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79

1179화 제6사도 (6)

누구를 구하고.
누구를 버릴 것인가.

위대한 구원(救援)은 공명정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평등하게 죽였다.

* * *

아칸드가 벽을 짚고 체내에서 크게 뒤틀린 죽음의 기운을 가라앉힌다.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파고들려고 하는 베르덴의 마력을 물리치지 않으면 알현실에 닿을 수 없다.

소멸의 창: <무관>

그런 그를 기다려 주지 않고 칠흑의 섬광이 건물을 뚫고 나왔다.

‘두려울 정도로 집요하다.’

아칸드를 처단하지 않는 한 베르덴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생명을 쫓는 죽음과도 같이.
죽음(안식)의 사도는 비로소 자신을 찾아온 운명을 마주하고 있다.

‘드디어…….’

여기서 검을 놓으면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않아도 된다.
과업이 끝나 버린다.
다음의 세상은 남을 자들의 몫이 될 테지.

‘그게 당장은 아닐 뿐.’

절기: 제7형단 – 레기오스

콰과과과과과과!

용검에서 뻗어 나간 응집된 사기와 충돌하자 망화가 잦아들고, 소멸의 개념과 하나가 되었던 [인테리스]가 허공에서 회전했다.

탁.

베르덴이 일순간에 스태프를 회수하면서 아칸드의 상체를 사선으로 크게 베어 넘겼다. 창흔에서 피어난 검붉은 빛이 뇌명과 더불어 폭발했다.

아칸드는 그 와중에 용검을 앞이 아닌 뒤로 휘둘러 바닥에 처박았다. 그는 몸이 날아가지 않게 고정한 뒤 사기의 파동으로 대응했다.

절기: 제6형투 – 오브켈

직선상에 있는 하늘섬 위의 건물 수십 채가 산산이 박살 났으나.
찰나의 소강 상태에 접어들 여유도 없이 베르덴이 주변에 거슬리는 잔해를 부수고 일대를 초토화하면서 공간을 돌파했다.

<안식의 권능>

그 순간 하늘섬이 격동하더니 황도(皇都)의 도심이 움직여 베르덴을 집어삼켰다.

시타델은 ‘당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능의 형상.

그 자체로 균열이 허락하지 않는 완성된 공간이라 3차원과 4차원을 순간적으로 오가는 <차원 전이>로도 벗어날 수 없었다.
제6사도의 근원을 이루는 신성력을 소모한 대가로 베르덴을 붙든 것이다.

‘다음은 벤디에.’

아칸드가 즉시 횡을 그었다.

츠하아악!

벤디에의 다리와 옆구리, 그리고 어깨선이 칼날에 스치며 갈라졌다. 동시에 극검 [이실제르]가 아칸드의 심장을 찔렀다.

연이은 소모전에 아칸드의 저항력은 이전의 위상에 미치지 못했고, 아칸드에게 치명상을 주려면 공격자도 목숨을 던져야 한다는 관념적인 정보가 벤디에에게도 전해진 결과였다.

두 사람이 교차하며 지나쳤다.

카드드드득.

벤디에가 무릎으로 신체를 지탱하며 극검을 계속 아칸드에게 겨누었다.

제3사령관───죽음의 묵시록───네크라논과 사생결단을 벌이고, 동대륙 남부의 전장에서 계속해서 앞장섰으며, 이제는 옛 왕까지.

피로감에 몸이 무거웠으나, 그러고도 전성기처럼 최대한 움직일 수 있는 건 초월적인 정신력과 항상성 덕분이었다.

“완성되지 못한 검이군.”

아칸드는 심장에서 울컥 피가 뿜어져 나온 가슴을 억눌렀다.

“무엇을 위한 검인가.”
“올바르지 못한 자들을 베기 위한 검입니다.”

벤디에가 칼날에 기를 집중시켰다.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옛 왕, 당신은 졌습니다.”
“그래 보이겠지.”

아칸드는 낮게 웃으며 손을 내렸다. 심장의 출혈이 멎었다. 히스릴이 앗아간 그의 두 눈은 권능의 빛으로 명멸하고 있었다.

“벤디에 카에나르, 올바름을 추구한다면 고뇌 끝에 비로소 완성된 그 검을 휘두를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네 것이 아니다.”

쩌적, 갑자기 발밑의 지반이 붕괴됐다.

“……!”

지하에서 뻗어 나온 무수히 많고 기다란 언데드의 팔이 벤디에를 덮쳤다. 떨쳐 내려고 했으나 건물에서 추락한 언데드들이 퇴로를 막았다.
온몸을 뒤덮는 부패한 뼈.
시타델의 고위 언데드 군집체가 벤디에를 한순간에 깊은 어둠 속으로 끌어내렸다.

