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90

1190화 전리품 (1)

아칸드의 영혼은 1대 전설인 [아니무스]에도, 3대 전설인 [그링 아르카넘]에도 저장되지 않았다.

‘전쟁으로 대량의 영혼을 수거해 운명을 도모하는 것이 아칸드가 받아들인 제6사도의 사명.’

‘당신’이 새로운 운명과 영원을 약속해도 거부하고, 그는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끝없는 순환의 초석이 되었을 것이다.
다섯 번째 세계에서 운명의 제물로 쓰이고 있는 다른 영혼들처럼.

베르덴은 생각했다.

‘성가시다.’

모든 영혼은 평등하지 않다.
격의 차이가 실존한다.

아칸드의 영혼이 얼마나 많은 일반 영혼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일반적인 영혼의 정량을 모르는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아칸드가 세계를 궤멸시킨 뒤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맞이했다면 바로 그 순간에 운명이 완성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초대 마도왕도 죄인들을 이용해 수백 년에 걸쳐 대책을 마련한 것일 터.

드라벤은 죽고 나서 아칸드의 모순을 깨닫고 내부 분열을 획책해, 크세리온 제국의 전략 자체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으며.
아칸드는 처음부터 자신의 최후를 계획해 운명에 일조했다.

초월자가 거대한 집단의 하수인이 되면 까다롭기가 이렇게 극악하다.

‘초대 마도왕이 설계한 최대의 무기, 초월자. 이런 식으로 ‘당신’의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초월자는 굴복하지 않아 운명에 의한 모든 지배를 거절하지만.
아칸드는 자신만의 이상이 결정되지 않은 선천적인 초월자였기에 구원이라는 명목하에 운명을 이상으로 추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두 개의 단검을 든 초월자는 어떤 이유로 운명에 복종하고 있는 걸까…….’

유리온이 목격했던 무투계 초월자.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사도 부활을 저지하려는 베르덴을 노리는 과정에서 아드리안에게 중상을 입힌 그 불명의 사내.

“알파, 들고 있어라.”

베르덴은 여러 생각을 한편으로 흘려보내며 [그링 아르카넘]을 알파에게 넘겼다.

콰르르릉……!

마도를 유형화시키자 스태프에서 벼락이 맹렬하게 날뛰었다. 시작에서 비롯된 만물은 본질적으로 결말이 다가오기를 거부하기 마련.
그것은 우주에서 가장 두려운 개념이었지만 전령은 겁을 먹지 않고 되레 홀린 듯 빤히 어둠을 집어삼키는 잔혹한 뇌광을 응시했다.

관리자가 전령을 데리고 두 발자국 물러났다.

[아니무스]의 파괴.

이 또한 계명의 집행이었다.

콰지지직!

베르덴이 내린 선택이 오랜 전설을 관통했다.

파멸이 파고들며, 광채가 터지고──영혼의, 아니 영혼을 다루는 욕망이 울부짖더니 반전된 제6사도의 황성이 뒤흔들렸다.

베르덴이 눈가를 씰룩였다.

‘……지독하군.’

영혼은 대륙에서 다섯 번째 세계로 넘어갈 때 어떤 힘을 방출하고, 다섯 번째 세계에서 대륙으로 넘어올 때 어떤 힘을 흡수하니.
그것은 물이 기화했을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고, 물이 얼었을 때 주변에 열을 방출하는 자연의 순리와 거의 동일했다.

여기서 어떤 힘을 영혼의 힘, 즉 영력(靈力)이라고 표현한다면…….

[아니무스]는 영혼이 아닌 영력을 소모해 소유주가 바라는 기적을 일으킨다.
대륙 위의 죽음으로부터 영혼을 저장하는 기능은 한꺼번에 많은 영혼을 저쪽 세계로 보냄으로써 대량의 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

이건 드라벤의 경험을 통해서 이해한 그것의 기동 원리였다.

‘영력의 차이에 의한 영혼 이동. 이는 대륙과 다섯 번째 세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구축된 거겠지. 별다른 소모 없이 양측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계가 약하다는 뜻이니.’

위치 에너지처럼 영력의 차이가 있기에 두 세계는 위아래로 분리된다. 기껏 한 세계에 몰아넣은 영혼이 탈출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당신’의 법칙.

베르덴은 근원에 도달해 [아니무스]를 더 올바르게 이해했다.

눈앞의 [아니무스]는 ‘당신’이 만들었다.
신물(神物).
그녀는 운명의 제물로 쓰기 위해서 영혼의 개념을 창조했다. 영혼이란 수단이며 재료. [아니무스]는 그런 사상이 집약된 결정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영력을 먹었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통해서 영원한 순환이 얼마나 많은 영혼을 필요로 하는지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었다.

과연 ‘당신’의 이상에는 시간이 필요 불가결했다.

