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98

1198화 개편 (4)

우리는 붉게 태어나.
영원한 빛과 합일한다.

첫 번째 피가 서서히 퍼졌다.

그 양막 너머로 그림자처럼 형태만 보이던 ‘태아’가 꿈틀거렸다.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더니 손과 발을 짧게 구부렸다.

파앗, 붉은 광명이 점멸했다.

키르에와 호세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지금의 변화는 키르에도 알지 못했다. 이 이상은 가보지 않은 인체 실험의 종착점이었으니까.

‘태아’의 머리가 움직였다.

으아앙──────────────!

호세가 명치를 부여잡았다.

“쿨럭……!”

아기의 울음소리에 내장이 진탕했다. 약한 장기에 작은 균열이 생겨 출혈이 발생했다.
간신히 사물을 붙잡고 몸을 지탱한 호세는 막대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탄생을 지켜보았다.

운명제1사도영혼제1사도속삭임제1사도아크제1사도파괴제1사도운명을제1사도위한제1사도신인류제1사도수레바퀴제1사도인형제1사도올다르크제1사도신인류제1사도계획제1사도파기제1사도운명을제1사도위해제1사도빛이제1사도있으라…….

키르에는 육체 손상 없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이명만으로 그쳤다.

‘대체…… 누구의 생체 정보이길래 이런 진화가…… 아니, 어쨌든 반응은 정상적이다.’

울음소리를 들어 보니 ‘태아’의 숨통이 완전히 트인 게 분명했다.
거부 반응은 없다는 것.
‘태아’의 상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키르에가 두 번째 피를 투여했다.

옛 왕의 피.

자유로운 초월을 타고났음에도.
유일한 이상을 꿈꾸노니.

두근.

공간이 요동쳤다.

키르에와 호세의 심장이 ‘태아’의 심장 소리에 맞춰 공명했다. 키르에가 얼어붙었다. 무지막지한 존재감에 신경이 바짝 섰다.

‘이것이…… 위대한 주검의 피!’

그녀는 옛 왕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지만, 이 순간 어째서 주검의 영광이 그리도 옛 왕을 숭배하고 집착하며 부활시키려고 했는지 이해했다.
신인류의 ‘태아’가 생체 정보를 섭취해 그 편린을 보인 것만으로도, 옛 왕이 얼마나 강대한 존재였는지 여실히 느끼게 했으므로.

옛날 글러트니를 절멸시킬 뻔했던 방주의 리더와 비교하면 누가 더 강할까.
이 와중에 감히 잡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키르에가 침을 삼키고는 마지막 피가 담긴 용기를 어루만졌다.

‘그런 옛 왕을 죽인 베르덴의 피.’

베르덴은 초월자가 되기 전에도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구인류는 결코 간섭할 수 없는 글러트니의 위장을 멋대로 탈출할 수 있을뿐더러 타인의 마도를 완전히 모방할 수 있는 마도사.
베르덴에게 생포당했었던 전(前) 세 번째 송곳니 – 벨도란은 베르덴을 글러트니가 찾고 있던 선구자라고 표현했다.

발리온조차 완벽을 위해서 신인류의 탄생을 미루고 제2차 초월자 전쟁의 격전지까지 가서 베르덴의 생체 정보를 구했으니…….
단언컨대 그들의 직감은 기우로 끝나지 않으리라.

그때였다.

쿠드드드드득……!!! 콰지지직……!!!

‘태아’의 형상이 일그러지더니 육체가 찢어지고, 또 재생되길 반복했다.

“위, 위험해 보이오만……!”
“거부 반응이에요.”

방 안이 점차 뜨거워졌다.

원인은 자명했다.

‘태아’를 조형할 때 들어간 재료의 종류는 크게 총 다섯 가지였다.

발리온의 정자.
키르에의 난자.
크세리온 제국이 조종한 초월자 인형들.
글러트니의 생체 조직들.
과거 대악마─아마 이페아카른과 계약했으리라고 추정되는 여자가 대가 없이 선물한 적룡 사르칸드라의 생혈(生血).

이 중에서 새롭게 옛 왕의 피를 흡수한 초월자들의 육체와 사르칸드라의 혈액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기온이 순식간에 치솟았다.
열기가 끓어올랐다.

“윽……!”

호세는 신성 보호막으로 피부가 녹아내릴 뻔한 걸 간신히 면했다. 그런데도 온전히 막지 못해서 화상을 입으며 땀을 쏟아냈다.

으아아아앙───────────!

그는 ‘태아’의 울음소리에 고통이 섞인 것을 듣고는 즉각 소리쳤다.

“멈추시오, 키르에! 이대로 두면 ‘태아’가 잘못되고 말 거요! 아무리 신인류라고 해도……큽…… 아직,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잖소!”
“당신은 ‘태아’를 정말로 태아로 생각하고 있군요. 구인류와는 비교하지 마세요. 발리온이 완성한 새로운 인류를…… 자, 보시길.”

키르에가 미소를 지었다.

“진화의 궁극을.”

