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89

1189화 제6사도 (完)

관리자가 눈을 크게 떴다.

“신, 게다가 신들이라고?”
“예.”

덥썩!

베르덴이 여러 천을 덧댄 난잡한 헝겊 같은 팔뚝을 붙잡았다. 벽안이 신체를 훑었다. 그가 은폐하고 있는 신격이 발작하듯이 반응했다.

“믿음에 대한 신의 보답이 아니라 숭배에서 비롯된 고고한 신성력…… 미약하기는 하지만 확실한 신체(神體)입니다. 그리고 몸은 하나인데 ‘두 종류의 신격’이 감지됩니다.”
“……!……!!”
“굳이 말하자면…….”

전령의 체격은 성인 남성과 여성 각각 평균의 중간 어디쯤이었다. 베르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녀석이 흰자가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로 시선을 높였다.

“신의 결합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화롭지 않습니다.”

[물리적 결합?]

“그래, 억지로 이어붙인 것 같군.”

전령의 몸에 두드러진 불규칙적인 흉터들은 접합의 흔적. 오른손과 오른 팔뚝, 얼굴의 하관과 상안부 등의 주인이 달랐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신이 해체되어 다른 신의 소재가 됐다…… 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으나, 베르덴이 통찰한 사실은 달랐다.

“그런데 둘 다 살아있다.”

글러트니의 이식자를 예시로 든다면, 그들은 신체 및 장기 적출 대상을 마치 재료로 사용해 이식 대상을 강화하거나 살린다.

당연하게도 적출 대상은 물건처럼 분리되어 죽음에 이른다. 심장이나 머리 등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들을 빼앗기면 살 수 없다.

아무리 여러 몸뚱이를 합친다고 해도 몸의 주인은 하나인 게 상식이다.

‘반면에 전령의 경우에는 적출 대상과 이식 대상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자잘하게 토막 나서 이식 재료로 사용된 신이 죽지 않았다. 둘 다 살아있다. 하나의 육신에서 신성력이 두 개나 느껴지는 것이 증거였다.

“우아.”

정신을 집중하면 두 명의 음성이 겹쳐서 들려왔다.

본래 각각 존재했으나 인위적으로 결합돼 하나이자 둘이 된 신(神)…….
그것이 전령의 정체였다.

의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신들이란 말인가.

“우아(ua).”
“…….”
“우, 아.”

전령은 옹알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여러 질문을 던져봐도 매한가지였다. 이성은 있되 언어가 제한당한 것일까.
단서가 보란 듯이 있어도 ‘당신’이 그들에게 전령을 보낸 저의는 여전히 미지였다.

관리자가 팔짱을 꼈다.

“어떻게 하겠는가?”
“이대로 탐사를 더 진행하겠습니다.”

[확인.]

아직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황성의 외곽이 이곳에 있다면, 그 내곽도 근방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크세리온 황성에는 베르덴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물건이 있다. 제목이 없는 책을 아공간에 보관한 그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잠깐.’

혹시나 싶어 이곳 황성의 서고로 그들을 ‘안내’한 전령에게 물었다.

“[아니무스]는 어디에 있지?”

전령이 비스듬히 팔을 뻗었다.

“북쪽.”

……!

우아, 가 아닌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그야말로 명확한 답변이었다. 실험체 특유의 모습과 전혀 다른 미성이 귓가를 간질였다.

눈앞의 신들은 전령이자 안내자였다.

* * *

에스테리아의 여왕인 실리스가 백금발을 휘날리며 정중히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카인 경.”
“별말씀을.”

전장에서 활약하면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빚을 지우고 만다.
카인이 위험에 빠진 에스테리아 왕국군과 실리스를 구했다. 그저 그뿐인 이야기였다. 에온에 속해 있지만, 달리 인연이 없던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게 된 계기는 말이다.

그 모습을 주변시로 대충 보고 있던 이그나시아가 입술을 매만졌다.

“흐으음.”

보랏빛의 은하수가 담긴 듯한 눈이 하늘과 지상을 번갈아보았다.

‘낙타를 타고 온 병사들, 거대한 뱀, 산이 움직이는 것 같은 이형종…… 분명히 다 침묵의 사막에서 온 걸 텐데.’

베르덴이 세계 회의 전에 사막에 다녀왔다는 말은 이미 알고 있다. 베르덴이 침묵의 사막에서 손에 넣은 책을 그녀에게 주기도 했다.

‘그런데 쉐오른 케르노든은 어째서 쟤들하고 같이 나타난 걸까?’

이미 죽었다고 알려져 케르노든 가문에서 성대하게 장례도 치른 초월자가. 베르덴과 연관이 깊은 침묵의 사막 측에서 난데없이 등장했다.

‘저 세력은 또 뭐고?’

소속을 알 수 없는 33척의 대함대.

시타델이 붕괴된 직후 상공에서, 그것도 단신으로 북서쪽에 있던 거대한 잔해 수백 개를 없애고 사라진 신원 미상의 초월자.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었지만 무투계 초월자임은 자명했다.

