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81

1181화 베르덴 – 2

잿빛의 마력에서 태어난 별들이 신의 마안을 통해 이단자를 주시했다.

<신성: 성운(星雲)>

하늘에서 666개의 별빛이 종잡을 수 없이 몰려들어 아칸드에게 쏟아졌고, 연쇄적인 초신성 폭발이 공허한 공간을 물들였다.
무의 세계가 전율했지만 마음이 채워졌다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공백(空白)…….’

베르덴은 대륙을 아우르는 우주가 한없이 차갑게만 느껴졌다.
단순한 온도의 높낮이가 아니라 개념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마치 무한히 넓은 방 한가운데에 혼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세계는 어떻게 되어 먹은 걸까.’

베르덴은 새로운 신의 감각이 비춘 모든 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
순수하게 보고, 듣고, 느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지하지도, 그리고 전능하지도 않았지만 그는 이 순간 전보다 훨씬 많은 걸 인지하고 있었다.

태생부터가 우월한 ‘당신’과 초대 마도왕도 이상을 추구하는 신으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그와 같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베르덴은 진정으로 그들의 경지로 나아가고 있음을 실감하며─────어느 때보다 신성력으로 강하게 발광하는 [인테리스]를 기울였다.

투확!

별의 폭격 너머에서 사도가 뛰쳐나왔다.

<안식: 윤회(輪廻)>

아칸드가 회전을 거듭하며 굽이치며 날아드는 별을 베었다. 견고하게 쥔 용검 [마그라스]는 어떤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옆으로.
옆에서 위로.
암회색의 검기가 잠시도 끊어지지 않고 순환적으로 이어지면서 패도적으로 휘몰아치더니 마안의 충격파를 부수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시야 바깥까지 검광이 뻗어 나가며, 옛 왕이 세상을 양단했다.
그런 착각이 드는 광경이었다.

아칸드는 그걸로 그치지 않고 이내 절반 이상 좁힌 간격을 더욱 줄였다. 태동하는 용검. 안식의 윤회는 한 번의 기적을 토해내고도 다시금 같은 순환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베르덴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드래곤 스케일>

잿빛 신성력으로 형성된, 전보다 태초의 드래곤에 가까워진 용린을 두른 그는 처음으로 마법을 목도했던 과거와 다히트 웨스로엘의 기억을 온전히 이어받았던 순간을 상기했다.

격정의 세월에 지쳐 버린 이웃 할아버지가 보여준 그 작고 연약한 불꽃을.
소멸의 개념을 품은 그 강인한 망각의 화염을.

“……!”

아칸드의 코앞에서 불씨가 일렁였다.

방어할 틈도 없이 그것이 점멸하는 순간에 시야가 확 밝아졌다.
베르덴이 보이지 않았다. 잊을 수 없는 존재감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어디가 동쪽이고, 또 북쪽인지 방향 감각마저 사라졌다.

‘외상은 없다. 내상도 마찬가지. 일종의 봉인 계열 마법인가.’

완벽한 봉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올다르크가 ‘당신’을 잠들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베르덴은 절대자의 격을 갖추기 시작했으나 그들에 비해서는 성장기에 불과하기에 봉인 마법에는 확실한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권능의 시야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찾고 있던 그가 조용히 미간을 좁혔다.

‘모난 부분 없이 균일하다…….’

죽음이 작게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봉인이 아니다!

아칸드가 반사적으로 힘껏 허리를 틀었다. 용검이 닿지 않는 허공을 베어 갈랐다. 그러자 안식의 권능이 작은 균열을 만들었고, 주저 없이 그 안쪽으로 어깨를 들이밀었다.
기이한 공간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그의 등 뒤에서 불가해한 열기가 확산했다.

애초에 아칸드가 있던 곳은 별도로 구현된 공간이 아니었다.

단지 잿빛의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을 뿐.

<종염(終炎)>

안식의 권능이 남긴 자취가 해체되고 분열된 끝에 전소되었다.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계였지만, 설령 만물이 빽빽이 들어찬 세상이었다 해도 같은 풍경이 자리했을 것이다.

올다르크는 모든 원소의 시작점인 태초의 원소를 다루었다. 반면에 베르덴은 태초와 가장 멀리 떨어진 말세의 원소를 탄생시켰다.

‘올다르크의 태초와 반대되면서 ‘당신’의 창조와도 상반된다…….’

