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91

1191화 전리품 (2)

‘당신’은 펠디안느가 최대한 돌려 설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존재였다.

‘지나온 궤적의 차원이 다르다.’

감히 어림잡을 수조차도 없는데 어떻게 묘사할 수 있단 말인가? 필멸자의 관점만으로 그녀를 재단하려는 행동 자체가 오류였다.

아티슨 마탑의 번외 장로───관제───초월자 인드렌이 미간을 구겼다.

‘내 처우를 선택하라고 했는가.’

‘당신’은 인드렌을 살해하지 않을 것이며 해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다. 운명과 적대하고 있는 펠디안느는 실제로 살아 돌아갔다.
그러면서 그녀가 인드렌에게 제시한 건 두 개의 선택지였다.

첫째, 대륙으로 복귀할 것인가.

둘째, 금기의 배경을 엿볼 것인가.

전자는 정체(停滯)이며, 후자는 변화(變化)라.

인드렌은 늘 급격한 변화는 통제할 수 없는 혼란을 일으킨다고 믿어 경계했지만, 그렇다고 답보하려고 한 적은 없었다.
과도한 머묾은 필연의 도태.
가만히 앉아 영락해 버린 마법사는 마법사라 불릴 자격이 없다. 그럴진대 마법계 초월자가 어찌 진보를 마다하려 할까.

인드렌은 그저 점진적인 발전을 선호할 뿐이다.

그에게 있어 올바른 균형은 완만한 변화와 제어할 수 있는 혼란의 공존이니까.

‘금기의 뒷면을 보려고 한다면 나는 커다란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겠지. 전혀 통제할 수도, 또 도저히 빠져나올 수도 없는…….’

베르덴과 옛 왕의 격전────신과 사도의 전쟁을 봤지만, 비밀스러운 대화는 거의 듣지 못했다. 영혼의 금기와 제6사도의 사명 같은 내용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참, 제대로 꿰였구나.’

인드렌은 걷잡을 수 없는 파도에 몸을 던질 수밖에 없음에 한탄했다. 진실을 본 순간 정해졌다. 물러나면 퇴락(頹落)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당신’의 방식임을 깨달았다.

선택의 자유를 주지만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정되어 있다. 이것은 ‘당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인형 신세와 다를 바가 없다.

인드렌이 눈을 떴다.

“금기의 배경을 엿보겠네.”

=금기를 가장 정확하고 명확하게 우회하는 방법은 금기의 창시자를 통하는 겁니다=

“……금기는 그대가 창시한 게 아니었나?”

=금기는 곧 가장 중요한 지식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유(萬有)의 운명이라면, 호스트는 해양(海洋)의 지식 그 자체에 가깝죠=

호스트는 또 누구란 말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전혀 감이 안 잡히나, 인드렌은 왠지 자신의 성격과 상극일지도 모른다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후웅.

‘당신’이 완전히 뜬 오른쪽 눈으로 인드렌이라는 존재를 응시했다. 그녀가 손짓했다. 인드렌 뒤로 피로 적셔진 고대 신전의 문이 생겼다.

=태고의 모험. 주제는 운명전. 문을 넘어가는 순간 아르카디옴의 번외 게임이 시작되고, 운명전의 현장을 경험하게 되죠=

“…….”

=과거의 재현이지만 당신에게는 현재이기도 해요. 과거에서의 죽음은 현실에서의 죽음과 다르지 않으니 유념하시길=

‘당신’의 눈꼬리가 휘었다.

=그러나 모든 역경을 극복한다면 올다르크가 내린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은 목숨을 건다면 올다르크가 은폐한 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고 속삭였다.

인드렌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원리는 모를지언정 ‘당신’의 목적이 운명에 의한 순환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초대 마도왕이 궁극적으로 당최 무엇을 하려는 건지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까닭이었다.

“명심하겠네.”

인드렌은 그 말을 끝으로 곧장 뒤를 돌아 문에 손을 얹었다.

끼이이익───

머나먼 옛날 대륙이 펼쳐졌다. 가장 거대한 전쟁이 발발했던, 비로소 운명이 시작된 시대가 현대에서 온 초월자를 맞이했다.

쿠웅.

완전히 닫힌 아르카디옴으로의 문은 인드렌과 함께 사라졌다.

‘당신’은 표정을 지웠다.

그러곤 대분기 때는 태어나지 않았던, 어린 신들의 ‘일부’였던 전령에게 말했다. 잠에서 완벽히 깨어나지 못한 특유의 나른한 음성으로.

=오랜만에 모두를 볼 때가 온 듯하네요=

정십자가에 못 박힌 수많은 신이 이내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사도들은 집결하라.

* * *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제2차 초월자 전쟁은 끝났다.

공식 선언은 어느 정도 뒷정리가 끝나면 베르덴이 연합장으로서 할 예정이었다.
급하게 종전하는 것보다 시간을 들여 소문을 흘린 다음 종지부를 찍는 편이 사회적 여파를 소화하는 데 좋다는 제라클 황제의 말이 있었다.

