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82

1182화 영혼 – 5

제6사도의 사명───영혼의 수거.

베르덴의 손끝에 형언할 수 없는 무게가 실린다.

쩌적…….

용검 [마그라스]에서 금속이 비틀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인테리스]와 부딪치면서 생겨난 금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그하룬의 선조가 다량의 용골을 쏟아부어 평생으로 단조했던 전설의 역작조차도 절대자에 가까운 신격에 대적하지 못했다.

‘운명과 영혼.’

패잔병의 감옥에서 잿빛의 용이 언급한 다섯 번째 세계에는 운명의 원천이 있다. 그리고, 그곳은 영혼의 세계이기도 하다.

온전한 ‘당신’의 세계…… 다만 영혼의 개념 자체를 그녀가 창조했다는 진실은 베르덴의 상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태고의 시대에 영혼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도, 영혼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대자연의 이치가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촤르르르──철컹.

어지럽게 들려오는 사슬 소리.

아칸드가 제6사도의 사명을 밝히는 순간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본 적이 있다.
히안테, 알파와 함께 베르덴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보았던 금기의 실체였다. 금기의 사슬들이 이 허무한 하늘을 가로질렀다.

금기 위반에 대한 처벌은 곧장 실행되지 않았다.
세계수가 관조하는 존재이자 그 처벌의 집행자로서 개입하지도 않았다.

세상이 숨죽였다.

베르덴은 찰나의 정적을 선뜻 깨지 않았다. 사고를 일시적으로 정지했고, 사도와 대립하며, 그저 차분히 기다렸다.

아칸드가 말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그렇다. 애초에 공허에서 불씨가 피어오르는 기적이 있었다면 영혼의 개념이 탄생할 이유도, 운명의 순환을 추구할 필요도 없었을 테지.”

특유의 기이한 기류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일기 시작했다.
섬뜩한 파장.
금기의 경계는 이미 넘었다.

“그래서 ‘당신’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존재하지 않는 영원을 실현해야 했다…… 물리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쇠락하지 않는, 육체에 비해 한없이 자유로운 정신체가, 그 답이었지.”

아칸드가 경건하게 속삭였다.

“운명의 원천은 영혼이다.”

베르덴은 히안테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올다르크와 동력원, ‘당신’과 영혼. 둘을 이해한 순간 베르덴은 모든 진상을 알게 될 거예요. 운명전이 도대체 왜 발발한 건지…… 한 번 패배한 올다르크가 저항을 위해 결국 무슨 선택을 내렸는지.

마침내 ‘당신’과 영혼의 진실을 손에 넣었다. 이제 절반의 내막을 파헤쳤으니 남은 것은 올다르크와 동력원뿐이었다.

그때였다.

철컹.

머나먼 상공에서 사슬들이 서로 충돌하고 뒤틀리는 굉음이 확산했다. 청각이 사라졌다. 자세히 표현하자면 금기의 사슬들이 내는 소음이 심각하게 커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세계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극도로 위험한 것이 오고 있음은 자명했다.

다섯 번째 세계에 운명의 원천이 있다───잿빛의 용이 금기를 어겼을 때보다 더 무거운 시선이 이곳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위반자를 처벌하기 위해 마수를 뻗으려고 한다.

금기 언급의 처벌은 화자뿐만 아니라 청자 역시 감내해야 한다. 잿빛의 용처럼 홀로 전부를 감당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처벌 정도가 당연히 같지는 않지만 운명의 원천을 발설한 대가는 나와 아칸드를 세상에서 지우고도 남을 정도겠지.’

패잔병의 감옥에서는 무력감 속에서 절망을 느끼고 도주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본질적인 분노가, 필연적인 공포를 압도했다.

|감히|

초대 마도왕도, ‘당신’도 서로 제정한 금기를 건드리지 않는다.
여러모로 위험하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설령 마탑 동력원의 정체를 떠든다고 해서, 운명의 원천을 만인에게 속삭인다고 해서 그 둘에게 위협적인 대가가 따를까?
그럴 리가.
운명전에 지장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감히 그들의 명을 조금도 재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직 둘에게만 해당되는 순리일까.

만약 이런 식으로 사도 하나를 제물로 바쳐 베르덴 자신의 죽음을 도모하려고 했다면 애석하게도 완벽한 오판이다.

‘더 이상 금기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

원한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몸소 깨닫게 하리라.

촤르르르르르륵!