한 시대의 모든 영혼을 수확해도 순환을 완벽하게 연결할 수 없으니.
아마도 조건을 충족하려면 최소한 몇 시대를, 수십 시대를, 수백 시대를, 어쩌면 그 이상의 시대를 멸해야 했으리라.
단순히 영혼의 ‘양’으로 판단한다면 말이다.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영혼의 수가 뇌리를 자극했다.

‘만약 아칸드가 그 마지막을 장식할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면…….’

베르덴은 오싹함에 쓴웃음을 지었다.

‘왜 제2사도가 초면부터 나를 그렇게나 증오하면서 죽이려 들었는지 알겠군.’

초대 마도왕과 세계 전쟁을 치르고, 영겁에 가까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하여 순환을 서서히 조율하고 있던 운명의 수레바퀴.
그게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심지어 1위계 마법사의 발버둥에 운명의 개념이 깨져 함께 파괴돼 버렸으니, ‘당신’을 광신적으로 믿는 그 노인으로서는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초월자가 마침내 이상을 목전에 두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기어들어 왔는지 모를 개미가 톡! 건드려 모든 걸 망쳤다고 생각해 보자.
솔직히 베르덴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성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의문이기도 했다.

‘어째서 가장 분노해야 할 ‘당신’은 인내하는가.’

순수한 경지는 별개로, 이상을 추구하는 ‘당신’의 광기는 베르덴보다 더하면 더했지 단언컨대 덜하지는 않을 터였다.

베르덴은 그녀가 햇수로 정확히 얼마나 긴 시간을 존재해 왔는지는 모르지만, 막대한 세월을 거듭하고, 또 거듭한 광기엔 감히 좁히기 어려운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당장 보복하려고 들지 않고, 도리어 우호의 여지를 보이니 의아할 수밖에…….

‘도대체 무슨 심계를 품고 있는가.’

초대 마도왕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을 회유하려는 걸까,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이 운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걸까.
후자 또한 답이라면 어떤 개념이 운명에 일조할 수 있다고 본 걸까.

아아아아아아……!

[아니무스]에서 흘러나오는 옅은 비명이 베르덴의 상념을 깨웠다. 근원에 눌어붙은 영력의 흔적이 점차 벗겨지고 있었다.

‘뭐든 상관없다.’

잿빛의 건틀릿에서 금속음이 일었다.

‘오직 나만이 옳다.’

베르덴이 함성과 함께 [인테리스]를 아래로 그으며 뽑아냈다.
빛이 점멸했다.
찰나의 정적이 그 순간을 감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약 수십억 명이 일제히 절규하는 것 이상의 통곡이 공간을 덮쳤다.

베르덴은 엄청난 반발력을 견디면서 [아니무스]의 틈새로 손을 밀어 넣었다. 8위계급의 마력이 폭증했다. 힘줄과 혈관이 불거졌다. 로브 위로 두드러질 정도로 전신의 근육이 팽창했다.

콰지직.

베르덴이 끝내 손을 움켜쥐자 [아니무스]의 근원이 으깨졌다.
신물이 파괴된 것이다.

[아니무스]의 광채는 마석을 뽑아낸 마석등과 같이 한순간에 잦아들었다. 그 안에 저장돼 있던 영혼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와아.]

본래라면 정해진 순리에 따라서 다섯 번째 세계로 가야 했지만, [아니무스]에 저장되었을 때처럼 가까운 곳에 다른 거처가 있어 그쪽으로 옮겨 갔다.
생각했던 대로 [그링 아르카넘]에 새로운 영혼들이 기록되었다.

‘[아니무스]와 영혼의 서(書)로 변한 [그링 아르카넘]의 원리는 아주 흡사하다. 아마 [아니무스]의 구축에도 호스트의 손길이 닿은 거겠지. 호스트도 우리와 같이 신의 일각이니.’

베르덴은 영혼들을 관조했다. 조용히 잠들어 있던 사룡 네크바엘의 영혼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입가를 끌어올리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 모습을 인식하면서 [그링 아르카넘]을 아공간에 보관했다.

“후우.”

신물을 부순 건 처음이었는데 전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신물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오직 신밖에 없다.’

용검 [마그라스]는 신물을 쳐부술 수 있으나 완전히 근절시킬 수 없다. 신의 영역이란 일반적인 물질계나 정신계로 온전히 아우르지 못하므로.

‘……또한 격이 낮은 신이 함부로 신물을 해했다간 자멸할 수도 있다.’

베르덴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평범한 신이었다면 ‘당신’의 신물을 없애려고 하는 순간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신의 규칙, 혹은 순리.

신으로서 신을 접하니 비로소 보이지 않는 신들의 세계가 보이는 듯했다. 신들이 대부분 죽어 루아스를 제외한 나머지가 사실상 허구로 취급받는 현대에서는 얻기 어려운 지식이었다.

“베르덴.”

관리자의 부름에 베르덴이 여운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사아아…….

전령이 사라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이상한 책의 전달.
[아니무스]의 위치 안내.

당초의 목적을 마치고 ‘당신’에게 돌아가는 듯했다.

베르덴이 말했다.