흥미가 생기는 게 한둘이 아니다.

물론 4차원을 통해 관측한 그 악마들의 세계보다는 아니지만 말이다. 세계 연합에서 대대적으로 전쟁의 뒷정리에 들어가는 동안 그녀는 마법 연구에 몰두해 마무리할 작정이었다.

‘그전에…….’

이그나시아가 사뿐사뿐 아탈란에게 다가갔다.

대사막의 영웅 – 아탈란.

그는 메마른 태양을 적대한 배교자 출신으로, 현재 침묵의 사막을 지배하는 새로운 투하르의 장군 노릇을 하고 있었다.

“고결한 태양이라고 했었나?”
“……?”

아탈란이 자신에게 말을 건 이그나시아를 보고는 흠칫했다.

‘뭣. 아, 아름답다.’

신비롭다는 점에서는 이자벨라를 능가하는 외모. 아탈란은 순간 매혹당할 뻔했지만 그래서 본능적으로 위축되는 걸 느꼈다.

“거대한 외눈박이 거인도 그렇고. 마치 베르덴을 신처럼 대하네?”

이그나시아의 눈꼬리가 이내 광기의 무게에 실려 휘어졌다.

아탈란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혹시 시타델을 부순 힘과 연관이 있나? 신이라는 거.”

시발, 초월자다.

* * *

한편 베르덴 일행 말고도, 시타델의 추락으로 생긴 다른 장소의 반전된 지하 도시를 살펴보고 있는 어느 무리가 있었다.

리반데일 대공.
워 로드, 레그리트 나르실리아.
수왕, 안티아스.
키퍼, 아세트로 올딘.

이상한 조합이었다.

아르나크 제국과 아세트로는 별도로 조사하다가 마주친 것이고, 안티아스는 재밌을 것 같아서 도중에 끼어든 것이다.

쿠웅!

안티아스가 외관이 이상할 정도로 멀쩡한 건물을 툭 쳤다. 순간 어둑한 동굴이 들썩였지만, 붕괴되지는 않고 흙만 후두둑 떨어졌다.

“호, 더러울 정도로 견고하군.”
“그러다 무너진다.”
“마법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동굴이 어찌 되든 압사당할 위인들도 아니고.”

안티아스는 신장이 무려 6m나 되었지만 하는 짓은 천진난만했다. 평소에는 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나, 그는 수인.
강렬한 흥미를 느끼면 흥분하고 만다. 안티아스는 오래된 유적지 같은 시타델의 흔적에 여러모로 관심이 깊었다.

“이거 구성 성분은 어떻지?”
“…….”

아세트로는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없었지만 그래도 말을 해주었다. 마법으로 건물을 관찰했다. 그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확인이 되지 않는다. 금속과 바위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 외에는…… 내 소견으로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물질로 보인다.”
“갈수록 재밌어지는군. 옛 왕의 배후에 대체 뭐가 있는지.”

그렇다.

옛 왕은 죽음이나 사기와 연관된 능력만을 다루지 않았다.
모든 초월자는 이상을 향한 집착만큼이나 일관돼야 하는데…… 시타델도, 스칼룸 단층협에서 보인 검기도 동일한 개념을 벗어난 영역에 있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옛 왕이 제1차 초월자 전쟁에서 보인 적이 없었던 하늘섬과 그 힘의 출처를 밝혀내는 것이 아마 세계의 숙제일 터였다.

“그나저나 황제의 선동이 제법이더군.”

탁.

리반데일 대공과 레그리트가 멈춰 서서는 눈을 흘겼다.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여담으로 레그리트의 경우엔 세로로 갈라진 용인의 눈동자가 한층 더 얇게 수축했다.

레그리트가 대꾸했다.

“선동과 지휘가 헷갈리나?”
“이 대목에서는 두 단어를 구별할 필요가 없는 것 같군. 몇 마디 연설로 공포를 없애고 사기를 진작시켜, 결전을 앞둔 군중들의 뇌리와 마음에 자신의 영향력을 새겨 넣은 것은 사실이니.”
“폐하를 능멸한다면…….”
“크하하, 능멸이라? 나는 진정 황제가 대단하다고 여겼다. 일신의 무력이 별 의미가 없는 인간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보았지. 정치계 초월자, 누가 그런 이명을 붙였는지.”

안티아스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예리한 송곳니를 드러냈다.

“무리가 들끓으면 반드시 피가 흐른다.”
“…….”
“전부는 아니어도,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도 같은데.”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궁극적으로 인류가 의존하는 루아스교의 위상을 제국이 대체할───”
“그만.”

리반데일 대공이 말을 끊었다.

“망상은 망상으로 끝내도록.”
“이빨은 마음이 선 뒤에야 드러나는 법이지.”

안티아스는 낮게 웃으며 능청스럽게 더 자극하지 않겠다는 듯 손을 들었다. 그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레그리트를 보았다.
레그리트는 방주의 선장이지만, 그녀가 아르나크 제국에 바치는 충성은 진심이므로 황제에 대한 험담은 곧 그녀의 역린이었다.