두 절대자와 서로 다른 개념에서 완벽한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
그것이 대칭을 이루어 균형의 조화를 이룰지, 혹은 상충되어 종극의 결말을 맞이할지는 필멸자가 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베르덴의 신언(神言)은 처음보다 정제되었고, 또한 안정적이었다.
불완전한 절대자의 격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적응력이야말로 그와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면 단번에 죽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운명은 무엇을 통해 순환하는가|

금기의 경계가 반응한다.

베르덴은 사실상 정답을 알고 있다. 생각을 억지로 멈춰 단정 짓지 않음으로써 금기를 위반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아칸드가 당장 대답하지 않았다.

‘앞으로 아홉 걸음.’

검을 뻗으면 두세 걸음에 닿을 수 있지만 물리적인 간극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공방으로 확신했다. 안식의 권능만으로 도달할 수 없다. 절대자와 사도가 가진 신격의 차이가 너무나도 큰 탓이다.

태고의 시대에 널리고 널린 잡신들이 아닌, 진정한 신을, 신이 아닌 자가 신성력으로 상대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러니…… 권능을 버린다.’

두 번의 전쟁에 걸쳐 세상은 아칸드를 불멸자이자, 타고난 초월자이며, 사람의 가죽을 입은 괴물이라고 칭했다.
누구에게도 부정하지 않았지만 근본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아칸드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 * *

사룡 네크바엘이 토해낸 비탄의 숨결이 수평선상을 가로지르자, 반젤리스와 데우스의 마법적 방어막이 그 광선을 미세하게 비껴 냈다.

평탄화된 지형의 굴곡.

불모지가 된 대지 위를 가장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가 질주하더니 도약과 함께 양손을 모아 사나운 야성을 쏟아냈다.

쩌어엉!

네크바엘은 머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발톱을 휘둘러 수직으로 대지를 분쇄했다. 안티아스가 이를 온몸으로 견디며 발톱을 붙들었다.
다른 존재들이 놈을 압박하는 사이에 마의 공포가 창으로 암녹색 비늘을 꿰뚫었다.

[────────────!]

고통과 분노로 가득한 사룡의 포효가 전장 전체를 격동시켰다.
용언이 메아리쳤다.

하지만 일반적인 연합군에게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사룡과의 전투는 배경에 불과했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관여할 수 없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온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눈먼 용언이 날아오면?

그냥 죽어야지.

초월자 전쟁의 진면목을 본 병사들은 정신줄을 놓고 언데드만 죽여댔다.
제라클 황제는 부패한 피를 갑옷에 묻히며 평범한 이들의 사기를 유지시켰다. 초월자만이 아니라 우리도 주역이라는 걸 반복적으로 뇌리에 심었다.

로벨린이 급히 포션을 들이켰다.
포션 중독 증상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시타델에서 떨어지는 언데드가 더 많아지고 있어.’

지상전과 공중전에서 세계 연합이 크세리온 제국을 상대로 완전한 우세를 굳히고 있는데도 죽음의 기운이 꺾이지 않는다.
방주가 더해진 세계 연합 함대가 섬을 폭격해 수를 급격히 줄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가급 전력들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 발악. 이군.]

네르가가 눈웃음을 지었다.

작고 귀여운데 사악하고 음흉한 존재감을 흘리니 로벨린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베르덴을 아버지라고 부른 점이 특히나.

‘얘는 악마일까……?’

베르덴이 악마의 신이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 루아스교에 발각되면 큰일이니 그녀는 최대한 성직자가 없는 전장에서 활약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끈질, 긴.]

“어, 뭐라고?”

[당장. 물러나.]

네르가가 악의를 담아서 중얼거리더니 로벨린에게 후퇴를 종용했다. 그녀는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마탑의 일원들을 데리고 지금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죽음: 광망(光芒)>

망자의 광휘가 스쳐 지나갔다.

보헤미른 마탑의 장로 한 명과 마법사들의 몸에서 실선이 떠오르더니 조각났다. 귀족을 포함하여 병사 수십 명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선고했을, 텐데.]

테아렐과 네르가 등이 폐쇄 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펜드렌호 사문에 가두었던 제4사령관────죽음의 묵시록────사르카논이 기어코 세계의 틈새에서 대륙으로 돌아온 것이다.

[너희는…… 죽을 것이다.]