위대한 승리와 평화에 안달이 난 것은 세계 연합이 아니라 시민이니, 이를 잘 이용하면 민심을 휘어잡기 더 쉽다는 조언.
제라클 황제는 백성에게 기대를 주고는, 그 기대를 비교적 느긋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충족시키는 방향이 장기 통치에 유리하다고 보았다.

[제라클 황제. 잔머리.]

[제라클 황제는 역대 아르나크 황제와 다른 면모가 많습니다. 황제의 통치 제도는 깊게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타델이 파괴되며 결전지의 언데드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지만, 대륙 각지에서 발견되는 크세리온 제국의 언데드 무리는 아직 여전했다.
옛 왕의 영향을 받았어도 결국 자연적인 탄생에서 기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죽으면 진짜 개죽음이다! 알겠나! 그러니 방심하지 마라!”
“예!”

세계 연합의 주력은 먼저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가 그간 쌓인 부상과 피로를 달래며 그런 언데드 잔당에 대처했고.
뒷수습을 담당하는 연합군은 시타델의 추락 장소에 인력을 집중시켰다.

“……엄청난 양이군. 이렇게 많은 언데드 부산물을 보게 되다니. 정말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마, 말이 안 나오는구먼……정화해서 반의반의 반, 그 반의반의 반만 건져도 이게 얼마란 말인가.”
“루아스교와 다크워튼 마탑은 쉴 수도 없겠어.”
“모험가 길드도 새로운 언데드 종족을 기록하느라 여념이 없겠는걸.”

특수 개체부터 하위종까지, 언데드 시체가 그야말로 즐비했다. 일반적으로 위험도가 높을수록 마법적이든 물리적이든 가치가 높은 것이 상식.
하물며 시신이 온전하다면 말할 것도 없다. 특히나 마탑들은 고위 개체들의 부산물에 시퍼렇게 눈에 불을 켜고 적극적으로 수습에 임했다.

크세리온 제국과의 전쟁은 초월자들의 전쟁이면서 시체들과의 사투였다.
모두가 아는 전쟁과는 달랐지만 그럼에도 전쟁은 전쟁이었기에……전쟁의 승자에게는 마땅한 전리품이 뒤따랐다.

첫 번째는 언데드의 부산물이었고.
두 번째도 언데드의 부산물이었다.

다만 굳이 숫자로 구분할 만큼 두 번째는 전리품의 수준이 달랐다.

사룡 네크바엘의 사체!

“유골룡의 것과는 감히 비교조차 불허한다……!”
“어떻게든 비늘 한 조각이라도 우리 마탑이 가져야 합니다. 초월자들이 토벌하기는 했지만 세계 연합체의 일원으로서 좁쌀만 한 지분이라도 요구해 봅시다. 이거 못 먹으면 저 미쳐요.”
“……베르덴 폐하께 부탁해 볼게요.”

네크바엘은 패색이 짙어지자 자폭을 감행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도중에 멈췄고, 그때 마의 공포가 치명상을 입혀 그 위력을 약화시킨 덕분에 형체가 일부 남게 되었으니.
무려 고룡급의 비늘과 뼈 등등이 국제 사회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전쟁할 가치가 있었다고 보는 마법사가 많았다.

그리고, 세 번째는 용검 [마그라스].

베르덴에 의해 부러졌을지언정 그것에 담긴 전설은 아직 빛을 잃지 않았다. 연합군은 현재 잔해를 샅샅이 뒤지면서 작은 검조각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용검은 세계 연합장의 전리품이다! 빼돌리면 즉결 처형이다!!”
“어서 용검부터 찾게!! 폐하를 위해!!”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세라시움.

시타델의 추락으로 생긴 지하 도시들에서 운석이 발견됐다.
그것도 평범한 돌 따위가 아니라 우주에서 떨어진 금속…… 역사적으로 발견된 양이 거의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해도 좋았는데, 당장 확인된 매장량만 해도 광산급에 필적했다.

금전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국제 사회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놀라운 발견인가?

그 누구도 무엇 하나 단정하지 못했다.

“혹시 이 파괴되지 않은 건물은 세라시움을 가공한 것이 아닐까요?”
“세라시움 가공에 성공하면 구성 물질이 뒤바뀐단 말이오? 음. 확실히 일리는 있소. 일단 이곳에 대량의 세라시움이 존재하니…….”
“그나저나 시타델이 운석이라니. 우주의 돌조각이 기반이라고 치고, 진짜 우주에서 왔다고 쳐도…… 이걸 대체 누가 만들었단 말이오?”
“옛 왕이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에게 받은 것이라는 걸 텐데, 혹은 발견하거나.”
“그러니까 누가 시타델을 만들었단 거요?”
“글쎄…… 어쩌면 신일지도.”