모든 생명의 근원은 식(食).

무엇을 섭취하느냐에 따라서 신체가 변화하듯이, 글러트니는 섭식(攝食)을 통해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다.

콰드드득…….

‘태아’의 상태가 서서히 잠잠해졌다. 옛 왕의 피를 소화한 것. 거부 반응의 소멸 현상은 적응을 마쳤다는 의미였다.
마음이 술렁거렸다.
고대의 정점과 4대 고룡의 피가 조화를 이루었으니 초월자와 초월종이 합쳐진 존재가 어떨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윽고 마지막 용기가 개봉됐다.

“마지막으로 베르덴의…….”
“……!”

호세가 경악했다. 자신이 숭배하는 신의 피에 어떤 신앙자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하나, 키르에는 그의 반응을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

“자, 잠깐.”

호세가 말리기도 전에 선구자일지도 모르는 존재의 일부가 양막에 들어갔다. ‘태아’가 혈액이 섞인 생명의 액체를 느릿하게 삼켰다.

키르에는 급격한 변화를 기대했다.

…….
…….
…….

조용했다.

호세가 슬쩍 눈치를 봤다.

키르에는 자신만만했다가 이내 당혹스러운 눈길로 ‘태아’를 보았다.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거부 반응도, 적응 반응도 없다니?

‘설마…… 실패?’

무반응이란 것은 베르덴의 피가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 결과였다……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 여겼던 것이 전혀 맞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마, 말도 안 돼.”

그녀가 도저히 현실을 믿을 수 없어 한 발 내딛는 순간이었다.

양막이 시뻘게졌다.

하늘을 거부하고.
자유를 선사하리라.

쿠웅───────!

형언할 수 없는 충격파가 폭발해 키르에와 호세를 덮쳤다.
반응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콰아아아아앙!!

주변에 있던 모든 사물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두 사람이 벽에 처박혔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수평으로 몸을 짓눌렀다.

“컥……?!”
“끄헉?!”

영육에 가해진 막대한 충격.

기류가 가라앉자…… 쿵!

그들은 정신을 잃고 그대로 벽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가운데에서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촤아아아아악!

붉은 양수(羊水)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핏물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태아’가 쭉 미끄러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태아’가 꿈틀거리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육체 변화가 일어났다.

‘태아’가 마침내 형체를 바로 세우자…… ‘태아’는 갓난아이의 모습에서 벗어나 아홉 살 남짓의 소녀로 성장해 있었다.

‘태아’가 입을 벌렸다.

“하아아암.”

그녀가 눈가를 비비고 확 기지개를 켜는 등 심신을 일깨우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운명에 복종하라.
운명에 복종하라.
운명에 복종하라.
운명에 복종하라.

저항의 씨앗.
저항의 씨앗.
저항의 씨앗.
저항의 씨앗.

머릿속에서 세뇌에 가까운 여러 진실과 속삭임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태아’가 인상을 쓰고 제 귓가를 탁탁 쳤다.

“아, 시끄러.”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붕붕 흔들었다.

‘태아’가 첫걸음을 뗐다.

화악…….

붉은 양수가 솟구쳐 고체의 형태를 갖더니 ‘태아’를 감쌌다.
화려한 진홍색의 로브가 그녀를 장식했다.

의식을 잃은 키르에를 슬쩍 본 ‘태아’가 호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쪼그려 앉아 호세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존엄한 선교사님.”
“으음…….”
“아내는 루아스 교국에 처형당하고 아들은 병사한 외로운 조각가님.”
“……윽.”

호세가 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의식을 되찾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코앞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소녀였다.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어디서 본 것 같은 미형이었다.

“누, 누구…….”
“음, 저는. 으으음.”

‘태아’가 눈동자를 굴렸다. 머릿속으로 마음에 드는 여러 단어를 섞다가 갑자기 짝! 손뼉을 치면서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부모님은 알티아라고 작명했어요. 신생(新生)이라는 뜻의 고대어죠.”
“부모라면…… 발리온과 키르에?”
“뭐,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닌데 전반적으로 확 와닿지 않아서 방금 바꿨어요.”

그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신인류──베르티아.”

‘태아’가 진명(眞名)을 확정 짓는 순간 머리카락이 회색빛으로 변색되었고, 눈동자는 투명하고 또 깊은 벽안으로 변화했다.

호세는 소녀에게서 느낀 기시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의 신을 닮았다.’

호세의 시선을 읽은 것인지 베르티아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호세는 그녀로부터 말하기 어려운 잔학성과 포식자의 면모를 느꼈다.

글러트니의 신인류가 세상에 나왔다.

* * *

푸른 산맥의 신전.

호세가 원했기에 자취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는 엘로리스의 견해는 타당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 외의 해석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으니…… 지금은 그걸로 만족해야겠군.’

호세만 준비된다면 언제든 재회할 수 있을 터.
베르덴은 기다릴 뿐이다.

엘로리스가 말했다.

“궁금증은 풀렸습니다. 이제 베르덴 님 차례군요.”
“그래…….”