당시 격전으로 팔이 하나 없고, 전신의 골격에 금이 간 상태였지만 특유의 끔찍한 사기는 약자들을 간단히 공포에 떨게 했다.
비대칭 전력. 8위계급을 상대로는 버티는 것만으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한다.

“어떻게 사문에서……!”
“테아렐, 그 몸으로는 무리입니다!”

테아렐은 놈이 날뛰기 전에 막으려 했지만 마력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았다. 그녀의 허벅지에는 언데드가 던진 창이 꽂혀 있었다.
초월자가 아닌 언데드에게도 중상을 입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많은 초월자가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르가는 자신을 노려보는 사르카논을 주시하면서 로벨린의 목덜미를 다급하게 두드렸다.

[나를. 옆. 으로. 던져라. 멀리.]

“……!”

[안 그러면. 죽어.]

네르가는 사문에서 모든 힘을 소모했기에 전력조차 되지 못한다.
아버지의 소꿉친구인 로벨린을 보호할 수 없으니, 사르카논의 주의를 최대한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최선일 터.

“싫어.”

[아버지한테. 이른다.]

“마음대로 해.”

당연히 로벨린은 거절했다. 신의 가계도 같은 것은 모르지만 베르덴에게 소중한 존재일 녀석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마도 <화형>

어디로든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제자리에서 화염 마법으로 응수했다. 뜨거운 폭발이 서로 연결돼 더 강한 불길로 승화되었지만 사르카논의 손상된 로브조차 그을리지 못했다.

[같잖은…….]

<죽음: 지평(地平)>

사르카논이 그녀를, 정확히는 네르가를 지목하고는 지친 테아렐까지 한꺼번에 그 권능으로 난도질하려던 그때였다.

파앗!

샛별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정말로 대단한 신격인가 봅니다. 신으로부터 힘을 받은 사도가 이렇게나 강대한 권속을 여럿 가지는 게 가능할 줄은.”

[사도……?]

샛별의 사도───엘로리스가 전장에 떨어진 검을 주워 간격을 장악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신성이 깃든 연격이었다.
광채가 인지를 속이고, 금이 간 사르카논의 늑골이 그대로 부러졌다.

[……!!!]

사르카논이 잔상을 남기며 모습을 감추자, 또 다른 칼날이 그를 정확히 포착해 베어 넘겼다.
깔끔하게 절단된 로브 자락이 바람에 날아갔다.

다른 전장에서 활약하고 있던 유니아가 직감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인?

“늦어서 죄송합니다.”

희생의 사도───카인이 샛별의 검을 들고 로벨린 옆에 섰다. 깊게 신음한 사르카논이 균형을 되찾으며 손끝으로 권능을 발했다.

쩌엉!

카인이 검끝으로 비스듬히 죽음을 튕겨 냈다.

[불가능하다. 미숙한 신이…… 어떻게…… 단기간에 여러 사도를……!]

[한낱. 권속이. 무엇을. 안. 다고. 아버지. 에. 대해. 지껄이느냐.]

네르가가 기고만장하게 조소하면서 카인의 어깨로 넘어갔다.

[도와줘.]

“알겠습니다.”

초면이지만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었다.
서로 같은 신의 사도니까.

<희생의 권능>

카인이 자신의 마력을 매개해 네르가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자신을 깎아 여러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그의 권능.

쿠구구구구구구구……!

네르가가 흑마력으로 번들거리는 외눈을 번뜩이자 서서히 거대화했다.

[아아───────────────!]

저해의 거인이 재림했다.

“와, 대단한 크기군요.”
“…….”

엘로리스는 감탄하고, 로벨린은 네르가의 본모습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세계 연합군도 난데없이 등장한 외눈의 거인에 아연실색했다.

[쓰레기. 가. 너무. 많다.]

거인 네르가는 운명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사도로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군단 곳곳에서 느껴지는 운명의 추종자들을 감지했다.

[전쟁이 끝나면. 내가. 전부 찾아서. 죽여 주마.]

거대한 눈동자가 순식간에 돌아갔다.

<저주의 권능>

네르가가 만신창이인 사르카논을 직시했다.

[그전에. 너. 부터.]

[네놈…….]

* * *

훅───콰지지직!

창이 수평으로 날아가 죽음의 기사의 투구를 곧장 관통했다.

“허, 사막 밖은 지옥이 따로 없구만.”