“이곳은 나의 무대다.”

아칸드는 그렇게 추격자들을 배제하고 다시금 섬을 질주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시타델 주변을 에워싼 수십 척의 비행정이 도심을 연속적으로 폭격한다.
대규모 공성 병기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사슬들이 채찍처럼 허공을 갈랐으나 일부 비행정에 펼쳐진 장막을 부수지 못하고 비껴 나간다.

‘방주의 함대.’

세계 연합 함대와 방주의 전력이 합치니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당했다.
시타델의 언데드들은 괴성만 지르다가 무참하게 폭사했다. 고고도에서 날아오는 마법적 폭격이 줄줄이 이어지더니 이윽고는 측면을 통해서 아칸드의 경로를 앞질렀다.

콰드드드드득!

폭발 속에서 뛰쳐나와 미끄러지면서 계속 황성을 향해 이동했다. 시타델을 조작해 도시 일부로 장벽을 조직했지만, 이제 함락은 시간문제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전지에 새로운 존재감들이 더해졌다.

리엄 어레인이 이끄는 에온의 군대.

스칼룸 단층협에서 상대한 아드리안, 에르세티아, 레온하르트, 반토레온, 세렌디아 등의 전력도 이곳에 합류했다.

마경 토벌군단도 도착했다.

마의 공포는 사룡 네크바엘을 보자마자 눈이 돌아 달려들었다. 레그리트, 아세트로, 메이아, 이자벨라가 공간을 넘었다.

‘그리고 이 기척은…… 방주의 지도자겠지.’

그뿐만이 아니라 사도의 본질을 자극하는 존재들도 전장으로 오고 있었다.
실소가 나왔다. 거리가 이렇게 가까워지고 나서야 제4사령관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외눈 거인이 무엇인지 깨달았기에.

‘베르덴의 사도였다니.’

설마 신격을 자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이 사도를 만들어 낼 줄이야.
베르덴을 과소평가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비행정에서 떨어진 작은 운석 같은 것들이 시타델 곳곳에 착탄했다.

키이잉!

에온의 골렘 부대.

거대화 베타에 올라탄 알파가 작은 외눈을 빛내며 시타델 함락을 시도했다.
아드리안, 이자벨라, 레그리트, 아세트로가 그들을 호위하며 전진했다. 베르덴이 시타델로 향했다는 것을 알고 쫓아온 것이다.

‘과연 곁에 둘 만한 자들이군.’

아칸드가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발을 단단히 굴려 외곽의 벽을 뛰어넘었다. 황성에 도착했다. 그가 외곽 회랑에 착지했다.

‘그런데…… 루네시카는 어디에 있지?’

주검의 영광의 초월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감지되지 않았다. 필시 격리된 공간에서 세계 연합을 상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초월자는 몰라도 루네시카가 이런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일 리 없었다. 어디에 있든 잠시라도 시간을 벌어 주겠…….

‘기척?’

아칸드가 허리를 틀었다. 용검의 검면을 타고 생체 칼날이 미끄러져 내려갔고, 제자리에서 몸을 회전시켜 팔꿈치를 내질렀다.

쩌엉!

발리온이 양팔을 교차해 방어했다. 순간 허공에 뜬 발이 지면에 다시 닿자마자 그가 괴성과 함께 공세를 퍼부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갑작스러운 육탄전 끝에 최상위 금속에 필적하는 글러트니의 발톱이 부러졌다. 콰득! 아칸드의 권격이 발리온의 명치를 관통했다.
직후 눈 깜짝할 사이에 재생된 칼날이 아칸드의 턱 밑을 파고들었다.

촤아아악!

볼에서 이마까지, 아칸드의 왼쪽 눈동자에 수직의 검흔이 생겼고, 발리온이 그의 허벅지를 발로 차 즉시 거리를 벌렸다.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장기의 구조가 훤히 보이는 구멍이 빠르게 메워졌다.

“옛…… 옛, 왕…….”

발리온 프레이아가 한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고서 그를 불렀다. 우악스러운 손끝이 자신의 피부를 넘어 뼈까지 파고들었다.
두려움과 극도의 혼란이 혼재하는 눈빛이 아칸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대답해라……! 뭐냐, 이것은…… 이 지식은…… 이, 책은……!!”
“……[운명서].”

발리온이 쥐고 있는 책을 본 아칸드가 검을 천천히 늘어뜨렸다.