베르덴은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조금 긴 얘기다.”

네르가와 카인에게 그랬던 것처럼 중요한 정보를 공유했다. 엘로리스는 두 신의 사도긴 하지만 금기가 반응하는 일은 없었다.

엘로리스는 묵묵히 경청했다.

악마의 기원에는 크게 경악하기는 했지만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는 듯 납득했다.
악마 군단장 하드라스와 샛별의 대주교 하드라스가 이름만이 아니라 완전히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 확실히 밝혀진 셈이니.

하지만……엘로리스에게는 금기 말고도 전해야 할 말이 있었다.

“달과 여명의 신을 찾았다.”
“……?!”

엘로리스가 살았던 시대에 퍼져 있던 종교의 신이 언급되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장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태양, 달, 샛별, 여명, 황혼의 신이 전부 운명 아래에 있는 것 같다. 아마 실험체……혹은 포로 같은 처지로.”

시타델의 잔해에서 마주친 전령───달과 여명의 신의 일부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존재에 대해 베르덴이 설명했다.

“전령이 말하길, 우리는 빛이라 했다.”
“…….”
“공교롭게도 다섯 신 전부 빛과 연관된 신격이지.”

베르덴이 말을 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루아스교와 접점이 있을 거다.”

운명전이 발발하기 전에 대륙의 인간들이 믿었던 다섯의 광신(光神).
현대의 세계 종교가 유일신이라고 주창하는 빛의 루아스.

빛의 개념을 중심으로 어떤 연결점이 있는 걸까.

베르덴은 이미 서로 교집합이 존재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다양한 미지를 밝혀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 둘이 무관할 수가 없었다.

“샛별의 여신께서…… 실험체?”

엘로리스가 멍하니 중얼거리다가 스스로 입가를 틀어막았다.
이마에 힘줄이 불거졌다.
분노와 역겨움이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간신히 시간을 들여 마음을 진정시키고 베르덴에게 고개를 돌렸다.
엘로리스에게서는 처음 보는 격렬한 시선이었다.

“베르덴 님의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답은 간단하지.”

베르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상을 파악하고, 샛별의 여신을 해방한다.”

‘당신’은 은밀하게 대분기를 일으켜 신들의 시대를 몰락시켰고, 운명전에서 초대 마도왕에게 패배를 안겨 세계를 손에 넣었으며.
현재에 이르러 많은 신들이 사라지고 루아스만이 유일신 취급을 받고 있다.

태고의 빛의 신들 말고도 운명에 억류된 존재가 더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루아스 교국과의 마찰을 각오해야겠지. 빛의 신인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진실이 무거울수록 무지의 반발도 격해지기 마련이니.”

엘로리스가 기립했다.

“베르덴 님이 악마들의 신이라는 게 밝혀지게 되면 대성전을 일으키겠죠.”
“또 전쟁이라…….”

제2차 초월자 전쟁은 언데드가 적이었기에 살의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한데 그 적이 같은 인간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감수할 수밖에.”

모든 책임은 베르덴의 것이다.
스스로의 선택이다.

“그러니 그전에 규모를 최소화하려면 에온이 루아스 교국의 영향력을 빼앗아야 한다. 엘로리스, 그 역할을 네게 맡기지.”
“종교임을 드러내지 않는, 일종의 선교로군요.”

엘로리스가 자신 있게 미소 지었다.

“부디 맡겨 주시길.”

샛별의 사도가 되기 전에 그녀는 성기사단장이자 전도사였다.

* * *

루아스 교국───성소 아벤카.

제2차 초월자 전쟁으로 인해 루아스교의 피해 또한 상당했다. 상대가 언데드인 터라 그들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었다.

성자 레온하르트는 완전히 탈진해 옛 왕이 사망한 이후로 눈을 뜨지 못하는 상황.

그래서 성녀 에르세티아와 교황 로마누스가 단둘이 회의를 가졌다. 에르세티아의 육체 상태는 레온하르트 이상으로 좋지 않았지만, 당장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로마누스가 말했다.

“그 존재감은…… 분명 신격이었습니다. 저희보다 높은 차원의…….”

시타델을 파괴시킨 잿빛.
프로하스의 정상 회의에서 베르덴에게 느낀 기묘한 기운, 그 근원.

두 사람은 그 광경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고차원의 신격…….”

로마누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말은 베르덴이…….”
“아닐 겁니다.”
“성녀…… 계속 부정하고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아닐 거예요.”
“성녀 에르세티아! 당신도 느끼지 않았습니까! 그 선명한 격을!”

로마누스가 소리쳤다.

“에온의 베르덴은───”
“신이라고요?”

에르세티아가 고개를 들었다.

“베르덴을 신이라고 인정하면요…… 그럼 어떻게 할 거죠? 빛의 교리로 처리할 건가요? 선대 신인들이 군단의 대악마를 죽일 때처럼 대성전을 벌여서? 그의 머리를 성소 앞에 걸 건가요?”
“…….”
“베르덴은…… 무모하고, 과격하고, 무례하고…… 그런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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