대사막의 영웅이라 불리는 아탈란이 낙타를 타고 등장했다. 그의 뒤에서 투하르에서 온 군단이 함성을 질렀다.

“게다가 저 거인은 또 뭐야.”
“언데드 아닐까요?”
“글쎄. 뭐가 됐든 간에 저쪽으로는 가지 마라. 존나 세 보이니까.”

침묵의 사막에서 지원군이 도착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신의 파편에서 탄생한 사막의 고대 재해들이 보기 좋게 연합군만 피해서 거대한 몸집으로 언데드 군단을 짓눌러 버렸다.

사막과 연결된 공간의 균열.

그 안에서 두 명의 초월자가 대륙으로 넘어왔다. 한 명은 쉐오른 장로였고, 다른 한 명은 가면을 쓴 백색의 마법사, 그러니까 관리자였다.

“그대의 집단도 결심한 모양이군.”
“예…….”

쉐오른 장로는 방주의 함대만이 아니라 하늘섬에서 윗분의 존재를 감지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참전할 명분이 생겼다. 그를 중심으로 공간이 점차 왜곡되기 시작했다. 한때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되었던 공간계 초월자가 움직였다.

관리자는 시타델을 보았다.

“……‘당신’.”

* * *

한 명을 죽이고 열 명을 살릴 것인가.
열 명을 버리고 백 명을 위할 것인가.
백 명을 참하고 만 명을 구할 것인가.

어려운 숫자놀음이다.

무엇이 더 합리적인지 불 보듯 뻔했지만 아칸드는 고민했다.
소중한 이들은 지키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지…… 그러나 작은 이기심은 절대적인 구원을 더럽힐 터.

운명이 보여준 선택지들 중에서 아칸드는 옛 왕의 길이 옳다고 판단했다.

여덟 걸음.

───아칸드 폐하……! 이는, 이는 너무도 과도한 처사입니다……!!

잿빛의 벼락을 반으로 갈랐다. 권능과 함께 용검의 날이 깎였다. 잔류 번개에 스친 피부에서 깊은 균열이 생기는 것을 보며 진각을 밟았다.

일곱, 그리고 여섯 걸음.

───아들아, 어째서…… 어째서 전쟁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냐……?! 네가 전쟁광이라도, 폭군이라도 되길 꿈꾸는 것이냐……!!!
───어, 어미로서 부탁하마. 부디, 부디 저들에게 자비를 베풀 수 없겠니……? 제발…….

신격에서 비롯된 존재의 압력이 막강해지며 권능이 깨졌다. 다시금 이어 붙였지만 이미 조각난 도자기나 다름없었다.

권능의 눈 한쪽은 완전히 침묵했다.
권능으로 빚은 왼팔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아칸드가 전진했다.

다섯 걸음.

───형님은 학살자입니다.

신의 위압이 걷혔다. 격의 차이를 견딘 순간 당분간 그것은 아칸드를 억압하지 못한다. 잿빛의 섬광이 곧 그의 영육을 관통하고 말았지만, 아칸드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마침내 용검과 신기가 충돌했다.

네 걸음.

아칸드가 그 거리를 유지한 채 베르덴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사방에서 정교한 검격을 퍼부었고.
베르덴은 제자리에서 스태프만 회전시키며 모든 공세를 차단했다. 그리고 인지하지 못한 사이 잿빛의 오브가 드리웠다.

<신성: 심판>

신의 단죄가 작렬했다.

콱.

아칸드는 그 체내를 부숴버린 [인테리스]를 잡고 한 걸음 나아갔다.

세 걸음.

용검이 목을 노렸다. 베르덴이 한 손을 뻗어 칼날을 잡았다. <무허의 권능>을 발현하는 신성력이 <안식의 권능>을 갉아먹듯 없애기 시작했다.

툭, 투두둑.

아칸드의 입가는 이미 죽은 피로 물들었다.

“상위, 사도가 아니라면…… 신성력에 의존한 순간, 접근할 수도 없겠군.”

앞으로 약 세 걸음.
여섯 번째 사도로서는 여기까지였다.

아칸드는 여느 때보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말을 이었다.

“본래, 이 우주에 영혼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세계는…… 영혼의 개념은, 순전히 ‘당신’이 만든 것이지.”

그가 용검에 힘을 실었다.

“영혼을 수거하는 것.”

아칸드가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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