게 하는 피로감이 싹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 * *

아드리안이 통신 장치를 거두고는 광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섰다.

카스티안이 말했다.

“역병이…… 사라졌습니다. 그 폭발에 라크디온이 죽은 걸까요.”

에레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파괴력을 생각하면 소멸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자의 저항력이라면 살아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군단의 목적은 달성했다.”

아드리안은 피와 먼지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 내지 않았다.

“당장 부상자를 수습해 퇴각한다.”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은 없으니.
무너지는 세계에서 도주하는 것만 남았다.

카란스와 라테온은 연합군의 엘프와 마법사가 즉각 데려갔다. 권능에 직격당한 그리즈월도 목이 희미하게 붙어 있었다.
산왕의 시체는 내버려두었다.
사문에 널린 수많은 시신까지 데려가기에는 여력이 부족했으므로. 레온하르트는 너무도 잔혹하게 전사한 산왕에게서 겨우 눈을 뗐다.

“나머지는 나를 따르도록.”
“네, 알겠습니다.”

레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읍──

아드리안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적진을 향해 질주했다.

군단장의 책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광검이 번뜩였다. 전방 연합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언데드가 갈려나갔다. 한계에 가깝게 지쳤을지언정 그 예리함은 무뎌지지 않았다.
엘더 리치 아종과 시체 골렘 아종을 양단하며 그가 명령했다.

“살아남아라.”

승리에 도취될 여유는 없다.
적은 여전히 많다.
오직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라.

아드리안의 의념이 생존자들에게 전해졌다.

쿠웅! 쿠웅───! 콰콰과과과과과광!

골렘 부대가 몸으로 부딪쳐 시간을 벌었다. 후방의 마법사들이 퇴각을 지원했다. 냉기 역병이 없어졌기에 연합군은 감염될 걱정 없이 역병으로 사망한 시체들을 넘을 수 있었다.

생명이 꺼져 버린 동료들의 피와 일그러진 표정이 고스란히 보였다.
그걸 외면하는 것도 고통이었다.

“뒤도 돌아보지 마라!”
“퇴각! 퇴각!”
“지금 죽으면 개죽음이라고!”

아드리안을 필두로 최고 전력들이 연합군의 후퇴를 이끌었다. 머리를 잃은 언데드 정예 군단은 이전처럼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정말로 라크디온은 죽은 것인가.’

아드리안도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 만큼 기류가 잠잠했다.
언데드가 괴이한 행동을 보이기 전까지는.

[대륙…… 으로.]

언데드 군단이 경직된 채 턱을 달싹거렸다.

[대륙으로.]

“……!”
“뭣.”

언데드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산 자를 증오하는 그 시선이 다른 곳을 향했다. 남아 있는 크세리온 제국군 잔당은 자신을 토벌하든 말든 간에 연합군을 무시하고 사문으로 급속 진군했다.
그 숫자와 질량의 폭거는 언데드군으로 이루어진 해일과도 같았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막을 수 없다.

아드리안이 아무리 베어 낸다고 해도 도저히 끊어 낼 수 없는 흐름이었다. 놈들이 이런 식으로 집단 행동을 보이고 있는 원인은 자명했다.

‘라크디온이 살아 있다.’

아드리안은 광검의 궤적을 잇고, 또 이으며 시야를 넓혔다. 라크디온의 기척을 감지할 수 없으니 눈으로 포착해야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라크디온이라면 당장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헤아렸다.

‘대륙으로 향하는 언데드…….’

뇌리가 번뜩였다.

“레온하르트, 에레스, 레이라! 따라와라! 나머지는 연합군과 합류해 퇴각을 서둘러라!”

아드리안이 방향을 틀었다.
연합 쪽으로 향하며 언데드 군단의 해일을 거슬러 올라갔다.

“라크디온이 대륙으로 간다!”

불행히도 예상은 적중했다.

쿠웅───

아드리안 일행을 지나친 언데드의 행렬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마력 연쇄 폭발에서도 살아남은 라크디온이 연합군에 도달했다.

* * *

정복의 검이 눈앞에 드리웠다.

“어……?”

병사들이 절단되자마자 얼어붙었다. 수십 명이 단 두 번의 검격에 즉사했다. 라크디온과 부딪친 자들은 온몸이 으깨졌다.
후방에 가까워진 전방의 인간, 엘프, 수인이 놈에게 처참하게 도륙당했다.

“스승님!”
“마탑은 맡기마……!”

헬리온 마탑주───트리톤이 임시로 치료를 받고 다시 전장에 나섰다. 그가 스태프를 단단히 붙잡으며 라크디온을 가로막았다.

“나, 트리톤 마르투스가 여기에 있노라!”

쾅! 쾅! 쾅! 쾅! 쾅!

스태프가 튕길 때마다 굉음이 터졌다. 트리톤은 반작용을 계속해서 역이용하면서 라크디온의 검격을 막아 냈다.
충격이 쌓이고, 또 쌓였다. 겨우 이어붙인 온몸의 골격이 어긋났다.