마법사이면서 역사학자를 겸하던 이들은 시타델이 혹 우주에서 온 섬이 아닌지, 그리고 애초에 하늘섬은 우주에서 만들어진 섬이 아닌지 다양한 가설을 세우며 벌써부터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이렇듯 전리품에 대한 이야기는 지친 세계 연합에 새로운 활기를 부여했다.
그야 노고에 대한 보상이 아닌가?

일단 지금은 피와 땀, 그리고 희생으로 얻은 승리를 만끽할 때였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사망자들과 실종자들을 위한 슬픔과 애도는 조금만 미뤄도 좋을 것이다.
다름 아닌 모두를 위해서…….

* * *

블랙 아워의 대전당.

베르덴은 위상들과 마법사단들을 데리고 본거지로 복귀했다. 승리를 축하하는 건 나중이었다. 베르덴은 휴식을 명하고 응접실을 찾았다.
함께 대전당에 발을 들인 것은 에온의 일원뿐만이 아니었다.

“마음은 추슬렀나.”
“…….”

에스티리아 왕국의 에스퍼렌사 공작.
언령의 기사단의 로안 단장.

칼리아 드 에스퍼렌사의 아버지와 서약자 유리온 하이로스의 충신…… 그들은 이 승리를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칼리아, 드레드미어, 블루, 유리온은 폐쇄된 사문에 갇히며 그대로 실종되었으므로.

벌컥, 벌컥!

로안 단장은 베르덴이 내준 독한 술을 들이켜고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폐하의 위로는 감사합니다만, 이 하이랜디아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유리온 폐하께서는 살아 계십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저희의 언약이 이를 증명합니다.”
“알고 있다.”

베르덴은 아무렇지 않게 수긍했다. 너무도 태연한 반응에 에스퍼렌사 공작과 로안 단장이 되레 당황하고 말았다.

로안의 술잔이 다시 채워졌다.

“너희를 전쟁이 끝나자마자 몰래 초대한 건 위로를 전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럼…….”
“칼리아와 유리온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

베르덴이 절대자에 가까운 격을 깨우치자, 자신의 신역(神域) 중 하나에 발을 디딘 외부인의 존재감이 감지됐다.
본능적, 그러니까 신적인 반응이라 달리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되었다.

세계의 틈새───악마의 땅.

군단장 하드라스가 군림한 그곳에 칼리아, 유리온, 드레드미어, 블루가 있었다.
사문이 폐쇄되면 그 안에 있던 존재들은 다섯 번째 세계로 떨어지는데 일련의 과정에서 운 좋게 세계의 틈새로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에스퍼렌사 공작이 다급히 물었다.

“칼리아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너희가 감당할 수 없기에 지금은 말해 줄 수 없다. 대신, 약속하지.”

베르덴이 단언했다.

“내가 책임지고 전부 데려오겠다.”

세계의 틈새로는 임의로 이동할 수 없다. 하나 결국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베르덴은 그 시기가 그리 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벌컥!

이번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술잔을 비웠다.

“……유리온 폐하께서는 만에 하나 일이 생긴다면 에온에 의탁하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로안 단장은 애써 당혹감을 가라앉히며 베르덴에게 말했다. 그도 시타델이 잿빛에 의해 파괴되는 광경을 지켜본 사람 중 하나였다. 물론 그건 에스퍼렌사 공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체…… 폐하는 무엇입니까?”

누구냐가 아니라 무엇이냐라…….

베르덴은 그들처럼 술로 목을 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희의 생각과 같다.”

베르덴은 공사다망한 터라 용건을 마치고 응접실을 나섰다.

탁.

로안 단장과 에스퍼렌사 공작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대신 베르덴이 남기고 간 술을 서로 말없이 비웠다.

* * *

베르덴이 어두운 복도를 홀로 거닐었다.

‘……조용하군.’

이자벨라는 여동생 제니아와 함께 있다. 그간 많은 이야기가 쌓였으니 재회의 충격을 가라앉히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아드리안만이 아니라 다른 위상도, 에온의 모두가 여유에 잠겼다.

전쟁으로 인해 한창 분주했던 이곳은 오늘만큼은 적막했다.

‘히안테.’

베르덴은 히안테에게 가고 있다. 그녀에게 물어볼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안테가 깃든 아이샤는 이미 대전당에 와 있었다.

그렇게 걷던 도중에 반대편에서 백색의 마법사가 마주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나를 찾아오신 건가?’

베르덴은 관리자에게 향했다. 관리자는 대전당에 방문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제자로서 직접 안내해 주는 것이 도리이리라.

“스승님.”

관리자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베르덴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가 서서히 웃음기를 지웠다. 관리자의 눈동자가 너무 깊었다. 심지어 그의 존재감이 갑자기 불분명해졌다.

‘설마…….’

베르덴이 눈을 부릅떴다.

+승리를 축하한다+

올다르크가 미소 지었다.

+베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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