“운명이 너를 점지했군.”
“뭐…… 크으…… 아아아……!”
“사도가 될 자격은 없어 보이는데, 복음을 접하고도 정신이 무너지지 않은 것인가. 베르덴에 의해 운명의 실마저 끊어진 결과일지도 모르겠어.”

아칸드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걸음을 돌렸다.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바라지.”
“잠, 깐…… 아아아아악……!”

발리온은 전뇌가 저며지는 듯한 격통과 머릿속을 맴도는 종말, 그리고 극심한 자살 충동에 비틀거리며 낮게 절규했다.
그를 뒤로 한 아칸드는 외곽 회랑을 지나 마침내 시타델의 성역에 들어섰다.

이제 최후의 항전이자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

위대한 전쟁에 걸맞은…….

쿠웅.

제6사도의 알현실이 개방되었다.

“…….”

아칸드는 제자리에서 그 내부를 바라보더니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대문이 닫혔다. 그가 자신의 권좌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권좌 아래쪽에는 테이블과 지도, 그리고 기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루네시카 안테르노아.”
“아칸드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 폐하.”

권좌에 앉은 두 번째 하인이 말했다.

영혼을 수확하는 자 – 루네시카 안테르노아.
암리의 주인 – 나크텔.
부해성전 – 티아즈라 모튼.
반추자 – 르카리아 – 이그나시아(분체).

네 명의 초월자가 마땅한 예를 취하지 않고 옛 왕을 맞이했다.

“지난 800년 동안 폐하께 충의를 바친 하인으로서 묻겠습니다. 부디 진심으로 답해 주시길.”
“말하라.”
“폐하께서는 불멸의 세상을 이루실 겁니까?”

불멸의 세상.
주검의 영광의 목적.
떠나간 영혼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는 드라벤과 루네시카의 오랜 바람.

아칸드가 헛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이다가 이내 크게 웃었다.

“내가…… 진정 베르덴을 과소평가했군. 스스로의 지배력을 믿고 자만하는 사이에 이렇게 분열의 씨앗을 심어 놓을 줄이야. 마치 ‘당신’처럼.”
“답하십시오.”
“불멸의 세상은 완성될 것이다.”

아칸드의 대답에 나크텔과 티아즈라의 표정이 순간 밝게 변했다. 이번만큼은 루네시카가 틀렸기를, 부디 위대한 옛 왕께서 주검의 영광을 배신하지 않았기를 바랐기에.

“영원한 순환으로.”

순환에 의한 불멸의 세상.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주검의 영광에 약속한 그것은 아니었다.

믿음은 배신당했다.
충의는 보답받지 못했다.

“……그렇습니까.”

루네시카가 권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인들에게서 절망을 압도하는 분노가 느껴졌다. 전신의 마력회로가 활성화되었다.
초월자들의 마도가 개방되며 아칸드로부터 은폐한 알현실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여섯 개의 신체 부위로 옛 왕을 부활시키는 데 사용됐던 제단: 심혼진제(心魂鎭祭)가 이미 전개된 상태였다.
그 위에 여러 초위 마법만이 아니라 막대한 수의 언데드 집합체가 놓여 있었다.

파앗.

허공에서 에온이 비밀리에 제작한 7위계급 마법이 담긴 양피지들이 일제히 펼쳐졌다.

드라벤에게서 받은 기억으로 제작한 주검의 영광의 고유 스크롤 기술.
이제까지 전장에서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칸드에게 주검의 영광과 베르덴의 관계가 들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혼을 다루는 욕망───[아니무스]의 힘까지 끌어모았다.

“드라벤을 대신해서 말하지.”

루네시카가 차가운 피눈물을 흘렸다. 800년 간의 충성 끝에 남은 것은 없었다. 크세리온 제국은 애초에 그들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

“거짓의 대가를 치러라.”

반역 선언.

대륙 곳곳에 남은 고대 의식장에서 소환한 수만의 언데드들을 모아 융합시킨 그것이 순식간에 분열하고 증식하며 알현실을 뒤덮었다.
제단을 통해 투사된 그들의 초위 마법이 알현실의 주인을 향해 쇄도했다.

폴테인 평야에서 전개한 주검의 영광의 합동 초위 마법과는 감히 비교도 안 되는, 오직 옛 왕을 처단하기 위한 루네시카의 사력(死力).

──────────────────!

아칸드는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마주 돌진하며 반역을 진압했다.

<안식: 무립(無立)>

전력을 다한 권능으로.

* * *

시타델의 거대한 성문이 공간째 파괴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격이 가까워진 것만으로도 회랑이 부서지고 복도 전체에 금이 갔다.

아칸드의 존재감을 추적하는 베르덴의 벽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놈이 향한 곳은…… 알현실인가.’