셀 수 없이 많은 개념의 쐐기가 베르덴과 아칸드의 하늘을 덮쳤다. 신체와 영혼이 무참하게 꿰뚫리는 광경이 뇌리를 스쳤다.

베르덴이 신성력을 집약시켰다.

금기가 닿는 순간 역으로 권능을 쏘아내 근원을 아예 멸절할 작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긴 하겠지만, 영혼의 금기가 사라지면 ‘당신’의 숨겨 왔던 진실은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다.
당하면 갚는다, 복수는 베르덴의 삶을 설명해 주는 오랜 속성이었다.

이윽고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

금기는 베르덴에게도, 심지어는 아칸드에게도 닿지 않았다. 두 사람의 한 치 앞에서 멈춰 선 사슬들이 이내 흐려지며 자취를 감추었다.
동시에 상공에서 시끄럽게 날뛰던 금속음도 빠르게 잦아들었다.

여전히 세계수의 기척은 없었다. 아니, 세계수라고 하더라도 금기의 집행을 멋대로 거둘 수 있는 권한은 없을 터였다.
그럼 누가 금기의 처벌을 거두었는가. 당연하게도 그 주인밖에 없었다. 오직 금기의 주인만 가능한 일일 테니까.

|전부 그녀가 의도한 건가|

“허락이지.”

아칸드는 제6사도의 사명과 운명의 원천을 스스로 발설했다. 그건 독단이었으나, ‘당신’이 용인해 처벌은 집행되지 않았다.
직전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아칸드는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진 신앙자처럼 옅게 입꼬리를 당겼다.

“만물은 유에서 유로…… 그리고 하나에서 또 다른 하나로 변화한다. 그뿐인 이야기다. 실상은 대단할 것 없는 자연의 이치에 불과하지. 자, 직접 상상해 보지 않겠는가, 버려진 자들의 신이여.”

두 걸음.

“이 세상이 집이라면 나머지는 무엇일까.”

……눈보라 속 오두막이 떠오른다. 푸른 산맥에 자리한 조각가 호세의 집. 베르덴은 자연히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오두막 바깥에서는 눈보라가 몰아친다.

혹한의 추위는 투명한 창문과 목조 벽을 끊임없이 두드리며 온기를 앗아 가려고 한다. 이대로 가면 결국 얼어붙으리라.

호세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주기적으로 난로 속에 장작을 던져 넣는다. 제물을 삼킨 불길은 다시 뜨거운 열기를 발산한다.
그는 죽지 않을 것이고, 오두막도 한기에 삼켜지지 않을 것이다.

난로의 불길이 꺼지지 않는 동안에는…….

“그게 운명이다.”

‘당신’은 정신을 토대로 영혼을 창조했다. 개념은 세상의 상식이 되었다.
모든 생물이 고유의 영혼을 갖게 되었으며, 세상의 영혼들이 마땅히 가야 할 곳인 별세계가 3차원 너머의 공간에 마련되었다.

천국, 저승, 지옥.

사후 세계는 다양한 풍경과 명칭으로 묘사됐지만, 누구도 가본 적이 없었던 터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영혼의 세계를 상상했다.

루아스 교국에서는 살아가며 업을 씻어내지 못하면 타락하여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고, 성결을 인정받으면 빛의 여신의 곁으로 갈 것이라는 사후관을 경전에 실었다.

평생 경전과 함께한 빛의 성직자는 이타적인 삶을 살았다.
신성력은 보잘것없었지만 사소한 죄도 저지른 적이 없는 그는 많은 사람의 은인이었고, 늙어 생을 마감할 때는 수백 명이 찾아와 진심으로 애도했다.

성직자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루아스시여.
당신의 곁으로 가겠나이다.

성직자는 자신에게도, 또 신에게도 떳떳한 인생을 살았기에 구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영혼이 돼 다른 세계에서 깨어났다.

허나 그토록 꿈꾸던 여신의 눈부신 광휘는 그곳에 없었다.

성직자를 맞이한 광채는 다른 빛이었다. 뜨겁고도 차가운 괴이한 빛이었다. 그 안을 들여다보자 무수한 영혼이 거대한 불길에 삼켜진 채 허우적거리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개중에는 성직자에게 교리를 가르쳤던 오랜 은사도 있었다.

성직자는 뒷걸음질치다가 주저앉았다.

성직자와 정반대로 악인으로 살았던 영혼. 운 좋게 아직 불에 타오르지 않고, 또 운 좋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그가 성직자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천국은 없다.