“너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버려진 자들의 신이 정체가 아닌 본질을 묻는다.
이에 서로 결합된 신들이 답한다.

“우리는 빛.”
“……!”

빛?

베르덴과 알파가 내심 당혹했다. 경악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전령의 대답은 예상을 아주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었기에.

“우리는.”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아른거렸다.

전령은 점차 모습이 흐릿해지는 와중에 베르덴의 소매를 잡으며 억지로 입을 뻥긋거렸다.

“달.”

피눈물이 떨어졌다.

“여명.”

전령이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제발 죽여 줘.”

그 말을 끝으로 전령은 형체도, 기척도 어두컴컴한 정적에 녹아들었다. 존재감이 텅 빈 공간을 베르덴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르카디옴의 게임에서 봤던, 고대 신들이 몰락한 이후의 시대.’

태양의 신.
달의 신.
샛별의 신.
황혼의 신.
여명의 신.

현재 대악마 군단장 하드라스가 샛별의 여신의 대주교였고, 새벽녘의 기사 엘로리스가 본래 죽음을 맞이했던 그 시대.

빛을 상징했던 다섯 명의 신.

샛별의 신은 다른 네 명의 신들의 모략으로 무너졌고, 그 과정에서 하드라스가 죽었다. 이후로 엘로리스가 이끄는 샛별의 잔당은 쫓기고, 또 쫓기던 끝에 복수와 함께 쓰러졌다.
그들은 끝끝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샛별의 신을 되찾지 못했다.

현대에 이르러 태양의 신도, 달의 신도, 황혼의 신도, 여명의 신도 결국 어떤 기록도 남기지 못한 채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 이름들이 난데없이 ‘당신’의 전령에게서 나왔다.

‘달의 신과 여명의 신. 설마 그 두 신이 문자 그대로 그렇게 결합된 채 ‘당신’의 전령 행세를 하고 있는 거라면……?’

엘로리스는 샛별의 신성력을 일으켜 샛별의 여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즉, 그토록 찾던 샛별의 여신이 ‘당신’에게 잡혀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루아스는 빛의 신.
루아스교의 기적은 악마에게 치명적이다.

‘다시 말해 루아스는 ‘당신’의 하수인이거나, 혹은 그 전령처럼 존재를 저당 잡힌 포로일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예전에는 이런 고민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금기를 건드리는 감각이 들었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운명의 금기를 들은 지금 베르덴의 사고는 거침없이 이어져 나름의 답을 내렸다.

‘루아스를 파헤치면 샛별의 여신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다.’

새로운 목적이 생겼다.

문득 ‘당신’도, 초대 마도왕도 결국 선을 넘었다는 히안테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베르덴은 한숨을 내쉬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영육이 강제로 연결된 채 공존하게 되면 어떠한 고통이 따를지 헤아릴 수 없었다.
자신을 죽여 달라는 전령의 비애가 베르덴의 감정을 자극했다.

“스승님.”
“왜 그러느냐, 제자야.”
“세상이 이렇게 복잡한 줄 몰랐습니다.”

그저 마법과 복수만을 바란 사내가 세상을 논하게 되었다. 짧지만 치열한 인생에서 배운 사실은 선악의 모호함이었다.
누군가의 악은 누군가의 정의였고, 삶은 희생으로 점철되었으며, 세상은 흑백처럼 자명하지 않은 회색의 무언가였다.

관리자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겠지.”

[고민 뚝.]

알파가 작은 손으로 베르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상이 복잡해도 베르덴 폐하. 최고.]

알파는 늘 베르덴을 위로했다.

* * *

‘당신’의 손이 굴복한 신을 쓰다듬었다. 전령이 부르르 떨었다. 극도의 공포에 질려 눈물조차도 말라 버렸다.

=베르덴이 제가 내린 ‘신탁’을 해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접촉한 것만으로도 작은 깨달음은 얻었을 테죠. 하지만 비밀을 홀로 품으면 결국에 썩어 버리기 마련입니다=

선배의 배려.
그녀가 자애를 머금었다.

=그렇기에 이해자가 중요하죠=

‘당신’이 신좌에 앉은 채로 손을 모았다.

=금기 제정=

우주가 선언을 기다렸다.

=베르덴의 이해자는 그가 얻은 정보를 공유받아도 제재를 받지 아니한다=

세계의 법칙이 절대자에 의해 다시 쓰였다.
금기가 일부 수정됐다.
관조하는 존재인 세계수가 이에 복종했다.

=올다르크도 흔쾌히 받아들일 겁니다. 모든 진실을 깨달은 베르덴이 종극에 무엇을 선택할지 저도, 그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베르덴의 이해자들은 그 시간을 조금 앞당겨 줄 테지요=

‘당신’이 시선을 옮겼다.

=이제 당신의 처우를 선택할 차례군요, 인드렌=

“…….”

=고민은 끝내셨나요?=

인드렌은 눈을 감은 채 이곳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가 흘린 식은땀이 ‘당신’의 눈동자 속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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