일반적인 황성의 구조와 흔적을 조합해 보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시타델이라는 영역 탓인지 아칸드의 존재감을 곧장 파악할 수 없어 신중하게, 또한 빠르게 전진했다.

적막한 공간을 지나자 하반신이 없는 누군가가 복도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반추자 르카리아.’

주검의 영광의 초월자.

루네시카를 통한 내부 분열이 먹힌 것일까. 아무튼 됐다. 이제 시체의 혈흔을 그대로 쫓아가면 아칸드가 나오겠지.

그 순간 엎어진 르카리아가 말했다.

“아니…… 듣던 것보다 훨씬 강하던데. 설마 그걸 맞받아칠 줄은 몰랐어.”
“……이그나시아?”

베르덴이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상체만 남은 르카리아를 살폈다. 이그나시아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왜 네가 여기에…… 게다가 그 육체는.”
“동대륙에서 내가 직접 사로잡은 녀석의 몸을 잠깐 빌렸지. 인체 실험도 아니고 영혼도 별도로 보관하고 있으니까 존엄을 훼손한 건 아니다?”

르카리아를 생포했다고?
못 들었다.

“보고를 누락했나?”
“루네시카를 처형하는 척해 놓고 몰래 내부 분열을 꾀한 너보단 낫잖아? 아, 연합장이니까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나? 뭐, 아무튼.”

이그나시아의 정신이 깃든 르카리아의 눈빛이 점차 꺼져 가기 시작했다.
육체의 항상성이 완전히 파괴됐다.

“시타델에 잠입하려다가 루네시카한테 걸렸는데 오히려 길을 열어 주더라고?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반역한다고 하길래 재밌을 것 같아서 꼈지. 아하하핫, 너하고 내가 친하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자리를 내준 느낌이랄까?”

베르덴은 새삼 느꼈다.
이그나시아는 미친년이다.

“그래도 함정은 꽤 먹혔어.”

그녀가 베르덴을 툭 쳤다.

“가서 끝내…….”

르카리아의 육신이 죽었다. 이그나시아의 정신체는 본체로 돌아갔으리라. 베르덴은 시체의 눈을 감겨 주고 피의 길을 걸었다.

터벅, 터벅…….

파괴된 알현실의 대문.

나크텔은 몸의 절반 이상이 파열된 채 문턱에 걸려 있었다.
여지없는 즉사였다.
그를 지나치자 사망한 루네시카의 네 영혼 조각 중 하나가 보였다. 티아즈라는 만신창이인 몸으로 그런 루네시카의 감싼 채 기절해 있었다.

“……베르덴.”

무력으로 그들을 짓밟은 아칸드가 사도의 권좌에 앉아 베르덴을 환영했다.
그는 왼팔이 없었다.
여러 전장에 이어 완벽한 반역까지 겪으면서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드라벤의 영혼을 이용해 주검의 영광을 회유한 것 같은데…… 그 과정이야 아무래도 좋겠지. 너의 모략에 찬사를 보내마. 나의 제국은 분열되었다.”
“왜 이곳을 무덤으로 정했지.”
“이 알현실이야말로 시타델에서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이니까.”

아칸드가 나지막이 말했다.

“묵시록이여.”

두근.

제6사도의 권능이 맥동했다.

베르덴의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는, 과거 죄인들이 전쟁이 끝나고 크세리온 황성에서 훔친 은하수의 돌이 강제로 바깥에 소환되었다.

‘이건…….’

돌에 깃든 은하수가 회전하면서 물감처럼 번지더니 주변을 에워쌌다.

우주를 장식한 별들이 짧게 반짝이더니 안개처럼 걷혔다. 은하수가 사라졌다. 생명이 없는 어느 대륙의 일면이 알현실의 공간을 대체했다.

베르덴은 담담하게 반응했다.

“멸망한 세계. 전쟁 전의 회담에서 네가 우리에게 보여 주었던 풍경이군…… 여기까지 와서 같은 장면을 되풀이하는 저의가 뭐냐.”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전쟁에서 패배한 너희의 세상이라고…… 하지만, 베르덴, 진실은 그렇지 않다.”
“……뭐?”
“이것이 본래 우리가 맞이해야 할 미래다.”

아칸드가 권좌에서 부쉈다. 동시에 안식의 권능을 발현했다. 용검을 쥔 그에게서 여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

“이곳이라면 그 어떤 기운도 대륙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그러니 신격을 개방해라.”
“……!!”
“그리고, 나를 죽여라. 네가 승리하면 운명에 대한 금기를 하나 알려 주마.”

아칸드가 단언했다.

“나의 사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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