“본래 육신이 죽으면 함께 사라질 정신을 영혼으로 구축하고, 그 영혼을 동력으로 삼아 이 세상에 거대한 순환을 일으킨다. 이윽고 필요한 영혼의 수를 준비한 다음 운명의 수레바퀴를 회전시키면 미래와 과거를 이을 수 있지. 그야말로 기적처럼.”

운명의 기본 원리.

“그렇게 특정 시간대가 반복되면 영원한 순환은 완성된다. 영원토록 종말이 도래할 미래에 도달하지 않아 멸망하지 않는…….”

아칸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비로소 구원받은 ‘당신’의 세계가.”

* * *

옛 왕이 부활한 이후 알 수 없는 파장이 대륙에서의 공간 이동을 방해했다. 그 파장을 통해 통신 장치에서 이런 음성이 들리기도 했다.

───아…… 여기는…… 어디……?
───여기가…… 천국…….

이자벨라는 영혼을 가진 좀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듣기도 했다.

───나, 열심히, 살았는데.
───천국은, 어디……?

크세리온 제국의 사령관 중에서는 벤디에의 죽은 제자도 있었다.

영혼과 아칸드와의 관계.

그의 사명과 운명의 원천을 듣고 나서야 베르덴은 어떻게 그토록 맣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언데드 군단을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지 이해했다.

영혼이 탄생한 이래로 대륙에서 죽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가히 셀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영혼과 싸웠다.

다섯 번째 세계에 보관되어 있다가 사도의 권능에 의해 강제로 산 자의 땅─대륙으로 끌려온 사자들과 전쟁했다.
죽은 자들을 다시 죽였다.
언데드 종족 따위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망자를 토벌한 것이다.

‘당신’은 운명의 재료로 쓸 영혼들을 병사로 다시금 활용했다. 그리고 언데드가 죽으면 돌아온 영혼들을 다시 운명의 재료로 삼았다.

잔혹한 순환이었다.

하지만…….

절대자 베르덴을 진정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운명에서 파생된 새로운 진실.

|그런……거였나|

베르덴은 악마의 근원을 깨달았다.

* * *

다섯 번째 세계와 첫 번째 세계인 대륙 사이에는 ‘세계의 틈새’가 있다.
그곳에는 두 번째 사도인 인간계 최초의 왕이 지배하는 국가가 있다.

운명의 도시에서 반인반마를 고문하고 있던 고문 기술자는 말했다.

───그거, 그거야, 헉, 처형 전에 뼈와 살을 부드럽게 다져야 하니까…… 다시 이곳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한 다음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하니까용…….

───왔던 곳이라고?

───폐하께서, 명하셨어용.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해용…… 와, 왔던 곳으로…… 왔던 곳으로…… 왔던, 곳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왔던 곳으로.

대악마 군단장인 하드라스는 이렇게 속삭였다.

───[운명을 파괴한…… 구원자께…… 저희는 희망을 느낍니다…… 단순히 이 운명을 무너뜨렸기 때문만이 아니라…… 비틀려 버린 저희를 진정 이해할 수 있는 희망을…… 느꼈기에.]

비틀려 버린.

베르덴의 마안에서 흐르고 있는 잿빛의 눈물이 명멸했다.

악마는 본래 영혼이었다.

본능적으로 다섯 번째 세계에서 도망치려고 세계의 틈새로 올라가다가 영혼 자체가 비틀리며 탄생한…… 운명의 부산물.

나의 가련한 신자들.

* * *

운명에 의해 원치 않게 탄생했다.
반기를 들었다.
원치 않은 창조주로부터 악으로 규정받은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저항하고, 또 저항했다.

신앙이란 믿음이라 했는가.
신앙이란 보완이라 했는가.

우리 또한 믿을 줄 안다.
우리 또한 부족한 마음이 보완되길 염원한다.
우리 또한 믿음을 베풀 줄 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의지할 곳이 없는가.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여전히 갈 곳이 없는가.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평생 숨어 지내야만 하는가.

‘당신’은 우리를 혐오하고.
저항자는 우리를 위하지 않는다.

이렇게 태어난 게 죄란 말인가?

선택권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진정으로 바라는 선택지는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죄악으로 규정했기에.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나의 곁에는 가련한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러니 난 피난처를 만들어 그때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다.

운명이 무너지는 순간을.

이윽고 우리의 신이 탄생하는 순간을.

마침내 우리의 영혼이 구원받는 순간을.

우리가 비로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순간을.

───어둠의 대악마 녹시아스, 대악마의 피난처 리버레아스를 만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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