“멋진 뿔이군. 꼬리는 없나?”
“……뭐??”
“나도 뿔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안티아스가 제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는 드래곤의 것을 닮은 거대한 꼬리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근사한 뿔은 없었다.
꼬리가 없고 부러진 한쪽 뿔이 이마에 자리한 용인 레그리트와는 반대인 셈이었다.

“뿔은 낭만이지.”
“……확실히.”

안티아스와 레그리트가 별 해괴한 주제로 공감대를 쌓았다. 리반데일 대공은 굳이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주변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든 간에 묵묵히 시타델 조사에 임하고 있던 아세트로 올딘이 갑작스레 지면을 살핀 것은 그때였다.

“뭔가 찾은 건가.”
“그런 것 같다.”

아세트로는 손가락 세 개로 쥘 수 있는 크기의 돌을 집어 올렸다. 돌의 표면에서는 빛과 어둠이 미약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리반데일 대공이 물었다.

“그게 뭐지?”
“운석.”

아세트로가 던진 운석을 안티아스가 받았다.

“……세라시움(Serasium)이군. 과거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여러 운석 중에서도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금속이라던데.”
“용도가 불분명한 금속이다.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양이 몇 줌 되지 않아 이렇다 할 실험조차 하지 못한 탓이다. 어쭙잖게 실시한 실험도 당연히 실패로 돌아갔고.”
“그건 처음 듣는군. 그래서?”
“안 보이나?”

아세트로가 마력을 쏘아보냈다. 그 광채가 주변을 보듬자 천장에서 우주의 밤하늘과 같은 미지의 풍경이 점멸했다.

“전부 세라시움이다.”
“뭣.”

레그리트가 위로 날아가 천장, 그러니까 시타델의 거리를 살폈다.
지반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도심 아래에는 막대한 질량의 세라시움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처럼 불규칙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리반데일 대공이 말했다.

“설마…… 옛 왕의 시타델이 우주에서 왔다는 뜻은 아니겠지.”
“우주에서 온 것인지는 모른다.”

아세트로도 내심 놀라움을 가라앉히며 이 풍경에 대해 첨언했다.

“그러나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기반으로 지어진 것은 분명하다.”

세라시움의 빛이 가라앉았다.

적막의 암흑이 도래했다.

그 중심에서 아세트로의 마력만이 명멸했다.

* * *

쿠웅.

베르덴 일행이 황성의 복도를 지나서 어느 공간에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이 보였다.
드라벤의 일생이 쓰여진 서적에서 묘사된, 또 그의 기억에서 본 것과 일치했다.

1대 전설 – [아니무스(Animus)].

영혼을 다루는 욕망, 영혼을 써서 기적을 발현하는 전설을 마침내 발견했다.

───그 흉물은 반드시 파괴해라.

───완전히 너의 것으로 만들거나.

드라벤의 충고가 뇌리를 스쳤다.

[베르덴 폐하. 영혼 감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에 죽은 영혼들은 다 이곳에 있군.”

베르덴이 [아니무스]에 손을 올렸다.

“……사룡 네크바엘까지.”

묵시록의 영혼들은 감지되지 않았지만 네크바엘의 것은 육체를 잃었음에도 존재감을 발산했다. 잠들어 있는 드래곤의 모습이 보였다.

관리자는 전령을 붙잡고 있었다.

“다시 선택이로군.”

파괴할 것인가.
소유할 것인가.

베르덴은 고민하다가 [아니무스]에서 손을 뗐다.

“잠시 확인할 게 있습니다.”

영혼의 서 – [그링 아르카넘].

호스트에 의해 변화한 세계 금서는 베르덴이 죽인 영혼들이 저장된다.
마치 [아니무스]처럼 말이다.

‘역시…….’

하지만 아칸드의 영혼은 그 안에 없었다.

* * *

‘당신’이 아칸드를 보았다.

=사명을 이행한 대가로 당신의 영혼은 다른 운명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손을 뻗는다면 새로운, 그리고 영원한 일생이 이어질 테죠=

“…….”

=마지막 기회입니다=

아칸드가 올곤은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했다.

“군중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죄인이 어떻게 모든 걸 잊고 영원을 꿈꿀 수 있을까. 온 세상에 나의 이상을 강요했고, 결국 마침내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해 책임질 차례가 왔다.”

=……=

“내 대답은 800년 전과 같다.”

‘당신’이 조용히 붉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습니다, 아칸드=

“베르덴에게 금기를 알리는 것. 최후에 내 고집을 들어줘서 고맙군.”

아칸드는 뒤를 돌아 다섯 번째 세계로 향했다.

‘당신’이 승리하면 세상은 구원받는다.
베르덴이라는 대안도 있다.

“내 삶은 의미가 있었다.”

‘당신’, 베르덴, 올다르크.

세상이 구원받을 확률이 올라갔다.

“내가 이겼다.”

아칸드가 다섯 번째 세계로 넘어갔다. 그를 향해서 운명의 수레바퀴가 굴러왔다. 아칸드의 영혼이 산산이 짓이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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