콰지지직!

스태프가 부서졌다.

검흔이 트리톤의 얼굴을 가로질렀다. 스쳤지만, 그 흔적은 깊었다. 안 그래도 흉터투성이인 얼굴에 커다란 흉터 하나가 더 생겼다.

“이거 시체도, 남아나지 않겠군. 크큭.”

트리톤이 쓰러진 채 라크디온을 비웃었다.

“그래도…… 네놈도 지치긴 하는구나.”

[…….]

라크디온은 망가진 몰골로 검을 휘둘렀다.

얼어붙은 피가 튀었다.

트리톤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고통은 다른 곳에 찾아왔다. 헬리온 마탑의 일원들이 그의 방패를 자처했다.

“트리톤 님이 있어야 비로소 헬리온 마탑이 번영할 수 있습니다. 에온과 계약도 맺지 않았습니까.”
“전쟁이 끝나고 그 과실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마탑주님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마탑을 잇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스승님.”

헬리온 마탑의 상위 전력이지만 라크디온의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마법이 절단됐다.
육체가 갈라졌다.

“아…….”

장로들과 함께 트리톤의 첫 번째 제자가 죽었다.

헬리온 마탑이 목숨으로 번 시간.

타쇄他碎

북부의 근위전사장인 리엔제가 라크디온의 머리를 강타했다. 현란하게 쌍 도끼를 휘두르며 프로하스의 대전사들과 그를 몰아붙였다.

콰지지직!

광검이 라크디온을 꿰뚫었다.

아드리안이 그 즉시 칼날을 틀어 쳐올렸다. 갑옷의 균열이 벌어졌다. 라크디온의 상체가 반으로 토막 나기 직전까지 몰렸다.

[크하악……!]

라크디온은 괴성을 지르며 건틀릿을 내려쳐 광검을 붙들었다.
손상이 큰 탓에 저항력은 약해졌다.
그러나 냉기의 역병을 거둠으로써 약화됐던 경지는 복구되었다. 아드리안을 압도했던 초반의 힘이 다시금 현현한 것이다.

<정복: 절식(絶息)>

서리 검기가 지면을 강타했다.
눈부신 한기가 솟구쳤다.
북부의 전사들을 죽이거나 중상을 입힌 라크디온이 왼팔을 내질렀다.

아드리안이 처음으로 광검을 놓쳤다.

<정복: 절식(絶息)>

라크디온의 권능이 연이어 들이닥쳤다. 아드리안은 맨손이었다. 피하기에는 여의치 않으며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찰나의 세상 속에서 정복의 검에 새겨진 균열을 포착했다.

‘저건…….’

본대가 도착했을 때 아드리안이 발현한 초월기를 막아 낸 흔적이었다. 처음에는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손상에 불과했지만 격렬한 전투가 지속되며 충격이 누적된 것.

아드리안의 집중력이 극에 달했다.

삶과 죽음이 경계에 몸을 들이밀었다.

칼날이 어깨에 닿기 바로 직전 손바닥으로 검면을 후려쳤다. 기(氣)가 깊이 침투했다. 내부를 파괴하는 기의 운용.

쩌어엉!

정복의 검이 부러졌다.

[……!]

라크디온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의 남은 왼손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부러진 칼날을 잡아 그대로 아드리안의 옆구리에 꽂아 넣었다.

“큽?!”

동시에 아드리안이 놈의 갑옷 정중앙에 박혀 있는 광검을 다시 붙잡았다.

촤아악!
쾅!

[실렌다르]를 밀면서 당겨 라크디온에게 조금 더 큰 손상을 안겼다. 그 대가로 라크디온의 무릎이 그에게 제대로 적중했다.
무릎이 정확히 칼날을 강타해 아드리안의 옆구리가 사실상 관통됐다.

[───!──────!]

라크디온이 휘청거리다가 부러진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강렬한 살의가 번졌다.

레온하르트가 미끄러지듯이 중간에 개입해 성검을 앞세웠다.

쾅! 쾅! 쾅! 쾅! 쾅!

검이 부딪칠 때마다 레온하르트는 온몸이 조각나는 것 같았다. 최대 전력으로 신의 기적을 발동하느라 신성력도 한계에 달했다.
서서히 무너졌지만, 그는 힘없이 미소 지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죽는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레온하르트의 신념이었다.

촤아아아아악!

좌측 어깨에서 오른쪽 옆구리까지 기다란 검흔이 새겨졌다. 피가 분출했다. 레온하르트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궜다.

라크디온은 무리해서 힘을 싣고는 또 한 번 부러진 검을 휘둘렀다.

쩍.

에레스가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 그러고는 팔목을 붙잡아 전력으로 엎어쳤다. 콰아앙! 지면이 가라앉을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다.

정복의 검이 진창에 나뒹굴었다.

라크디온이 팔을 뻗었다.

보검 [니비스]가 머리를 약간 관통했다.
칼날을 잡은 건틀릿.
완력과 완력이 대립했다.
에레스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시동어를 외워 북부의 한기를 불러냈다. 다가간 순간 빙결될 것 같은 혹독한 서늘함이 그들을 에워쌌다.

라크디온의 얼굴 한쪽이 서서히 얼어붙었다.

“앞으로 한 걸음……!”

[네놈한테는, 과분하다……!]

라크디온이 악착같이 일어나 주인 없는 연합군의 검을 쥐었다. 두 번의 검격을 나누는 순간 그 칼날은 여지없이 부러졌다.

콰앙!

에레스의 늑골이 여럿 부러졌다. 그런데도 보검을 놓치기는커녕 양손으로 붙잡고는 체내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았다.

<영도(零度)>

라크디온의 저항력이 충분히 떨어지면서 에레스의 봉인이 먹혔다. 이로써 에레스의 마력회로가 비활성화되는 동안 라크디온의 권능에 제약이 생겼다.

“제가 죽어도, 이 봉인은 지속될 겁니다.”

쩌어어어엉!

에레스가 보검째로 날아갔다.

라크디온은 권능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기척을 느꼈다. 반응이 늦었다. 그도 토벌대처럼 정상과 거리가 멀었다.

레이라의 발차기가 작렬했다.

대악마의 힘.

라크디온의 다리가 잠시 붕 떴다. 에레스로 인해서 얼어붙어 있던 얼굴 부위가 깨졌다. 핏빛검이 갑옷을 스쳤고, 그가 앞으로 달려들어 레이라의 목을 붙잡아 내리찍었다.

[운명의 부산물 따위에 조종당하는 노예가…….]

“끅, 끄윽……!”

레이라가 피거품을 물었다. 목뼈가 점차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악마의 재생을 거듭해 이성을 가느다랗게 유지했다.
검을 짧게 잡아 놈의 늑골에 박았다.
그녀의 눈동자를 노려보던 라크디온이 곧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네년이었군…… 투열석의 주인이. 이페아카른, 이 가증스러운───]

콰아아앙!

라크디온이 진창을 굴렀다. 레이라가 꽂은 칼날이 더 깊이 들어갔다. 라크디온은 턱과 그 위 안면 일부가 날아간 얼굴을 돌렸다.

“부상자를, 수습해 탈출해라.”

아드리안이 피가 줄줄 새는 옆구리를 한 손으로 틀어막은 채 명령했다.

“이제부터 대륙으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해라.”

그 처절한 전투에 감히 끼어들 수 없었던 연합군이 정신을 차렸다. 언데드 군단을 저지하다가 아드리안을 도우려고 했던 남은 최고 전력이 멈칫했다.

“여기는, 내가 맡는다.”

아드리안이 소리쳤다.

“가라──────!”

아드리안이 가속했다. 라크디온이 부러진 정복의 검을 쥐고 맞대응했다. 둘 사이에서 살벌한 금속음이 퍼져 나갔다.

세계 연합군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주저하는 도중 벤하임이 레온하르트를, 카스티안이 레이라를, 리엔제가 에레스를 챙겼다.

“……군단장의 명을 따른다.”
“……알겠습니다.”

연합군이 다시 사문으로 향했다. 후방의 인원들은 이미 탈출 중이다. 공간계 마법사들이 사문의 폐쇄를 늦추고 있었다.

카앙! 캉 카가가가각───쩌엉!

칼날이 떨렸다.

[다시, 선택할 시간이군.]

라크디온이 말했다.

[나의 목숨과, 연합군의 목숨. 둘 중 무엇을 택한 것인가.]

언데드 군단은 잠시 저지당했을지언정 대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군에서 사문 폐쇄를 늦출 수 있어도 가속할 수는 없다.
이대로 전부 탈출한다고 해도 언데드 정예 군단은 대륙으로 갈 것이고, 바깥의 군단과 합류하여 수많은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아드리안이 잘하면 그런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크디온을 포기한다면 말이다.

“너희는, 나와 함께 이 진창을 구른다.”

하지만 아드리안이 전부를 선택했다.

“끝까지.”

아드리안의 잔상이 이어졌다. 허공에 여러 공간의 검흔이 새겨졌다. 본래에 비해 훨씬 적었지만 그것은 기존보다 훨씬 거대했다.

이곳에서 많은 생명이 꺼졌다.

아드리안의 명령과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그리고 죽음을 안겼다. 여기저기 널린 시체들은 다름 아닌 아드리안의 책임이었다.
그것은 아드리안의 약함이 낳은 결과였다.
무력(無力)의 소치다.

아드리안 자신이 살아 있는 한은 크세리온 제국의 어느 누구도 보낼 수 없다.
책임자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주군께서 그러했을 듯이.

유리창이 깨진 듯한 굉음이 터지며 검기의 흔적이 쏟아졌다. 아드리안과 라크디온만이 아니라 언데드 군단의 경로까지, 공간이 뒤덮였다.

분열된 하늘.

만계萬界

아드리안의 초월기가 사문 세계를 조각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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